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39 39. 알칸데움 골렘 =========================================================================
저벅저벅
캡슐의 문이 열리며 명후가 걸어 나왔다. 캡슐에서 나온 명후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다 문득 든 생각에 뒤로 돌아 캡슐을 바라보았다.
“흐음...”
그리고 침음을 내뱉으며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명후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잘 지내겠지..?”
민형과의 대화가 끝이 나고 그 뒤로 몇 가지 실험을 통해 명후는 알칸데움 골렘 아니, 라피드가 NPC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이템도 아니고 펫도 아닌 NPC이기에 역소환을 시킬 수 없었고 자신이 로그아웃을 해도 ‘전설’속에서 지내야 하는 라피드를 명후는 현재 아스렌에 있는 자신의 저택에 맡겨둔 상태였다.
“아..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총집사에게 말을 해 둔 상태였지만 상당히 불안했다. 물론 여기서의 불안은 라피드에 대한 걱정이 아니었다.
“저택을 박살 내지는 않겠지..”
라피드의 생명력은 5억이나 되고 힘은 무려 30만이었다. 위험에 처할 일이 없었다. 명후가 걱정하는 것은 바로 저택이었다. 라피드가 실수로 저택을 박살내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던 명후는 다시 캡슐에서 시선을 돌렸다.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항상 같이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박살 나면 다시 짓지 뭐..”
거기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택이 박살 난다고 해도 상관 없었다. 골드는 넘치고 넘친다. 만에 하나 박살이 난다고 해도 다시 지으면 그만이었다.
스윽
“어서 씻어야겠다.”
그렇게 캡슐에서 시선을 돌린 명후는 지연과의 약속을 떠올리며 샤워를 하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다.
* * * *
“우와... 여기가 내 방이에요?”
“예, 도련님.”
라피드의 물음에 옆에 있던 총집사가 흐뭇한 미소로 라피드를 보며 답했다.
“우와... 크다.”
총집사의 답에 라피드는 다시 한 번 감탄을 내뱉으며 방 내부를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앞쪽에 있는 거대한 크기의 침대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
이내 침대 앞에 도착한 라피드가 주위를 둘러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련님 무슨 문제라도..?”
라피드의 갸웃거림을 본 총집사가 물었다. 총집사의 물음에 침대를 보고 있던 라피드는 뒤로 돌아 총집사를 보며 말했다.
“침대 위치 좀 옮겨도 되요?”
“...하하. 예, 당연히 옮기셔도 됩니다.”
무엇 때문에 고개를 갸웃거렸나 했더니 침대의 위치 때문이었다. 총집사는 미소를 지으며 이어 말했다.
“말씀해주시면 옮겨놓겠...”
그러나 총집사는 말을 끝맺을 수 없었다.
“...”
총집사의 입가에 서려 있던 미소가 빠르게 사라졌다. 미소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놀람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총집사는 놀란 표정으로 라피드를 바라보았다.
“읏차.”
라피드의 손에는 침대가 들려 있었다. 총집사는 자신이 지금 잘못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라피드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여전히 라피드의 손에는 침대가 들려 있었다.
“헤헷, 여기에 둬야지!”
이내 침대를 들고 있던 라피드가 걸음을 옮겨 침대를 내려 놓으며 중얼거렸다. 라피드의 중얼거림에 정신을 차린 총집사는 라피드에게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도련님.. 정말 힘이 쎄시군요.”
물론 자연스러운 미소는 아니었다. 6살 꼬마가 자신의 키보다 수십 배는 큰 침대를 한손으로 들어 옮겼는데 당연히 자연스런 미소가 나올 리 없었다.
“헤헷, 아빠 만큼은 아닌걸요.”
침대를 내려 놓은 라피드는 총집사의 말에 뒤로 돌아 활짝 웃으며 말했다.
“...”
라피드의 말에 총집사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여기서 무슨 말을 해야 될 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두리번 두리번
총집사가 말을 하지 않자 라피드는 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다시 방을 둘러보고는 입을 열어 말했다.
“저, 총집사님.”
“아, 예. 도련님.”
“다른 곳도 구경 시켜 주세요!”
호기심 가득한 라피드의 표정에 총집사가 다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힘이 비정상적으로 강하기는 했지만 역시 애는 애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구경하고 싶으신 곳이라도 있습니까?”
“음...”
총집사의 물음에 라피드는 곰곰이 생각을 했다. 곰곰이 생각을 하던 라피드는 이내 갈 곳을 정했는지 총집사를 보며 입을 열어 말했다.
“아빠 방이요!”
“...백작님의 방 말씀이십니까?”
라피드의 물음에 총집사가 살짝 당황스런 표정으로 반문했다.
“네, 혹시 안되나요?”
총집사의 반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 라피드가 당황스런 총집사의 표정을 보며 물었다.
“아, 아닙니다. 그것이...”
라피드의 말에 말끝을 흐린 총집사는 잠시 생각을 하고는 이어 말했다.
“백작님의 방이 있기는 한데... 들어 가신 적이 없으십니다.”
