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5화
여러가지 마수 버섯전골
버섯전골이 먹고 싶다.
따뜻한 국물에 풍부하게 배어든 버섯의 향을 음미하면서, 같이 넣은 배추에서 우러나온 시원하고 그 따듯한 국물을.
한 스푼 떠서 입안에 넣으면 그 자체로 버섯, 야채, 고기의 풍미를 잔뜩 머금은 그 육수는 그야말로 생명의 정수라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겠지.
그 은은한 베이지색의 기름방울이 동동 떠 있는 아름답게 반짝이는 그 국물을 입안에 넣고 싶다.
그렇게 떠넘긴 한 스푼의 육수는 따스하게 식도를 타고 내려가 피로한 육신을 부드럽게 감싸 안아 주겠지.
지금은 딱히 피로하지도 않고 오히려 일어난 지 몇 시간 되지 않은 아침이지만 왠지 그런 기분이다.
사실 아침 식사를 만들면서도 중간에 메뉴를 바꿔서 버섯전골을 만들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지만 아무리 버섯전골이 먹고 싶어도 아침부터 전골을 먹는 건 아무래도 좀 지나치지.
“버섯전골이요?”
“그래. 버섯전골이다. 오늘 저녁은 그것으로 하겠다. 방금 그렇게 정했다.”
나는 평소에는 식사의 메뉴를 미리 정해두지 않고, 주로 그날 들어오는 식재료와 가지고 있는 식재료와의 조합을 생각해서 즉석에서 요리를 정하는 편이었지만, 바다 골렘 때와 같이 어느 한 가지 식재료나 요리에 꽂히게 될 때에는 계획 같은 것을 내다 버리고 그 요리를 반드시 먹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그야말로 치킨을 먹기로 한 배에는 치킨이 들어가야 하며, 피자를 먹기로 마음먹은 배에는 피자가 들어감이 옳음이라.
내 말에 마리는 버섯전골이라는 메뉴가 정해진 것이 자신이 원인이라는 것도 모르고 마냥 좋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버섯전골은 저도 아는 요리에요! 엘프의 마을에 살 때 몇 번 먹었던 요리거든요!”
“음……. 전골이라면 버섯으로 만든 수프라고도 할 수 있지. 저도 좋습니다.”
마리는 버섯이라는 식재료의 익숙함에, 카리나는 전골이라는 요리 방식이 사실상 스튜와 닮았기 때문에 각자 미소를 지으며 찬성을 표했다.
“버, 버섯이라……. 나도 마침 먹고 싶은 기분이었어!”
“너는 왜 찬성하는 거지? 딱히 너도 같이 먹자고 한 적은 없었는데?”
“뭐, 뭐어? 쿠, 쿠르트…….”
카리나의 말에 세레나는 버림받은 강아지 같은 얼굴로 나를 돌아봤다.
아니, 애냐고.
“카리나. 먹는 거로 심술부리지 마라. 세레나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따지고 보면 저 두 사람도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같이 먹고 있었으니까.”
“흥. 거봐!”
그렇게 세레나는 내 말에 다시 의기양양해져서는 다시 카리나와 투닥거리기 시작했고, 나는 그렇게 투닥거리는 두 사람을 무시하고는 다시 생각을 이어나갔다.
버섯이라…….
그러면 일단 양송이, 새송이, 팽이, 표고, 느타리 다섯 종류가 무난할까.
요 며칠간 계속 판타지스러운 재료를 사용해서 요리했지만, 하루쯤은 마수와 관련되지 않은 평범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무래도 마수화된 버섯을 채취하는 것은 위험하니까.
실제로 자연에서 식용이 가능한 버섯은 전체 버섯의 2%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중에서 어떤 버섯이 식용이 가능한 버섯이고 불가능한 버섯인지 모두 구분하는 것은 숙련된 사냥꾼인 나조차도 100% 자신할 수 없는 것이다.
