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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리저드맨은 햄버거가 먹고 싶다-39화 (40/78)

제 39화

과일나무 뿔 순록의 훈연 바비큐

뒤늦게 경계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전투에 임한 세레나.

과연 초반에 방심했던 모습은 제 실력이 아니었는지, 진지한 세레나의 실력은 단순히 등 뒤에서 지원을 받으며 마법만 발사하는 마법발사대는 아니었다.

그녀는 쿠르트보다 뒤에 있으므로 볼 수 있는, 그의 사각에서 찔러 들어오는 넝쿨들의 위치를 정확하게 일러주며, 그가 행동해야 할 방향을 지시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토벌 등급 은의 마수를 상대로 제법 분전하는 듯 보였다.

촤악!

“에잇! 방해야!”

“오른쪽 뒤에서 독가시 넝쿨의 공격! 피해! 그리고 왼쪽 대각선에 마수가 없으니까 전진해!”

“격발! 파쇄 화살!”

자신에게 기습적으로 덤벼드는 넝쿨들을 제거하고, 사각에서 공격하는 넝쿨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주고 사지와 생지를 구분해서 명령을 지시하고, 이어서 각성종의 빈틈을 노려서 마법을 발사하는 세레나.

그것은 과연 은 등급의 모험가라 할만한 저력이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터지기만 기다리는 시한폭탄이 숨겨져 있었다.

그것은 모든 자원은 유한하다는 것.

모험가에게도 그것은 다르지 않아 체력도 집중력도 모두 사용할수록 소모되는 소모품.

하지만 그중에서 무엇보다도 빠르게 고갈되는 것은 마나였다.

마법을 한 번 사용할 때마다 그 차이가 눈에 보일 정도로 명확하게 소모되는 마나.

어느덧 육체적인 활동은 쿠르트의 절반도 하지 않았음에도 숨이 가빠지고 머리는 어지러워진다.

그녀는 완드를 쥐고 있는 손조차도 떨려오고 있건만, 몇 번의 빈틈을 노려서 발사한 마법들은 모두 각성종이 생성해낸 식물형 마수에 의해서 막혀버릴 뿐.

이대로라면 무의미한 소모전만을 계속할 뿐이고, 그 소모전에 끝에 먼저 소모되는 것은 자신의 마나일 것이다.

뿌득

그 좋지 않은 미래의 예상도에 완드를 쥔 세레나의 손에 무심코 힘이 들어간다.

‘어째서 나의 마법이 녀석에게 닿지 않는 거지? 물론 식물형 마수들에게서 보호를 받는 녀석을 저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야. 하지만 그렇다 해도 몇 발 정도는 식물형 마수가 보호할 수도 없고 녀석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각을 노려서 발사했는데도 불구하고 녀석에게 직격타를 날릴 수가 없었어.’

그 각성종에게 유효타를 먹이는 데 필요한 조건은 두 가지.

첫 번째는 식물형의 마수가 각성종을 보호할 수 없도록 쿠르트에 의해서 식물들이 모두 베인 순간을 노려야 할 것.

두 번째 조건은 그렇게 식물형 마수의 보호가 뚫린다고 하더라도 각성종의 마수가 새롭게 식물형 마수를 탄생시킨다면 무용지물. 그 각성종 마수의 사각을 노려서 공격할 것.

하지만 세레나는 은 등급이라는 이름에 부족하지 않게 그 급박한 전투의 와중에도 마법을 캐스팅하고 지시를 내리며 몇 번이나 그 두 개의 조건을 만족하는 빈틈을 포착해냈다.

하지만 그 공격을 날릴 때마다 각성종의 마수는 마치 숨겨둔 눈이라도 달린 것처럼 사각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정확하게 새로운 식물형 마수를 창조해내서 방어하였다.

설마 자신이 파악하지 못했던 다른 요소가 숨겨져 있었던 것인가?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세레나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잠깐. 보이지 않는 눈이라고?’

사각에서 들어오는 공격.

인지할 수 없는 공격을 인지하는 각성종

숨겨진 눈.

식물형 마수.

“녀석은 식물형 마수와 감각을 공유하고 있는 거였어!”

그렇다.

자신의 눈으로 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자신과 감각이 연결되어있는 식물형의 마수가 그것을 인지한다면 곧 그것이 자신의 또 다른 눈이 되는 법.

그렇기에 지금까지 몇 번이나 빈틈을 노렸다고 생각했음에도 각성종의 마수에게 공격이 닿지 않았다.

“쿠르트!”

