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1화
전갈꼬리 늑대 전골
습격이라고?
다급하게 우리를 호출하는 상인의 외침에 나는 다급하게 기감을 끌어올려 주위를 파악했다.
그러니 상인의 말대로 주변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기척.
내가 계속 마나를 퍼트려서 위협을 하고 있어서 웬만한 마수들은 습격하지 않을 텐데?
그게 아니라면 설마 산적인가?
그런 판단을 내리는 사이 로그윈은 재빨리 자신의 동료들을 데리고 마차의 밖으로 나섰다.
“모두 전투 준비!”
“쿠르트 씨! 저희도 빨리 나가죠!”
“그래. 일단은 나가야지.”
곧이어서 마리의 재촉에 나 또한 마차 밖으로 나가니 다행히도 마차를 포위한 것은 인간종의 산적이 아니라 마수였다.
우리를 포위한 마수들은 전갈꼬리 늑대라고 불리는 늑대의 마수.
그 늑대 마수들은 상행을 나서는 마차들을 포위한 상태였다.
그리고 우리가 하나둘씩 짐마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는 완전히 준비가 끝나기 전에 우선권을 쥐겠다는 듯 달려 들어왔다.
아우우─!
이대로라면 각자 자신의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모험가들은 둘째 치더라도 상인이나 마부들은 꼼짝없이 당할 상황.
나는 재빨리 쇠꼬챙이를 던져서 상인과 마부들에게로 달려드는 마수들에게 던지려고 하였다.
그러나 내가 짐 속에서 쇠꼬챙이를 던지는 것보다도 빨리 로그윈이 행동을 개시했다.
“날─! 봐라─!”
자신의 몸통 정도는 가뿐하게 가릴 것 같은 크기의 대방패를 들고 외치는 로그윈.
물론 마수들이 바보도 아니고 그냥 소리를 친다고 상인과 마부를 공격하려던 것을 갑자기 타겟을 변경할 리는 없었다.
그냥 고함이라면 말이다.
그러나 로그윈의 외침은 평범한 고함이 아니었다.
고함에서 느껴지는 특이한 파동.
마치 몸속까지 뒤흔드는 것 같은 그 파동에는 한순간이나마 사람의 마을을 간질거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느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상인과 마부를 향해서 달려들던 그 마수들은 한순간 움찔하며 행동을 멈추더니 곧 미친 듯이 발광을 하면서 로그윈에게 달려든 것이다.
과연, 저런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나.
마수들의 이목을 자신에게 집중시키는 기술이라니.
“지금이야! 마수들의 시선을 내게로 집중시켰어!”
“좋아! 후방 지원을 맡겨줘!”
“마법 준비할 테니까 방어를 부탁해!”
“냐하하! 알았어!”
마수들이 마치 홀린 것처럼 로그윈을 향해서 달려드는데도 특별히 놀라지 않고, 오히려 매번 있는 일이라는 듯 각자의 위치에서 정해진 행동을 하는 로그윈의 일행들.
네 명이 마친 한 몸이라도 되는 것처럼 유기적으로 싸우는 모습이었다.
과연 저런 전투 방법도 있는 것인가.
“우리도 행동하죠!”
“...그러는 게 좋겠네.”
마리의 말에 나 또한 정신을 차리고 몸을 움직여 그 마수들에게 달려들었다.
.
.
.
다행히도 전갈꼬리 늑대의 무리와의 전투는 인명피해 없이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혼자서 마수들을 도발하며 마수들의 주의를 한 몸에 받은 로그윈 정도가 몸에 약간 긁힌 상처를 입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가벼운 경상에 그칠 뿐.
다행인 일이었다.
하지만 전투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서 다행인 것과는 별개로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는데.
전투의 뒷정리를 하는 도중, 나는 가만히 죽어있는 마수의 시체를 보며 생각했다.
뭔가 이상한데…….
뭐라 말할 수 없는 위화감.
그 위화감에 나는 자리에 가만히 서서 위화감의 정체를 찾으려 하였다.
그러나 그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는데, 먼저 뒷정리를 끝낸 로그윈이 우리를 향해서 말을 걸었기 때문이다.
“와아. 정말 엄청나게 잘 싸우던데.”
그의 말에 마틸다 또한 동의하며 마리를 보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화살을 그렇게 빠르고 정확하게 쏘는 거야? 진짜 철 등급 맞아?”
“그러니까 우리 마틸다는 동 등급이면서도 그것보다 못 쏘는데. 정말 같은 하프 엘프라는 사실이 의심된다니까.”
“야! 여기서 꼭 그걸 비교해야 해?”
로그윈의 그 말에 마틸다는 화를 내며 그의 어깨를 두들겼고, 그녀의 행동에 로그윈은 어깨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아야야! 어깨는 치지 마! 마수한테 긁힌 부위란 말이야!”
두 사람은 곧 그렇게 투닥거리기 시작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피식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오히려 그쪽 네 사람이야말로 합이 아주 잘 맞던데.”
그것은 딱히 우리가 칭찬을 받았으니 되돌려준다는 입에 말린 말은 아니었다.
네 사람의 개인적인 역량은 나를 제외하고서 비교해봐도 마리, 카리나, 세레나에 비하면 현저히 떨어지는 편이었음에도 네 사람이 함께 전투하는 순간만큼은 나를 제외한 우리 쪽 일행과 비교해도 그 실력의 부족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개인의 역량의 부족함을 서로 간의 합을 맞추는 것으로 극복을 하고, 나아가서는 서로 간의 시너지를 이루어서 한 사람이 넷이 모여서 전투를 하는 게 아니라 마치 네 사람이 한 명이 되어서 전투하는 것 같았으니.
