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8 35. 그 후 =========================================================================
“...?”
입구 쪽에 나타난 누군가는 의아한 표정으로 책상 앞에 있는 명후와 지연, 민형 그리고 카로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명후 또한 마찬가지였다. 명후는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누군가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리치인가?’
누군가의 겉모습은 해골이었다. 그러나 워프를 해 온 것과 손에 들고 있는 지팡이를 보니 보통 해골은 아닌 것이 분명했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리치였다.
‘카로트는 저렇게 생기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러나 예전 카로트의 모습을 떠올려보니 지금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해골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명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해골을 바라보았다.
“...”
“...”
“...”
정적이 감돌기 시작했다.
“...너희는 누구지?”
깨지지 않을 것 같던 정적을 깬 것은 워프를 해 온 해골이었다. 해골의 말에 명후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넌 누구지?”
“..뭐?”
명후의 말에 해골이 당황 한 듯 반문했다.
“큭큭큭...”
그리고는 뭐가 그리 웃긴지 웃음 소리를 입밖으로 내기 시작했다. 한동안 웃던 해골은 이내 웃음을 멈추고 명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제 9 마계를 다스리며 모든 리치들의 왕인 라쿠자다. 큭큭큭, 인간에게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이야.”
놀랍게도 해골의 정체는 9 마계의 마왕이었다.
스윽
“진짜야?”
라쿠자의 말을 들은 명후가 뒤에 서 있던 카로트에게 물었다.
-...어떤 것 말씀이십니까?
그러자 카로트가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명후는 턱짓으로 라쿠자를 가리키며 이어 말했다.
“모든 리치들의 왕이라잖아. 너도 포함되는거야?”
라쿠자가 말하기를 자신은 9마계를 다스리며 모든 리치들의 왕이라 했다. 그런 명후의 말에 카로트가 이해 했다는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아닙니다. 저는 그냥 리치가 아닌 그 상위의 존재인 아크 리치. 예전이라면 저의 왕이라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카로트의 답에 명후는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시선을 돌려 라쿠자를 보며 생각했다.
‘어떻게 할까.’
아그라넥토를 잡고 엄청난 아이템들을 얻었다. 라쿠자를 잡을 경우 아그라넥토가 드랍 한 아이템과 비슷한 수준의 아이템이 드랍 될 가능성이 높았다.
‘잡을 수 있을까?’
문제는 라쿠자를 잡을 수 있는가? 였다. 아그라넥토는 분명 쉽게 잡았다. 그러나 아그라넥토는 마왕이라고 부르기에 민망 할 정도로 약하다고 알려진 마왕이었다. 라쿠자가 아그라넥토처럼 죽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거기다.. 마왕성도 털어먹어야 하는데.’
또한 여기서 라쿠자를 잡는다면 9마계에 있는 라쿠자의 마왕성은 건들 수가 없었다. 그것이 상당히 아까웠다. 그렇게 명후가 고민을 하던 중 라쿠자가 입을 열어 말했다.
“어이, 인간. 아크 리치는 내 휘하가 아니니, 민망하게 물어보지 말라구. 큭큭. 그건 그렇고.. 마왕성의 마기와 아그라넥토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데..”
주위를 둘러보던 라쿠자가 말끝을 흐리며 명후를 바라보았다.
“설마.. 너희가 소멸시킨 것인가?”
‘잡아야 되나.’
라쿠자의 말에 명후는 어쩔 수 없이 라쿠자를 잡아야 될 것 같다 생각을 하고 재빨리 지연과 민형에게 귓속말을 날렸다. 아니, 날리려 했다.
“허, 그래도 마왕이란 자식이 인간에게 소멸을 당하다니.. 망할, 미리 집문서를 샀어야 했는데..”
귓속말을 날리려던 찰나 이어서 들려오는 라쿠자의 말에 명후는 귓속말을 날리는 것을 멈추고 라쿠자를 바라보았다.
‘집문서를 산다고?’
분명 라쿠자는 집문서를 산다고 말했다. 명후는 손에 쥐고 있는 마왕성 소유 문서를 보며 생각했다.
‘설마.. 마왕성?’
마왕인 라쿠자가 말한 것이 자신이 알고 있는 일반적인 집은 아닐 것이었다. 거기다 아그라넥토에게 구매하려 했던 것으로 보아 현재 자신이 쥐고 있는 마왕성의 소유 문서를 구매하려 했던 것일 가능성이 있었다. 명후는 재빨리 문서의 정보를 확인했다.
<제 7 마계 마왕성 소유 문서[레전드]>
제 7 마계의 하나 뿐인 마왕성의 주인을 증명하는 증서. 이 증서를 가지고 있을 경우 마왕성의 주인으로 인식 된다.
현재 마왕성 주인 : 명후
문서를 확인 한 명후는 재빨리 라쿠자를 보며 입을 열어 말했다.
