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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리저드맨은 햄버거가 먹고 싶다-10화 (11/78)

제 10화

무지개 벌꿀 도넛

콰삭

몇 번을 먹어도 질리지 않는 감자튀김의 풍미.

고온의 기름에 튀겨진 튀김의 껍질은 바삭하지만 한 입 씹었을 때 느껴지는 내용물은 포슬포슬하게 입안에서 부드럽게 넘어간다.

겉에는 소금을 살짝 뿌려서 심심하지도 않지만 반대로 맛이 너무 강해서 질리는 일도 없는 안정적인 맛.

며칠 만에 다시 먹는 감자튀김이었지만 변함없이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특히 마리는 원래 감자튀김을 광적으로 좋아하기도 했지만, 오늘은 그때와는 달리 제법 강도있는 운동을 한 탓인지 더더욱 반짝이는 미소를 지으며 감자튀김을 먹었다.

하기는 몸을 움직인 다음 먹는 튀김 음식은 더더욱 몸에 스며드는 것 같은 느낌이 있기는 하지.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시원한 탄산음료로 입안에 남아있는 지방을 한 번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것으로 느끼함을 리셋함과 동시에 단짠의 밸런스를 맞춘다면 말 그대로 무한히도 먹을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이 세계의 환경에서 그것을 재현하는 것은 힘들겠지.

...나중에 여유가 된다면 탄산음료 제작 같은 것도 시도해볼까.

“후아! 감자튀김은 역시 모든 음식 중에 최고로 맛있네요!”

“꼭 그렇지도 않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 고생 많았다.”

“쿠르트 씨도 고생 많으셨어요! 특히 벌집을 판매하는 일은 쿠르트 씨가 거의 전담하다시피 했으니까요.”

“너한테 맡겼다간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마을에 도착했을 즈음에는 이른 점심이었던 것 같은데, 마수를 사냥하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 되었다.

마수를 사냥하는 것도 제법 시간이 걸리는 일이기는 했지만 사실 그 이상으로 번거로웠던 것은 무지개 군대 꿀벌의 벌집을 옮기는 것이었다.

벌 한 마리의 크기가 사람의 머리만 한 정도로 크다 보니 벌집 자체도 그에 비례해서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그나마 벌집이 생긴 지 얼마 안 되어서 둘이서 옮길 수 있는 크기였지 그 이상으로 커다랬다면 부피적인 문제 때문에 곤란했을 정도였다.

그렇게 옮겨온 벌집을 마을 사람들에게 적당한 가격에 팔아치웠다.

그 덕에 당분간 여행하는 데 불편함은 없을 정도의 돈을 벌었지.

원래 꿀이라는 것은 요리에 쓰이기도 하지만 자체적으로 항균성 작용을 하므로 치료제를 만드는 데도 사용된다.

거기에 더해서 벌집 또한 그 자체로 매우 높은 가치가 있었는데 벌집의 주된 구성성분은 밀랍이기 때문에, 양초를 만들거나 왁스를 만드는 등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이기 때문에 벌집과 꿀은 제법 가격이 높은 물건이었다.

하물며 일반 벌꿀도 아니고 마수에 의한 부산물이라면 일반적인 동물의 부산물보다 몇 배는 더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음은 당연지사.

그 안에서 나온 꿀의 일부는 팔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제법 많은 돈이 들어왔다.

대금을 받는 것과 동시에 식용유를 대량으로 구매해서 마을 여관의 주방을 빌리고 바로 감자튀김을 해 먹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쿠르트 씨. 저 아직 더 먹을 수 있는데 감자 몇 개만 더 튀기면 안 될까요!”

자신 앞으로 나온 감자튀김을 모두 먹어치운 마리는 마치 간식을 먹어치우고는 더 받기를 원하는 강아지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물론 식용유 값에 비한다면 감자의 값은 얼마 되지도 않는 수준.

안 그래도 목돈이 들어왔으니 오늘 하루 정도는 눈치를 보지 않고 감자튀김 따위 얼마든지 더 먹어도 좋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마리의 제안을 거절한다.

“서툴러.”

“그게 무슨…….”

“미식을 즐기는 방법이 너무 서툴러. 마리. 지난번에도 감자튀김만으로 식사를 끝냈는데 설마 오늘도 감자튀김만으로 식사를 끝낼 셈은 아니겠지?”

“그, 그러면 안 되나요? 맛있잖아요. 감자튀김.”

내 말에 마리는 불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더듬었다.

