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7 4. 그 여우 =========================================================================
-크르릉?
“하..”
수풀을 헤치고 나타난 무언가는 바로 대왕여우였다. 명후는 대왕여우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크르릉!
씨익
그리고는 공격적인 눈빛을 지은 채 짧게 포효하며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대왕여우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퍽!
대왕여우의 앞발이 명후의 안면에 작렬했다.
‘500이라.. 대왕여우 맞네.’
혹시나 똑같은 모습의 다른 무언가가 아닐까 생각을 했던 명후는 깎인 생명력을 보고 대왕여우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퍽!
털썩
[레벨 업!]
대왕여우가 쓰러지자 명후는 긴장이 완전히 풀리는 것을 느꼈다.
-대왕여우의 가죽을 습득하셨습니다.
-대왕여우의 발톱을 습득하셨습니다.
아이템을 줍고 명후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성하게 자란 수풀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곳인거지?”
발톱 열쇠에 나와 있는 대로 이곳은 숲이었고 방금 대왕여우가 나온 것으로 보아 여우와 관련된 숲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없었다.
“일단 가자.”
명후는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스륵
그러나 다시 들려오는 소리에 명후는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명후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
고개를 돌려 소리의 주인공을 확인 한 명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간 떨리게 하네.”
명후는 자신을 바라보는 대왕여우를 마주 바라보았다.
-크르릉!
대왕여우가 짧게 포효하며 수풀을 지나 명후에게 달려가며 앞발을 들었다. 명후는 그런 대왕여우를 보며 빠르게 주먹을 날렸다.
퍽!
털썩.
[레벨 업!]
대왕여우는 앞발을 휘두르려는 자세 그대로 쓰러졌다. 명후는 쓰러진 대왕여우에게서 드랍 된 아이템을 줍고 순간 드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잠깐.. 여기 진짜 이상한데?”
대왕여우는 분명 보스몬스터다. 그런데 이상하게 보스몬스터가 아니라 일반몬스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장소 때문인가?”
명후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풀과 나무로 우거진 수풀, 확실히 보스몬스터가 나돌만한 곳은 아니었다.
“설마.. 이곳에서 대왕여우가 일반 몬스터라면..”
명후는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가정에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피식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지. 그럼 보스몬스터는 무슨 구미..”
명후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명후는 자신을 쫓아오던 여우를 떠올렸다. 대왕여우의 비해 압도적인 체구와 공격력을 가지고 있던 그 여우.
“녀석이 여기 보스라면...”
만약 그 여우가 이 숲의 보스라면 대왕여우가 일반 몬스터처럼 나오는 것이 이해가 갔다. 그러나 아직 확실하지 않은 자신만의 생각이었기에 명후는 생각을 접고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저벅저벅
주위에 무성하게 자라난 풀과 나무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명후는 점점 작아지는 풀과 나무의 크기를 보며 미소를 짓다가 이내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
-..
“뭐지?”
꽤나 먼 곳에서 들리는 소리라 그런지 소리가 들리긴 하는데 정확히 어떤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
그러나 걸어가면 걸어갈수록 미세하게 들리던 소리는 점점 크게 들려왔고 명후는 걸음을 멈추고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크릉..
-...님! 힐! ..!
“...”
정확히 들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명후는 속도를 높이고 수풀을 헤치며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크릉!!
“레렌님! 방테님한테 힐주세요!”
“예!”
“방테님 스턴 걸고 빠지세요. 광역 스킬 갑니다! 얼음님은 계속해서 딜 넣어주시구요!”
“오케이!”
“알았어요!”
근원지에 거의 도착한 명후는 수풀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수풀을 헤치고 상황을 바라보았다. 4명의 유저가 대왕여우 한 마리를 사냥하고 있었다.
“방패치기!”
방패와 짧은 단창을 들고 있는 유저 방테가 점프를 하며 외쳤다. 그러자 방패에 흰색 빛이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방테는 방패로 대왕여우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치고 뒤로 빠졌다.
“됐어!”
“파이어 스트라이크!”
이내 대왕여우의 발밑에 마법진이 생겨났다. 그러나 대왕여우는 마법진을 보고도 움직일 수 없었고 곧이어 마법진에서 굉음과 함께 화염이 솟구쳐올랐다.
-크릉..
얼마 지나지 않아 화염이 사라지고 대왕여우가 쓰러졌다.
“후아..”
“하..”
대왕여우가 쓰러지자 유저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그때였다.
“와! 대박 3종 세트 다나왔어!”
대왕여우가 드랍 한 아이템을 확인 한 빵테가 외쳤다. 방테의 외침에 나머지 유저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음.’
명후는 그 상황을 바라보고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그러나 답은 정해져있었다. 명후는 드랍 된 아이템을 분배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유저들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
“...?”
휴식을 취하고 있던 유저들은 수풀을 헤치고 나타난 명후를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전 명후라고 합니다.”