버섯 중에서는 생긴 것은 흡사하더라도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버섯이 몇 개나 존재하니까.
거기에 식용이 가능한 버섯들도 열을 가해서 조리해서 익혀야지, 그렇지 않고 생으로 섭취했을 때 식중독이 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버섯이 가지고 있는 독성은 평소 마수화된 고기를 해독하듯이 해독할 수도 없다.
마수화된 고기의 독성을 해독하는 것은 편의상 독성을 해독한다고 표현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그것은 마수화되면서 변이된 마나를 다시 인간이 섭취해도 무해한 자연 상태의 마나로 ‘정화’하는 것에 가깝다.
그러나 버섯이 가지고 있는 독성은 마수화되면서 마나가 변질된 것을 제외하고도 원래부터 버섯 자체가 물질적으로 독성물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러한 정화가 통하지 않는다.
그것은 실제로 몸으로 겪어가며 증명해낸 사실이었다.
그때는 정말 초월자고 나발이고 죽는 줄 알았지.
설마 초월자라고해도 치사량의 몇십 배 정도의 독을 먹으면 생명이 위독해질 줄은 몰랐다.
그래서 이번에는 굳이 무리해서 모험하지 않고 적당히 시장에서 재료를 사다가 만들 것이다.
어차피 바다 골렘 토벌과 과일나무 뿔 순록의 토벌을 연속으로 끝낸 것으로 제법 큰 돈을 저축했으니 구매하는 데는 문제가 없겠지.
그렇게 나는 아침을 모두 먹은 뒤, 저녁에 쓸 재료를 구매하기 위해 시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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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장의 한복판에서 나는 무릎을 꿇고 절망감을 맛보고 있었다.
“...설마 버섯 양식 기술이 아직 부족할 줄이야.”
그렇다.
이 세계의 기술력은 전생과 비교해서는 들쭉날쭉한 면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를 왔다 갔다 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양식이 체계화된 버섯 중 상당수는 근대 이후로 넘어오면서 양식화에 성공한 것들.
아직 이 세계의 기술력으로 양식에 성공한 버섯은 얼마 되지 않는 것이다.
시장의 전체를 돌아다녔지만 내가 구한 버섯이라고는 양식된 표고버섯뿐이었다.
이대로라면 겨우 한 종류의 버섯을 넣고서 버섯전골이라고 우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팽이버섯의 그 크게 한입 집어넣으면 버섯과 버섯 사이에 국물이 잔뜩 들어있는 물컹물컹한 식감도, 새송이버섯의 쫄깃쫄깃한 식감도 느끼지 못하고 표고버섯 하나만으로 만족해야 한다고?
그리고 나는 그걸 맛있는 버섯전골이라고 스스로를 속이면서 억지웃음을 지으며 먹어야 하고?
안돼. 그런 끔찍한 미래는 감당할 수 없어.
스스로 버섯을 채집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시장에서 버섯을 구매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
그때 내 장 보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함께 나온 마리가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말을 걸었다.
“그러면 차라리 도시 밖으로 나가서 버섯을 구해오는 것은 어떨까요?”
“그건 불가능해. 버섯을 구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나는 그 버섯이 식용할 수 있는지 불가능한지 구분할 수가 없으니.”
“그건 후치 씨한테 부탁하면 되지 않을까요?”
“후치…? 그게 누군데?”
잠깐, 어디서 들어본 것도 같은 이름인데…….
잠시 생각을 하던 나는 곧 그 이름을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해내며 말했다.
“아. 초장이 후치?”
“아니에요! 약초꾼 후치 씨에요!”
“아. 맞아.”
약초꾼이었지. 나는 왜 초장이라고 기억하고 있었을까.
약초꾼 후치는 내가 처음으로 모험가 등록을 하던 때 샤벨 타이거의 둥지에서 구해온 인간이었다.
