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8화
용가리 공룡 너겟
스파인 제국의 자랑스러운 열한 기사단 중 하나인 성검 기사단.
그리고 그 성검 기사단의 기사단장인 알베르는 저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자신의 무재가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서른이 되기도 전에 20대의 나이에 제국의 기사단장 직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그의 배경이 백작가의 맏아들이라는 배경에 의한 것만은 아니었다.
스파인 제국은 철저한 실력주의의 사회였다.
제아무리 가진 배경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아무런 능력이 없는 얼간이가 요직을 차지할 수는 없었으니.
알베르가 젊은 나이에 성검 기사단의 단장이라는 직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그의 무력적인 성취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검에게 사랑받는 사내라 할 수 있는 사내라 할 수 있었다.
어려서 처음 검을 잡은 순간부터 자신보다 몇 살이나 나이가 많은 종자들 사이에서 두각을 드러냈으며 그가 처음으로 오러를 깨우친 것이 열여덟의 나이였다.
그것은 당대 최고의 무재라는 유스티아 왕국의 마스터 검공이 오러를 익힌 것과 단 세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대단한 기록이었다.
거기에 그는 자신의 재능에 자만하지 않고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는 성향을 가지고 있었으니 뛰어난 재능에 아낌없는 투자, 그리고 자만하지 않는 성실함까지.
그 세 가지를 모두 갖춘 알베르가 마치 날개를 단 호랑이처럼 승승장구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제국에서도 다음 마스터의 탄생이 나온다면 누가 될 것인지를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면 알베르는 그중에서 열 번 중 두세 번은 거론될 정도의 인물이었다.
사실상 무언가 불행한 사고로 사망하거나 검을 놓게 되지 않는 이상 죽기 전에 반드시 마스터의 경지에 닿을 것이라 여겨지는 사내.
그것이 알베르였다.
하지만 정작 그 알베르는 지금, 이 순간 끔찍한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만약 제국의 사람에게 그런 말을 했다면 코웃음을 치며 믿지 않을 이야기.
그러나 알베르는 쿠르트가 용가리 아룡 너겟이 담긴 접시를 들고 온 그 순간부터 그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마치 한순간이라도 눈을 돌렸다가는 그대로 그의 손톱이 자신의 목을 잡아 뜯을 것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의 감각.
물론 쿠르트가 알베르에게 딱히 적의를 품거나 한 것은 아니었기에 그럴 일은 없었지만, 적어도 그는 지금, 이 순간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알베르가 쿠르트에게서 느낀 것은 끝을 알 수 없는 심연.
그 감각은 언젠가 제국의 높은 사람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에서 일곱 명의 마스터를 마주하면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종류의 기운이었다.
높은 경지에 오른 무인들에게서라면 응당 느껴져야 할 위압감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대신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그 끝을 짐작할 수가 없는 깊은 심연과도 같은 경지.
차라리 알베르의 경지가 조금만 더 낮았더라면 자신의 옆에서 태평한 얼굴을 하는 루이처럼 아무것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어설프게나마 마스터의 근처에 접근이나마 할 수 있었던 알베르이기에 너무나 선명하게 그 격차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마스터.
또는 제국의 제식 병기인 검을 사용하는 것에 따서 소드 마스터라고도 불리는 존재.
혹은, 다른 종족들은 초월자, 초인, 도달자 등으로도 불리는 경지.
무인들이 자신의 평생을 갈아 넣어서 수련해도 그 경지에 닿는 것은 만 명 중의 한 명이 될까 싶은 수준이고, 마스터라는 명함 하나만으로도 대륙 어디에서도 수많은 사람의 고개를 조아리게 할 수 있고 남부럽지 않은 귀빈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존재.
그 절대적인 존재가 지금 앞치마를 두르고 테이블 위에 용가리 아룡 너겟을 올려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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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현재.
알베르는 상대방과의 격차도 가늠하지 못하면서 함부로 입을 놀린 루이의 머리를 온 힘을 다해서 꾹꾹 누르며 생각했다.
‘마스터!? 어째서 마스터? 왜 마스터가 이곳에? 그보다 리저드맨인 마스터라니 들어본 적도 없어. 유스티아 왕국은 이 사실을 알면서 숨긴 것인가? 도대체 언제부터. 그렇다는 건 설마 이 자 이외에도 다른 마스터가 숨겨져 있을 확률은…!’
“어…….”
