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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리저드맨은 햄버거가 먹고 싶다-73화 (74/78)

제 73화

전갈꼬리 늑대 불고기 전골

멍하니 쿠르트가 만든 전골을 바라보던 로그윈은 곧 다른 사람들 또한 국자를 가져가서 자신의 그릇에 담더니 이내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정신 차렸다.

“와! 쿠르트 씨! 오늘도 너무 맛있어요!”

마리는 그렇게 말하며 가장 먼저 전골의 고기만 쏙쏙 골라 먹었고,

“역시 밤이 되면 쌀쌀해지는 야외에서는 따뜻한 국물 요리만큼 좋은 게 없죠.”

카리나는 봤냐는 듯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세레나를 바라보았고,

“흐, 흥! 전골도 뭐 나쁘지는 않네…….”

세레나는 카리나의 눈길에 부끄러워하면서도 전골의 요리들을 하나씩 건져 먹었다.

꿀꺽

‘정말……. 맛있는 건가?’

리저드맨과 맛있는 요리라니.

불의 정령과 물의 정령, 엘프와 다크 엘프만큼이나 어울리지 않는 조합임에도 불구하고 세 사람은 쿠르트의 요리를 진심으로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이상했지. 진짜 쿠르트의 요리가 끔찍했다면 다른 세 사람이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을 테니.’

로그윈의 일행처럼 진작에 요리할 필요도 없고 장기보관도 가능한 보존식으로 끼니를 때우던가 아니면 요리를 못하더라도 차라리 자신들이 대신 요리를 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쿠르트가 요리를 하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불만을 품지 않는 것처럼 보였고, 오히려 그가 만든 요리를 기뻐하면서 먹었다.

‘역시 진짜 요리를 잘하는 건가. 쿠르트는…….’

그제야 로그윈은 자신이 어쩌면 크나큰 착각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요리에 익숙해 보이는 쿠르트의 모습, 그리고 그런 쿠르트의 요리를 맛있게 먹는 세 사람의 모습, 마지막으로 요리에서 풍겨오는 압도적인 향기까지.

특히 앞의 두 가지는 어떻게 되든 식욕을 다이렉트로 자극하는 그 전골의 향기는 로그윈으로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종류의 유혹이었다.

분명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이국적인 향기였으나, 식욕이라는 만국 공통의 언어 앞에서 그런 낯섦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그, 그럼 나도 잘 먹도록 할게…….”

그렇게 로그윈은 처음 쿠르트의 요리를 초대받았을 때와 비교하면 현저히 저항감이 줄어든 마음으로 스푼을 퍼 올려서 전골의 국물을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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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압

그 뜨끈한 국물을 입안으로 넣었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간장 불고기 특유의 달고 짠맛.

‘뭐, 뭐야…!? 단맛?’

짠맛이라면 모를까 단맛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설탕이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기 이전까지는 자연에서 구하기가 극도로 희귀한 것.

가끔 제철이 되었을 때 과일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맛보는 것이 대부분.

품종개량도 되지 않아서 그 단맛은 쿠르트의 전생의 과일에 비하면 너무나 약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만족하면서 먹는 것이 이 세계의 인간종들의 평균이었다.

그 이외에 유일하게 맛볼 수 있는 강렬한 단맛은 꿀 정도이지만 꿀은 과일과 비교하면 희귀한 데다가 또 약용으로도 쓰이기 때문에 간식처럼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물며 대량 생산이 되지 않는 설탕에 가서는 말할 것도 없다.

백설탕이라면 금까지는 안되더라도 지역에 따라서는 같은 무게의 은과 같은 가치를 가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전골 안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느껴지는 단맛은 도대체…? 겨우 여행 중에 먹는 한 끼에 설탕을 사용했을 리는 없고……. 무슨 마법을 부린 것이지?’

하지만 그의 경악은 국물의 안에서 느껴지는 단맛으로 끝나지 않았다.

단짠의 조화를 이루는 또 하나의 맛인 짠맛.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소금으로 간을 한 것과는 달랐다.

시중에 나도는 저급 소금과 같은 쩐내가 나지 않는 것은 물론, 제법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는 고급 소금의 깔끔한 맛과도 전혀 다른 별개의 진하고 깊은 짠맛.

