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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리저드맨은 햄버거가 먹고 싶다-38화 (39/78)

제 38화

과일나무 뿔 순록의 훈연 바비큐

그렇게 한참을 산길을 오르던 두 사람은 곧 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앞서 나가면서 길을 살피던 쿠르트가 손을 들어 세레나를 제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쿠르트의 제지를 한발 늦게 확인한 세레나는 쿠르트와 부딪히고는 엉덩방아를 찧었다.

“꺄앗! 아야야……. 갑자기 뭐야.”

“쉿. 토벌 대상에 접근했다. 슬슬 전투준비를 해라.”

“뭐?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그러나 세레나가 아무리 주위를 확인해봐도 보이는 것은 없었다.

“잘못 본 거…….”

그에 세레나가 쿠르트에게 의심스러운 시선을 보내려 하는 찰나 멀리서 나무들의 틈 사이에서 그것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위치는 쿠르트와 세레나가 서 있는 자리로부터 몇십 미터는 떨어진 위치였다.

하물며 방금 전까지 나무에 가려서 쿠르트가 반응한 것보다 몇 박자나 늦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 사실에 세레나는 놀라며 쿠르트에게 어떻게 알아챘느냐고 물었어야 했지만…….

정작 그것을 바라본 세레나는 쿠르트에게 질문하는 것도 잊고 멍하니 그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저게 과일나무 뿔 순록이라고?”

“오히려 저 녀석 말고 다른 놈이 하나 더 있다고 하면 그게 더 놀라울 것 같은데.”

꿀꺽

세레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그 마수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알던 과일나무 뿔 순록과는 그 크기부터가 다른 생물체.

마치 원근감을 무시하는 것만 같은 그 거대한 크기는 4m는 족히 되어 보였고, 그 목 주변은 마치 갈기처럼 길고 지저분 회색의 털로 뒤덮여 있었다.

하지만 가장 그녀가 시선을 떼지 못했던 것은 그 눈이었다.

마치 현자라 불리는 존재를 마주하고 있는 것만 같은 깊고 푸른 눈.

그 눈 안에 담겨있는 것은 단순한 마수를 초월한 세상의 진리를 엿보기라도 한 것 같은 깊은 지혜가 담겨있었다.

저걸 단순한 순록이라고 할 수 있을까.

멍하니 그 순록을 바라보던 세레나는 곧 커다란 사실을 한가지 깨달았다.

“...눈이 마주쳤어!”

“놈이 우리를 인식했다!”

자신이 평소 알던 순록과는 완전히 다른 그 마수의 거대한 존재감에 한순간 압도되었던 세레나였지만, 허술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숙련된 모험가였던 그녀는 곧바로 행동을 개시했다.

“큰 거 날릴 테니 나를 엄호해!”

그녀는 지금껏 산에 오르면서 입술만 적시는 정도로 홀짝이던 증류주를 크게 한 모금 마신 뒤 정신을 집중하였다.

곧 그녀를 중심으로 마나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뭐?”

그 현상에는 나름 사냥꾼으로 잔뼈가 굵은 쿠르트마저도 당황하며 뒤를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뒤를 돌아본 그녀의 모습은 마나에 연계되어 요동치는 대기로 인해서 바람에 둘러싸여 웨이브 진 붉은 머리칼이 저 스스로 흩날리고 있었다.

곧 캐스팅이 끝나고 그녀의 머리 위에 반투명한 푸른색의 마나로 이루어진 화살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마나의 화살을 본 쿠르트는 그제야 세레나의 직업을 깨달았다.

“...너 마법사였냐?”

쿠르트의 얼빠진 목소리에 원하던 반응을 얻었다는 듯 세레나는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 봐둬. 이것이 마법사의 싸움이니까. 격발하라! 파쇄 화살!”

그리고 그녀의 손짓에 따라, 그녀의 머리 위에 시위가 겨누어진 화살처럼 대기하고 있던 마나의 화살이 바람을 찢는 소리를 내며 그 각성종의 마수에게 쏘아졌다.

