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화
삼족계의 노른자를 사용한 커스터드 크림 샌드위치
황금빛을 가진 크림의 매끈한 표면은 주방에서 비치는 불빛에 반사되어 눈부시게 반짝거렸다.
또 그 향기는 어떠한가.
우유와 버터를 아낌없이 집어넣어서 농후한 달콤한 향기가 후각을 자극한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 안에 쏟아부은 설탕이 얼마인데 당연히 달콤할 수밖에.
이 영롱한 커스터드 크림의 자태.
솔직히 말해서 이 이상의 조리가 필요 없이 그저 스푼으로 퍼먹어도 충분하겠지.
하지만 여기서는 구태여서 후르츠 커스터드 샌드위치로 간다.
후르츠라고 해도 다양한 과일을 넣는 것은 아니다.
그저 아까 멘보샤를 만들 때 사용했던 포식수의 과실.
그것을 사용한다.
포식수의 과실은 그 과즙이 마수의 고기 안에 남아있는 변이된 마나를 녹여버리는 효과가 있지만 단지 그것을 떠나더라도 과일 자체가 감귤 계열의 산뜻한 풍미를 가지고 있기에 일반적인 식재료로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만 그 가격이 보통의 과일에 몇백 배는 할 뿐.
오늘 내가 멘보샤를 만드는데 사용한 포식수의 과실은 반 개 분량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 바다 골렘의 집게발의 껍질과 비슷한 수준의 값을 했으니까.
그러니 기껏 구매한 포식수의 과실을 아낌없이 사용하는 게 옳겠지.
우선은 포식수의 과실을 껍질을 벗긴 뒤 한입에 먹기 좋게 자른다.
그리고 잘라낸 껍질은 칼을 사용해서 가루를 내듯이 갈아준다.
껍질을 갈아버릴 때는 강판을 쓰는 게 최고지만, 강판이 없으니 결국 몸으로 때운다.
가능하면 모든 요리 도구를 챙겨오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여행길에 모든 요리 도구를 가지고 올 수는 없었던 탓이다.
그렇게 갈아버린 포식수의 껍질에는 단맛도 신맛도 없지만 대신 감귤 계열의 과일 특유의 향이 물씬 풍기기에 크림 같은 데에 섞거나 올려두면 향이 깊어진다.
그 뒤에 멘보샤를 만들고 남은 빵을 잘라내서 멘보샤를 만들 때와 같은 크기로 만든다.
그 위에 커스터드 크림을 위에 얹는다는 느낌으로 넉넉하게 올려 준다.
식사 대용으로 먹는 과일 잼 샌드위치라면 얇게 펴 발라주는 게 어울리지만, 이 경우에는 디저트로 먹는 것이니까 몽실몽실한 느낌이 들 수 있게 볼륨감을 살려서 얹어 준다.
그 뒤, 커스터드 크림이 올려진 식빵 위에 절반은 포식수의 껍질을 토핑으로 뿌려주고 절반은 그냥 커스터드 크림만으로 한다.
크림에서 감귤 계열의 향이 나는 것도, 아니면 과일 향이 나는 것 없이 순수하게 커스터드 크림 맛을 즐기는 것도 둘 다 그 나름의 맛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 뒤 껍질을 토핑으로 올렸던 샌드위치에는 잘라두었던 포식수의 과실을 올려주고 위에 다시 커스터드 크림을 올려서 과일을 묻은 뒤, 식빵으로 덮는다.
그리고 껍질을 토핑으로 뿌리지 않았던 쪽에는 커스터드 크림을 좀 더 넉넉히 올려주고 식빵으로 덮는다.
그리고 남은 식빵의 귀퉁이는 이번에는 굳이 따로 조리할 것 없이 그대로 남은 커스터드 크림과 그릇에 담은 뒤, 커스터드 크림에 따로 찍어 먹게 두면 끝.
오늘의 디저트 메뉴
삼족계와 포식수의 과실을 사용한 후르츠 커스터드 샌드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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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에도 여관 주인에게 후르츠 커스터드 샌드위치를 몇 개 나눠준 뒤, 그릇을 들고 테이블로 돌아왔다.
“이건 멘보샤가 아닌데…….”
“무, 물론 멘보샤가 아니라고 해도 감사히 먹…….”
그렇게 실망한 표정으로 말하던 두 사람은 곧 샌드위치에서 나오는 향긋한 단내에 말을 멈추었다.
그 눈은 도대체 또 무슨 음식을 만들어버린 것이냐. 라고 탓하는 것 같기도 한 설레임과 두려움에 떨리는 눈길.
“역시 식후에는 그냥 음식보다는 단 음식으로 마무리를 하는 게 어울리지.”
“다, 단 음식이라고…!?”
