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9화
닭가슴살 버섯 완자탕
그렇게 모험가 길드에 돌아온 세 사람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하며 자신의 무용담을 펼쳐놓았다.
“그렇게 저희는 단순히 마수를 토벌한 것뿐만이 아니라 어째서 그 마수가 이상행동을 했는지까지 완벽하게 밝혀내고 말았답니다!”
특히 그중에서 가장 들떠 있는 것은 마리였는데, 모험가 경력이 짧으므로 이런 일을 겪은 경험이 없고 또 원래부터 모험가가 되어서 모험을 하는 것을 꿈꿔왔기 때문에 오늘 있었던 일이 그만큼 자랑스러운 듯했다.
“그래. 그래. 대단하구나.”
“쿠르트 씨! 어쩐지 반응이 성의 없지 않나요!?”
“하하. 착각이겠지.”
나는 마리에게 대충 성의 없이 대답하며 생각했다.
마약성 물질에 중독된 마수라니, 꽤 특이한 상황이네.
원래 늑대 자체가 그렇기는 하지만 검은 먹물 늑대는 상당히 지능이 높은 마수라서, 그런 중독성 물질 같은 무리의 질서를 해치는 존재가 무리 안에 섞이게 되면 당장 우두머리부터가 그 물질을 금지하거나 파괴하는 등의 행동을 해서 무리의 질서를 유지하려 하는데.
아마도 마리 일행이 토벌한 마수들의 우두머리는 상당히 무능한 개체인 걸까.
“카리나 씨! 레나 씨! 쿠루트 씨가 제 말을 무시하는데요!”
“하하하. 뭐, 쿠르트 씨는 사냥꾼으로서 경력이 길다 보니 이런 일쯤은 별일 아닌 것이겠죠.”
“애초에 쿠르트가 함께 갔으면 우리처럼 고생하는 일도 없이 순식간에 끝났을 테니까.”
“그런!”
설마 자신의 편이라고 믿었던 두 사람마저도 나를 옹호하자 마리는 키우던 개에게 손을 물린 사람처럼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뭐, 그건 됐고 마침 저녁 시간인데 슬슬 저녁이나 먹지.”
“저녁이요…! 아.”
내 말에 마리는 한순간 얼굴을 밝게 했다가 곧 무언가가 생각난 듯 말을 줄였다.
그리고 저녁이라는 단어에 반응한 것은 마리 뿐만 아니라 카리나와 세레나 또만 마찬가지였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묻지 않아도 뻔했다.
분명 체중조절을 신경 쓰고 있는 것이겠지.
“아침도 안 먹고 갔잖아. 점심도 제대로 안 챙겨 먹었을 테고.”
“그건 그렇지만…….”
“뭘 걱정하는지는 알아. 하지만 문제없다. 오늘 저녁은 살이 덜 찌는 음식으로 준비했으니까.”
“진짜요!?”
“그래. 내가 언제 요리로 거짓말하는 거 봤냐.”
나는 그렇게 살이 찌지 않는 요리라는 말에 화색을 띠며 기뻐하는 마리, 그리고 마리처럼 노골적으로 티만 내지 않았을 뿐 들뜬 모습을 숨기지 못한 카리나와 세레나의 모습을 뒤로하고 주방으로 향했다.
그나저나 마약에 중독된 마수라…….
제법 재미있는 이야기네.
살짝 흥미가 돋기는 했지만 이미 그녀들이 완전히 무리를 토벌해버린 이상 나와 엮일 일은 없겠지.
잊고 요리를 만드는 데나 집중해야지.
.
.
.
그렇게 주방으로 들어온 나는 요리를 만들 준비를 했다.
내가 만들 요리는 단백질의 함유량이 많고 지방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삼족계의 가슴살을 이용한 완자다.
닭가슴살이야말로 체중감량을 하는 식이요법 중 가장 대중적이고 또한 부작용이 없는 종류의 식이요법이라고 봐도 좋지.
하지만 닭가슴살만이라면 영양적으로는 훌륭하지만, 그 이외에 다른 부분은 썩 훌륭하다 할 수는 없었다.
퍽퍽한 식감에다 닭가슴살 자체는 지방이 없는 만큼 고기의 맛 자체는 부족한 부위니까.
이 퍽퍽한 식감은 한번 고기를 다져서 완자의 형태로 다시 뭉치는 것으로 어느 정도 보완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남는 것은 닭가슴살 자체의 부족한 고기의 맛.