“아니. 지난번에는 노숙 중이었으니 어쩔 수 없이 식사의 메뉴가 한 가지만 되었어도 문제가 없었지. 하지만 오늘은 모처럼 마을에 들려서 여러 가지 음식 재료들을 살 수 있는데도 감자튀김에 얽매이다니. 아까워.”

“하지만 이 세상에 감자튀김보다 맛있는 요리 따위 있을 리가 없잖아요!”

“과연 그럴까?”

나는 마치 계약을 권유하는 악마처럼, 고된 하루 일과를 끝마친 노동자에게 맥주를 권하는 작업반장처럼 달콤한 목소리로 마리에게 속삭였다.

“그렇다면 설마 더 맛있는 다른 요리가 또 있다는 건가요?”

“더 맛있을지는 먹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튀기는 방식의 요리는 감자튀김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뭐……. 라고요!? 감자 이외에 다른 것도 튀기는 게 가능한 건가요!”

오히려 어째서 감자 이외에 다른 재료로는 튀기는 방식을 사용할 수 없을 거로 생각했는지 묻고 싶은데.

사실은 튀김 요리라고 한다면 고기를 구매해서 커틀릿을 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이 식객은 육류 요리를 일절 먹을 수가 없으니 완전 다른 음식으로 접근한다.

메인 메뉴가 될 수 없다면 반대로 디저트다.

나는 마리에게 유리병 하나를 꺼내 보였다.

“그, 그것은…!”

“크크큭. 그렇다. 바로 무지개 벌꿀이다.”

비눗방울을 자세히 본 적이 있는가?

비눗방울은 얼핏 본다면 아무런 색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게 된다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투명함 사이에서 형형색색으로 빛을 반사하는 비눗방울.

무지개 벌꿀의 색은 마치 그 비눗방울을 떠올리게 하는 색이었다.

마치 아무런 색이 없는 물엿 위에 오로라가 덮인 것만 같이 빛을 발하는 무지개 벌꿀에 마리는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보았다.

“오늘은 이것을 활용해서 요리할 것이다.”

“꿀꺽. 설마 꿀 튀김을…!”

“아니. 도넛이다.”

꿀 튀김은 뭔데.

나는 감자튀김을 하기 전에 미리 숙성시켜두었던 밀가루 반죽을 꺼냈다.

반죽의 구성은 밀가루와 소금, 설탕, 효모.

여기에 우유와 버터를 넣는다면 반죽이 훨씬 더 부드러워지고 풍미가 몇 배는 살아날 테지만 안타깝게도 마을이 작아서 유제품을 구할 수는 없었다.

애초에 우유와 버터 또한 축산가공품인 만큼 동물성 단백질이 함유되어 있어서 엘프인 마리가 먹을 수도 없었지만.

우선은 반죽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낸 뒤 다시 한번 가운데의 반죽을 따로 파내서 기름에 투하한다.

그렇게 반죽이 튀겨지는 동안 동시에 또 하나의 냄비에 무지개 벌꿀을 물과 함께 섞어 농도를 조절해가며 천천히 졸인다.

그 후 튀겨진 도넛을 꺼내서 기름을 한 번 털어내고 그 위에 무지개 벌꿀 소스를 덮어주듯이 뿌리면 완성.

무지개 벌꿀 도넛이다.

아니, 디저트라면 이렇게 부르는 것이 좀 더 느낌이 살겠다.

레인보우 허니 글레이즈드 도넛

.

.

.

마리는 완성된 도넛을 눈앞에 두고 아름다운 예술품을 구경하는 것처럼 잠시간 넋을 잃었다.

도넛 자체는 평범한.

아니, 오히려 제한된 재료로 만들었기 때문에 냉정히 말하자면 투박한 수준이었지만 그런 도넛의 단점을 문자 그대로 덮어버리는 것이 바로 무지개 벌꿀의 위력이었다.

무지개 벌꿀은 평범한 갈색빛의 도넛의 위에 빛이 반사되는 시점에 따라서 붉은색으로도 초록색으로도 보이는 신비로운 빛의 막이 되어 덮고 있었다.

그것만으로 투박했던 도넛의 모습은 순식간에 귀족들의 티파티에나 어울릴 법한 고급스러운 디저트로 탈바꿈한 것이었다.

이 정도면 백작급. 아니 공작급 티파티에도 내놓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티파티에 참여해본 적은 없지만 어쩐지 그런 느낌이 든다.

그것은 마치 누더기를 대충 기워입은 신데렐라에게 주어진 한 벌의 드레스와도 같았다.