.

.

.

‘흐흥~. 반응 좋은데. 좋아. 더 놀라라고. 이 마법의 힘에!’

쿠르트가 진심으로 놀라는 것을 본 세레나는 속으로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순록 마수를 향해서 화살을 쏘았다.

그 시점에서 세레나는 자신의 마법이 그 마수의 몸통을 꿰뚫을 것을 의심치 않았다.

물론 진짜 꿰뚫어버렸다가는 고기의 품질이 급격하게 떨어져서 쿠르트가 노발대발하며 화를 내겠지만 세레나는 그런 것은 알지 못했으니 이 시점에서 그녀는 최대한 순록을 파괴적인 모습으로 쓰러트려서 자신의 위용을 과시할 생각이었다.

애초에 각성종이라고는 해도, 기껏해야 과일나무 뿔 순록이다.

그 마수의 토벌 등급은 쿠르트의 등급인 동보다도 한 단계 낮은 철 등급밖에 되지 않는 풀이나 작은 쥐 같은 생물을 먹는 잡식성 마수.

자신의 마법에 제대로 된 반응도 하지 못하고 일격에 죽어버릴 거로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자신만만함에 그녀는 잊고 있었다.

어째서 이 의뢰의 참가 조건이 은 등급이었는지.

각성종의 마수는 원종에 비해서 토벌 등급 못해도 한 단계는 오른다.

여기서 못해도 한 단계라는 것은 최소치가 한 단계일 뿐 그 이상으로 토벌 등급이 오르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레네가 쏘아낸 마법이 그 각성종에게 거의 근접했을 때

이변이 일어났다.

그 각성종의 마수는 제 자리에 서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마수의 주변의 덩굴과 나뭇가지들이 제멋대로 자라나기 시작하더니 스스로 방패가 되어서 그녀의 마법을 가로막은 것이었다.

“뭐, 뭐야? 저건!?”

하지만 그것으로 놀라기에는 이르다고 할 수 있었다.

그다음에 일어난 것은 더더욱 그녀로서 믿기 힘든 것이었으니.

그 각성종의 마수는 세레나의 마법을 막아버리며 파괴된 덩굴 사이로 느긋한 걸음걸이로 걸어나 왔다.

그리고 그 걸음걸이에 맞추어서 그 마수의 주변에서 꽃이든 나무든 가리지 않고 마치 시간을 몇백 배는 가속한 것처럼 엄청난 속도로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단지 한 마리의 마수가 아니라 마치 숲과 생명을 지배하는 하나의 산신(山神)처럼 보였다.

그렇게 그 마수가 쿠르트와 세레나의 근처에까지 다가왔을 때는 마치 왕이 수많은 신하와 귀족들에게 둘러싸인 것처럼 그 마수는 자신의 주변에서 자라난 식물들에게 둘러싸여서 세레나를 조용히 응시하였다.

스스로 주변의 식물들을 성장시키는 능력이라니.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그 마수의 능력의 세레나는 이어서 추가적인 마법을 시전하는 것도 잊은 채로 멍하니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까닥

그리고 기품 어린 귀족이 그러하듯 작게 고개를 까닥이는 것으로 마수의 곁에서 자라난 식물들이 달려들었다.

“뭐, 뭐……. 꺄악!”

촤악!

촥!

촤악!

식물이 자라는 것까지는 백번 양보해서 이해할 수 있었지만, 설마 그렇게 자라난 식물이 마치 동물처럼 달려들다니.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그 공격에 세레나는 뒤늦게 비명을 내질렀지만, 이미 그 마수가 걸어올 때부터 예의주시하고 있었던 쿠르트는 식물이 달려드는 것에 반응하여 가지고 있던 사냥용 나이프로 그 나뭇가지와 줄기를 모두 베어버렸다.

“고, 고마워…….”

“방심하지 마라. 과일나무 뿔 순록 주제에 토벌 등급이 은인 것을 봤을 때부터 예상했지만 여간 성가신 녀석이 아니다.”