그렇게 정신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에 혼란스러워하던 알베르는 곧이어서 들린 쿠르트의 목소리에 정신을 번쩍 차리고는 급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 일행이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 못 하는 병이 있어서…!”
‘아니, 이게 아니야! 이런 변명을 한다고 순순히 ’아. 그렇군. ‘하고 넘어갈 리가 없잖아! 이딴 지리멸렬한 변명이 아니라 좀 더 제대로 된 변명을 해야…!’
너무 급하게 떠오른 대로 말을 내뱉었기 때문일까.
한참 변명을 내뱉던 알베르는 말하던 도중의 자신의 신수를 깨달았지만 이미 한 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속으로 말을 잘못했다고 생각하며 입술을 짓씹는 알베르였지만, 쿠르트는 뜻밖에 그의 변명을 순순히 받아들이며 납득했다.
“아. 그렇군. 틱 장애인가. 당신도 고생이 많군.”
“네? 아, 네. 아, 아닙니다.”
‘뭐지. 이걸 믿고 넘어가는 건가?’
알베르는 자신의 예상과는 달리 순순히 그의 말을 믿고 넘어가는 쿠르트의 태도에 어리둥절하였다.
그러나 그가 아직 안도의 한숨을 쉬기에는 너무 일렀으니.
쿠르트는 그 두 사람을 가리키며 마리에게 물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누구라고?”
“아. 이 사람들은 우리가 먹으려는 음식 냄새가 너무 맛있어 보여서 돈을 줄 테니까 팔아줄 수 있냐고 물어보려고 온 사람들이에요!”
“우리 밥을?”
쿠르트의 의문 섞인 목소리.
그 목소리는 순수하게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상황을 맞이한 인간종 특유의 당황과 의문이 섞인 목소리였지만, 그것을 들은 알베르의 입장에서는 그저 ‘이 미친놈들이 내 밥을 탐낸다고?’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알베르는 루이의 무례한 행동을 용서받았다는 사실에 안도를 채 하기도 전에 다시 머릿속이 새하얗게 표백되었다.
“아, 아니! 그게! 그러니까! 아닙니다! 그냥 냄새가 맛있어 보여서 잠깐 들렀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습니다!”
“네? 아까랑은 말이 다르지 않나요?”
“맞습니다! 단장님. 이거 요리가 나온 모습을 보니 상상 이상으로 맛있어 보이는 게 절대 포기할 수 없겠는데요!”
‘제발 닥쳐!’
눈치 없이 끼어드는 마리의 말은 둘째치고 자신의 아군인지 적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루이의 말에 알베르는 마음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루이를 노려보았지만 이제 와서 뒤늦게 루이를 쏘아본다고 해서 이미 그가 내뱉은 말을 무를 수는 없었다.
그러나 또다시 다행히도 쿠르트는 그 말에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 거라면 좋아. 어차피 야식으로도 먹으려고 잔뜩 만들어뒀으니까 그냥 합석해. 대신 술 정도는 사고.”
“네!? 아, 아니……. 그게…….”
사실 알베르로서는 이제 식사고 나발이고 이 괴물 같은 리저드맨 마스터의 앞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오히려 자신을 흔쾌히 환영하는 그의 모습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못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눈치 없이 웃으며 의자를 하나 가져와서 테이블에 앉는 루이의 모습.
“하하하! 이 리저드맨 친구가 말이 제법 잘 통하네!”
팡! 팡!
아니, 스스럼없이 합석하는 것을 넘어서 함부로 친한 척 말을 걸고 아예 어깨를 팡팡하고 두드리기까지.
알베르는 한순간 심장이 멈추는 것만 같은 공포를 느꼈다.
‘이, 이젠 다 끝났어. 미친 리저드맨 마스터가 우리를 다 죽일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알베르는 한순간 눈을 질끔 감았으나 한참이 지나도 그가 우려하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루이가 친한 척 한 것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신경 쓰지 않고 그의 접시에 용가리 아룡 너겟을 덜어서 담아주기까지 했다.
그렇게 시작된 저녁 식사.
“이야! 요리 솜씨가 제법인데! 솔직히 말해서 리저드맨이라고 하면 대충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에, 흙을 제대로 털어내지도 않은 쓴맛이 나는 풀을 대충 사발에 받아서 먹을 것 같은 이미지가 있잖아! 그런데 이렇게 요리 솜씨가 좋을 거라고는 예상도 못 했다고!”
‘끄, 끄어어어어억…!’
