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1화
데리야끼 공룡 구이
쿠르트가 웬디와 별 영양가 없는 잡담을 하고 난 뒤 아침을 끝마친 뒤의 시간.
쿠르트를 제외한 마리, 카리나, 세레나 세 사람은 또다시 의뢰를 수행하기 위해서 모험가 길드의 밖을 나가 있었다.
웬디가 아침 시간 쿠르트에게 말했던 마수들의 이상행동, 그 원인의 조사 의뢰를 수락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녀들이 쿠르트의 말대로 아직도 체중감량에 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고, 이상 사태의 원인이 검은 먹물 늑대 무리의 토벌로 추정되는 만큼 그 나름대로 책임감을 느끼기도 했기 때문이다.
“마수들의 이상행동이 벌어지는 위치도 마침 우리가 먹물 늑대를 퇴치했던 곳이라니……. 설마 우리가 늑대 마수를 퇴치했기 때문일까요.”
말없이 산을 오르던 마리는 문득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냈다.
“그건 원인을 파악하기 전까지는 섣불리 단정 지을 수는 없는 이야기입니다.”
“맞아. 어차피 먹물 늑대들은 주변의 인간들을 습격해서 인명피해를 냈으니 퇴치할 수밖에 없는 존재였어.”
“역시 그럴까요…….”
하지만 그 말에도 마리는 좀처럼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는 듯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그 마리의 어두운 분위기에 카리나와 세레나는 어떻게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난처한 표정을 짓다가 곧 대화의 주제를 돌리겠다고 마음을 먹고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그보다는 우선 지금 맡은 의뢰에 집중하도록 하죠.”
“정확히 어떤 이상행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지?”
“아. 그건 제가 알고 있어요. 듣자 하니 마수들이 자신들의 영역에서 벗어나서 인간종들의 영역까지 내려오는 경우가 빈번해졌다고 들었어요. 또한, 그렇게 출몰하는 마수들은 대체로 모두 흥분한 모습을 보인다는 공통점을 보였다고 하고요.”
“음. 역시 새로운 포식자의 등장으로 생태계가 혼란스러워지는 걸까.”
“먹물 늑대 마수는 전투력도 전투력이지만 지능이 높아서 의외로 생태계 자체에 크게 악영향은 주지 않았으니까, 아마 새로 영역의 우두머리를 맡은 마수가 상당히 난폭한 종류의 마수인 걸까.”
그녀들은 자신들이 맡은 조사 임무에 대해서 이런저런 추측을 늘어놓으며 더욱더 깊은 산속으로 향했다.
그녀들이 먹물 늑대의 둥지를 발견했던 그 위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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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녀들이 향하는 방향의 좀 더 앞, 먹물 늑대의 둥지를 지나서 수풀에 가려져서 입구가 숨겨진 어느 동굴.
그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처럼 보이는 동굴의 안에는 또다시 숨겨진 길, 종유석으로 가려진 바위와 바위의 틈 사이 인간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그 길의 안쪽으로 가보면 그 안에는 아무도 찾지 못했던 잊힌 고대 제국의 유적이 숨겨져 있었다.
어째서 동굴의 안에 그런 것이 숨겨져 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지만, 마치 바위 속에 파묻힌 것 같은 그 유적의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오랜 세월이 지난 것임에도 불구하고 바위 속에서 보이는 편린만으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옛 문명의 한 단면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 바위 속에 갇혀있는 유적을 건장한 성인 남성 몇십 명이 모여서 조금씩 바위를 파내고 있었다.
그 남성들은 하나같이 범상치 않았는데 복장은 단순한 작업복에 사용하는 것은 곡괭이 하나뿐이었음에도 마치 흙을 파내듯이 손쉽게 바위들을 파내고 들어서 날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곡괭이에는 하나같이 흐릿하지만, 각양각색의 오러가 서려 있음을 깨닫는다면 그들이 단순히 힘이 좋은 인부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오러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웬만한 시골 영지에서 기사 노릇을 하는 데 문제없음을 생각한다면 그 정도의 고급인력을 마치 공사장 인부 부리듯이 부리고 있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깨달을 수 있으리라.
그들의 작업이 아직도 안 끝난 이유는 그들의 속도가 느렸기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지반 붕괴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신중히 처리하기 때문이었으니.
