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3화
폭탄 조개 클램 차우더와 함께 먹는 바다 골렘 멘보샤
‘이, 이건 쿠르트 씨가 요리한 노력을 생각해서 특별히 먹어주는 것뿐이니까요!’
마리는 누구에게라고 할 것도 없이 저 스스로 그런 변명을 하며 멘보샤를 입안에 넣었다.
파삭
멘보샤를 처음 먹었을 때 느껴지는 것은 역시나 기름으로 튀겨진 음식에 어울리는 바삭함.
그것은 마리, 그녀 또한 익히 알고 있던 익숙한 맛이었다.
언제나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튀김 요리 특유의 크리스피 함.
‘이 정도라면…….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특별할 것도…….’
튀김옷에서 느껴지는 풍미조차도 맛있기는 하지만 딱 그 정도인 식빵을 튀겼을 뿐인 담백한 맛뿐이었으니까.
첫 식감을 맛본 마리는 그렇게 생각하며 서서히 되돌아오는 이성과 함께 딱 한 개만 먹고 역시 나머지는 클램 차우더로 배를 채우는 게 맞겠다고 생각하였다.
오히려 튀김이라는 말에 반사적으로 입안에 넣기는 했지만, 자신이 벌레 요리를 먹었다는 사실에 이걸 어떻게 계속 씹어야 하냐 고민을 하려 할 때쯤이었다.
폭신
‘...폭신? 어째서 튀김인데 폭신함이?’
하지만 그녀의 판단은 너무 빨랐다.
아직 멘보샤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으니까.
멘보샤의 바삭함은 프라이드 치킨의 바삭함과는 달랐다.
이를 가져다 대고 힘을 주면 표면은 저항감이 느껴지는 바스락함이 느껴지지만, 그 속으로 파고들면 그 안에 느껴지는 것은 분명히 빵의 폭신폭신함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폭신폭신.
하지만 명확하게 층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빵 사이에 스며든 기름에 의해서 흑과 백의 그라데이션이 나뉘듯 서서히 변해가는 신기한 식감.
분명히 바삭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입안에서 느껴지는 촉감은 부드러움.
자칫 잘못 조리를 했다면 식빵에 기름을 먹이는 조절에 실패해서 식용유에 절여진 식빵이 되거나, 지나치게 오래 튀기는 것으로 폭신폭신한 부분이 없이 모든 부분이 딱딱해질 수도 있었는데 그러한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식빵의 튀김 정도.
그것은 쿠르트가 그만큼 멘보샤를 감싸고 있는 식빵이 가장 최적의 상태로 튀겨지도록 심혈을 기울여서 튀겼기에 가능한 상태였다.
신기한 식감에 감탄하면서 입안에 들어온 음식물을 오물오물 씹다 보면 어느새 닿는 것은 그보다 싶은 층에 숨겨진 가재의 반죽.
상당히 반전 있는 매력적인 식감을 가졌지만, 맛 자체는 아무런 반전이 없는 평범한 맛있음에 실망감을 느낄 무렵에 입안에서 퍼지는 바닷가재의 향기.
바삭함과도 폭신함과도 다른 탱글탱글함이 혀 위에 닿았다 싶으면 곧 탄성을 가지고 튕겨 오른다.
살을 다지는 과정에 굳이 식칼을 사용해서 철저하게 잘게 다진 것이 아니라 다지기용 망치를 사용해서 듬성듬성하게 다진 것으로 인해서 군데군데 완전히 다져지지 않고 남아있는 식감의 탱글탱글함이었다.
그 탱글탱글한, 스스로 탄성을 가지고 혀 위에서 도망치는 것 같은 바닷가재의 살을 혀를 굴려서 붙잡아 이를 사용해서 씹는다.
그리고 그 순간, 멘보샤의 겉 식빵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숨겨져 있었던 진정한 멘보샤의 면모가 모습을 드러낸다.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입안을 가득 채우는 바다의 향기.