“아..예. 파비앙이라고 합니다.”
갈색 로브가 인상적인 파비앙이 앞으로 나오며 명후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
“...”
그것이 끝이었다. 인사를 끝으로 명후와 유저들 사이에 어색함이 감돌기 시작했다. 어색함이 길어지면 자신에게 좋을 것 하나 없다고 생각을 한 명후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제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아, 죄송해요. 저희가 친목파티라.”
“...?”
명후는 자신의 물음을 바로 잘라버리는 파비앙의 말에 당황했다. 갑자기 웬 친목파티란 말인가? 명후는 파비앙이 자신의 말을 잘못 이해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입을 열어 말했다.
“아, 저기 그게아니라..”
“진짜 죄송합니다. 여태까지 분배도 그렇구..”
그러나 전처럼 바로 자신의 말을 잘라버리는 파비앙의 모습에 명후는 상당히 난감했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 물어보기만 하면 되는데 파비앙의 반응을 보니 그것이 상당히 힘들 것 같았다.
“아.. 저기요?”
“죄송합니다. 솔직히 친목도 친목이고 분배도 분배인데, 무엇보다 저희가 아직 미숙해서 명후님을...”
파비앙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명후를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입을 열어 말했다.
“지켜드릴 수가 없을 거 같아요..”
명후는 자신의 장비를 훑어보는 파비앙의 눈빛과 이어진 말에 기분이 나빠졌다. 그러나 아직 정보를 얻지 못한 명후는 그것에 대해 내색을 할 수 없었다.
“저 그게 아니라...”
“죄송합니다.”
파비앙이 다시 한번 말을 잘랐다.
‘... 이사람 뭐지.’
명후는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말을 자꾸 자르는 파비앙이 정말로 답답했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었다.
‘이정도로 말했으면 알아들어야지... 설마 민망해서 저러나?’
파비앙은 파비앙대로 답답했다. 계속 해서 말을 하려는 명후의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 질 정도였다.
“파티가 아니라 물어볼게 있거든요.”
그러나 이내 이어지는 명후의 말에 파비앙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는 다시 명후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고 확실히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파티에 끼려는 게 아니었나..?’
허름한 장비를 보고 파티에 끼고 싶어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것 같았다.
“저 혹시 이곳이 처음이세요?”
파비앙이 명후에게 물었다. 명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파비앙의 얼굴이 민망함에 붉어졌다. 그리고는 헛기침을 몇 번 한 파비앙은 활짝 미소를 짓고 무엇이든 물어보라는 표정으로 명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 죄송해요. 제가 착각했네요. 하하.. 뭐가 궁금하세요?”
파비앙의 말에 명후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다.
“저 이곳이 도대체 어디인거죠?”
“아, 이곳은 구미호의 숲이라고 합니다. 근데 대왕여우 외에는 잡을 수 있는 몹이 없어서 흔히 대왕여우의 숲이라고 하구요. 나오는 몬스터로는 대왕여우, 괴물여우, 보스몬스터인 구미호가 있습니다.”
“아..”
명후는 이제야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명후를 바라보며 파비앙이 흐뭇한 표정을 짓고 이어 말했다.
“그리고 레벨의 경우 대왕여우는 60~70 정도고 괴물여우와 구미호는 잡은 사람도 없고 이름외에 알려진 게 없네요.”
“이곳에서 나가는 방법은요?”
“아, 그게.. 이곳에 들어오실 때 발톱 열쇠 사용하셨죠?”
“예.”
“이곳에서 나가려면 그 발톱 열쇠가 필요한데, 이런 공터에 보시면. 아, 저기 바위에 구멍보이시죠?”
파비앙은 공터 한 구석에 위치한 바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자세히 보니 바위 한 가운데가 깊숙이 파여 있었다.
“저런 바위가 공터마다 있는데 저 바위 가운데에 발톱 열쇠를 넣으시면 왔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그렇군요.”
“근데.. 발톱을 구하는게 여간 힘든 게 아니라서.. 저희야 대왕여우를 잡을 수 있으니 구해드릴 수 있긴 한데.. 눈 먼 앞발에 죽으실 수도 있구.. 차라리 한 번 죽으셔서 마을 귀환 하시는게 더 빠르실 겁니다.”
“...”
명후는 파비앙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장비를 보고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고 말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뿐, 기분이 나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다. 명후는 충분히 기분이 상했다. 바로 그때였다.
-크르릉!
갑자기 대왕여우의 포효가 들려왔다. 그것도 지척이었다. 명후를 제외한 4명의 유저들은 침을 꼴깍 삼키며 포효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 작품 후기 ============================
dark2black /항상 감사합니다!
울퉁불퉁,기간트, 언제어디서나 / 죄송합니다. 제가 군인이라서 여건이;; ㅠㅠ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