이내 칭찬인지 인신공격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소리를 태연히 하고 있을 때는 심장이 멈추는 것을 넘어서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것은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로 맹렬하게 위장이 아픈 느낌이 들었고.
“거기에 이 케첩이라는 소스도 이 튀김이랑 정말 잘 어울리는데! 가능하다면 레시피를 배워서 집에 가져가고 싶을 정도야…! 아! 케첩이 튀었다. 미안~.”
‘아아아아…….’
루이가 케첩이라 불리는 붉은 소스를 쿠르트의 옷에다 튀겼을 때는 혼이 나가서 자신이 아직 살아있는 게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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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는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아룡 고기를 반죽해서 귀여운 모양의 틀로 찍어낸 뒤에 얇은 튀김옷을 입혀서 튀겨낸 요리는 그 울퉁불퉁한 표면에 조명의 빛을 반짝이며 반사하는 기름기로 번들거렸고, 거기에서 풍기는 고기의 담백한 향과 짭조름한 튀김옷의 고소한 향기는 시각과 후각 양쪽으로 사람을 매혹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거기에 그 맛은 어떠한가.
그 한입 사이즈의 너겟을 포크로 찍어서 한입에 집어넣으면 처음에는 바삭함이 부족한 튀김옷에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이내 그 맛을 음미한다면 그 바삭함이 부족한 튀김옷은 바삭하게 만들지 못한 것이 아니라 바삭하게 만들지 않은 것임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그 얇은 튀김옷은 식감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역으로 최대한 식감을 죽임으로써 소금기를 잔뜩 머금어서 짭조름한 튀김옷의 맛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가 된 것이다.
그렇게 짭조름한 튀김옷을 넘어서 너겟을 씹으면 그 안에 들어있는 아룡의 고기는 한번 잘게 다진 것으로 식감이 질긴 것도 없이 이빨이 움직이는 대로 부드럽게 넘어간다.
거기에 추가로 더해지는 토마토와 식초를 사용해서 만들었다고 하는 붉은색의 진득한 소스.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맛이 있는 너겟의 맛을 한층 강렬한 짠맛과 신맛, 그리고 감칠맛으로 강렬하게 덧칠한다.
그 지나치게 강렬한 케첩에 찍은 너겟의 맛을 한참 동안 음미하다가 어느 순간 속이 기름지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
바로 그 순간 마법으로 차갑게 식힌 맥주를 꿀꺽 꿀꺽하고 한계까지 들이마시면 입안에 남아있던 케첩의 진한 여운과 너겟의 기름기를 모두 씻어낸다.
그렇게 너겟의 맛을 맥주로 지워냈다면 그때부터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무한 반복이었다.
그야말로 끝도 없이 들어가는 용가리 공룡 너겟의 맛에 한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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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뭐야! 네 놈 마법사였냐? 어디서든 시원한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건 편리하구만!”
“더 칭찬해! 더 칭찬하라고! 하하하!”
“엄청해! 대단나!”
“하하하하! 뭐야 그게!”
처음에는 마리 일행과 시비를 걸며 분위기를 긴장시키기만 했던 루이도 음식을 먹는 순간부터 스스럼없이 친하게 구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어느새 같이 웃고 떠들며 친해졌다.
그리고 그들의 틈 사이에서 알베르는 소화불량에 걸릴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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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식사를 끝마치고 돌아가는 길.
루이는 모험가 길드에서 즐겼던 식사가 퍽 만족스러웠던 듯 웃음을 지우지 않으며 떠들었다.
“하하하! 단장님. 아인종들도 알고 보면 그렇게까지 나쁜 것만은 아니었네요! 그렇지 않나요?”
“으, 으으으…….”
“단장님?”
그러나 정작 알베르는 루이와는 달리 창백한 표정으로 자신의 배를 부여잡을 뿐이었다.
“단장님. 혹시 너무 많이 먹어서 체한 것 아닙니까? 하하하!”
그 눈치 없는 루이의 말 한마디.
그것이 결정타였다.
그동안 불편한 식사를 하면서도 어떻게든 버텨오던 알베르의 속은 완전히 뒤집혀 버렸고, 알베르는 천천히 쓰러지며 루이를 증오스러운 눈으로 쏘아보며 말했다.
“다시는……. 너랑 밥 안 먹어……. 끄으윽…….”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모전의 마지막 날
불타는 금요일!
참을 수 없는 충동!
아무도 연참을 막을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