“그때 이후로도 후치 씨랑은 종종 만났는데, 듣기로는 단순히 약초뿐만 아니라 버섯을 구분하는데도 지식이 있다고 하던데요!”
“과연……. 내가 구분을 할 수 없다면 전문가에게 구분을 의뢰하면 된다!”
마리답지 않게 웬일로 이런 유용한 제안을 하다니.
정말 이상한 버섯이라도 잘못 주워 먹은 것인가?
“아! 방금 저를 이상한 눈으로 봤죠! 너무해요!”
“착각이겠지.”
그렇게 나는 마리를 데리고 모험 준비를 하기 위해서 모험가 길드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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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험가 길드로 돌아와서 버섯을 채취하러 도시 밖으로 나가겠다고 하자, 마리뿐만 아니라 카리나와 세레나까지 버섯 채취를 돕겠다고 하였다.
“너희들도 따라나서겠다고?”
“쿠르트 씨가 우리가 같이 먹을 저녁 재료를 구하기 위해 나가는 건데 제가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요.”
“흥.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밥값도 하지 않고 밥을 얻어먹을 수는 없지.”
“음…….”
뭐, 대단한 일을 하러 간다고…….
하지만 확실히 혼자서 가는 것보다 네 명이 가는 게 시간을 더 절약할 수 있기는 하겠네.
그렇게 세 사람의 동행을 허락하고 출발하려는 순간, 카리나가 좋은 것이 떠올랐다는 듯이 말했다.
“아. 그렇다면 모처럼 4명이 출발하는데 간단한 의뢰를 하나 받아서 가지 않겠습니까?”
“의뢰를? 따로 시간을 소모하는 건 귀찮은데…….”
“그게 아니라, 버섯 채취의 의뢰입니다. 마침 연금술사 조합에서 소재로 사용할 만한 버섯을 매입한다는 의뢰를 봤거든요.”
“버섯 채집의 의뢰?”
“네. 연금술에 쓰이는 버섯이라면 그 종류에 따라서 적당한 가격에 매입하겠다는 의뢰입니다.”
“나쁘지 않은데.”
어차피 버섯을 채취해서 식용으로 쓰이는 버섯인지 아닌지는 약초꾼 후치에게 감정을 받기 전까지는 알 수 없으므로 눈에 띄는 것은 전부 다 채집해서 돌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식용으로 사용 가능한 버섯은 전골에 넣고, 연금술에 쓰일만한 버섯은 팔아서 돈으로 바꾸는 게 합리적이지.
“아니, 나쁘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매우 좋은 생각이다.”
“그, 그렇죠!”
“아. 그러면 의뢰는 내가 받아올게. 웬디~!”
그렇게 세레나가 의뢰를 수주해왔다.
처음에는 간단하게 버섯전골을 먹기 위한 것뿐이었는데, 어느새 저녁 식재료 준비가 제법 거창해졌네.
그렇게 의뢰를 수주해온 세레나는 의뢰서를 보고는 의뢰서의 정보를 읽어주었다.
“아. 의뢰에 써진 내용을 보면 그냥 산에서 나는 버섯이 아니라 슈라이그 동굴에서 자생하는 버섯들에 한정해서 매입한다고 하네.”
“슈라이그 동굴? 거기서 나는 버섯이 품질이 좋은가 보지?”
“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겠네.”
“괜찮아요. 사나운 마수를 쓰러트리는 것도 아니고 겨우 버섯을 채집하는 것뿐인데.”
“마리시아 양의 말이 맞습니다. 겨우 버섯을 채집하는데 별일이 있겠습니까?”
“그건 그렇지.”
하긴, 버섯이 어디서 나건 무슨 상관이겠어.
겨우 버섯을 채집하러 가는데 무슨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나는 다른 세 명과 함께 그 동굴로 향해서 출발하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이런 곳에 무슨 위험한 것이 있겠어.
착각이겠지. 잘못 본게 분명해.
이런 곳에 그런 것이 존재할리가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