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0화
닭가슴살 버섯 완자탕
그렇게 스푼 위에 완자를 하나 올린 카리나는 의심스럽다는 눈으로 그 완자를 보았다.
육식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마리와 달리 카리나는 확실히 다진 고기를 사용한 요리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물론, 그중에서 쿠르트가 만든 완자처럼 동그랗게 뭉친 요리는 없었지만 카리나가 신경을 쓴 것은 요리의 모양이 아니라 닭고기를 썼다는 것 사실이었다.
이 세계에서 다진 고기란 팔리고 남은 부위, 품질이 떨어지는 부위 같은 자투리들을 모아서 어느 부위인지도 구분도 못 하는 것들이었다.
그러므로 다진 고기란 것은 싸구려 고기였으나, 정작 그 다진 고기에 소나 돼지보다 가격이 저렴한 닭고기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삼족계를 한 마리 도축한다면 그것은 어느 부위를 자투리로 남길 것도 없이 온 가족이 한 끼로 나눠 먹으면 남는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혼자서 먹는다고 해도 식사량이 많은 인간종이라면 한 끼로 먹어치울 수 있는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남는 자투리 부위를 써서 만드는 다진 닭고기란 존재할 수 없는 개념이었다.
그런데 굳이 닭고기를 다져서 요리를 하다니.
애초에 쿠르트가 가지고 있는 요리에 대한 집념이라면, 지출을 아끼기 위해서 다진 고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되지 않는 일이다.
그렇다면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그가 닭가슴살을 다져서 요리를 한 것은 단순히 돈을 아끼기 위함이 아닌 그만한 이유가 존재했다는 것인데…….
카리나는 기대감이 섞인 눈으로 천천히 스푼을 들어 올렸다.
후릅
그리고는 국물과 함께 커다란 완자 하나는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완자보다 먼저 느껴진 것은 진한 닭의 향기와 달걀의 향이 공존하는 국물의 따스함이었다.
달걀의 향이 느껴지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 국물 위에 알기 쉽게 달걀의 노른자가 신기한 모양의 형태로 둥둥 떠올라 있었으니까.
하지만 어째서 닭의 향기가 이렇게 진한 것이지?
단순히 닭가슴살을 사용한 것으로는 이렇게 진한 닭의 향기가 나는 것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평소 프라이드 치킨 같은 음식을 먹으면 닭가슴살을 가장 선호하는 카리나였던 만큼 그녀는 닭가슴살 자체의 향이 그렇게 강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닭의 향기는 그 고기 자체에서도 나오기는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닭이 품고 있는 지방.
그 지방에서 새어 나오는 기름이야말로 닭의 향기를 완성한다.
그러므로 그 맛이 가장 진한 부위는 다리와 날개 부위였다.
닭가슴살로는, 심지어 닭가슴살 본체도 아니고 같이 요리한 국물에서 이토록 진한 닭 육수의 맛이 우러난다고?
그녀로서는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물론 그 비밀은 닭 육수를 우려낼 때 사용한 삼족계의 뼈.
닭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동물들은 껍질, 뼈, 고기 순으로 향을 담고 있으니 비록 가장 향이 강한 껍질만큼은 아니었지만 뼈 또한 강한 향을 품고 있었다.
거기에 껍질에 비해 부족한 향은 오래 우려내는 것으로 극복한다.
비록 소재가 가지고 있는 향은 껍질보다 부족했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시간 동안 우려내는 것으로 마치 닭 한 마리를 녹여낸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진한 육수를 우려낸 것이다.
그 국물의 색깔은 연한 황금색의 빛을 띠고 있어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 뜨끈한 열기와 함께 전해지는 진한 고기의 향이 후각을 자극한다.
후릅하고 삼킨 국물에는 마치 닭 한 마리를 통째로 넣고 스튜를 한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진한 고기의 향.
하지만 그 무게감이나 뒷맛은 소고기나 돼지고기보다 현저히 깔끔하다.
특히 국물을 우려내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지방을 사용하지 않은 만큼 맛의 진함은 부족할지 몰라도 혀 위에 기름이 적게 남는 것으로서 한 스푼을 떠먹은 뒤에도 아무것도 먹지 않은 것처럼 아련한 향 이외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따스한 국물이 그렇게 식도를 타고 넘어가면서 부드럽게 몸 안에 스며들었다.
그것은 그야말로 아무리 먹고 또 먹어도 질리지 않는, 무한히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맛이었다.
안 그래도 아침도 먹지 않고 점심 또한 산을 수색하면서 가볍게 보존식을 쥐꼬리만큼 먹는 것으로 때운 카리나였다.
온종일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해서 허기짐을 호소하는 그녀의 위장이었는데, 거기에 기름기가 적어서 부담되지 않고 심지어 살도 별로 찌지 않는다는 확답까지 들었으니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 따스하고 진한 국물에 카리나는 위장이 깨어나는 것을 느끼며 참지 못하고 입안에 머금고 있었던 완자를 깨물어 부쉈다.
그러자 그녀가 알고 있던 닭가슴살이라고는 생각 할 수도 없는 부드러움과 함께 으깨지는 완자.
‘이게 진짜 닭가슴살이라고…?’
한 번 고기를 모두 으깬 뒤 그 으깨진 고기를 달걀흰자를 접착제로 사용해서 뭉친 그 완자는 매우 부드럽게 그녀의 입안에서 으깨졌다.
거기에 그것은 그냥 부드러워지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완자탕의 국물을 한껏 흡수하여서 씹을 때마다 완자탕의 육수가 새어 나오면서 닭가슴살인데도 불구하고 촉촉하고 진한 향을 품고 있었다.