물론, 자체적인 풍미가 적다 해도 조미료와 양념을 사용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지만, 오늘 요리의 목적이 체중감량이니만큼 될 수 있으면 조미료와 양념의 힘을 빌리는 방식은 사양하고 싶다.
양념이라는 게 또 의외로 제법 칼로리가 높은 법이니까.
그렇기에 양념의 대체재로 넣는 것이 바로 버섯이다.
버섯은 실제로 거의 아무런 영양가도 품고 있지 않은데, 사실 버섯이 자라는 환경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다른 동물들처럼 무언가를 먹는 것도 아니고 식물처럼 광합성을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햇빛은 버섯이 자라는 데 치명적이기까지 하다.
필요한 것은 적절한 수분과 적절한 온도 뿐.
종류에 따라서 필요로 하는 조건이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버섯은 그것만으로도 잘 자란다.
그리고 그렇게 실제 성장하는데 별다른 영양소를 요구하지 않는 만큼, 버섯 자체도 영양소를 품고 있을 리도 만무한 일이었다.
실제 버섯은 그냥 맛과 향만 있는 음식인 것이다.
그것은 먹을 게 부족한 이 세계에 하층민이나 평민들에게서는 마이너스 요소밖에 되지 않는 일이었지만, 역으로 체중감량이라는 목적에는 더없이 부합하는 것이었다.
거기에 향이 부족한 닭가슴살에 향을 더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더없이 어울린다.
우선은 완자의 제작이다.
삼족계에서 가슴살 부위만 따로 빼서 껍질을 벗겨낸다.
그 뒤 속살만 남은 닭가슴살을 잘게 다진다.
이 일련의 행위는 점심으로 먹었던 햄버그와 다를 게 없는 행위라 할 수 있었다.
거기에 닭가슴살과 같이 반죽할 재료인 당근과 양파.
이 두 가지 야채 또한 가루가 되지 않을 크기로만 작게 다져둔다.
햄버그를 조리할 때에는 양파를 한 번 볶아서 수분을 제거하고 고기 반죽에 넣었지만 이번에 만드는 것은 완자탕.
고기 자체를 볶지 않으니 그 안에 들어가는 양파만 볶아서는 오히려 이질감만 더하게 된다.
거기에 더해서 어차피 탕을 하는 과정에 수분이 들어갈 테니 양파 내의 수분을 제거하는 행위는 아무런 의미도 없고.
그 뒤 마지막으로 버섯.
사용하는 버섯은 미치광이 춤꾼 버섯.
가지고 있는 버섯은 많았지만, 이 버섯의 식감 자체가 새송이버섯과 유사한 데다가 향이 가장 강하기에 채택한 것이다.
다만 그만큼 향이 강하기에 너무 많이 넣어서는 다른 맛을 해칠 수 있으니 사용하는 버섯은 하나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버섯 또한 잘게 다진 뒤, 다져두었던 모든 재료를 한곳에 넣고 섞는다.
이 과정에서 반죽이 잘 뭉칠 수 있도록 삼족계의 달걀을 깨서 노른자를 따로 분리해서 흰자만을 넣어서 반죽이 잘 뭉칠 수 있도록 섞어준다.
그 뒤 뭉친 반죽을 한입에 넣을 수 있는 크기로 떼어서 동글게 뭉쳐준다면 완자는 완성이다.
그다음에는 완자탕에 사용할 국물의 준비.
평소에는 식사하기 직전에 요리의 준비를 시작했지만, 오늘은 다르다.
나는 아스트람 밖에 나가지 않고 모험가 길드에 남아있었던 만큼 요리의 밑준비를 끝낼 시간이 남아있었던 것이지.
삼족계를 구매해서 손질을 끝내놓은 것도 그중 하나였고.
하지만 진짜 내가 준비한 것은 닭의 발골만이 아니었다.
닭을 모두 발골하고 남아있었던 뼈들.
그 뼈들을 사용해서 국물을 우려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닭 육수의 농축액.
치킨 스톡이었다.
원래는 뼈뿐만이 아니라 지방까지 같이 사용하면 감칠맛이 배는 증가하지만, 여기에는 오직 뼈만을 사용해서 우린 국물이었다.
햄버그를 먹고 난 뒤 곧바로 만들기 시작한 육수였으니 적어도 몇 시간은 우려냈다고 할 수 있지.
