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2화
닭가슴살 버섯 완자탕
그것은 행복하고 나태한 나날이었다.
처음에는 꼼짝없이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이유로 평소에 하던 자기단련도 의뢰를 받아서 모험하는 것도 못 한다는 사실에 불만이 생기기도 했지만, 그것은 평온하고 안락한 생활에 묻혀서 곧 사라지고 말았다.
쿠르트는 마리, 카리나, 세레나 세 사람에게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만큼 매일매일 최대한 세 사람의 의견을 반영한 요리를 해주었고, 평소에도 맛이 있었지만,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맞춰서 요리해주는 진심을 발휘한 쿠르트의 요리는 평소보다도 더욱 맛이 있었다.
그렇게 행복한 요양 생활은 일주일간 계속되었고, 마침내 일주일이 지났을 때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고 판단한 연금술사 조합의 판단 때문에 그녀들은 다시 정상적인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사건이 벌어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미 사건은 벌어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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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악!”
그것은 공포와 혼란으로 뒤섞인 영혼이 찢어지는 것 같은 끔찍한 비명이었다.
그리고 나의 감각으로 판단하건대 그것은 분명 마리의 목소리였다.
그 소리를 들은 나는 곧바로 마리의 방으로 달려갔다.
콰앙!
“무슨 일이야!”
“마리시아 양! 괜찮으신가요!”
“마리! 괜찮아!”
내가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을 필두로 뒤이어서 카리나와 세레나 또한 재빠르게 마리의 방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마리는 그 방의 한가운데에서 양손으로 무언가를 끌어안은 채로 울상을 짓고 있었다.
마리가 끌어안고 있었던 것의 정체는 바로 모험가 복장.
지난 며칠 동안은 계속해서 모험가 길드 안에서 휴양을 했기 때문에 입기 편한 사복 차림으로 지냈으니, 일주일 만에 다시 입는 모험가 복장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모험가 복장을 끌어안고 울상을 짓고 있다니.
“히이잉…….”
“무슨 일인데 그래?”
나는 방 한가운데서 아무 말 않고 울상을 짓고 있는 마리에게 물었지만, 마리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카리나를 부를 뿐이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들리지 않게 신경 써서 카리나에게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속닥거렸다.
물론 그렇게 마리가 신경 쓴 정도로는 나의 청력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지만.
“뭐야. 겨우 살이 찐 것 때문에 그 난리를 피운 것이냐?”
“꺄아아아악! 그걸 들었어요!?”
설마 내가 들을 줄은 몰랐다는 듯 마리는 또다시 비명을 지르며 발작을 했다.
으아. 귀청이야.
아침부터 그렇게 소리 지르면 목 안 나가나.
“뭐, 당연히 살이 찌기야 하겠지. 모험가 길드 밖으로 나가는 것도 아니고 요양한다는 명목으로 안에 박혀서 매일매일 감자튀김, 프라이드 치킨 같은 기름진 음식을 그렇게 먹었는데.”
“으으으……. 하지만 쿠르트 씨가 해준 음식이 맛있는 걸 어떻게 해요.”
내 말에 마리는 할 말이 없다는 듯 울상을 지었다.
참나, 겨우 그런 이유로 아침부터 소란이라니.
나는 괜히 걱정해서 손해를 봤잖아.
그렇게 허탈감을 느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던 듯, 마리를 걱정하며 한걸음에 달려온 카리나와 세레나 또한 고작 그런 이유로 난리를 쳤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마리를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적당히 좀 먹지 그러셨습니까.”
“어쩐지 지나치게 많이 먹는다 싶었어.”
그러나 내 말을 들었을 때와 달리 마리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뾰루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는 두 사람도 일주일 동안 살쪘잖아요.”
“무, 무슨 소리를…….”
“맞아! 못하는 소리가 없어…!”
“하지만 제가 쿠르트 씨한테 튀김을 해달라고 한 것처럼 두 사람도 쿠르트 씨에게 매일 매일 요리를 얻어먹었잖아요!”
뭐, 그렇기는 하지.