해산물 특유의 향이 깊은 짭조름함이 입안을 가득 채우며 동시에 단맛과 신맛이 터지는 것처럼 뒤이어 존재감을 나타낸다.
신맛은 쿠르트가 요리를 하면서 마수의 독을 해독하기 위해서 넣었던 포식수의 과즙.
그 포식수의 과즙이 단순히 독을 해독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회를 먹을 때 그 위에 한두 방울씩 뿌리는 레몬즙처럼 침샘을 자극하는, 음식을 먹고 있음에도 더 많은 음식을 갈구하게 만드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단독으로라면 느끼함 때문에 한 번에 많이 먹을 수 없다는 튀김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그리고 설탕을 넣지 않았음에도 아련하게 입안에서 퍼져오는 단맛은 향신료에 의한 것이 아닌 바로 바닷가재 특유의 자연산 단맛.
단지 설탕을 사용해서 맛을 낸 단맛과는 달리 바닷가재가 품고 있던 특유의 육향이라 할 수 있는 풍미가 섞이는 것으로 단순한 조미료로 만들어내는 정제된 단맛, 그 이상의 고급스러운 풍미를 더한다.
이것이 굳이 사람들이 바닷가재를 찾는 이유라 할 수 있었다.
바나나의 향은 바나나에서만 느낄 수 있고, 민트의 상쾌함은 민트에서만 얻을 수 있듯이 이 바닷가재 특유의 단맛은 바닷가재에게서만 맛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입안에 넣은 멘보샤를 계속해서 씹고 있으면 곧 튀김의 바삭함과 고소함, 식빵의 담백함, 바닷가재 특유의 은은한 단맛, 포식수의 과즙을 넣어서 입맛을 돋우는 시트러스 계열의 산뜻한 산미까지.
단지, 새우나 가재의 살을 식빵을 사용해서 덮은 뒤 기름에 넣고 튀긴다는 극도로 단순한 조리법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맛의 조화가 입안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었다.
.
.
.
“마, 마리시아 양?”
카리나는 불안한 눈으로 마리를 바라보았다.
처음 멘보샤가 나오자마자 주방에서 요리하는 쿠르트를 보면서 끊임없이 궁시렁거리던 마리는, 그 요리에서 풍겨오는 향기를 맡은 것과 동시에 눈의 초점이 사라지고는 무덤에서 갓 일어선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며 멘보샤를 손으로 집은 것이다.
그것을 본 그녀가 마리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그녀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그 요리를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그 모습을 본 카리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마리가 멘보샤를 씹는 것을 두고 볼 수밖에 없었고, 마침내 그녀가 입안에 들어있는 음식물을 모두 씹어 넘긴 뒤에야 숨 막힐 것 같은 침묵에서 벗어나 말을 걸 수가 있었다.
“괜찮으신가요? 마리시아 양.”
“...나……. 더…….”
“마리시아 양?”
“딱 하나만 더 먹어 드릴게요! 쿠르트 씨의 노력을 생각해서요!”
그렇게 말한 마리는 튀김의 냄새에 홀려서 무의식적으로 손을 움직이는 것이 아닌, 명백하게 자신의 의지로 손을 움직여서 멘보샤를 집었다.
그리고는 망설이지 않고 두 번째 멘보샤를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파삭
“마, 말도 안 돼…!”
카리나는 그런 마리의 모습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과 같이, 아니, 어떤 면에서는 자신 이상으로 바다 골렘의 요리가 먹기 싫다고 생떼를 쓰던 마리가 아니었나.
하지만 지금의 마리의 모습은 이미 자신의 입에 들어가는 게 벌레라는 것도 잊은 듯, 오히려 벌레라면 어떠냐는 듯한 표정으로 멘보샤를 우물우물하고 씹을 뿐이었다.
