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0 22. 암흑기사 프라미너스 =========================================================================
북쪽 성문을 통해 밖으로 나온 명후는 광활하게 펼쳐진 평야를 보았다. 평야 곳곳에는 코볼트가 리젠 되고 있었다. 그러나 성문과 가까워 그런지 코볼트들은 리젠이 되자마자 성문을 지키고 있는 경비병과 유저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잡아! 잡아!”
“죽여!”
명후는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는 코볼트와 코볼트의 리젠을 기다리는 유저들을 보며 길을 따라 덴바 평원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상당시간이 흐른 뒤 명후는 이정표 하나를 발견 할 수 있었다.
-덴바 평원.
“이제부터 덴바 평원인가..”
명후는 이정표에서 시선을 돌려 덴바 평원을 바라보았다.
“리젠 됐다! 죽여!”
“님 저희거요!”
머그린 평야와 마찬가지로 덴바 평원에도 많은 유저들이 있었다. 유저들은 리젠되는 레드 홉 고블린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사냥하기 엄청 힘들겠네..’
몹 보다 유저가 많아 보였다.
‘경험치를 많이 주나?’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것인지 명후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렇게 힘들게라도 잡는 이유가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을 하며 걷던 명후는 이내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저기다!’
시야에 거대한 흑색의 성이 들어왔다. 흑색의 성 앞에는 목책으로 몬스터가 들어오는 것을 방비한 작은 진지가 하나 있었다. 진지 안에는 꽤나 많은 수의 유저들이 몰려 있었다. 명후는 유저들이 몰려있는 진지로 다가갔다.
“179 힐러 파티 좀요!”
“중급 버프 스크롤 팝니다!”
“하급 병사 증표 삽니다!”
유저들은 파티원을 구하거나 파티를 구하거나 또는 아이템을 팔거나 사거나 저마다 목적에 따라 행동을 하고 있었다. 진지로 들어 온 명후는 이곳에 모여 있는 유저들을 보며 생각했다.
‘와.. 여기 유저들은 격이 다르네.’
장비부터가 격이 달랐다. 이곳 유저들의 장비는 머그린 평야, 덴바 평원에서 코볼트나 고블린을 사냥하던 유저들의 장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보였다.
스윽
명후는 자신의 장비를 확인했다. 외관상 자신의 장비가 좀 더 후져보였다.
‘조만간 장비 좀 업그레이드 해야겠네.’
장비를 업그레이드 하기로 결심한 명후는 다시 걸음을 옮겨 주위를 좀 더 둘러보았다. 그러나 별 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다.
‘음? 꼬마?’
별 다른 것이 없어 슬슬 진지에서 나와 흑색의 성으로 출발하려던 명후는 구석에 서 있는 꼬마 NPC를 발견했다.
웅성웅성
꼬마 NPC 주위에는 꽤나 많은 유저들이 모여 있었다. 호기심을 느낀 명후는 곧장 꼬마 NPC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님, 혹시 증표 파세요?”
꼬마 NPC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니 그곳에 있던 유저가 명후에게 다가와 말했다.
“아뇨.”
“아, 네.”
명후의 답에 다가왔던 유저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증표를 산다고 외치기 시작했다.
‘증표가 뭐길래..’
그 유저의 모습을 보던 명후는 주위에 있던 다른 유저들을 보았다.
“증표 고가 삼!”
“증표 삽니다!”
이곳에 모인 유저들은 전부 증표를 구매하고 있었다. 증표가 무엇 이길래 저렇게 열심히 구매하려는 것인지 명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꼬마 NPC를 바라보았다.
‘저 꼬마 NPC랑 관련 있겠지?’
유저들이 굳이 이런 구석에 모여 있는 것과 증표만 구매하는 것을 보면 꼬마 NPC와 관련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명후는 꼬마 NPC에게 다가갔다.
‘어?’
유저들을 지나쳐 꼬마 NPC에게 다가가던 명후는 꼬마 NPC 옆에 있는 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게시판을 보고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하급 석상 병사의 증표 -> 헬리오카 공적도 100
중급 석상 병사의 증표 -> 헬리오카 공적도 300
상급 석상 병사의 증표 -> 헬리오카 공적도 600
하급 석상 기사의 증표 -> 헬리오카 공적도 1400
중급 석상 기사의 증표 -> 헬리오카 공적도 2500
상급 석상 기사의 증표 -> 헬리오카 공적도 5000
‘...설마.’
게시판을 본 명후는 시선을 돌려 꼬마 NPC를 바라보았다.
‘증표로 공적도를 얻을 수 있는 거였나...’
이런 구석진 곳에 유저들이 왜 모여 있나 했는데 역시 다 이유가 있었다. 명후는 꼬마 NPC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안녕?”
“...”
그러나 꼬마 NPC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오른손을 내밀 뿐이었다. 증표를 달라는 것이라는 걸 깨달은 명후는 쓴웃음을 지은 채 뒤로 돌아 진지 입구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저벅저벅
진지에서 나온 명후는 곧장 흑색의 성으로 향했다. 흑색의 성은 점점 가까워졌고 명후는 흑색의 성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느꼈다. 얼마 뒤 입구에 도착한 명후는 말로만 듣던 석상 병사를 볼 수 있었다.
“파이어 애로우!”
“어? 한 마리 어글 튀었어요!”
“예, 도발!”