만약 이 작업이 동굴의 붕괴 위험이 없는 개활지였거나, 유스티아 왕국의 눈을 피해서 비밀리에 행동하는 것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끝났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내들의 사이에 얼마 전 먹물 늑대의 둥지를 수색하던 세 사람을 관찰하고 있던 사내 중 한 명인 찰랑거리는 금발의 사내 또한 곡괭이에 오러를 실어서 바위에 묻힌 유적을 파내고 있었다.
그 곡괭이에 서린 오러는 다른 사내들이 사용하는 오러보다 확연히 진한 색의 아지랑이를 피어 올리고 있었는데 그것은 그 사내의 수준이 다른 사내들과 비교했을 때 그 수준이 몇 단계는 더 높음을 의미하고 있었다.
카앙!
카앙!
남들보다 훨씬 더 경지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뒤에서 굳이 관리, 감독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노동을 하는 그 사내에게 성격이 사나워 보이는 붉은 머리의 사내가 다가오며 말을 건넸다.
“단장님!”
카앙!
카앙!
“정말 신기하지 않습니까? 어째서 이 정도의 건축물이 산속의 바위에 파묻혀 있는 것인지……. 마치 산속에 건물을 지은 게 아니라 건물 위에 산을 만들어 버린 것 같은 모양이지 않습니까.”
붉은 머리 사내가 말을 걸었음에도 그 금발의 사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곡괭이를 휘두르며 유적을 감싸고 있는 바위를 파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본 붉은 머리의 사내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아니. 단장님은 명색이 기사단장이 되어서 이런 일은 그냥 단원들에게 시키지 직접 유적을 파내고 있습니까?”
“부단장이라고 땡땡이를 치고 있는 당신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윽…! 그건 평단원보다 높은 직위인 제가 열심히 일하면 눈치가 보여서 부하들이 제대로 못 쉴 테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보고입니까? 땡땡이를 친 만큼 거기에 상응하는 가치의 정보이길 기대하겠습니다.”
“땡땡이가 아니라 경계 임무라고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보다 이 동굴의 근처에 모험가가 접근했습니다. 인원은 세 명으로 지난번에 먹물 늑대를 토벌했던 그 자들입니다.”
그 말에 단장이라고 불린 금발의 사내는 곡괭이질을 멈추고는 붉은 머리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우리의 존재를 눈치챈 것 같습니까?”
“아니요. 눈치를 보아하니 기사단에 대해서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마 최근 먹물 늑대가 토벌되어서 혼란해진 생태계를 조사하기 위한 것처럼 보입니다.”
“흐음. 눈치를 채지 못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속 이 근방을 들쑤시게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인데…….”
“차라리 제가 나가서 처리하고 올까요?”
“아니, 우리에 대해서 눈치를 못 챘다면 굳이 신분이 노출될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보다는 먹물 늑대 무리 이외에도 예비용으로 준비해둔 마수가 있지 않습니까?”
“네? 아, 그렇지는 하지만 먹물 늑대와는 달리 그 녀석은 좀처럼 통제가 되지 않아서…….”
“상관없습니다. 통제가 되지 않아도. 그 녀석을 풀어버리는 게 좋겠습니다.”
그 마수들에 의해서 모험가들이 당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고, 그 마수가 토벌 된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생태계가 혼란스러워진 원인을 뒤집어씌울 수 있으니 모험가들은 만족하고 돌아갈 것이다.
그 설명을 들은 붉은 머리의 사내는 알겠다는 듯 이를 드러내는 미소를 보였다.
“과연 직접 처리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확실히 괜찮은 방법입니다. 바로 녀석을 풀어버리도록 하겠습니다.”
붉은 머리의 사내는 그렇게 말한 뒤, 예비용이었던 마수를 풀어주기 위해서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사내가 떠난 것을 확인한 금발의 기사단장은 곧 다시 몸을 돌려서 부하들이 작업 중인 유적을 바라보았다.
그 유적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 세계의 기술로는 재현하는 것조차도 불가능해 보이는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내가 신경을 쓴 것은 그 유적의 웅장한 모습이 아니었다.
그 웅장한 건물을 지을 정도의 문화를 가졌던 고대 제국마저도 저항하지 못하고 역사에서 지워버릴 정도의 무언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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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산속을 돌아다니며 마수들의 이상 현상을 조사하던 마리 일행.