세레나의 외침에 쿠르트는 잠시 딴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처럼 듯 뒤늦게 반응을 하였다.

그 모습에 세레나는 문득 의문을 느꼈지만, 그것은 사소한 일일 뿐이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물론 이런 급박한 전투환경에서 다른 생각까지 하고 있을 여유는 없을 테니 전투에 집중하느냐 반응이 늦어진 것뿐이겠지.’

“응? 아아……. 확실히 그렇네.”

“식물형 마수의 감각까지 공유하고 있다면 빈틈을 노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야.”

“그래? 그렇다면 다른 대책은 있나?”

“물론. 빈틈을 노려도 모두 막힐 수밖에 없다면, 처음부터 막을 수 없는 강력한 일격을 먹이면 돼.”

“그게 가능한가?”

“그래. 다만 이 마법의 캐스팅에는 제법 시간이 걸리니까 네가 나를 보호해야 해. 할 수 있어?”

“물론이지.”

쿠르트의 대답을 들은 세레나는 쿠르트가 과연 자신 있게 대답한 것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파트너의 역량을 의심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

그러니 자신이 해야 할 일은 그저 쿠르트가 자신을 보호해줄 것을 믿고 최대의 마법을 사용하는 일.

원래 그녀의 주력 마법은 마나를 사용한 무속성의 마법이 아니다.

그녀의 주력 마법은 화속성의 마법.

그렇지만 이런 산속에서 불 마법을 사용했다가는 불길이 번짐으로써 뒷수습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최대한 불마법은 사용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이 순간 저 과일나무 뿔 순록의 각성종을 잡기 위해서는 식물형 마수를 사용한 장벽 따위는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강력한 마법이 필요했다.

어차피 이대로 마나가 바닥이 난다면 자신들에게 남은 승산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

그리고 마나가 바닥난 마법사가 도망쳐서 각성종의 마수를 상대로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은 절대 높지 않다.

그렇다면 차라리 뒷수습 못 할 것을 고려하더라도 여기에서 자신의 최대 마법을 장전하는 것이 생존율이 높다.

“아홉 개의 사슬. 붉게 물드는 심원. 순환하는 만물의 이치. 규율의 건축. 강철의 제련. 구속, 해방, 재배치, 조립, 정련.”

그리고 곧 세레나는 자신이 쓸 수 있는 최대한의 화력을 가진 마법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것은 완드를 치켜든 그녀의 머리 위에, 떠오른 작은 인공의 태양.

어떠한 개인을 목표로 쏘아지는 것을 전제로 만든 것이 아니라 마치 공성전이라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이글거리는 구체였다.

“격발하라! 작열하는 홍련!”

그리고 그녀가 치켜든 손을 아래로 내리는 것과 동시에 그 작은 태양이 각성종에게로 날아갔다.

그것은 파쇄 화살보다 특출나게 빠르다고는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대신 자신의 앞길을 막는 식물형의 마수들을 느리지만 확실하게 모두 불태우며 전진했다.

그 앞을 독가시 넝쿨이 장벽을 세우며 막았지만 1초도 버티지 못하고 불타버리고, 강철 꽃잎 장미조차도 녹아내리고, 수분을 잔뜩 머금고 있는 저수초가 내뿜는 물줄기마저 순식간에 증발해버렸다.

그 수많은 식물형의 마수들이 희생한 덕에 작은 태양은 더더욱 작아지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끝내 그 태양을 소멸시키지는 못했고.

이내 모든 장애물을 쓰러트린 작은 태양이 과일나무 뿔 순록을 화염으로 뒤덮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러나 마지막의 마지막.

더이상 남아있는 식물형 마수가 없다고 생각했을 때, 과일나무 뿔 순록의 뿔이자 나뭇가지인 존재가 자라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크기를 키워 어느덧 본체인 각성종의 크기까지 무성하게 자란, 더는 나뭇가지라 부를 수 없는 그 나무는 순식간에 이파리를 틔워서 무성한 나무의 모습이 되었다.

그리고 각성종은 자연스레 고개를 숙여서 자신의 뿔을 방패로 사용하였다.

그리고 그 무성한 나무가 각성종과 세레나의 마법 사이에 위치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각성종의 마수를 덮치기 전에 완충재의 역할을 하며 폭발했다.

퍼어엉!

뭉게뭉게

나무와 불덩이의 충돌로 인해서 생겨난 폭발과 대량의 수증기.