어쨌든 지난 일주일간 세 명은 각자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요청했고, 나도 거기에 적극적으로 부응했으니.
마리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튀김이었고, 카리나는 스튜와 같은 끓인 음식, 세레나는 굽는 요리를 좋아했다.
그러니 튀김을 좋아하는 마리는 말할 것도 없고, 카리나는 스튜를 국물까지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먹어치우는 버릇으로 인해서, 세레나는 굽는 요리도 굽는 요리지만 그것을 먹을 때 항상 술을 곁들여 먹었으니.
평소처럼 모험가 활동을 하며 몸을 움직였다면 모를까 지금처럼 모험가 길드 안에 틀어박혀서 휴식만 취하는 나날을 보냈다면 말할 것도 없겠지.
그러나 마리의 지적을 받은 두 사람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는 현실을 받아들이길 거부했다.
“하, 하하하.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제가 살이 찌다니요. 평소부터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내는 세레나라면 모를까 어떻게 제가…….”
“나는 원래부터 운동을 안 했으니 평소와 다를 게 없는 생활을 했다고. 살이 찔 이유가 없지. 오히려 평소에 운동하다가 멈춘 카리나라면 모를까…….”
두 사람은 사이좋게 서로를 팔아넘기면서 변명을 했지만, 마리는 그에 넘어가는 일 없이 오히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흐응~. 그렇게 생각하시면 각자 방으로 돌아가서 모험가 복장으로 갈아입어 보는 것은 어때요?”
“....”
“....”
마리에 말에 생긴 잠시간의 침묵.
“...아! 그러고 보면 급한 일이 생각나서 이만 방에 돌아가 보겠습니다.”
“나, 나도 대충 별일 아닌 거 같으니 내 방으로 돌아가 봐야겠네.”
그리고 곧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색한 변명과 함께 자리를 떴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모험가 길드에는 두 명분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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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너희들끼리만 의뢰하러 다녀오겠다고?”
나는 길드의 로비에서 아침도 거른 채 의뢰를 받기 위한 준비를 하는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일주일만의 모험가 복귀이건만, 세 사람은 방심하는 일 없이 한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모험가 장비를 정비할 뿐이었다.
그런데 확실히 그 장비를 정비하는 모습을 보니까 체중이 조금 늘기는 한 것 같네.
세 사람은 내가 그녀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상상도 못 하며 대답했다.
“물론이에요. 쿠르트 씨가 끼게 되면 의뢰의 난이도가 너무 쉬워지게 되니까요.”
“이번 의뢰는 저희 세 명의 힘으로 끝내겠습니다.”
“맞아!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라고!”
...그냥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서 자기들끼리 가겠다는 것이면서 뭐가 이리 비장한지.
세 사람은 각자 지난 일주일간 나태하게 행동한 대가로 인해서 다들 크든 작든 어느 정도의 체중 증가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절망에 빠져있던 그녀들이 꺼내든 선택지는 바로 의뢰 다이어트.
굳이 일부러 험난한 지역까지 가야 하는 데다 곧바로 마수의 토벌까지 해야 하는 보통의 인간종이라면 기피할 법한 의뢰를 수주하는 것.
그것이 그녀들이 내린 결론이었다.
그리고 그 의뢰 다이어트를 하는 것에 있어서 같이 행동했다가는 자신들이 몸을 움직일 새도 없이 의뢰를 간단하게 끝마칠 수도 있는 존재인 나를 떼놓고 가는 것은 그 다이어트 방법에서는 필연적이라 할 수 있었다.
뭐, 슬쩍 확인한 의뢰의 내용을 봐서는 도저히 식재료로 사용할 수 없는 마수의 토벌 의뢰였고, 또 그녀들의 실력이면 크게 위험한 일도 없어 보였기에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어차피 지금까지 의뢰를 수행하면서 모아놓은 돈도 꽤 있고, 또 연금술사 조합에서 배상금으로 받을 돈도 있었으니 먹을 수 없는 종류의 마물이라면 나 스스로도 별로 의욕이 나지 않는 상대였으니.
“그래. 잘 갔다 와라.”
