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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리저드맨은 햄버거가 먹고 싶다-47화 (48/78)

제 47화

여러가지 마수 버섯전골

그렇게 나는 어딘지 상태가 이상한 세 사람과 함께 버섯의 채집을 시작했다.

다행히도 세 사람은 정상이 아닌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버섯을 채집하는 데는 순순히 협조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이 진짜로 가끔씩 보여주는 이상한 행동을 제외하면 정상이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아니면 나를 속이기 위해서 그런 위장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거기에 처음 우리를 위협했던 버섯 인간도 무슨 일인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고.

우리를 놓쳐서 못 찾아오는 것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이런저런 불안 요소는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버섯의 채집은 순조로웠다.

“와! 이 버섯 좀 보세요! 꿈틀거리는 게 신기하지 않나요?”

“과연……. 아름다운 버섯입니다. 하지만 그 버섯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군요. 그보다는 이 버섯은 어떻습니까. 마치 뿔이 난 것 같지는 않습니까?”

“후훗. 고작 그 정도의 버섯으로 자랑을 하는 모습이라니. 여기 이 영롱한 버섯의 모습을 보라고!”

그녀들은 그렇게 말하며 각자가 채집한 버섯의 자태를 서로에게 보여주었다.

버섯을 채집하자고 데리고 나온 내가 말하기는 그렇지만…….

솔직히 그렇게까지 이쁘다고 호들갑 떨 정도는 아니지 않나.

오히려 굳이 따지자면 혐오스럽게 생긴 편이라 할 수 있는 형태의 버섯들.

그러나 그녀들은 오히려 그런 버섯들을 보면서 서로 보여주며 이쁘다고 난리였다.

바다 골렘은 먹기 싫다고 노래를 불러놓고 저런 이상한 형태의 버섯들은 괜찮은 건가.

세 사람의 미의식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래도 버섯 채집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문제는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그녀들의 이상행동의 원인이 뭔지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 버섯의 채집이 끝나기 전까지 그 문제를 해결한다.

만약 해결할 수 없다면 차선책으로 그녀들을 연금술사 조합이나 마탑에라도 데려가서 검사하는 수 밖에 없겠지.

그때 마리가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까 아까 저쪽에 좋아 보이는 버섯이 많은 것 같던데 저쪽에 한 번 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저쪽이라니?”

갑작스럽게 말을 꺼낸 마리가 가리킨 곳은 지금까지 우리가 왔던 곳과는 정반대의 방향.

그러니까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방향이었다.

그런데 저기에 버섯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안다고?

어떻게?

“저쪽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데 버섯이 많은지 아닌지 어떻게 안다는 것이지?”

그러나 의문을 표하는 것은 나뿐만 이었던 것인지 카리나와 세레나 두 사람은 마리의 말에 찬성하며 그녀의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

“저는 마리시아 양 의견에 찬성합니다. 확실히 아까 저쪽에서 오면서 좋은 버섯이 많이 보이기는 했으니.”

“맞아. 맞아. 아까 오면서 버섯이 얼마나 많이 보였는지. 마치 버섯만으로 구성된 낙원을 보는 것 같았다니까.”

그렇게 두 사람은 ‘가본 적도 본적도 없는 방향’의 풍경을 묘사하며 마리의 말에 동조하였다.

“....”

“쿠르트 씨. 저쪽으로 빨리 가죠.”

“하하하. 맞습니다. 쿠르트 씨도 빨리 저쪽으로 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저기서 버섯전골을 끓여먹는 거야!”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그녀들의 상태가 안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한순간, 평범하게 버섯을 채집하는 모습에 마음을 놓아버린 것인가.

“왜 그러세요? 같이 버섯을 채집하러 가지 않으실 건가요?”

“설마 우리만 따로 놔두고 떠날 생각은 아닐 거라 믿습니다.”

“맞아. 쿠르트. 설마 이상한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

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자리를 피하는 게…….

....

“....아니. 그냥 저쪽에 어떤 버섯이 있을까 기대가 돼서 말이 없었을 뿐이다. 같이 이동하도록 하지. 안내해라.”

