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1화
과일나무 뿔 순록의 훈연 바비큐
오늘의 요리는 각성종 과일나무 뿔 순록을 사용한 바비큐 요리를 할 것이다.
굳이 구이 요리 말고도 여러 가지 요리가 있지만, 아무래도 우울할 때 가장 힘이 나는 것은 뭐라해도 구운 고기가 최강이기 때문이다.
우선은 모험가 길드에 해체를 맡겨서 고기만 남도록 해체를 끝낸 각성종의 고기를 받아온다.
이때 고기의 손질을 하기에 앞서 과일나무 뿔 순록의 뿔 역할을 하는 나뭇가지를 손질한다.
대부분 세레나의 화염 마법에 불타버리기는 했지만, 워낙 크게 생장시켰기 때문인지 대부분이 불타고도 제법 많은 양의 나뭇가지가 남았는데, 이 나뭇가지를 훈제할 때 연기를 내는 역할인 사용하는 훈연재로 사용한다.
훈제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장작에서 나오는 연기를 사용해서 고기에 그 향을 씌우는 방식이다.
그렇기에 어떤 종류의 나무를 훈연재로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고기에 배는 향취는 천차만별로 갈라진다.
하지만 나는 훈연재를 고르는 데에 있어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오늘 사냥한 마수의 뿔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녀석의 뿔을 사용해서 실제로 요리를 해본 것은 아니지만 나의 사냥꾼으로서의, 그리고 요리사로서의 직감이 내게 말해주고 있었다.
이 뿔이라면 분명 지금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훈연재가 되리라는 것을.
그 나뭇가지를 나이프를 사용해서 얇은 칩의 모양으로 잘라낸 뒤에, 훈제할 때 연기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찬물에 약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를 담가둔다.
어느 정도 수분을 머금고 있어야 연기가 많이 나오지만, 너무 많이 담가뒀다가는 훈연재 특유의 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훈연재를 간단하게 손질했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고기를 손질할 차례다.
해체된 고기를 다시 요리에 사용하기 좋게 부위 별로 잘라내는데, 구이에 사용할 고기라면 역시 앞다리나 뒷다리 쪽의 고기보다는 몸통 쪽의 고기가 좋겠지.
그리고 그중에서도 스테이크 요리를 할 때 많이 선호되는 등심과 채끝 두 부위를 사용한다.
등심은 비교적 지방이 많아서 기름지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고 채끝은 그와는 반대로 지방이 적어서 묵직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두 부위 중 어느 부위를 사용할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
그냥 두 부위를 모두 다 구운 뒤에 세레나가 좋아하는 부위를 추가로 더 구우면 되는 일이다.
크기 자체가 4m가 넘는 거대한 녀석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척추뼈를 잘라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오러를 쓸 수 있는 사람에게는 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식칼에 오러를 씌운 뒤 길게 늘여서 그대로 넉넉한 양의 고기를 잘라낸다.
그 뒤 통으로 잘라낸 부위를 다시 불판 뒤에서 굽기 좋은 크기로 두껍게 썰어낸다.
썰어낸 고기에는 럽을 발라야 하는데, 평소에는 바비큐를 할 때 럽은 있는 재료 안에서 최대한의 맛을 내는 게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쪽이고, 또 재료가 되는대로 최대한 그럴싸한 요리를 해 먹는 게 바비큐의 매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오늘은 그런 식의 와일드한 바비큐를 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세레나를 위해서 요리를 하는 것이니만큼 모험가 길드에서 재료를 있는 대로 다 구매한다.
어차피 남으면 아껴뒀다가 다른데도 쓸 수 있으니 상관없다.
소금, 후추를 기본으로 말린 로즈마리, 말린 파프리카, 말린 마늘을 즉석에서 갈아서 가루로 만들어낸 뒤 섞는다.
원래는 모험가들이 야영할 때, 대충 사냥한 고기를 냄비 안에 넣고 스튜로 하면서 잡내를 잡을 때 사용하라고 파는 기호품이었지만 사실 말린 향신료들은 굳이 스튜 안에 넣는 것 이외에도 여러 가지로 활용할 방법이 많기 때문이다.
