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4화
어린이 과일나무 뿔 순록 햄버그 정식
겉보기에는 쿠르트를 위협하면서 그의 행동을 살피는 척하였지만, 처음부터 쿠르트의 감각은 속일 수 없었다.
위협을 하는 순간부터 근육의 움직임에서 찌르겠다는 살의밖에 느껴지지 않았으니.
그가 겁을 먹고 뒤를 돌아서면 그대로 돌아서는 등을 찌르려 했을 테고, 겁을 먹지 않은 지금도 그 나름대로 행상인은 빈틈을 포착해서 쿠르트의 복부를 찌르려 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 빈틈은 일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 쿠르트가 일부러 만들어둔 것이었지만.
“이야야야야! 죽어라!”
행상인은 그렇게 살의를 숨기지 않고 나이프로 쿠르트의 복부를 찌르려 하였다.
마치 금방이라도 쿠르트의 복부에 나이프가 박히고 쓰러질 것만 같았다.
우드득
그러니까 쿠르트가 그 나이프를 가볍게 두 손가락으로 잘라서 부러트리지만 않았다면.
“...엉? 어, 어떻게……. 쇠로 된 나이프를…….”
그것은 행상인이 생각했던 어떠한 대응에도 들어가지 않는 대응이었다, 피한다면 따라가서 찌른다, 팔을 들어서 막는다면 방어를 하는 팔 채로 난도질을 한다, 반격한다면 피하고 다시 찌른다, 상대가 고수라면 아이를 인질로 삼는다.
하지만 그 어떤 시나리오에도 자신이 내찌른 나이프를 가볍게 두 손가락만으로 부러트린다는 시나리오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탓에 행상인은 어떻게 대응하여야 할지 반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멍하니 바보 같은 소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아동 납치에 살인 미수까지……. 정말 악질이로군.”
“...아, 아아…….”
쿠르트의 억눌린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는 행상인.
그렇게 마주한 쿠르트의 얼굴은 기분이 매우 좋지 않다는 듯 동공이 세로로 길게 찢어져 있었다.
‘리저드맨이 동공을 세로로 찢으면 진짜 화난 거라던데…….’
그것이 행상인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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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대도시 정도면 치안은 제법 좋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까 꼬마가 하는 말을 들으니 행상인이라는 것 같던데…….
행상인이라면 사고를 친 뒤에 도시를 뜨면 그만이라는 건가.
그렇다고 해도 환한 대낮에 아이를 납치하려 하다니.
인간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네.
“히끅……. 히끅…….”
그때 옆에서 그 꼬마 아이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상념을 멈춘 나는 동공에 힘을 풀고서 그 아이를 돌아보았다.
“꼬마야. 괜찮냐?”
그렇게 말하며 그 아이의 팔다리에 묶여있던 매듭을 풀어주자 그 아이는 매우 서럽게 엉엉 대며 울었다.
“으아아아아앙…! 무서웠어요! 그리고 어린아이를 먹는 괴물이라고 생각해서 죄송해요!”
“괴, 괴물…?”
아, 곤란한데.
전생에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은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야.
특히 우는 아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
그나마 인적이 드문 길이라 소란이 발생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만약, 길거리의 한가운데에서 우는 꼬마와 그 앞에서 어찌할 줄 모르는 리저드맨이 있었다면 곧바로 위병이 출동했을 테니.
이러니저러니 하며 현실도피를 했지만, 결국 내가 내린 선택은 도피였다.
“그……. 울지마라. 꼬마야. ”
“으아아아아앙.”
당연히 내 어설픈 위로가 통할 리 없었고.
그 꼬마는 여전히 서럽게 울어댈 뿐이었다.
아. 이걸 어떻게 하지.
이대로 놔두면 한도 끝도 없이 울 것 같은데.
차라리 울다 지쳐 쓰러질 때까지 내버려 두는 게 옳을까.
어차피 이제 딱히 위험할 것도 없는데…….
그때 내 머릿속에 한가지 비책이라고 할만한 것이 떠올랐다.
“우는 걸 멈추면 맛있는 음식이라도 해주려고 했는데.”
“으아아앙……. 움찔.”
