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0 24. 도시 데이트 =========================================================================
퍽! 퍽! 퍽! 퍽!
-쿠어...
파란 오우거가 이내 고개를 축 늘어뜨렸다. 카로트는 걸음을 옮겨 옆에 있는 오우거에게 다가가 다시 지팡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잠깐 메시지가 안 나타나?’
카로트의 지팡이 공격을 보던 명후는 문득 든 생각에 재빨리 완성된 오우거 파워 건틀릿의 정보를 확인했다.
‘...안 올랐네.’
자신의 펫이기에 카로트가 잡았다 하더라도 힘이 오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힘은 오르지 않았다. 명후는 다시 카로트와 오우거를 보며 생각했다.
‘직접 잡아야 되는건가.’
명후는 그렇게 생각하며 수풀을 헤쳐 카로트와 오우거를 향해 다가갔다. 다가가며 명후는 펫 창을 열어 카로트의 모드를 자동 모드에서 대기 모드로 바꿨다.
퍽!
-쿠..어?
대기 모드로 변경하자 지팡이를 휘두르던 카로트가 행동을 멈췄다. 얼마 뒤 파란 오우거에게 다가가던 명후는 피폭발을 사용했다.
[오우거를 잡으셨습니다.]
.
.
[완성된 오우거 파워 건틀릿의 옵션으로 인해 힘이 2 상승합니다.]
오우거들이 쓰러지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직접 잡아야 되는구나..’
명후는 아쉬운 표정으로 메시지를 보며 오우거들이 드랍 한 아이템을 줍기 시작했다.
-오우거의 힘줄을 습득하셨습니다.
-오우거의 힘줄을 습득하셨습니다.
“역시.. 피부가 달라도 주는 건 힘줄 뿐이네..”
피부가 다르기에 명후는 다른 것이 나오지 않을까 했다. 그러나 산을 내려오며 수십 마리를 잡았음에도 나오는 것은 힘줄 뿐이었다. 명후는 펫 창을 열어 카로트의 모드를 대기 모드에서 자동 모드로 변경한 뒤 성문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성문을 지키고 있던 오우거들이 전부 죽어서 그런지 성문 앞에는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명후는 아무런 제지 없이 성문을 통과해 도시 안으로 들어왔다.
‘이야.. 농사도 짓나..’
도시 안으로 들어온 명후는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크기의 논과 밭을 보며 생각했다. 도시를 이루어 사는 것도 놀라운데 농사까지 짓는 다는 것은 정말 놀라웠다. 아니, 오우거가 농사를 짓다는 것이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한 놈도 안보이네.’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엄청나게 몰려들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오우거는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명후는 저 멀리 논밭의 끝에 늘어서 있는 건물들을 보며 생각했다.
‘저기로 가보면 나오겠지.’
건물이 있는 곳으로 가면 오우거를 발견 할 수 있을 것이었다. 명후는 카로트와 함께 거대하게 자란 농작물들을 헤치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저벅!
얼마 뒤 건물이 늘어선 논밭의 끝에 도착한 명후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농작물들을 살짝 헤쳐 주위를 확인했다.
쿵! 쿵!
명후의 예상대로 건물 근처에는 오우거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오우거를 보게 된 명후는 멍하니 오우거들을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쿠어엉!
-쿠엉!
‘아줌마?’
걸어가던 두 오우거가 서로를 향해 인사하더니 이내 걸음을 멈추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오우거가 분명한데 그 둘의 분위기는 마치 동네 아줌마를 연상시켰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주정뱅이?’
한 손에 술통을 든 오우거가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몸을 휘청이며 걷고 있었다. 주위를 걸어가는 오우거들은 그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눈빛을 구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좋은 눈빛은 아니었다.
‘완전 인간 같은데..’
괜히 도시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뿌우우우우!
바로 그때였다.
주위에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털썩 털썩 털썩
‘...?’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자 이야기를 나누던 아줌마 오우거, 주정뱅이 오우거 등 주위에 있던 오우거들이 재빨리 자리에 엎드렸다. 명후는 의아한 표정으로 엎드린 오우거들을 바라보았다.
달그락 달그락
의아한 표정으로 오우거들을 바라보던 명후의 귓가에 마차 소리가 들려왔다. 명후는 재빨리 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았다.
‘저건 또 뭐야?’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확실히 마차가 다가오고 있었다. 명후는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마차에 탄 오우거를 보며 생각했다.
‘귀족도 있는 거야?’
마차에 탄 오우거의 옷은 정말 화려했다. 황궁에서 본 귀족들의 옷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달그락.. 달그락..
이내 마차가 지나가고 엎드렸던 오우거들이 일어나 제각기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명후는 다시 분주히 움직이고 이야기를 나누는 오우거들의 모습을 보며 아까 마차를 타고 사라진 귀족 오우거를 떠올렸다.
‘분명 피부가 노란색이었어.’
마차를 타고 사라진 귀족 오우거의 피부는 붉지도 파랗지도 않았다. 귀족 오우거는 분명 노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뭐지..?’
붉은 피부는 물리 공격 면역, 파란 피부는 마법 공격 면역이었다. 노란 피부도 무언가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봐도 알 수 있는 것은 없었고 명후는 다시 주위에 있는 오우거들을 바라보았다.
‘파란 오우거가 많군.’
다행이라고 해야 될 지 주위에 있는 오우거들은 대부분 파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명후는 카로트를 보며 말했다.
“붉은 놈만 죽여.”
-알겠습니다.
저벅저벅
카로트의 대답을 들은 명후는 농작물을 헤치며 모습을 드러냈다.
-쿠어? 쿠어어엉!