“아빠 방에 아빠가 들어 간 적이 없다구요?”
“네.”
“우와... 아빠 엄청 바쁜가보다.”
총집사의 말에 라피드는 다시 한 번 감탄을 내뱉었다.
“그래도 구경 할래요!”
“예,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라피드의 말에 총집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명후의 방을 향해 앞장 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곳입니다.”
명후의 방은 라피드의 방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오히려 가까웠다. 얼마 걷지 않아 명후의 방 앞에 도착 한 총집사가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총집사는 문을 열기 위해 문고리를 잡았다.
바로 그때였다.
“잠깐만요.”
라피드의 말에 총집사는 그대로 행동을 멈추고 라피드를 바라보았다. 총집사가 자신을 바라보자 라피드가 입을 열어 말했다.
“여기가.. 아빠 방이에요?”
“네.”
총집사는 라피드의 물음에 고개 끄덕이며 답했다. 그리고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라피드를 보며 이어 물었다.
“무슨 문제라도..?”
“아, 아니에요!”
라피드의 대답에 총집사는 문을 열었다.
끼이익
문이 열리고 총집사가 안으로 들어가자 라피드도 따라 안으로 들어왔다.
스윽 스윽
안으로 들어온 라피드는 방 내부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방 이곳 저곳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저 총집사님.”
그리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총집사를 불렀다.
“예, 도련님.”
“혹시 이곳에 드나드는 이들이 있나요?”
“...?”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하는 라피드의 모습에 총집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라피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곧 고개를 가로저으며 라피드의 물음에 답했다.
“아니요. 백작님의 방은 이 저택에서 가장 중요한 곳입니다. 아무나 들어 올 수 있는 곳이아니지요. 현재 백작님의 방에 들어 올 수 있는 건 도련님 뿐입니다.”
“...청소 하는 사람도요?”
“백작님의 방에는 클린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
총집사의 라피드는 다시 한 번 이곳 저곳을 살폈다. 그런 라피드의 행동에 총집사는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다시 한 번 입을 열어 물었다.
“무슨 문제라도..?”
“아, 그게.. 여기에 숨어 있는 사람이 있어서요.”
“...네?”
숨어 있는 사람이 있다니? 라피드의 말에 총집사는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 숨어 있다는 건 조금 나쁜 의도로 숨어 있는 걸까요?”
라피드가 방 구석을 응시하며 말했다. 총집사는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는 것을 깨닫고 라피드가 응시하고 있는 구석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총집사가 보기에는 그냥 구석의 모습이었다.
‘장난.. 치시는건가?’
총집사는 혹시나 라피드가 장난을 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하며 입을 열어 말했다.
“예, 백작님의 방인 이곳에 숨어 있다는 건.. 일단 해서는 안 될 짓이죠.”
“그렇죠? 헤헷.”
라피드는 총집사의 말에 활짝 미소를 짓고 구석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총집사는 그런 라피드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이내 라피드가 구석에 도착하고 이어진 상황에 총집사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스아악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텅 빈 구석에서 뺨에 긴 흉터를 가지고 있는 30대 중반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애새끼가 대단하구나! 알면 도망을 쳤어야지! 큭큭, 백작의 아들이라.”
모습을 드러낸 사내는 라피드를 향해 손을 뻗으며 외쳤다.
“아, 안 돼!”
총집사는 라피드를 향해 손을 뻗는 사내의 행동에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총집사는 다시 달림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턱
라피드는 자신을 향해 손을 뻗는 사내의 손을 붙잡았다.
“...어?”
손이 잡힐 줄은 상상도 못했던 사내는 손이 잡히자 살짝 당황했다. 사내는 어차피 애가 잡은 것이라 생각을 하며 손을 빼내기 위해 힘을 주었다.
“...어?”
그러나 손이 빠지지 않았다. 사내는 당황스런 표정으로 라피드를 바라보았다.
“총집사님, 이 사람 저희 저택 사람 아니죠?”
사내의 손을 붙잡은 라피드는 사내를 응시하며 총집사에게 물었다.
“아, 예. 도련님.”
라피드의 물음에 총집사가 놀람과 당황스러움이 반반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총집사의 답에 라피드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사내를 들어올렸다.
“어? 어?”
허공으로 떠오른 사내는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사내는 당황스런 표정으로 라피드를 바라보았다. 분명 애였다.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았다.
“이얍!”
라피드는 허공으로 들어 올린 사내를 반대쪽 구석으로 던졌다.
“아아아악!”
라피드가 던진 사내는 빠르게 반대쪽 구석으로 날아갔고 이내 벽에 부딪혔다.
퍽!
“크헉!”
“으억!”
사내가 벽에 부딪히자 두 개의 비명소리가 방 내부를 울렸다. 총집사는 당황스런 표정으로 사내가 부딪힌 벽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사내를 보았다. 라피드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두 사내에게 다가가며 입을 열어 말했다.
“헤헷, 아빠가 칭찬해주시겠죠?”
============================ 작품 후기 ============================
즐거운 월요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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