비록 말로는 어쩔 수 없이 먹어준다고 말했지만, 이미 그녀의 표정은 카리나가 보았을 때나 쿠르트가 보았을 때나 이미 완전히 넘어간 뒤라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까.
“도대체 이 멘보샤라는 음식이 얼마나 맛있기에…….”
꿀꺽
지금까지 벌레를 사용해서 만든 요리라는 인식 탓에 도저히 먹을만한 기분이 들지 않았지만, 그 멘보샤에서 올라오는 튀긴 음식 특유의 기름진 향기가, 그리고 옆에서 너무나 맛있게 눈을 반짝이며 멘보샤를 오물오물 씹어대는 마리의 모습이 점점 그녀의 마음을 흔들리게 하였다.
‘그러고 보면 생긴 것 자체도 그냥 식빵을 정사각형으로 잘라서 튀긴 것뿐이지 않은가.’
그리고 그것에는 겉모습만으로는 바다 골렘의 흉측한 모습이 연상되지 않는 멘보샤의 평범한 외형 또한 한몫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처음부터 쿠르트는 그것을 노리고 멘보샤를 만들기로 한 것이었으니.
그렇게 흔들리는 마음속에서 그녀는 결국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나도 쿠르트 씨의 정성을 생각해서 딱 한 개만 먹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쿠르트에게 하기 위한 말보다는 자신에게 들려주기 위한 변명을 내뱉은 카리나는 조심스럽게 멘보샤 하나를 집었다.
그 모습은 마치 조금 전의 마리와 똑같은 모양새였으나 카리나는 그것을 인식하지도 못한 채로 멘보샤를 입에 넣었다.
파삭
.
.
.
오물오물
마리와 카리나는 마치 데칼코마니라도 한 것처럼 정신없이 멘보샤를 오물오물 씹었다.
당연히 한 개만 더 먹겠다느니, 딱 한 개만 먹겠다는 소리는 진작에 어긋난 지 오래였고 접시에 담긴 멘보샤는 빠른 속도로 사라져만 갔다.
때로는 멘보샤를 한입에 집어넣기도 했으며, 같이 서비스로 나온 클램 차우더의 국물에 찍어 먹거나, 나중에는 아예 멘보샤를 작은 크기로 잘라내서 클램 차우더에 국물이 스며들도록 푸욱 담근 뒤 스푼으로 클램 차우더의 건더기와 함께 건져서 먹기까지 했다.
포식수의 과즙으로 산미를 더했다고 해도 튀김은 튀김.
그것만으로 배를 채우려 해서는 속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는 데, 그럴 때 자체적으로 개운한 매운 맛을 가진 폭탄 조개 클램 차우더를 곁들이면 그 느끼함이 내려가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그렇게 먹는 방법이 맛있다는 것은 어떻게 안 것인지,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방식으로 멘보샤를 만끽하는 것이었다.
이 모습을 보고 누가 멘보샤가 먹기 싫다고 떼를 썼다고 생각하겠냐고.
막상 먹이고 나면 군말 없이 잘 먹을 거라 생각하기는 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맛있게 먹네.
이대로 가다간 내 몫의 멘보샤까지 다 먹어버릴 것 같으니 나도 먹는 것에 집중해야겠다.
“야! 그건 내 몫의 멘보샤야!”
“치사해요! 쿠르트 씨는 얼마든지 사냥하실 수 있잖아요!”
“치사하기는, 안 먹는다고 며칠 동안 노래를 불러놓고 맛있다는 걸 알자마자 태세를 전환해서 남의 것을 넘보는 네가 더 치사하지!”
“그러면, 딱 한 개만 더 주세요!”
“그게 어째서 그러면 이라는 부사가 붙는 건데! 크루통이나 먹어!”
“쿠르트 씨! 제가 잘못했으니까요!”
그렇게 우리 셋은 언제 먹기 싫다고 떼를 썼냐는 듯, 왁자지껄하게 식사를 이어나갔다.
썩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제 슬슬 저녁을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맛있는 저녁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