명후를 본 한 오우거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괴성을 내질렀다. 괴성을 들은 오우거들의 시선이 명후에게 쏠렸다.
-쿠어어엉!
-쿠어어엉!
오우거들은 명후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명후는 자신을 달려드는 오우거를 보며 일단 피폭발을 사용했다.
‘역시 피폭발이 좋긴 좋아.’
명후는 쓰러지는 파란 오우거들을 보며 생각했다.
-쿠..어.
-쿠어어..
[오우거를 잡으셨습니다.]
[완성된 오우거 파워 건틀릿의 옵션으로 인해 힘이 2 상승합니다.]
오우거가 쓰러지며 쉴 새 없이 나타나는 메시지에 명후는 미소를 짓고 다시 오우거들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쿠어어어엉!
붉은 오우거가 명후의 앞을 막아섰다. 병사 오우거가 아니라 그런지 오우거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 물론 무기가 있든 없든 상관없었다. 명후는 오우거의 주먹을 피한 뒤 오우거를 그대로 지나쳤다. 어차피 자신이 잡을 수 있는 오우거가 아니었고 자신의 뒤엔 카로트가 있었다.
휘익
카로트는 명후가 지나치자 재빨리 뒤로 돌아선 붉은 오우거를 향해 검은 구슬을 날렸다.
펑! 펑! 펑!
-쿠..어.
붉은 오우거가 쓰러지자 카로트는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며 붉은 오우거를 찾아 공격하기 시작했다.
“땅 뒤집기!”
-쿠어어어!
-쿠어엉!
명후는 허공에 떠오른 오우거들을 힐끔 보고 재빨리 주위를 살펴보았다. 더 이상 시야에 파란 오우거가 보이지 않았다. 남은 것은 붉은 오우거 뿐이었다.
-오우거의 힘줄을 습득하셨습니다.
-오우거의 힘줄을 습득하셨습니다.
붉은 오우거만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된 명후는 카로트를 향해 달려드는 붉은 오우거들을 보며 드랍 된 아이템을 줍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아이템을 줍던 명후에게 연달아 메시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유저 ‘소마’에게 ‘리치 카로트’가 공격 당했습니다.]
[유저 ‘소마’와 적대 상태에 돌입합니다.]
[선공을 당해 적대 유저를 죽여도 범죄자 수치가 올라가지 않습니다.]
[선공을 당해 사망 할 경우 사망 페널티 50%가 감소합니다.]
[리치 카로트가 사망하였습니다.]
‘뭐?’
* * * *
베놈에게 상황 설명을 해준 뒤 길드 하우스에서 나온 진혁은 퀘스트를 깨기 위해 도르덴으로 이동했다. 도르덴에 도착한 진혁은 곧장 도르덴에서 나와 산맥을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번엔 깰 수 있겠지.’
한동안 산맥을 따라 걷던 진혁은 저 앞에 모습을 드러낸 붉은 바위를 보며 생각했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 도전이었다. 이번엔 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진혁은 붉은 바위를 지나 계곡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저벅!
얼마 뒤 정상에 도착한 진혁은 시야에 들어오는 거대한 도시, 오우거들의 도시를 보며 중얼거렸다.
“꼭 깬다..”
그렇게 중얼거린 진혁은 바로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상하네...’
산을 내려가던 진혁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왜 안보이지?’
내려가며 마주쳐야 할 녀석들이 보이지 않았다. 예전엔 이정도 내려왔을 때 5번 정도 마주쳤다. 그러나 지금은 단 한 번도 마주치지 못했다. 예전에 왔을 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상황에 진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계속해서 산을 내려갔다.
‘...뭐지?’
산을 내려와 성문 앞에 도착한 진혁은 성문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무언가 이상했다. 성문을 지키고 있어야 할 오우거들이 보이지 않았다.
저벅저벅
일단 진혁은 빠르게 성문을 통과해 농작물 사이로 몸을 날렸다. 농작물에 몸을 숨긴 진혁은 농작물을 헤치며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설마.. 발견 된 건가.’
산을 내려오며 오우거와 마주치지 않은 것은 운이라고 할 수 있지만 성문을 지키고 있어야 할 오우거가 없는 것은 운이라고 할 수 없다. 누군가가 잡은 것이 분명했다.
바로 그때였다.
쿠어어엉!
펑! 펑! 펑!
진혁의 귓가에 오우거의 포효 소리와 굉음이 들려왔다. 진혁은 재빨리 소리가 나는 곳으로 이동했다. 얼마 뒤 논밭의 끝에 도착한 진혁은 농작물을 살짝 헤쳐 상황을 살폈다.
‘엇? 리치?’
분명 리치였다. 리치가 오우거를 잡고 있었다.
‘리치가 쳐들어온거구나!’
리치를 본 순간 진혁은 성문이 텅 비어 있던 이유를 추측 할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리치라. 횡재했네.’
진혁은 미소를 지은 채 리치를 바라보다가 땅을 박차며 리치에게 달려갔다. 리치는 오우거에 신경이 쏠려 있었다. 자신을 인식하지 못할 것이었다. 물론 인식을 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스악!
리치의 뒤에 도착한 진혁은 재빨리 검을 휘둘렀다.
[유저 ‘명후’의 펫 ‘리치 카로트’를 공격하셨습니다.]
[유저 ‘명후’와 적대 상태에 돌입합니다.]
“...어?”
리치를 공격하자 나타나는 메시지에 진혁은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펫? 이게 무슨..’
진혁은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진혁은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는 유저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유저의 멍한 시선에 진혁은 짧게 탄식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리치가... 진짜 펫이었다고?’
메시지를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유저의 시선과 반응을 보니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
“...”
정적이 감돌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금요일 입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