통하나?
“정말 엄청 맛있는 음식인데.”
“훌쩍……. 아빠가 모르는 사람은 따라가지 말라고 그랬어요.”
정작 방금 전에는 모르는 사람에게 달라붙으려 하다가 당할 뻔 해놓고 왜 나한테는 철벽을 치는데.
그때였다.
구우우우
나와 대화를 하며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린 것일까.
그 아이의 뱃속에서 허기짐을 알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그.”
“그?”
“그 맛있는 음식이라는 거 과일 꿀 절임보다 맛있나요?”
아. 통했다.
.
.
.
그렇게 꼬마를 진정시킨 나는 정신을 잃은 행상인을 마을의 위병에게 넘겨준 뒤 모험가 길드로 향했다.
마음 같아서는 그대로 곱게 기절을 시킬 게 아니라 팔다리 한두 개 정도는 분질러 버린 다음 위병에게 넘기고 싶었지만 안 그래도 구슬프게 우는 아이를 앞에 두고 그런 잔인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지.
아이의 교육에 안 좋으니까.
어차피 그 행상인은 인신매매, 납치, 살인 미수 등 그 죄목만으로도 잘해야 다시는 햇빛을 보지 못하는 신세일 테니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신경 쓸 가치도 없는 쓰레기가 아니라 꼬마에게 어떤 요리를 해줄 것인가다.
정우라는 이름을 가진 그 꼬마는 모험가 길드가 신기한지 연신 주위를 둘러보며 신기해했다.
“와아. 저건 뭔가요? 그리고 저 사람은 저기서 뭘하는 거에요?”
그런 일을 겪고도 새로운 게 보이니 바로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지다니, 이 정도면 오히려 멘탈이 좋은 걸지도 모르겠네.
나는 모험가 길드의 접수원인 웬디에게 덤으로 점심을 해주는 조건으로 잠시 아이를 봐달라고 부탁하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점심에 대해서는 별생각이 없었지만, 역시 어린아이가 좋아할 만한 음식이라면 햄버그지.
햄버그는 남자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뭐 이름이 남자 같으니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사실 햄버그는 여자아이도 좋아하는 편이고.
애초에 햄버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게 메뉴를 정했다면 곧바로 요리 시작이다.
우선 햄버그를 만든다면 당연히 패티의 제작부터다.
우선은 패티 안에 넣을 양파를 볶는 것부터다.
어차피 패티를 굽기 때문에 왜 굳이 양파를 따로 볶냐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생양파를 넣고 패티를 구우면 굽는 과정에서 수분이 새어 나와 패티가 바스러질 수 있으므로, 양파를 미리 한번 가볍게 볶는 것으로 수분을 날려주는 것이다.
양파를 햄버그 반죽과 잘 섞일 수 있도록 작은 크기로 다져준 뒤에,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양파를 볶아준다.
너무 오래 볶을 필요는 없다.
어차피 패티를 굽는 과정에서 한 번 더 열이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수분이 충분히 빠져나와 숨이 죽을 정도로만.
그렇게 볶아둔 양파는 온도가 내려가게 방치하고 본격적으로 햄버그 패티의 메인이 되는 고기를 준비한다.
사용할 고기는 정석적인 햄버그라면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절반씩 섞어 쓰는 게 보통이었다.
소고기만 사용하면 고기의 진한 육향을 느낄 수 있지만, 지방이 부족하여 기름진 맛이 부족한 데다 패티의 모양이 제대로 잡히지 않고, 반대로 돼지고기만으로 사용하면 기름지고 패티의 모양도 이쁘게 나오지만 육향은 소고기를 사용한 것에 비해서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사용할 고기는 과일나무 뿔 순록의 고기.
꾸준히 먹어둬서 양이 많이 줄기는 했지만, 아직도 많이 남아있었으니 이럴 때 팍팍 소모해야지.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온도와 습도를 신경 써서 보관한 덕에 상하지 않은, 상하기는커녕 드라이에이징이 진행되어 맛이 진해지기까지 한 과일나무 뿔 순록의 고기를 도마 위에 올려놓는다.