“잠깐! 네가 말한 집문서가 이 성을 뜻하는거냐?”
“음? 그렇지. 왜?”
명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 뒤 되묻는 라쿠자는 의아한 표정으로 명후를 바라보았다. 라쿠자의 말에 명후는 씨익 미소를 지은 채 손을 들어 스크롤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 집문서.. 나한테 있는 것 같은데.”
“뭣?”
라쿠자가 놀란 표정으로 명후의 손에 들린 스크롤을 바라보았다.
“...인간.”
놀란 표정을 짓고 있던 라쿠자는 침을 꼴깍 삼키며 명후를 부르고는 이어 말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어떻게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지도 않다. 다만, 그 집문서를 나한테 넘기는 것이 너에게도 나에게도 모두에게도 좋을 것 같군.”
“얼마에 살건데?”
“...큭큭큭, 인간의 욕심은 정말 끝이 없구나. 인간 나는 마왕이다. 마왕!”
명후의 말에 라쿠자가 웃으며 외쳤다. 라쿠자의 외침에 명후는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너 마왕이잖아. 마왕이라면 인간인 내가 혹해서 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제안을 할 수 있겠지.”
“그..그렇지. 음. 잠시 생각 할 시간을 줘라.”
라쿠자는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답을 하고는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명후는 그런 라쿠자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우리도 빨리 돌아가야 되니까, 너무 오래 생각하지는 말아줘.”
“알았다.”
명후의 말에 라쿠자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며 곰곰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명후는 곰곰이 생각을 하는 라쿠자를 보며 생각했다.
‘저런 마왕도 있구나.’
외관은 분명 마왕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말투와 성격을 보니 마왕 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연 : 명후야, 쟤 마왕 같지가 않아!
-골드의정석 : 야, 저거 마왕 맞냐?
지연과 민형 또한 명후와 같은 생각이었다.
-지연에게 : 그렇지? 나도 그 생각하고 있었어.
-골드의정석에게 : 그러게, 마왕이라고 하기엔 조금 멍청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귓속말에 답하자 둘에게서 다시 귓속말이 날아왔다.
-지연 : 근데.. 쟤 어떻게 할거야? 잡을거야?
-골드의정석 : 집문서 팔고 어떻게 할거냐? 그냥 갈거냐?
둘은 라쿠자를 어떻게 할 지에 대해 묻고 있었다. 명후는 라쿠자를 보며 생각했다.
‘아직.. 잡기에는 그렇지? 나중에 오면 창고도 다시 채워져 있을 가능성도 있고.’
지금 당장 잡기에는 무언가 아까웠다.
‘어차피 마계 입구도 알고 있는데.. 나중에 오자.’
거기다 명후는 7마계로 들어오는 입구의 위치도 알고 있었다. 나중에 잡기로 결정을 한 명후는 곧장 지연과 민형에게 귓속말을 날렸다.
-지연에게 : 나중에 잡자.
-골드의정석에게 : 나중에 오자.
귓속말을 날린 바로 그때였다.
“인간!”
곰곰이 생각을 하던 라쿠자가 입을 열어 외쳤다. 라쿠자의 외침에 명후는 라쿠자를 바라보았고 라쿠자가 이어 말하기 시작했다.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네가 원하는 것을 말해봐라. 내가 듣고 결정을 해주지.”
“뭐야, 결국 나보고 제안하라는거야? 그럼 왜 그리 시간을 끌었어? 그런 말 할 거면 그냥 바로 말하면 되는거 잖아.”
“아, 아니. 그게 아니다.”
명후의 말에 라쿠자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뭐가 아닌데?”
“너에게.. 그.. 선택! 선택권을 준 것이다. 재물을 원하면 재물을 힘을 원하면 힘을 줄 수 있다. 그것을 정할 수 있는 기회를 너에게 준 것이다.”
“재물을 얼마나 줄 수 있고 힘은 어떻게 준다는 건데? 재물과 힘을 둘 다 받을 수는 없는거야? 구체적으로 예시를 들어주면 좋겠군.”
“...”
라쿠자는 명후의 말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지팡이를 휘두르며 외쳤다.
“재물은.. 이정도를 줄 수 있다.”
스아악
외침이 끝나자 라쿠자의 옆에 빛과 함께 자루가 하나 나타났다. 자루의 크기는 참으로 거대했다. 명후는 거대한 크기의 자루를 보며 생각했다.
‘뭐가 들었을까..’
크기가 크다고 좋은 것이라 할 수는 없었다. 그 안에 내용물이 중요했다. 그런 명후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라쿠자가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확인 해 봐도 좋다.”
라쿠자의 말에 명후는 빠르게 자루로 다가가 자루의 정보를 확인했다.
<라쿠자의 보물 자루>
라쿠자의 보물 자루다. 여러 가지가 들어 있다.
자루에 들어가 있는 아이템 목록.