“무지개 벌꿀 도넛 같은 건가요!?”
“무지개 벌꿀 도넛이라니!? 그건 또 뭡니까! 저는 처음 들어보는 음식인데!”
단 음식이라는 말에 마리는 곧바로 예전에 먹었던 도넛이 생각나는지 자신의 입에 흐르려던 침을 닦고는 외쳤고, 그 말에 카리나는 처음 듣지만, 왠지 맛있어 보이는 이름에 놀라서 마리에게 물었다.
무지개 벌꿀 도넛인가.
무지개 벌꿀 도넛은 전생의 한국의 음식이었던 꿀빵에 약간의 어레인지를 가한 버전이라 할 수 있었지.
그때 먹은 꿀 도넛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사실 꿀 도넛 자체는 전생의 한국이 개발도상국이던 시절 개발된 음식으로 엄밀히 말해서 디저트로서의 완성도가 높다고는 할 수 없었다.
거기에 심지어 그때 만든 물건에는 꿀 도넛에 깨나 견과류가 뿌려진 것도 아니었으니 하위호환 수준.
솔직히 말해서 음식의 낮은 완성도를 무지개 벌꿀의 퍼포먼스로 덮어버렸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후르츠 샌드는 다르다.
물론 전생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는 이 음식도 만족스럽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기본은 갖추었다 자신할 수 있었지.
나는 벌써 후르츠 샌드를 앞에 두고 기대감을 키우는 두 사람에게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것보다는 조금 더 고급스러운 단맛이 나겠지. 무지개 벌꿀 도넛 때에는 재료가 얼마 없어서 그럴싸한 것은 못 만들었으니까.”
“그때 먹었던 무지개 벌꿀 도넛이……. 그럴싸한 게 아니라고요?”
“그러니까 무지개 벌꿀 도넛이 도대체 뭐인 겁니까?”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 두 사람에게 나는 후르츠 샌드가 올려져 있는 그릇을 밀어주었다.
그리고 가까이 간 만큼 더욱 진해진 커스터드 크림의 농후한 향기와 포식수의 과실이 뿜어내는 신맛.
어느 쪽이든 침을 유발하게 만드는 그 아찔한 향기에 두 사람은 말을 멈추고 접시 위에 올려진 샌드위치를 바라보았다.
“....”
“....”
“일단 먹어봐.”
그렇게 말한 나는 그릇 위에 놓인 후르츠 샌드를 하나 집어서 입안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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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트가 커스터드 샌드위치를 삼키고 이내 마리 또한 설레는 눈으로 커스터드 샌드위치를 집는 것을 본 카리나는 떨리는 눈으로 커스터드 샌드위치를 집었다.
꿀꺽
사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카리나는 단 것을 매우 좋아했다.
애초에 이 세상에 단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그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모험가 길드에서 그녀의 평판은 북방에서 내려온 강인한 바바리안 여전사라는 인식이었다.
그런 사람들의 눈길 속에서 의외로 보기보다 다른 사람의 평판을 신경 쓰는 성격인 그녀는 마음 놓고 달콤한 음식을 먹으러 다니기가 어색해서 마음껏 단 음식을 즐기지 못했다.
아니, 다른 사람의 시선 이전에도 문제는 있었다.
그것은 이 세계에서 단맛이 나는 음식이란 굉장히 비싼 음식이었다는 것.
은 등급의 모험가인 그녀라 하더라도 간식으로 가볍게 먹어치울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그녀가 평소에 먹는 유일한 단맛은 과일에서 나오는 과일 향을 품은 싱그러운 단맛이었다.
그리고 가끔 벌이가 좋은 날에는 벌꿀을 사서 거기에 빵을 찍어 먹거나, 과일을 꿀에 절인 음식을 사 먹는 정도.
애초에 요리를 하지 못하는 카리나에게는 달콤한 음식은 그것이 전부였다.
달콤한 음식을 전문적으로 하는 귀족들이나 부유한 상인들이 입장하는 고급 식당은 재정적인 이유로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쓴다는 한심한 이유로도 도저히 갈만한 배짱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리나는 고급 식당에 갈 것 없이 그것만으로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행복하게 먹었다.
가끔 기분이 좋을 때면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던 꿀단지의 뚜껑을 열어서 꿀을 한 스푼 퍼서 맛보는 것만으로도 몇 시간은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카리나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들고 있는 커스터드 샌드위치에서 풍겨오는 은은한 동시에 농후함이 느껴지는 달콤한 향기는 지금까지 그녀가 즐겨왔던 달콤함이 모두 어린애들의 장난이었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입에 넣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아찔할 정도의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꿀꺽
입에서는 어느새 침이 샘솟는 게 멈추지 않아서 벌써 몇 번째인지도 모르는 마른침을 삼킨다.