지금까지 살면서 줄곧 혼자 사냥꾼 생활을 해온 나로서는 제법 새롭게 느껴지는 전투의 방법이었다.
내 말에 로그윈은 자신의 등 뒤에 매미처럼 달라붙어 있는 마틸다를 떼어놓기를 포기한 채로 자랑스럽게 말했다.
“뭐, 그렇지. 이래 봬도 제법 오래 합을 맞춘 파티니까.”
“그래도 그쪽 일행도 제법 사이가 좋아 보이는데.”
“그건 그렇지.”
“그렇다면 너희들도 곧 우리처럼 합을 맞춰서 싸울 수 있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마!”
별로 걱정은 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마틸다는 나를 응원하려는 듯 로그윈에 어깨에 매달린 채로 내게 엄지를 치켜세워 주었고 나는 그런 그녀에게 애매하게 말끝을 흐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렇게 대충 대답한 나는 다시 한번 고개를 돌려서 바닥에 쓰러진 늑대 마수의 모습을 보았다.
단순한 우연일까.
아니면 다른…….
“아. 쿠르트 씨!”
“정리는 다 끝났냐?”
“네. 물론이죠, 그런데 쿠르트 씨야말로 왜 여기서 가만히 마수의 시체를 보고 계세요?”
“아. 사실은 말이지…….”
그러나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마리는 눈을 크게 뜨고는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소리를 쳤다.
“앗! 설마! 지금 이 마수를 요리하려고!?”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다면 저는 스튜가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구이! 구워 먹자!”
마리의 요리라는 말에 뒷정리를 끝낸 카리나와 세레나마저도 각자 눈을 빛내며 내 쪽으로 모여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들은 각자 자신들이 좋아하는 요리를 어필하기 시작했다.
내 의사는 묻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요리를 하는 건 확정이냐.
그리고 그 와중에 마리만은 홀로 슬픈 표정을 지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으으……. 식용유만 있었어도…….”
“....”
어차피 이제 슬슬 저녁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고, 마수의 습격으로 한 번 마차가 정지했으니 아예 이른 저녁을 먹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어차피 이미 마수들은 토벌한 뒤니까 마수에 대한 건 굳이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그녀들에게 대답했다.
“...그래. 먹자.”
.
.
.
그렇게 마리가 우리 중 대표로 가서 이왕 전투한 김에 오늘은 여기까지만 이동하고 저녁 식사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전했다.
우리의 의견에 상인은 좋은 생각이라 말하며 마차를 조금 더 움직여서 도로에서 벗어난 갓길에 마차를 치워두고 오늘은 이만 휴식을 하기로 하였다.
상인과 마부의 처지에서도 비록 직접적인 전투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마수에게 습격을 당한 경험을 겪었으니 오늘은 그만 쉬고 싶은 것이리라.
상인과 마부는 따로 저녁을 먹기로 했고, 모험가들끼리만 남은 우리는 마차의 뒤편에 야영 준비를 하며 대화를 나눴다.
“아. 그런데 그쪽은 저녁을 어떻게 해결하지?”
“모험가의 식사랄게 뭐 별거 있나. 마른 육포나 딱딱한 귀리 빵이 유일한 친구지.”
“그렇다면 우리와 같이 식사를 하지 않을래? 이쪽은 지금부터 요리할 예정이거든.”
내 제안에 로그윈은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요리를!? 정말이야?”
“어차피 요리한다면 4인분이나 8인분이나 크게 차이는 없으니까.”
사실 좀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나한테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내 제안에 로그윈은 만세라도 하고 싶은 표정으로 외쳤다.
“물론 대환영이지! 너희들도 그렇지?”
로그윈의 질문에 그의 일행들은 그와 마찬가지로 두 팔을 벌려 환호하며 말했다.
“당연하지. 다음 도시에 도착할 때까지 꼼작 없이 귀리 빵이나 씹게 될 줄 알았는데!”
“오. 그렇게 해준다면 사양할 이유는 없지.”
“냐하! 임무 중에도 따뜻한 요리를 먹을 수 있다니!”
“그렇다면 네 사람 모두 동의한 것으로 알고 8인분 요리하도록 하지.”
내 말에 로그윈은 정말 고맙다는 듯 양손으로 내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여행 중에 요리를 먹는다는 사실이 그렇게 기쁜가.
어쨌든 이렇게 기뻐해 준다면 나도 요리를 하는 보람이 있어서 좋다.
우리 쪽 일행들도 매번 음식을 먹을 때마다 내게 고마워하기는 한데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로 열렬한 감사까지는 받기가 힘드니까.
“그래 준다면 정말 고맙지! 그나저나 이런 모험 중에도 따뜻한 요리를 먹을 수 있다니, 너희 일행 중에는 요리에 능숙한 사람이 있나 보네!”
“응?”
“우리 일행 중에는 요리할 줄 아는 녀석이 한 명도 없어서 말이야. 요리 잘하는 파티원을 가진 네가 참 부럽네!”
“아. 요리하는 것은 난데?”
내 말에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정적.
로그윈 일행은 마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만면에 미소를 지은 표정 그대로 딱딱하게 굳었다.
와. 내가 시간을 멈췄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참 실패!
와!
그래도 대신 새로운 일러스트를 들고 왔으니까 면죄부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