1. 20만 골드 상자 10개
2. 최상급 보석함[100개] 30개
3. 알칸데움 500kg
다행이 자루의 정보에는 자루에 들어있는 것들에 대한 설명이 되어 있었다.
‘200만 골드에.. 최상급 보석 3000개에.. 알칸데움?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은데...’
분명 어디서 들어본 아이템이었다.
‘아! 그때 민형이가 말했었지!’
어디서 들었던 것인지 곰곰이 생각하던 명후는 예전 민형에게서 들었다는 것을 상기하고 재빨리 민형에게 귓속말을 날렸다.
-골드의정석에게 : 민형아 알칸데움이 뭐냐?
-골드의정석 : 알칸데움? 왜? 설마 거기에 알칸데움 있냐?
역시나 민형은 알칸데움에 대해 알고 있었다. 명후는 자루에 들어있는 아이템들을 귓속말로 불러주었다.
-골드의정석에게 : 어, 200만골드랑 최상급 보석 3000개 그리고 알칸데움 500kg 들어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민형에게 귓속말이 날아오지 않았다. 명후는 고개를 돌려 민형을 바라보았다.
“...?”
민형을 본 명후는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민형은 얼이 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명후는 다시 한 번 귓속말을 날렸다.
-골드의정석에게 : 민형아?
-골드의정석 : 아, 미안하다. 너무 놀라서.. 얼빠졌다.
-골드의정석에게 : 왜 놀라? 설마 알칸데움 때문에?
골드와 보석 때문에 놀란 것 같지는 않았다. 200만 골드와 최상급 보석 3000개가 어마어마하긴 했지만 창고에서 얻은 것이 더욱 큰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골드의정석 : 어, 알칸데움 때문에.
역시나 민형이 놀란 것은 알칸데움 때문이었다.
-골드의정석 : 알칸데움.. 알도스 마도 왕국에서 10일전에 0.3kg을 300만골드 주고 사갔다.
-골드의정석에게 : 뭐? 0.3kg을 300만골드? 300만골드라고?
-골드의정석 : 어.. 나는 그거랑 바꾸는 걸 추천한다. 500kg이면.. 대박 중에 대박이다.
민형의 말에 명후는 놀란 표정으로 다시 자루의 정보를 확인했다.
‘0.1kg에 100만골드.. 1kg이면 1000만 골드. 10kg이면 1억 골드.. 500kg이면.. 50억 골드! 50억 골드라고?’
명후는 말도 안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민형의 말한 가격에 알칸데움을 전부 처분한다면 무려 50억 골드라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이 나온다. 명후의 놀란 표정을 본 라쿠자가 입을 열어 말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생각되는데.”
라쿠자의 말에 명후는 침을 꼴깍 삼키며 손에 쥐고 있는 집문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라쿠자를 보며 말했다.
“좋다.”
힘에 대해서는 아직 듣지 못했다. 그러나 수십억 골드를 포기하면서 힘을 얻고 싶지는 않았다. 어차피 이곳은 게임이었고 지금의 자신은 충분히 강한 상태였다.
“후후.. 집문서를 내놓거라.”
명후의 말에 라쿠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라쿠자의 말에 명후는 일단 인벤토리를 열어 자루를 넣었다.
[아직 습득 할 수 없습니다.]
[습득을 위해선 특별한 조건을 달성해야 됩니다.]
그러나 자루는 인벤토리에 들어가지 않았다. 메시지로 보아 집문서를 먼저 넘겨야 되는 것 같았다.
스윽
“여기있다.”
명후는 들고 있던 마왕성 소유 문서를 라쿠자에게 건넸다.
“흐흐, 드디어 샀다!”
문서를 받은 라쿠자가 외쳤다. 그러자 메시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제 7 마계 마왕성 소유 문서를 마왕 라쿠자에게 넘기셨습니다.]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라쿠자의 보물 자루를 습득 할 수 있습니다.]
메시지가 나타나자 명후는 재빨리 자루를 집어 인벤토리에 넣었다.
-라쿠자의 보물 자루를 습득하셨습니다.
“후후, 이제 이 마왕성이 내 것이 되었군.”
습득메시지를 보던 명후는 라쿠자의 말에 시선을 돌려 라쿠자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라쿠자가 입을 열어 말했다.
“이제 나가주었으면 하는데 인간.”
라쿠자의 말에 명후는 피식 웃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제 이곳에서 나갈 생각이었다. 물론 언젠가는 다시 찾아오겠지만 말이다.
“잘 지내고 있어.”
명후는 라쿠자에게 말했다.
“...?”
그러자 라쿠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명후는 그런 라쿠자에게 추가로 말을 하지 않았다. 명후는 뒤로 돌아 자신을 지켜보는 지연과 민형, 카로트를 보며 말했다.
“가자!”
============================ 작품 후기 ============================
요즘 소설 주인공들 보면 수십조 수백조는 기본으로 가지고 있더라구여.ㅎㅎ
오늘은 수요일입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라며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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