‘이 짠맛이 그 이국적인 냄새의 원인이었나?’

그 간장의 깊은 향을 품고 있는 짠맛은 곧 고기와 버섯에서 우러나온 소재의 향과 합쳐져서 이루 말 못 할 조화로운 향을 내고 있었다.

그 국물의 온기는 쌀쌀한 봄 저녁의 추위를 한 번에 날려줄 뿐만 아니라, 포근하게 오장육부까지 풀어주는 것만 같았다.

이내 꿀꺽하고 국물을 목 뒤로 넘기면은 자연스레 두 눈을 감고 “하아…….”하는 기분 좋은 한숨이 새어 나오게 된다.

‘이, 이건……. 마수와의 전투로 온몸이 뻐근했던 육체를 부드럽게 치유해주는 것만 같아…….’

그 국물만으로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다시 국물을 떠먹기 위해서 그릇을 바라보면 곧 눈에 띄는 것은 전갈꼬리 늑대의 고기.

꿀꺽

‘아, 맞아. 이건 고기 요리였지.’

그제야 로그윈은 자신이 전골의 국물을 너무 감명 깊게 음미하느라 요리의 본질마저도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곧 그의 머릿속에는 순식간에 만족감이라는 단어가 지워지며 그 자리에 만족감 대신 기대감이라는 감정이 부풀어 오른다.

‘분명히 요리할 때 넣었던 고기는 불길한 검붉은 색이었지.’

전갈꼬리 늑대의 고기는 다른 동물들의 고기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붉은색이 분명할 텐데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것인지 얼마 되지도 않는 짧은 사이에 검붉은 색으로 물들어있었다.

그것은 분명 식욕을 돋우기보다는 식욕을 달아나게 만드는 색이었고, 이성적으로 리저드맨의 미각과 식문화에 대한 상식을 조합해서 결론을 내린다면 결코 먹는 것이 권장되지는 않는 불길한 음식이었다.

심지어 조리가 끝난 고기의 색깔조차도 부자연스럽게 검은빛에 가까운 회색을 띠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의 이성이 무어라도 아무리 외친들 이미 쿠르트가 만든 전골의 국물을 먹고 완전히 매료된 로그윈에게는 이성의 호소 따위는 더이상 아무런 힘을 가지지 못했다.

‘국물만으로 이렇게 맛이 있다면 고기는 도대체 얼마나…….’

꿀꺽

국물을 한 스푼 먹었음에도 아니, 오히려 국물을 한 스푼 먹었기 때문에 더욱 활발해진 그의 식욕은 더이상 쿠르트가 만든 요리에서 아무런 불길함도 느끼지 못했고 그대로 그릇 속에 떠 있는 마수의 불고기를 크게 한 스푼 떠서 입안으로 넣었다.

하압

우물……. 우물…….

‘으읍!?’

그리고 그 고기를 몇 번인가 씹는 순간 로그윈은 눈을 크게 뜨고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전골의 국물에서 느꼈던 진한 향기.

그것은 단순히 흔적 따위에 불과한 것이었다.

사람이 눈 위를 걸으면 당연히 눈 위에 발자국이 생기듯, 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하던 마나의 파동이 발생하는 것처럼…….

자신이 먹고서 천상의 맛이라고 생각했던 그 불고기 전골의 국물은 바로 이 불고기에서 배어 나온 흔적 따위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로그윈은 전골의 국물을 마심으로써 따뜻해졌던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도대체 이 음식은…!’

당연하지만 전골의 주인공은 국물이 아닌 거기에 넣는 속 재료, 하지만 로그윈은 너무나 인상적인 국물의 맛에 그 단순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고기를 먹는 순간, 간장과 설탕으로 단맛과 짠맛을 조절하고 그 위에 후추를 뿌려서 고기의 누린내를 잡고 스파이시한 향을 추가, 거기에 기름을 넣는 것으로 지방의 부위가 많을 때 날 수 있는 감칠맛을 인위적으로 증폭시킨 것이다.

자신이 즐겨 먹던 두껍게 썬 스테이크와는 전혀 다른 방향성을 가진 오히려 매우 얇게 썰어낸 고기이기 때문에 비로소 낼 수 있는 양념과 하나가 된 불고기의 맛.