거기에 마수의 독을 해독하기 위한 재료를 추가.
평소 같았으면 여기에 포식수의 과즙을 사용하겠지만, 오늘은 구태여서 아무런 풍미도 없는 맹독 늪 연꽃의 씨앗을 사용한다.
기본적으로 고기와 훈연재를 사용해서 과일의 향을 입히기 때문에 굳이 포식수의 과즙을 사용해서는 오히려 향이 어우러지지 않고 섞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체품으로 사용하는 것은 온갖 맹독으로 오염된 늪지대에서만 자란다는 맹독 늪 연꽃의 씨앗.
맹독 늪 연꽃은 완전히 개화하면 그 맹독의 환경에 뒤지지 않는 강력한 독을 품은 독초로 자라나지만, 반대로 씨앗 상태일 때는 맹독 늪의 독기 서린 환경에 버티기 위해서 독성을 정화하는 성질을 품고 있다.
그 성질 탓에 그 씨앗은 연꽃과는 달리 여러 가지 해독약의 제조에 쓰이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나 같은 인간종은 요리 재료로 쓰기도 하고.
그 맹독 늪 연꽃의 씨앗을 짜내어 기름을 추출한 뒤, 다른 식용유와 섞어서 양을 늘리고 그것을 럽의 가루에 섞어준다.
그 뒤 그것들을 잘 섞어 완성된 럽을 고기에다 꼼꼼히 바른다.
여기서 최대한 스며드는데 걸리는 시간이 적게 걸릴 수 있도록 고기에 칼집을 내주어서 칼집 사이사이에 넣어준다.
원래는 맛이 제대로 스며드는 데는 2시간 정도가 필요하지만,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일단은 양념하지 않은 고기를 우선 굽기 시작한다.
물론 럽을 바르지 않은 고기에도 마수의 독을 해독하기 위해서 맹독 늪 연꽃 오일은 발라줘야 하지만.
그 뒤, 평소에 들고 다니던 꼬챙이를 조립하여 즉석에서 불판을 2개 조립한다.
그렇게 완성된 불판을 2층의 구조로 만들어준 뒤 아래층에 있는 불판에는 찬물에 담가두었던 과일나무 뿔을 넉넉하게 올려준다.
그 뒤 2층에 있는 불판에는 달라붙지 않도록 기름을 꼼꼼히 발라준 뒤, 고기와 양파, 버섯 등을 올리고 곧바로 중화 냄비를 뒤집어서 뚜껑으로 사용한다.
이렇게 하면 1층의 불판에서 올라오는 연기가 2층에 있는 고기에 골고루 배어들면서 동시에 중화 냄비라는 뚜껑에 갇혀있는 것으로 한 번만 쐬어주고 올라가는 게 아니라 그 안에 갇혀서 그 훈연재가 가지고 있는 향을 완전히 흡수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렇게 구우면서 중간중간 고기를 뒤집어 줄 때만 중화 냄비의 뚜껑을 열고 고기를 뒤집어 준다.
그리고 이내 모든 고기가 다 구워졌다면 완성이다.
오늘의 저녁 메뉴
과일나무 뿔 순록의 훈연 바비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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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나는 초조한 눈으로 쿠르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물론 평소 모험가 길드에서 술을 마시면서 그가 리저드맨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요리 솜씨가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번만큼은 세레나라 하더라도 조심스러운 눈으로 쿠르트가 요리를 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딱히 그녀가 쿠르트에 대해서 가지는 감정이 바뀌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사실 세레나가 아니더라도 지금 모험가 길드에 있는 모험가라면 모두 쿠르트가 요리하는 것을 불안한 눈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평범하게 고기를 도축하고 굽는 것처럼 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간헐적으로 엄청난 양의 연기가 주방에서부터 조금씩 새어 나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 번 연기가 나온 뒤로는 다시 줄어들었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면 다시 연기가 화악하고 뿜어져 나오는 모습은 모험가 길드의 모두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혹시 불이 나는 것은 아닐지 절로 초조해질 지경이었다.