거기에 그것은 단순히 닭가슴살을 뭉치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씹는 중간중간 느껴지는 맛은 양파와 당근의 은은한 단맛이었다.
그 심심하면서 있는 듯 없는 듯한 옅은 단맛이 완자탕의 짭짭한 국물의 맛을 은근하게 보조하고 있었다.
그리고 버섯.
마찬가지로 잘게 다져진 버섯을 물컹하고 씹을 때면 그 버섯이 품고 있는 강한 향기가 그 혼자로는 향이 매우 옅은 닭가슴살의 향을 완전히 커버해주고 있었다.
아니, 겨우 커버로 끝나는 수준이 아니었다.
버섯전골을 먹을 때에도 느꼈지만 버섯과 고기 육수의 상성은 발군.
완자가 삶아지는 과정에서 닭 육수의 진한 맛을 모두 품은 버섯은 완자의 사이사이에 박혀있는 향의 정수였다.
씹는 순간 펼쳐지는 은은한 대나무의 향기와 닭의 향기.
그것은 쿠르트의 전생으로 따지면 서구권 문명에 소속된 카리나에게는 이국적인 동양풍의 맛이었지만, 그것은 이국적일 뿐 결코 거부감이 드는 맛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국적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저항감이 없이 몸에 스며드는 너무나 편안한 맛이었다.
그 닭가슴살 버섯 완자탕의 몸을 치유해주는 것 같은 부드럽게 스며드는 맛에 체중감량을 하겠다던 당초의 결심도 잊고 걸신들린 것처럼 자신의 그릇에 놓인 완자탕을 정신없이 흡입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카리나 뿐만 아니라 마리와 세레나 또한 마찬가지.
그녀들도 아침도 거르고 점심마저 간단한 보존식으로 허기조차도 제대로 채우지 못한 상황이었으니, 지치고 피곤한 그 위장에 스펀지에 닿은 물처럼 흡수되는 그 따스한 국물은 도저히 저항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세 사람은 하루 만에 요요현상이 온 다이어트 실패자처럼 완자탕을 양껏 퍼먹었다.
그 결과, 살이 덜 찐다는 쿠르트의 말만 믿고 과식을 해버린 나머지 평범하게 식사를 해버린 것과 다름없는 꼴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식사를 모두 끝마치고 쿠르트가 말을 해준 뒤에야 알게 된 것이지만, 적어도 지금 정신없이 완자탕을 흡입하는 세 사람은 충분히 행복해 보였다.
그래. 행복하면 된 것이겠지.
그녀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은 본 쿠르트는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조언을 하려다가 멈추며 조용히 식사를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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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길드의 주방을 빌리기 위해서 웬디를 찾아간 나는 겸사겸사 그녀와 대화를 나누었다.
평소에는 주방의 이용이나 식재료의 구매를 하는 것 이외에 대화를 나누는 일이 없었지만, 며칠 전 햄버그를 같이 먹은 이후로 부쩍 친해져서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마수들의 이상행동?”
“네. 최근 들어 마수들이 무언가 불안해지기라도 한 것인지 이리저리 날뛴다는 제보가 늘어서요. 그 때문에 최근에는 모험가 길드에 의뢰도 늘어서 호황이기는 한데…….”
“흐음. 이상행동이라……. 얼마 전에 검은 먹물 늑대의 무리를 토벌한 것과도 연관이 있는 건가?”
“저희도 아직 명확한 원인은 조사 중이라 잘은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확률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어요.”
대충 예상되는 원인은 검은 먹물 늑대가 사라지고 그 빈자리에 새로운 마수가 들어차서 생태계에 혼란이 온 경우.
아니면, 분홍 환각 양털이 지난번에 처리한 것 이외에도 숲속에 남아있어서 마수들이 단체로 중독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쪽이든 지난번에 그 마수들을 토벌한 것과 연관이 있다고밖에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 사실은 어느 쪽도 아니고 어떠한 인간종에 의해서 인위적으로 일어난 사건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따지자면 끝이 없지.
“...그래서 말인데요. 이번에 그 마수의 이상행동에 관한 원인 조사 의뢰가 발행됐는데 쿠르트 씨는 관심 없나요?”
“글쎄, 식용 가능한 마수의 토벌이 아니라면 별로 관심은 없는데.”
“하하하. 쿠르트 씨라면 그렇게 말할 것 같았어요.”
“아. 나는 거절하지만, 마리, 카리나, 세레나 세 사람이라면 받을지도 모르겠군.”
“세 사람이요?”
“그래. 최근에는 열심히 의뢰하고 있으니까.”
결국, 세 사람은 식이요법을 통해서 체중감량을 이룬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인지 최근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의뢰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녀들의 말로는 내가 만든 음식의 중독성이 너무 강해서 도저히 식사량을 줄일 수가 없다나.
호들갑도 심하지.
“그럼 저는 카리나 씨에게 이 의뢰를 받을 생각이 없는지 물어봐야겠네요.”
“그래. 수고해라.”
그렇게 나는 웬디와의 짧은 잡담을 끝내고 요리를 하기 위해서 주방으로 들어갔다.
뭔가 중요한 일 같기는 했지만, 나와는 연관도 없고 관심도 없는 일이었으니.
카리나 정도의 실력자라면 별문제 없이 수행하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곧 그 건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고 요리를 시작했다.
어느 날의 아침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 새로 뽑게 된 표지는 므밍 님이 작업해주셨습니다!
정말 너무나 만족스럽게 나온 귀엽고 이쁜 표지!
러프일 뿐인데도 이 정도의 귀여움이라니 정말 이 세상의 귀여움이 아닙니다!
해당 표지는 공모전 규칙상 본문에 삽입은 불가능하지만 공모전히 끝난 후에는 본편에 삽화로 삽입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