그로 인해서 일시적으로 각성종의 모습이 증기 속에 숨겨졌고, 세레나는 그 증기 속에서 얼굴을 가리며 중얼거렸다.

“해, 해치웠나?”

“아. 잠깐, 그 말은…….”

세레나의 말에 쿠르트가 뭐라 딴지를 걸려는 때, 이내 증기가 걷히면서 꼿꼿한 자세로 서 있는 각성종의 마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비록 군데군데 화상을 입기는 했지만, 그조차도 얕은 화상일 뿐 치명상까지는 가지 못한 상처를 입은 채로 그 각성종의 마수는 제 자리에 서서 푸르른 눈으로 세레나와 쿠르트를 지켜볼 뿐이었다.

“뭐, 뭐라고…?”

비록 그것은 처음으로 그녀가 먹인 유의미한 피해였으나, 모든 마나를 끌어 올려서 날린 회심의 일격치고는 완전히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였다.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세레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무릎을 꿇었다.

.

.

.

나는 지금 가벼운 절망에 빠져있었다.

끝도 없이 솟아나는 마수화된 식물들.

그 식물들의 모습을 보며 내 기억 속의 식물들과 하나씩 대조를 해보았다.

가시에 찔리면 가시 안에 있는 독샘을 타고 독이 침투하는 독가시 넝쿨.

위협을 받으면 자신의 꽃잎을 마치 클레이모어처럼 터트리는 강철 꽃잎 장미.

옷 같은 곳에 달라붙은 뒤, 달라붙은 부위의 감각을 서서히 마비시키는 노란 사신 도깨비가시.

수분을 저장했다가 위기 순간에 물대포처럼 높은 수압으로 쏘아내는 저수초.

하나하나가 크게 위험하지는 않지만 성가신 종류의 식물형 마수들이었다.

하지만 그 성가신 것도 따로따로 있을 때나 해당하는 이야기일 뿐, 한곳에 모아놓고 본다면 어중간한 모험가 몇 정도는 손쉽게 묻어버릴 수 있는 위험한 정글이 된다.

하지만 내가 신경 쓰는 것은 그런 게 아니었다.

각성종의 마수와 대치하면서 수많은 식물형 마수를 베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하던 식물형 마수들은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바로 식용으로 사용 가능한 식물형 마수를!

포식수, 하다못해 기름이라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의태화 정도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처음 식물형 마수를 마음대로 만들어대기에 어쩌면 유용한 식물이라도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놈이 생성해낸 것은 기껏해야 독의 재료나 연금술의 촉매로 쓰이는 종류의 식물들뿐.

녀석은 식용으로 사용할 수 식물형 마수들은 하나도 만들어내지 않았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식물형 마수란 말이냐.

물론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한 식물형 마수겠지만.

그래도 하나 정도는 맛있는 과일이 열리는 마수였어도 좋았을 텐데.

그렇게 가볍게 우울함에 빠진 나의 등 뒤에서 털썩하고 세레나가 주저앉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온통 식물형 마수들에게 쏠려있던 내 의식이 현실로 부상했다.

아.

지금 내가 뭐하고 있는 거지.

식물형 마수에 정신이 쏠려서 같이 데려온 파티원의 존재를 잊어버리다니.

“트, 틀렸어. 너라도 도망쳐라.”

세레나는 공포에 덜덜 떨면서도 자신보다 낮은 등급의 모험가인 내 앞에서 어떻게든 강한 모습을 보이겠다는 듯 의연하게 말했다.

솔직히, 이미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은 데다가 눈가에는 눈물이 글썽거리며 맺혀있어서 전혀 의연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때문에 오히려 그녀가 지금 얼마나 용기를 내서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에 따라 드는 생각은 가벼운 자기혐오였다.

파티원은 최선을 다해서 전투하고 있는데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있다니.

아무리 요리에 관해서는 눈이 뒤집힌다고 해도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게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그 선을 넘어가 버린 것이다.

아니, 아직 완전히 늦지는 않았어.

가벼운 자기혐오 속에서 나는 이를 악물고 정신을 다잡았다.

한순간 우선순위를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식물형 마수 따위는 포기하고 진지하게 임한다.

“세레나.”

“뭐, 뭐야. 나는 방법이 다 있으니까 빨리 도망쳐!”

“걱정하지 마라. 네가 걱정하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을 거다.”

“...뭐, 뭐라고?”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그렇게 말한 나는 사냥용 나이프를 고쳐 쥐고 각성종의 마수에게로 달려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지각한 과일바구니 연참으로 보답하겠다. 발언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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