무지개 벌꿀은 그야말로 마법사였다.

“와아……. 엄청 이뻐요. 이게 정말 요리인가요!”

“그래 먹어봐라.”

그렇게 말하며 나도 완성된 도넛을 하나 입으로 가져갔다.

처음 느껴지는 것은 압도될 것만 같은 농후한 단맛.

하지만 그 뒤에 느껴지는 것은 동시에 여러 가지 산뜻한 향기들.

사실 원래 글레이즈드 도넛은 꿀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설탕을 사용하는 게 정석.

기본적으로 밀가루를 튀긴 음식인 도넛에는 당도가 더 높고 맛이 진한 꿀보다는 깔끔한 단맛을 가지고 있는 설탕이 어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무지개 벌꿀의 맛을 본 순간 오히려 설탕보다 이것이 도넛에 어울린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 확신은 정확한 판단이었다.

일반적인 벌꿀 중에서도 어떤 꽃에서 수분을 해왔는가에 따라서 그 꿀의 맛이 변하는 종류의 꿀이 있다.

그리고 무지개 벌꿀은 수분한 식물의 종류에 따라서 향이 변하는 종류 중에서도 으뜸이라 부를만한 것이었다.

마수가 수분해온 온갖 종류의 식물들의 향기가 이 무지개 벌꿀이라는 식재 안에 하나로 농축되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향은 꿀의 맛을 더욱 진하고 무겁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볍게 만드는 쪽이었다.

입안에서 순차적으로 라벤더 혹은 재스민을 떠올리게 하는 부드러운 향기가 떠올랐다가 꿀이 아닌 과일을 떠올리게 만드는 향기로운 과당의 맛이 혀끝을 적신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박하와 같은 시원함이 튀긴 음식을 먹었음에도 입안을 산뜻하게 만들어 준다.

그것은 마치 보는 각도에 따라서 시시각각 색이 다르게 보이는 무지개 벌꿀과 같이 첫맛에서부터 끝 맛까지 시시각각 향이 변하는 무지개 같은 맛이었다.

일반적으로 하나에 음식에 너무 많은 향기를 욱여넣게 되면 십중팔구는 온갖 향이 뒤섞이며 조화가 무너지기 마련이었는데 무지개 벌꿀에서는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여러 개의 맛이 조화롭게 하모니를 이루며 서로 간의 시너지를 내고 있었다.

무지개 벌꿀이라는 것은 단순히 외형만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었나.

오히려 입안에 넣었을 때야말로 비로소 무지개였다.

거기에 먹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투박한 맛의 밀가루 도넛을 사용한 것은 오히려 신의 한 수였다.

만약 여기에 풍미를 깊게 하려고 버터나 우유를 넣었다면, 오히려 그 도넛에서 나는 향이 무지개 벌꿀에서 완벽히 조화를 이루고 있는 무지개 벌꿀의 맛을 무너트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무지개 벌꿀의 맛인가.”

과연 호사가들이 무지개 벌꿀을 두고 진미라 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나의 도넛을 먹고 그 여운에 빠져서 멍하니 있던 나는 문득 정신을 차리고 마리를 바라보았다.

이런, 넋 놓고 있다가는 마리가 혼자 다 먹을 수도 있는데…….

“...마리?”

도넛을 한 입 먹은 채로 말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제가 너무 한심해요.”

“뭐가 말이냐.”

밥을 먹는 도중에 갑자기 왜 자아비판을 하는데.

같이 먹는 사람 뻘쭘하게.

“저는 보수적인 엘프 마을의 분위기가 싫어서 뛰쳐나왔으면서 정작 여행에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먹게 된 튀김 요리인 감자튀김 하나만을 가지고 이 요리가 최고일 것이라며 다른 요리를 맛보려는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그것 제가 지금까지 그렇게 싫어했던 보수적인 마을의 엘프들과 다를 게 없었어요!”

“아, 그러냐.”

나는 비장하게 자신이 얻은 깨달음을 설명하는 마리를 무시하고 다음 도넛에 손을 뻗었다.

무지개 벌꿀의 맛이 산뜻해서 그런지 도넛인데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을 것 같네.

“아앗! 잠깐만요! 지금 중요한 말을 하는 중인데! 여기서는 우셔야 하는데! 그리고 저 아직 한 개도 다 못 먹었거든요! 혼자서 다 먹으면 반칙이에요!”

마리는 그렇게 손에 들고 있던 도넛을 허겁지겁 입에 욱여넣었다.

뭐래. 바보 같은 말을 한 사람이 잘못이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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