그렇게 몇 번인가 연기가 모험가 길드의 홀까지 새어 나온 뒤, 주방에서 한 접시의 고기를 들고 쿠르트가 나왔다.
달그락
“자. 우선 먹어라. 계속 구워줄 테니.”
“그럼 쿠르트, 너는…?”
“나는 나머지 양념 된 고기들을 마저 굽고 오겠다. 식기 전에 먹고 있어라.”
쿠르트는 그렇게 말하고 세레나의 대답도 듣지 않고 주방으로 돌아갔다.
‘아아. 어쩜 망설이지 않고 돌아서는 뒷모습도…….’
그렇게 그가 돌아가고 세레나는 그가 전해준 접시를 천천히 바라보았다.
다행히도 그가 가지고 온 고기는 계속해서 연기가 났던 것 치고는 제법 맛있어 보였다.
아니, 제법 맛있어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윤기가 번지르르 흐르는 데다 먹음직스러운 식욕을 자극하는 갈색에 탄 부분도 없는 그야말로 구운 고기의 이상적인 형태라 부를 수 있을 정도였다.
“헤헤헤……. 그러면 그렇지. 역시 쿠르트가 요리에 실패할 리가 없지.”
그것을 확인한 세레나는 자신이 구운 고기가 아님에도 마치 자신 일처럼 쿠르트의 요리 솜씨를 뿌듯해했다.
구우우우
꿀꺽
그리고 쿠르트가 요리를 실패한 게 아니라는 확신이 드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배가 울리기 시작했다.
쿠르트 앞에서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지만 이미 요리를 기다리는 동안 점점 허기짐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쿠르트가 신속하게 마수를 해체하고 요리를 끝냈다고 해도 고기의 손질부터 고기를 굽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거의 한 시간에 가까웠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다시 한번 배가 울리자 세레나는 자신의 허기짐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고, 곧 침은 한 번 삼키고는 조심스럽게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
평소보다 배가 고프기 때문인지 평소보다도 더욱 맛있는 냄새가 올라오는 것만 같은 고기.
그것은 단지 고기의 품질이 뛰어나고 구운 정도가 적절하기 때문만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고기에 무슨 마법이라도 부린 것처럼 참을 수 없이 식욕을 자극하는 향기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뭐지? 과일나무 뿔 순록의 고기에서는 잡내가 나지 않고 오히려 과일의 향긋함이 난다고는 들었지만……. 이 정도까지 향긋한 과일 향이 난다고?’
오히려 자신의 앞에 놓인 이 고기가 사실은 고기 모양의 과일을 구운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의 아찔한 과일의 싱그러운 향기.
하지만 그녀는 그 잠깐이라도 정신을 놓으면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고 양손으로 고기를 뜯고 말 것 같은 폭력적인 향기에도 조심스레 포크와 나이프를 움직였다.
그녀는 혹시라도 쿠르트가 주방에서 볼세라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고기를 썰었다.
그렇게 썰어낸 고기는 그녀의 작은 입 크기를 고려해도 작다고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는 매우 작은 한 조각이었다.
그것은 그녀가 배가 고프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전적으로 쿠르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어울리지도 않는 조신한 행동을 한 결과였다.
그렇게 우아한 모습을 연출한 세레나는 조심스레 자신이 포크로 찍어 올린 한 점의 고기를 바라보았다.
꿀꺽
입에 가까이 대는 순간 멀리서도 느껴졌었지만, 더더욱 농밀하게 올라오는 그 향긋한 고기의 냄새.
이대로 그 향기를 계속 맡았다가는 쿠르트의 앞에서 내숭을 떠는 것도 잊고 고기를 와구와구 뜯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슬금슬금 진지하게 들기 시작했고,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우아함이고 뭐고 다 잊은 채로 고기를 곧바로 입에 집어넣었다.
하압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재 시간 오전 3시 30분
예약 연재를 올리는데 성공하였다.
잘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