나는 적당히 자리에 앉아서 비장하게 의뢰를 수행하기 위해 떠나는 세 사람을 배웅해주었다.
....
그리고 세 사람이 떠난 모험가 길드의 로비에서 한가롭게 햇볕을 쬐며 조용히 생각했다.
“흐음……. 다이어트라…….”
나와는 별로 연관이 없는 단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신경 쓰이는걸.
물론, 세 사람이 다이어트에 성공할지 실패할지에 대해서 신경이 쓰이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신경 쓰이는 것은 다른 쪽.
저녁 메뉴에 대한 고민이었다.
세 사람이 다이어트에 힘쓰겠다고 하면 나로서도 고칼로리의 요리를 하기는 좀 꺼려지니까.
사실 맛있는 음식이란 대부분 칼로리가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이어트식이면서도 맛이 있는 음식을 구현한다는 것은 제법 까다로운 부분이 있었다.
두부나 곤약 같은 게 있다면 고민하는 게 어려울 것도 없었지만…….
아.
그러면 오늘은 그 요리로 할까.
저녁 메뉴에 대한 구상을 끝마친 나는 저녁 메뉴를 만들기 위한 재료를 구하기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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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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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비장하게 모험가 길드를 나선 세 사람은 의뢰지를 향해서 산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이렇게 셋이서만 의뢰하러 다니는 것은 처음이네요.”
“뭐……. 그도 그럴 것이 세레나는 파티로 합류한 바로 다음 날 버섯에 중독되었으니…….”
“이참에 친목을 다지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네요.”
그렇게 말한 마리는 곧 무언가가 떠올랐다는 듯 카리나에게 물었다.
“아! 그러고 보면 카리나 씨와 레나 씨는 이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였나요?”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한 도시에 자리를 잡은, 은 등급의 모험가라면 완전 신입이 아닌 이상 이름 정도를 아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카리나의 말을 보충해주듯 세레나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며 말했다.
“그리고 나이도 비슷하고 모험가 길드의 얼마 없는 여성 모험가니까 다른 모험가들보다는 접점이 있는 편이었지.”
“결과적으로 본다면 성격이 맞지 않아서 친하게 지내지는 못했지만 말입니다.”
그 말대로 겉보기에는 무뚝뚝하고 천상 전사 같은 겉모습에 비해서, 의외로 자상한 데다 여성스러운 것을 동경하는 카리나, 그리고 겉모습은 어딘가의 귀족 아가씨처럼 곱상스러운 외모를 하고 있음에도 그 속내는 술을 좋아하고 호탕한 세레나.
그 내면도 외면도 완전히 상극이라 할 수 있는 두 사람이었으니.
차라리 두 사람이 모험가로서 실력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면 소가 닭을 보듯 데면데면하게 굴 수 있었겠지만, 서로 비슷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던 탓에 종종 같이 의뢰를 수행하는 때도 몇 번인가 있었고, 그에 따라서 특별한 에피소드가 없었음에도 자연스럽게 티격태격하는 관계가 된 것이다.
“에이. 그래도 두 사람을 보면 서로 친한 게 느껴지는걸요.”
“뭐? 이게 친한 것처럼 보인다고?”
“마리시아 양. 그 말만은 잘못된 말이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군요.”
“하지만 지금도 사이좋게 딴지를 걸고……. 잠시만요.”
두 사람의 말에 마리는 웃으면서 말을 이어가려던 마리는 곧 웃음을 지우며 주위를 경계했다.
그 갑작스러운 태도의 변화에 한순간 당황하던 두 사람이었지만, 역시 베테랑 모험가답게 마리의 태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챘다.
마치, 한 번도 담소를 나눈 적이 없었다는 것처럼 경계태세를 갖춘 세 사람의 모습.
아우우우우우──!
그리고 세 사람이 전투를 준비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늑대의 울음소리가 숲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습격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세 사람의 폭풍을 부르는 황금의 우당탕탕 다이어트 대작전!
이번에 모험을 나서는 것은 쿠르트가 아닌 히로인 3인방입니다!
물론 요리는 나중에 쿠르트가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