그 말에 세레나는 지금까지와 달리 긴장된 표정으로 눈앞의 마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세레나는 각성종의 또 다른 명칭을 기억해냈다.

각성종

다른 이름은 네임드.

종족 자체가 변이되어서 선천적으로 그런 ‘종족’이기에 그렇게 태어나는 일반적인 마수와는 달리 각성종이라는 것은 이름 그대로 마수들이 어떠한 요인에 의하여 후천적으로 변이를 일으킨 마수를 의미한다.

그렇기에 그 마수들이 일으키는 변이는 모두 어떠한 요인으로 인해서 변이가 이루어졌는가에 따라서 다르게 일어난다.

이를테면 바실리스크의 각성종이 존재한다고 치자.

어떤 바실리스크는 자신의 시야의 사각을 보완하기 위해서 머리가 두 개인 바실리스크로 각성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바실리스크는 반대로 자신의 강점인 마안을 더더욱 강화하여서 석화의 마안 이외에도 눈을 마주친 것만으로 대상의 정신을 지배하는 세뇌의 마안이나, 시야에 들어온 것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즉시 폭발시켜 버리는 파괴의 마안을 각성할 수도 있다.

그렇게 각성종이 각성을 하며 얻는 능력은 개체마다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어떤 식의 각성을 이루었느냐에 따라서 마수의 위험도 또한 다르게 증가한다.

각성종은 일반종에 비해서 최소 한 단계 이상은 높은 토벌 등급으로 취급된다.

그 안에 숨겨진 뜻은 어떤 종족의 마수가 각성하면 더 위험하고 어떤 종족의 마수는 비교적 덜 위험하다는 것이 아니다.

같은 종의 마수라 하더라도 그 마수가 각성한 종류에 따라서는 두 등급 혹은 그 이상으로 위험도가 치솟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눈앞의 이 마수는 원종에 비해서 토벌 등급이 두 단계나 상승하는 파격적인 판정을 받은 괴물이었다.

“가지고 있는 능력은 주변의 식물들의 급속 성장과……. 마수화로군.”

“뭐? 마수화라고?”

쿠르트의 말에 세레나는 자신을 향해서 달려들었던 식물들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이미 쿠르트의 공격 때문에 베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머리가 잘려도 인식하지 못하고 꿈틀거리는 뱀처럼 징그럽게 꿈틀거리는 덩굴의 모습은 확실히 일반적인 식물의 모습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그럼 지금 저 녀석이 마수를 탄생시키는 마수라 이거야!?”

“그렇다.”

그 말에 세레나는 자신의 입술을 짓씹었다.

맛있는 요리를 해줄 수 있는 리저드맨을 구하겠다는 생각에 앞서서 숙련된 모험가답지 않은 판단을 내려버린 자신의 실수를 원망하며.

‘그렇다면 이 토벌은 어려워……. 심지어 동 등급의 모험가를 데리고서 토벌을 하라니…….’

하지만 처음부터 꾀어낼 생각으로 자격도 없는 동 등급의 모험가를 이끌고 위험한 임무로 데리고 온 것은 자신이었다.

결국, 자신의 실수에서 벌어진 참사였으니 이에 대한 수습도 자신이 해야 할 일.

아무리 어렵다고 하더라도 포기하고 도망칠 수는 없었다.

자신이 맡은 임무에 대해서는 아무리 어려워도 최선을 다한다.

그것이 모험가로서의 의무였고, 한 번 정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그녀의 성질이기도 했다.

그리고 모처럼 자신의 요리를 해줄 리저드맨을 놓칠 수는 없었으니.

‘그래.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

“쿠르트! 다음 마법 준비할 테니까 엄호해! 녀석을 쓰러트린다!”

세레나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다시 한번 캐스팅을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늦었어?

오빠는 맨날 그래.

왜 맨날 자꾸 늦어?

미안해?

뭐가 미안한데?

말을 해봐.

미안한테 왜 그랬어.

응? 미안할꺼면 왜 그랬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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