닭 육수의 맛을 극한으로 우려내려면 몇 시간 정도가 아니라 하루 정도는 통으로 쏟아부어야겠지만, 지금 당장은 몇 시간만으로 충분하다.
어느덧 깨끗했던 냄비 안의 물은 닭 뼈에서 올라온 맛의 국물로 인해서 흐릿한 하얀색을 띠고 있었다.
사실 원래 길드의 주방을 빌리는 것은 사용료를 낸다고 하더라도 정확히 요리하는 순간에만 빌릴 수 있을 뿐이었는데 점심에 햄버그를 먹은 뒤 웬디에게 상담했더니 자기가 길드의 사람들에게 허락을 구해보겠다고 하더니 금세 주방의 이용시간이 늘어난 것이었다.
처음에는 정해진 시간에만 사용해달라고 주의를 받았는데 이제는 흔쾌히 이용시간을 늘려준다니, 이제 나도 제법 모험가로서 신뢰를 받는 뜻일까.
그런 이유로 앞으로는 국물을 오랜 시간 우려내는 요리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의 종류가 다양해지겠는데.
어쨌든, 그 냄비 안의 국물을 다시 한번 체로 걸러서 뼈와 불순물을 제거하면 순수하게 닭의 향기만 남은 국물의 완성이었다.
이 국물에 간을 맞추기 위하여 소금과 후추를 약간씩 사용해서 간을 맞춘다.
그 뒤 완자를 넣고, 아까 완자를 반죽할 때 썼던 삼족계의 달걀의 노른자를 모두 터트린 뒤 잘 섞어서 조금씩 원을 그리면서 부어준다.
그렇게 하면 조금씩 길게 늘어진 달걀의 노른자가 자연스럽게 계란국 안에 들어가는 달걀 같은 모양을 형성하게 된다.
그렇게 완자가 다 익을 때까지 끓이는 것을 계속하다 완자가 충분히 익었다고 생각이 들면 불을 끄고 그대로 요리를 각각의 접시에 나눠서 담는다.
그리고 마무리로 파를 송송 썰어서 완자가 넉넉하게 들어있는 완자탕 위에 뿌려준다면 완성이다.
오늘의 저녁 메뉴.
닭가슴살 버섯 완자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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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그락
“자, 완성이다. 마음껏 먹어라.”
그렇게 쿠르트가 내놓은 음식을 본 세 사람은 각자 탄성과 의구심이 섞인 눈으로 그 요리를 바라보았다.
분명 요리 전체에서 풍겨오는 향기는 그녀들이 평소 잘 알고 있던 삼족계의 진한 냄새였는데 쿠르트가 내놓은 요리에는 그 어디도 삼족계의 고기로 보이는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육식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마리는 셋 중에 가장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쿠르트에게 물었다.
“이건 무슨 음식이죠?”
“닭가슴살로 만든 완자를 넣고 끓인 탕이다.”
“완자요?”
“그래. 고기를 한 번 으깬 다음에 뭉쳐서 만드는 요리법이지.”
“네? 에이. 장난치지 마세요. 다시 뭉칠 거라면 왜 멀쩡한 고기를 으깨요? 제가 아무리 인간사회에 대한 지식이 없다고 해도 이 정도에 속지는 않아요. 제가 바보도 아니고.”
“정확한 판단이로군.”
“히힛. 역시 제 눈은 틀리지 않았죠? ...잠깐! 방금 그거 전자를 말하는 것 맞죠?”
“자, 그러면 식기 전에 먹도록 하지.”
“...잘 먹겠습니다.”
“잘 먹을게.”
“쿠르트 씨! 대답해주세요! 그거 제가 바보라는 뜻은 아니죠?”
쿠르트는 그렇게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은 마리를 가볍게 무시하며 식사를 시작하기를 권했고, 그렇게 소란을 떠는 마리를 제외한 세 사람은 천천히 식기를 들어 올렸다.
오늘도 평화롭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는 연참을 못할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 광기의 멀티버스.
새로 개봉한 그 영화. 원래 마음 같아서는 개봉한 첫날에 보고 싶었지만 일정이 뜻대로 조절되지 않아서 일요일날 보고 온 것입니다.
결과는 몇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상당히 만족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영화관에 가서 느낀 사실인데 이제 슬슬 사회가 정상적으로 회복하는 구간에 들어서면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관에 모습을 드러내더군요.
아직 코로나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기까지는 남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점점 코로나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것 같아서 보기가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