그러나 내가 빠지고 난다면 완전히 상태가 이상해진 그녀들이 무슨 행동을 할지 알 수가 없다.

최악의 경우에는 내가 자리를 피한 사이에 유혈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었으니.

그럴 바에는 함정인 걸 알더라도 내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편이 더 안전하겠지.

그렇게 결론을 내린 나는 그녀들의 뒤를 따라서 이동했다.

.

.

.

그렇게 그녀들의 안내를 따라서 이동하기를 한참.

그녀들은 마치 가만히 놔두면 끝도 없이 한 방향을 향해서 걸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걸어가며 나는 세 사람에게 벌어진 일의 원인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특별히 떠오르는 사실은 없었다.

애초에 그녀들이 이상해진 것이 정확히 어디서부터 이상해졌다고 단언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그것을 감안하고 기억을 되짚어보더라도 그녀들이 특별한 행동을 한 것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리는 제외하더라도 카리나와 세레나는 모두 은 등급의 모험가에 부족하지 않은 숙련된 인물들이다.

도시 밖으로 나와 낯선 환경에서 섣부른 행동을 할 만한 인간종이 아니다.

하물며 한 사람도 아니고 세 사람이 모두 똑같이 이상해졌다면 그 트리거 또한 세 사람이 모두 공통으로 한 행동일 터.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도대체 뭐지.

무엇이 원인이 되어서 세 사람이 이상해진 것이지?

그렇게 한참을 생각을 이어가던 나는 곧 무언가를 느끼고 발걸음을 멈췄다.

“쿠르트 씨. 왜 그러세요?”

“갑자기 멈춰서서는 무슨 볼일이라도 있습니까?”

“앞으로 조금만 더 가면 우리가 눈여겨 뒀던 장소에 도착하니까 빨리 가자.”

“....”

그러나 나는 다른 세 사람의 말에 대답하기보다 조용히 감각을 넓게 퍼트렸다.

그 감각에 잡히는 것은 어느새 우리를…….

아니, 나를 포위한 수많은 기척.

쿵…….

쿵……. 쿵…….

쿵……. 쿵……. 쿵…….

그리고 이내 버섯으로 이루어진 나무들의 틈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무수히 많은 버섯 인간이었다.

“...역시.”

그렇게 순순히 포기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은 했지만 설마 이렇게 많은 동족을 이끌고 올 줄이야.

어쩌면 일행들이 전부 이상하게 된 것도 이 버섯 인간들이 무언가 주술을 사용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주술을 사용할 정도의 문화가 존재하니 녀석들은 인간종인가?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아직도 너희들이 인간종인지 아니면 그저 인간종과 비슷하게 생긴 마수인지 모르겠다.”

마수라면 신경 쓸 바가 아니지만, 인간종이라면 가능하면 대화로 해결하려 했다.

당연한 일이다.

만화나 소설 같은 창작물에서는 오크나 고블린 같은 생물들을 쉽게 죽여버리고는 하지만, 실제로 그 종족 고유의 문화가 있고 언어가 있어서 언어가 통하는 존재를 그렇게 쉽게 죽일 수 있을 리가 없다.

문화가 존재하고 언어가 존재하고 그 모두를 쌓아 올릴 수 있는 지성이 존재하는데, 단지 종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죽여도 문제가 없는 생물이라고 단정한다는 것이 오히려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버섯 인간이 먼저 폭력을 행사했을 때에도 어쩌면 그들의 입장에서는 폭력을 먼저 사용할만한 이유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에 녀석들을 상대하기를 꺼렸다.

하지만 녀석들은 그 선을 넘어버렸다.

저 녀석들이 어째서 이런 일을 벌인 것인지, 인간종인지 마수인지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나의 일행들에게 무언가 알 수 없는 사술을 걸어서 정신을 흔들어놓은 데다 단체로 나타나서 마치 마무리를 하기 위해 모인 것만 같은 이 모습.

그들에게 대화로 이 사태를 해결해 나갈 생각 따위는 없다고.