그렇게 카리나는 떨리는 눈으로 커스터드 샌드위치를 입에 넣었고
곧, 신세계를 맛보게 되었다.
처음으로 느껴지는 것은 몇 번이나 맛보았던 식빵의 부드러움.
순수하게 밀가루만을 사용했기에 호밀빵 같은 깊은 풍미는 없지만 반대로 호밀빵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부드러움이 입안에서 느껴졌다.
거기에 안 그래도 자체적인 풍미가 적은 식빵인데 여기에 귀퉁이를 굳이 제거하는 것으로 더더욱 풍미가 적게 느껴진다.
하지만 대신해서 얻은 것은 압도적인 폭신폭신함.
마치 구름을 씹는다면 이런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폭신폭신함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을 불과 1초도 지나지 않아서 깨지게 된다.
그녀의 입안에서 진짜 ‘구름’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몽실
폭신함을 넘어선 몽실함.
빵처럼 고체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수프처럼 액체라고 하기에도 그것과는 다른, 낯설지만 황홀한 커스터드 크림의 풍미.
그것이 그녀의 입안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빵을 씹는 순간 그 빵의 사이에서 쭈욱 짜진 물감이 퍼져나가는 것처럼 커스터드 크림이 빵의 사이로, 그리고 이빨의 사이로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우유, 그리고 버터에서 비롯된 풍부한 유제품의 지방이 그녀의 입안에 달라붙으며 향기를 강제로 주입하는 것만 같았다.
그제야 카리나는 크림을 감싼 흰 식빵이 단순히 식감만을 살리기 위해서 사용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밀가루만을 사용한 식빵은 호밀빵에 비해서 풍미가 압도적으로 부족하다.
하지만, 이 커스터드 샌드위치는 식빵의 풍기가 없기에 도리어 커스터드 크림의 풍미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었다.
호밀빵으로 만들어서는 호밀의 풍미가 커스터드 크림의 풍미와 상충하기에 오롯이 커스터드 크림의 깊고 진한 향을 즐길 수 없다.
하지만 밀가루만을 사용해서 만든 이 식빵이라면.
식빵의 귀퉁이를 잘라낸 것은 혹시라도 식빵에서 향이 가장 깊은 부분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을 제거해서 철저하게 식빵의 향을 커스터드 크림의 보조에만 머무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 커스터드 크림이 주장하는 것은 단지 우유의 깊은 맛뿐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종류의 단맛이었다.
잘 익은 제철 과일을 베어 물었을 때 느껴지는 향긋하고 싱그러운 과당의 단맛과도 다르고, 비싸서 자주 즐길 수는 없지만 한 스푼 퍼올렸을 때 입안에서 폭력적으로 자신의 진한 단맛을 주장하는 벌꿀의 단맛과도 달랐다.
크림이기에 비로소 낼 수 있는 부드러운 단맛.
자연이 만들어낸 단맛이 아닌 인간종의 역사와 기술로 만들어낸 지혜의 결정체.
커스터드 크림의 단맛이 입안에서 몽실거리며 퍼져나가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끼는 부드러운 단맛이 몽실몽실한 크림의 식감과 어우러져 그녀의 혀와 뇌를 녹이는 것만 같았다.
“아……. 헤헤…….”
카리나는 자신의 얼굴 근육이 봄 품 없이 풀어져서 헤실헤실한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입안에 들어온 커스터드 샌드위치의 맛을 음미했다.
“에헤헤…….”
황홀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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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어요! 너무 맛있어요! 엄청 맛있어요!”
“에헤헤……. 이렇게 맛있는 단 음식을 정말 처음 먹어 봅니다.”
커스터드 샌드위치를 먹은 마리는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는데, 어휘력이 그녀가 느낀 감탄을 따라와 주지 못하는 것 같아서 좀 안타까웠다.
카리나 또한 평소 내가 해준 음식들을 먹을 때도 반쯤은 얼굴 근육이 풀어져 있었지만, 이번에는 반쯤이라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얼굴 근육이 풀려서는 마리처럼 헤실헤실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쪽도 좀 안타까워 보이네.
“아앗! 이쪽 샌드위치 안에는 과일이 들어있어요!”
“마리시아 양! 그게 사실입니까!?”
커스터드 샌드위치를 먹고서 감탄사를 표하던 두 사람은 곧 다른 샌드위치에는 맛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는 다시 나를 잊은 것처럼 샌드위치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이거 반응이 멘보샤보다 좋은 것 같은데.
역시 단 것은 이길 수가 없나.
그래도 멘보샤 열심히 만들었는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참 성공
이정도면 두리안바구니에서 산딸기바구니까지는 가능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