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51 41. 급살 =========================================================================
* * * *
“우와, 사람이 엄청 많아요!”
신전에 도착한 명후는 라피드의 말에 신전 입구를 바라보았다.
웅성웅성
라피드의 말대로 신전 입구에는 이미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몰려 줄을 서 있었다.
‘퀘스트 때문이겠지..’
평소에도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신전이었지만 지금처럼 줄을 설 정도는 아니었다. 아마도 메시지를 보고 퀘스트를 확인하기 위해 신전으로 달려온 것이 분명했다.
“이쪽으로 가자.”
점점 길어지는 줄을 보던 명후는 라피드와 소녀에게 말하며 방향을 틀어 신전의 벽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벽을 따라 걸어가던 명후는 곧 신전의 뒷문 앞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명후는 미소를 지은 채 뒷문으로 걸어가며 생각했다.
‘기여도 높은게.. 이게 좋단 말이지.’
당연하게도 뒷문은 아무나 이용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누구나 이용 할 수 있다면 정문에 그리 많은 이들이 줄을 서있을 이유가 없었다. 뒷문을 이용하기 위해선 기여도 5만 이상이 되어야 했다.
“엇, 명후님이시군요.”
뒷문을 지키고 있던 성기사가 명후를 발견하고 외쳤다. 성기사의 외침에 명후는 성기사를 보았다. 당연하게도 모르는 얼굴이었다. 앞서 이런 경우가 있었기에 명후는 걸음을 멈춘 뒤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엘가브의 가호가 함께 하시길...”
명후의 인사에 성기사도 마주 미소를 지은 채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리고는 명후가 지나갈 수 있게 옆으로 비켜섰다.
저벅저벅
성기사가 옆으로 비켜서자 명후는 다시 걸음을 옮겨 뒷문을 통해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랑 똑같은 곳이겠지?’
신전으로 들어온 명후는 예전에 퀘스트를 받았던 곳을 떠올렸다. 확실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도 그곳에서 퀘스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명후는 곧장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명후님!”
퀘스트를 받기 위해 걸음을 옮기던 명후는 뒤쪽에서 들려오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뒤로 돌아서 자신을 부른 자가 누구인지 확인했다.
‘...대사제?’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이곳 엘가브 신전의 대사제 오낙스였다. 곧 명후의 앞에 도착한 오낙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다려?’
기다리고 있었다는 오낙스의 말에 명후는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그러나 곧 예전 일이 떠오른 명후는 설마하는 표정으로 오낙스를 바라보았다.
“혹시..”
“예, 엘가브님이 대화를 원하십니다.”
설마 했는데 역시나 였다.
“대화 하시겠습니까?”
“네.”
오낙스의 말에 명후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신이 대화를 원한다는데 거절 할 이유가 없었다.
“그 아이들은...”
명후의 답에 오낙스가 명후의 옆에 서있는 라피드와 소녀를 바라보며 말끝을 흐렸다.
“제 아들입니다. 이쪽은..”
라피드와 소녀를 소개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명후는 라피드를 소개한 뒤 소녀를 보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입을 열어 말했다.
“잠시 맡고 있는 아이구요.”
“아, 그렇군요.”
오낙스가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그러자 라피드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물론 옆에 서있던 소녀는 퉁명스런 얼굴로 오낙스를 바라볼 뿐 인사 할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강신 하시는 겁니까?”
명후가 오낙스에게 물었다. 그러자 오낙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제 방으로 가시죠.”
역시 이곳에서 강신 하는 것은 아니었다. 명후는 앞장서 걸음을 옮기는 오낙스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방에 도착 했고 오낙스가 입을 열어 말했다.
“이제 강신 하실..”
그러나 오낙스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스아악
오낙스의 몸 주위로 푸른 빛이 나타나 맴돌기 시작했다.
“아아, 잘 들려?”
그리고 이내 들려오는 맑디맑은 목소리에 명후는 엘가브가 강신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 들립니다.”
“그래, 잘 들린다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
잘 들린다는 명후의 말에 미소를 지은 채 이어 말하던 엘가브는 말을 멈추었다.
“...?”
엘가브가 말을 멈추자 명후는 의아한 표정으로 엘가브를 바라보았다. 엘가브는 명후를 보고 있지 않았다. 명후의 옆에 서 있는 라피드와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호오... 이건 또 무슨 조합이야?”