알기 싫어도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때 나의 뒤에 있던 마리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쿠르트 씨. 여기 조금 덥지 않나요?”

그럴 리가 없다.

햇빛 하나 들지 않는 동굴의 안이 더울 리가 없다.

오히려 온도를 따지자면 옷을 가볍게 입고 입장을 했다면 추위를 느낄 정도의 서늘함.

그러나 마리는 진심으로 덥다는 듯, 열기를 띤 목소리로 몸을 배배 꼬며 겉에 걸치고 있었던 레더 아머를 벗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한쪽 팔에 몰캉거리는 부드러운 느낌과 함께 양손으로 내 팔을 감싸 안으며 달라붙는 카리나의 모습.

“쿠르트 씨. 오랫동안 걸어서 피곤할 텐데 조금 쉬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내 반대편의 다리를 손가락으로 훑으며 요염한 웃음을 흘리는 세레나의 모습까지.

“후훗. 그래 우리 쉬면서 기분 좋은 일이나 하자. 어때? 너도 그러고 싶지 않아?”

그녀들은 마치 주위를 포위한 버섯 인간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나를 유혹하였다.

그 들뜬 목소리는 제법 교태 어린 것이었지만 오히려 지금의 상황에 어울리지 않은 행동이었기에 오히려 나의 정신은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냉정해졌다.

나는 가볍게 손을 털어서 내 팔을 붙잡고 있는 카리나를 떼어냈다.

그런 나의 행동에 카리나는 의외로 순순히 나를 붙잡고 있는 팔을 풀어줬는데, 그것은 그녀가 나를 붙잡는 것을 포기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몸짓 자체가 마치 누군가가 억지로 실을 달아서 움직이는 것처럼 힘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그녀를 떼어내자 그녀는 아쉬운 것처럼 ‘아아…….’ 하는 신음을 흘렸지만, 그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에게 달라붙는 여인들을 떨쳐낸 나는 나를 포위하고 있는 버섯 인간에게로 다가갔다.

────!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이전에도 들었던 마치 벽 속에 갇혀서 비명을 지르는 것 같은 규정하기 힘든 괴성과 함께 그 버섯 인간은 팔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버섯 인간이 그 팔을 내리찍기 전에 내가 먼저 행동을 개시했다.

퍼억!

가볍게 내지른 정권이 버섯 인간의 몸통에 적중하였고 그 충격에 버섯 인간은 버섯으로 구성된 살결을 터트리며 날아가서 땅 위를 두세 바퀴를 굴렀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가볍게 제압을 하기 위해서 큰 힘을 주지 않고 쳤을 뿐인데 그대로 몸이 터져나가다니…….

설마 죽은……. 건가…….

인간종을 향해서 폭력을 행사할 각오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살인까지 할 생각은 없었던 나는 그 모습에 충격을 받고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이, 이봐…!”

그 모습에 나는 전투 중이라는 것도 잊고 그 쓰러진 버섯 인간에게 달려갔다.

그러나 그 몸이 터진 버섯 인간에게 다가갔을 때 나는 그 버섯 인간의 속에 들어있는 것을 보고는 방금 버섯 인간의 몸이 터지는 것을 봤을 때 이상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안에는 생물의 내장 같은 것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안에 순수하게 버섯의 속살만 들어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인간의 시체였다.

그것도 사망한 지 몇 년은 되어 보이는 미라화된 인간의 시체.

그것을 본 순간 나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버섯

인간의 시체

포자

독버섯

나만이 제정신을 차리고 있는 이유

모든 것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옛날에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렸던 애니메이션 중에서 로봇수사대 K캅스라는 애니메이션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유독 인상이 깊게 남았던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요.

인티라는 사악한 존재가 등장했던 에피소드가 그것이었는데, 어린 시절의 저는 그 에피소드가 너무나 무서워서 식탁 밑에 숨어서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인티라는 적은 사람들의 욕망을 극대화시켜서 악인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는 존재였는데 K캅스의 일원이었던 로봇들도 그 인티의 힘에 세뇌 당해서 빌런쪽으로 돌아서는 모습이 너무나 무서웠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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