한 파티로 보이는 다섯 유저가 입구에서 석상 병사 두 마리를 사냥하고 있었다. 명후는 석상 병사가 어떤 행동을 보이는 지 알아보기 위해 잠시 입구에 멈추어 사냥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파티원 안 받아요.”
“...?”
구경하던 명후는 들리는 목소리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다른 유저는 보이지 않았고 자신에게 한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된 명후의 입가에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스윽
그리고 시선을 돌려 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사제로 보이는 한 유저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명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본인의 말에 명후가 피식 웃어 미간을 찌푸린 것 같았다.
“한 마리 남았습니다! 힐좀요!”
그때 석상 병사 한 마리가 쓰러지자 탱커가 외쳤다. 미간을 찌푸린 채 명후를 노려보던 사제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 명후 또한 다시 시선을 돌려 석상 병사의 행동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얼마 뒤 석상 병사는 서서히 금이 가더니 이내 부서졌다. 부서진 석상 병사의 잔해는 바로 사라졌다. 명후는 그 광경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렇게 빨리 사라지나?’
여태까지 보아왔던 몬스터들과는 전혀 달랐다.
‘그건 그렇고.. 별거 없네.’
석상 병사는 도망을 친다던가 스킬을 쓴다던가 동료를 부른다던가 특별한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하긴 일반 몹이니까.’
생각해보니 석상 병사는 보스 몬스터도 아니고 네임드 몬스터도 아니었다. 그냥 일반 몬스터다. 그것도 입구 쪽에 있던 것으로 보아 흑색의 성에서 제일 약한 하급 석상 병사가 분명했다. 그런 몬스터에게 특별한 행동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었다.
‘가볼까.’
이제 더 이상 볼 것이 없다고 생각을 한 명후는 흑색의 성으로 들어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저기요.”
그러나 명후는 곧 들리는 목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명후는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방금 전 미간을 찌푸린 채 명후를 바라보던 사제가 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채 명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명후는 사제를 보며 말했다.
“저요?”
“네.”
명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사제는 명후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아까 왜 웃으셨죠?”
“파티 들어갈 생각도 없는데 파티원 안 받는다고 하셔서요.”
“...”
명후의 말에 사제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무슨 일이야?”
“뭔 일이에요?”
그때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생각을 한 사제의 파티원들이 명후와 사제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다가온 파티원들을 보고 미소를 지은 사제는 명후를 보며 말했다.
“아아, 별 일 아니에요. 옆에 서 있어서 파티에 들어오려는 건 줄 알고 안 된다고 했더니 웃더라구요. 왜 웃었는지 물어보던 중이었어요.”
“아..”
“그렇군요.”
다가온 파티원들은 명후의 외관을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피식 미소를 지었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사제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안으로 가면 몹이 훨씬 강해지는데.. 파티 들어오실 생각이 없었다니 큭큭, 수고하세요. 저희 사냥이나하죠. 저 때문에 괜히 늦어진 것 같아 죄송하네요.”
“아니에요, 하하, 몹 데리고 올게요.”
사제의 말에 파티원들은 다시 자리로 돌아갔고 탱커는 흑색의 성으로 들어갔다. 명후는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사제를 바라보았다. 그런 명후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입구를 바라보던 사제는 고개를 돌려 명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비웃음을 짓고 고개를 돌렸다.
‘후..’
속으로 짧게 한숨을 내뱉은 명후는 몸을 돌려 흑색의 성으로 들어갔다. 흑색의 성으로 들어간 명후는 방금 전 몬스터를 끌고 오겠다던 탱커가 석상 병사 세 마리를 끌고 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비켜요.”
탱커가 명후에게 외쳤다. 명후는 탱커의 외침에 다시 한 번 미간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입구는 넓었다. 거기다 자신이 탱커의 앞길을 막은 것도 아니었다.
“아, 좀! 방해 하지 말고. 렙업이나 하고 오세요.”
곧 명후에게 도착한 탱커는 명후를 지나쳐가며 말했다.
“...”
어이가 없었다. 명후는 탱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탱커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고개를 돌려 달려 나가려는 석상 병사 세 마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가장 가까운 석상 병사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퍽!
명후에게 공격당한 석상 병사는 그대로 금이 가더니 부서졌다. 탱커의 뒤를 따라가던 남은 석상 병사 두 마리는 동료가 죽자 탱커를 쫓는 것을 멈추고 명후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퍽! 퍽!
명후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석상 병사를 향해 주먹을 날렸고 명후에게 달려든 석상 병사 두 마리는 그대로 부서졌다.
스르륵
석상 병사의 잔해는 아이템을 남기며 빠르게 사라졌다. 명후는 드랍 된 아이템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급 석상 병사의 증표를 습득하셨습니다.
-하급 대리석 조각을 습득하셨습니다.
아이템을 줍고 명후는 잠시 기다렸다. 얼마 뒤 탱커가 다시 입구에 모습을 보였다. 탱커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안을 살피며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그리고 명후를 발견 한 탱커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명후를 지나쳐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다다다닥
얼마 뒤 탱커는 다시 석상 병사 세 마리를 끌고 입구를 지나쳐 사라졌다. 명후는 탱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다시 석상 병사 세 마리를 공격했다. 역시나 잔해는 빠르게 사라졌고 얼마 뒤 탱커가 입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명후는 탱커를 바라보며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 작품 후기 ============================
다른 10배 스킬들은 언제쯤 등장할까요 ^_^!
제 글을 봐주시는 독자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이제 11월도 거의 끝나갑니다.
올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요.
남은 기간 알차게 보내셔서 후회 없는 2013년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