사용하는 부위는 각성종의 안심, 그리고 마리와 카리나가 사냥해온 일반종의 앞다릿살.
일반종보다는 근육이 많고 육향이 강한 각성종의 고기가 소고기의 역할을, 그리고 반대로 근육량이 적어서 좀 더 기름기가 많은 일반종의 고기를 돼지고기의 역할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각성종에서는 지방이 적은 부위인 안심을, 일반종에서는 뒷다릿살보다는 지방이 많아서 육질이 부드러운 앞다릿살을 사용하는 것으로 그 격차를 더욱 극대화한다.
우선은 드라이에이징을 하며 굳어버린 겉면을 식칼로 썰어서 깎아낸다.
하며 공기 중에 노출되어 수분을 빼앗긴 겉 부분은 제대로 먹을 수 없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아깝지만 버리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먹을 수 있는 부위만 남은 순록의 고기를 잘게 다져준다.
당연히 이 세계에 고기를 자동으로 다져주는 편리한 기계 따위 있을 리가 만무했기에 이 부분은 언제나 인력으로 대체한다.
손으로 고기를 다지는 행위는 많은 체력도 요구하고 꼼꼼히 신경을 쓰지 않으면 덜 다져진 부분이 나올 수 있는 일이었지만, 두 가지 모두 나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일이었다.
그렇게 꼼꼼히 고기를 다졌다면, 빵가루를 내기 적절한 흰 빵을 강판에 갈아서 가루를 낸다.
여기까지 했다면 기초적인 준비는 모두 끝이다.
각성종과 일반종의 고기를 잘 섞어가며 아까 볶아두었던 양파와 빵가루, 삼족계의 계란, 밀가루, 글러트니 홀스타인 젖소의 우유를 모두 한곳에 넣고 제대로 섞어 준다.
여기에 취향으로 케첩이나 후추를 넣기도 하지만 지금은 다른 첨가물 없이 순정으로 간다.
케첩은 아직 구하지 못했고, 후추는 어린아이에게는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 있었으니.
그렇게 모든 재료가 균일하게 섞인 것을 확인했다면 그 고기의 반죽을 1인분의 분량으로 나누어서 손에 들고 모양을 잡는다.
이때 모양이 잡힌 패티를 들고 캐치볼을 하듯이 좌우로 주고받는데 이런 행위를 함으로써 패티 안에 남아있는 공기를 제거해주는 것이다.
그 뒤 양파를 볶았던 팬에 다시 식용유를 두른 뒤 모양을 잡은 패티를 굽는다.
치이이익
고기 반죽의 패티가 판 위에 올라가며 즉시 고기가 구워지는 소리와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
패티를 구우면서 계속해서 불 조절에 신경 쓴다.
특히 불이 지나치게 강해지지 않게 조절하는 게 중요했는데 잘못 조절을 했다가는 겉은 꼼짝없이 탔는데 속은 덜 익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햄버그를 뒤집어가며 완벽한 굽기가 될 때마다 꺼낸다.
이렇게 되면 메인 요리인 햄버그는 일단락이다.
그다음은 소스.
햄버그를 굽다 보면 팬에는 패티의 안에서 새어 나온 육즙들이 나와 있을 텐데 이 육즙의 위에 약간의 물과 밀가루를 풀어서 만든 루를 넣어준다.
그 뒤 소금과 버터를 넣어서 고소한 향을 끌어올리고 졸이면 점점 액체가 걸쭉해지는데 그때 팬을 불 위에서 꺼내주면 그레이비 소스의 완성이다.
햄버그와 소스만으로는 심심하니 감자도 좀 튀겨주고, 야채와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 샐러드도 조그맣게 접시에 담는다.
거기에 화룡점정으로 당근을 꽃 모양, 별 모양으로 잘라서 햄버그 위에 올려놓는다면 완성이다.
오늘의 점심
어린이 과일나무 뿔 순록 햄버그 정식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린이날이 지났는데 어린이날 에피소드를 쓰는 작가가 있다?
바로 여기에 있네요~.
저도 가끔은 다시 어렸던 시절인 덜익은 과일바구니로 돌아가고 싶어지고는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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