거기에 좌악 펼쳐보면 마치 반대편이 비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얇은 고기였기에 두툼한 식감은 없었지만, 반대로 얇게 썰린 고기가 양념에 재우는 과정에서 쭈글쭈글해진 것으로 그 주름의 틈새의 전골의 육수를 주머니처럼 가득 담고 있다.

고기를 씹을 때마다 느껴지는 것은 방금 자신이 먹었던 전골의 국물을 농축한 것만 같은 진한 액기스.

그 맛에 로그윈은 턱을 한번 움직일 때마다 한 번의 전율을 느끼며 그 요리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로그윈은 이내 홀린 것처럼 고기, 육수, 버섯, 다시 육수, 이어서 고기…….

그렇게 마치 며칠은 먹지 못한 사람처럼 다른 네 사람과 같이 식사를 하는 것도 잊고 접시에 얼굴을 박을 듯이 정신없이 전골을 먹는 것이었다.

.

.

.

“아. 역시 육포는 질리네. 이제 출발한 지 하루밖에 안 됐는데 어서 도시로 가서 제대로 된 밥을 먹고 싶다.”

“그러면 지금이라도 쿠르트 일행에게로 가서 같이 밥을 먹자고 하는 건 어떤가?”

제리의 차가운 말에 마틸다는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

“에이~. 농담도, 쿠르트가 나쁜 리저드맨은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리저드맨의 요리는 아니지.”

“냐하하. 그건 그렇지. 리저드맨은 강한 근력과 체력을 미각과 등가교환을 했다고 하는 종족이니까.”

“그러고 보면 로그윈은 무슨 요리를 먹고 있을까?”

“뭐, 대충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에, 흙을 제대로 털어내지도 않은 쓴맛이 나는 풀을 대충 사발에 담아서 먹고 있지 않을까? 냐하하.”

“그렇게 생각하면 육포랑 귀리빵도 감사하게 먹을 수 있는걸. 하하하.”

그렇게 로그윈을 제외한 일행이 자리에 없는 로그윈을 놀리면서 잡담을 나눌 때 즈음이었다.

처음으로 이상함을 느낀 것은 미냐였다.

그녀는 후각과 청각이 발달한 고양이과 수인답게 가장 먼저 바람에 실려 오는 냄새를 맡았다.

“냐? 킁. 킁. 뭔가 맛있는 냄새 나지 않냐?”

“에이. 이런 곳에서 맛있는 냄새가 날 리가……. 있네?”

“뭐라고?”

그녀의 말에 다른 두 사람 또한 뒤늦게 눈을 감고 후각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곧 미냐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엄~청.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하! 상인 녀석. 자기들끼리만 식사를 하겠다고 하더니. 혼자만 맛있는걸 먹나 보네.”

“정말 치사하네!”

세 사람은 그 맛있는 냄새의 정체를 상인이 식사하는 냄새라고 착각하고는 각자 불평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그런 불평을 늘어놓는다고 냄새가 사라지거나 상인이 음식을 가지고 와서 나눠줄 리도 없었고, 결국 세 사람은 불평을 늘어놓기보다는 다른 주제로 대화를 돌리기로 하였다.

어차피 불평한다고 귀리빵이나 씹는 자신들의 처량한 처지가 변하지 않는다면, 자신보다 불행한 친구의 이야기나 떠올리면서 위안으로 삼는 게 좋지 않겠는가.

“뭐, 그래도 우리보다는 로그윈이 고생이겠네.”

“그건 그렇지. 그나마 우리는 식사다운 식사라도 하지. 그쪽은 대충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에, 흙을 제대로 털어내지도 않은 쓴맛이 나는 풀을 대충 사발에 담아서 먹고 있을 테니까!”

“그에 비하면 우리의 환경은 정말 다행인 셈이지! 냐하하!”

그렇게 세 사람은 자신들보다 더 불행한 식사를 하고 있을 로그윈을 떠올리는 것으로 위안으로 삼으며 식사를 계속했다.

그렇게 세 사람은 퍽퍽한 귀리빵을 물로 목을 축여가면서 식사를 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의 첫번째 연재입니다.

아무튼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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