그녀들은 계속된 수색에 처음의 진지했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한가하게 잡담을 나누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래서 그날 아침에 일어나서, 기름을 버리는 쿠르트 씨의 모습을 보고는 너무 슬퍼서 기름의 무덤을 만들었는데, 쿠르트 씨는 저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더라고요!”
“...보통은 기름의 무덤을 만들었다고 하면 누구나 다 그런 눈으로 보지 않을까요.”
“하하하하! 기름의 무덤을 만들었다니, 농담이지?”
“아니! 저는 진짜로 다시는 감자튀김을 먹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진심으로 슬펐다고요!”
그렇게 한가하게 잡담을 나누는 세 사람.
먹물 늑대를 토벌했을 때에는 마약에 중독된 그 마수들이 그녀들을 발견하고는 먼저 습격을 했기에 하루 만에 토벌할 수 있었지만 원래 이런 종류의 의뢰는 며칠에 걸쳐서 수색하는 것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들은 장기전이 될 것을 예상하고 긴장을 풀고는 잡담을 나누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잡담을 나누던 중 멀리 있는 수풀이 부자연스럽게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부스럭
부스럭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일행 중 가장 날카로운 감각이 있는 마리였다.
그녀는 다른 두 사람에게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
“잠시만요! 앞에 무언가 있어요.”
“무언가…?”
“마수인가?”
인기척을 느낀 그녀들이 곧바로 장난기를 지우고 경계태세를 갖췄을 무렵.
그 수풀을 가르고 한 쌍의 맹견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맹견의 외견은 사냥개로 쓰이는 종류인 도베르만을 떠올리게 하는 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도베르만과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그 개들이 마치 하이에나와 비슷한 갈기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평범한 갈기가 아니라 일렁이는 화염으로 된 갈기를.
마수의 정체는 바로 유적을 파내고 있던 자들이 준비한 또 다른 문지기 지옥견이라 불리기도 하는 마수인 헬 하운드였다.
평소에는 화염으로 된 갈기를 지니고 있을 뿐이지만, 전투에 들어가면 곧 온몸을 화염으로 감싸서 사납게 날뛰는 위험한 마수 중 하나였다.
그 전투력은 무려 두 마리만으로도 열 마리가 넘는 무리로 이루어졌던 검은 먹물 늑대와 맞먹을 수 있을 정도.
괜히 그 마수들이 검은 먹물 늑대의 예비용이 아니었던 것이다.
크르르르…….
심기가 불편한 듯 낮은 목소리를 내는 그 마수.
두 마리의 헬 하운드는 경계를 하는 것도 없이 천천히 불타오르는 갈기의 부위를 전신으로 넓히며 조용히 전투의 준비를 했다.
“헬 하운드…….”
“쉽지 않은 상대로군.”
“전투 준비해! 전신이 불길로 둘러싸이면 곧바로 달려들 거야!”
그리고 세레나의 말대로 전신이 불길로 뒤덮인 두 마리의 헬 하운드는 곧 전투하기에 앞서 기선을 제압하려는 듯 큰소리로 울부짖었다.
크아아아!
크허어엉!
이 마수들을 정녕 하운드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 어쩌면 생긴 것만 맹견이고 사실은 호랑이나 사자와 같은 종류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사납게 울려 퍼지는 두 마리 마수의 울부짖음.
크아아아아아아!
그리고 거기에 화답하듯 산속을 뒤흔드는 세 번째의 끔찍한 굉음.
헬 하운드의 울부짖음 이상으로 몸의 내부까지 뒤흔드는 그 굉음에 세 사람은 무심코 몸을 움츠리다가 곧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는 말했다.
“잠깐, 세 번째?”
“어디서 나는 소리지?”
“우리는 아닌데…?”
하지만 그녀들의 의문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는데 그것은 그녀들의 의문을 해소해줄 존재가 곧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쿵! 쿵! 쿵! 쿵!
우지끈
우지끈
발걸음만으로도 가벼운 진동이 느껴질 정도의 그 마수는 자신의 길을 가로막는 나무들을 그저 힘으로 쓰러트리고는 모습을 드러냈다.
크아아아아아아!
그것은 공룡이라고도 불리는 마수.
아룡(亞龍)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저녁 연참분까지도 늦을수는 없으니 지금부터 열심히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