짧게 감탄을 내뱉으며 엘가브는 라피드와 소녀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드래곤과 인간이 아닌 인간이라..”
역시 신이라서 그런지 엘가브는 라피드와 소녀의 정체를 단숨에 파악했다.
“...?”
“...”
라피드는 엘가브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고 소녀는 무표정으로 엘가브를 바라보았다.
스윽
잠시 라피드와 소녀를 바라보던 엘가브는 다시 고개를 돌려 명후를 보았다.
“넌 참 여러 의미로 대단한 인간이야.”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은 엘가브는 이어 말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본론으로 들어가서 내가 너와 대화를 하자고 한 것은.. 7 마계 때문이야. 7 마계의 문이 다시 개방 된 건 너도 알고 있지?”
그것 때문에 이곳에 왔다.
“네.”
엘가브의 말에 명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명후의 답에 엘가브가 다시 입을 열어 말했다.
“나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인데.. 이번 7 마계의 문이 개방 된 것은 마왕의 의지와 전혀 상관이 없어. 아그라넥토가 소멸하고 7 마계를 다스리게 된 라쿠자는 중간계에 강림할 생각이 전혀 없어. 아직 7 마계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거든.”
이어진 엘가브의 말에 명후는 민형이 말한 혹시나 했던 상황이 진짜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 왜?’
그렇다면 급살은 어째서 마계의 문을 개방한 것일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급살이 다시 마계의 문을 개방한 것인지 명후는 참으로 궁금했다. 궁금한 것은 이것 뿐만이 아니었다.
‘강림 할 생각이 없는데.. 무슨 퀘스트인거지?’
엘가브의 말을 들어보니 라쿠자는 강림 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신전에서 받을 수 있는 특수 퀘스트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문제는..”
명후는 엘가브가 말끝을 흐리자 생각을 멈추고 엘가브를 쳐다보았다. 말끝을 흐린 걸로 보아 상당히 중요한 말이 나올 것 같았다.
“마왕이 아니라 7 마계의 마족과 마물들이야.”
“...?”
마족과 마물들이 문제라니? 명후는 엘가브의 말에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녀석들은 개방된 문을 통해 중간계로 넘어오려 하고 있어.”
“...마족과 마물이요?”
“응.”
엘가브의 말이 끝난 그 순간 명후는 신전에서 주는 퀘스트가 무엇인지 자신이 잡아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예상 할 수 있었다.
‘마족.. 마물..’
잡아야 할 대상은 마왕이 아니었다.
“그러면 절 보자고 하신 이유가..”
명후는 엘가브를 마주보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엘가브가 고개를 끄덕이며 명후의 말에 답하기 시작했다.
“그래, 녀석들이 넘어오지 못하게 막아줬으면 좋겠어.”
<문을 넘어서는 7마계의 마족과 마물들>
7 마계에서 중간계로 이어지는 문이 다시 개방되었다. 문이 개방되었지만 마왕인 라쿠자는 강림을 할 생각이 없다. 문제는 7 마계의 마족과 마물들. 신 마왕인 라쿠자에게 복종하지 않고 반기를 든 그들은 개방된 문을 통해 중간계로 넘어오려 하고 있다. 그들을 막아 중간계의 평화를 지켜라!
[말타리오 : 0 / 1]
[마쿠사 덴 쿠르자 : 0 / 1]
난이도 : S
퀘스트보상 : 엘가브의 증표
엘가브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퀘스트가 나타났다.
‘말타리오? 마쿠사 덴 쿠르자?’
퀘스트 완료 조건을 본 명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녀석들이 대장인건가?’
이번에 상대해야 될 녀석들은 마족과 마물들이었다. 아무래도 퀘스트 완료 조건인 둘은 그들의 대장 또는 특수한 존재임이 분명했다.
스윽
명후는 퀘스트 완료 조건에서 시선을 내려 퀘스트 보상을 확인했다.
‘엘가브의 증표?’
보상은 ‘엘가브의 증표’이 끝이었다. 보상을 확인 한 명후는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예전 급살을 죽이고 얻은 아그라넥토의 증표를 확인했다.
<죽음의 마왕 아그라넥토의 증표[데미갓]>
죽음의 마왕 아그라넥토의 증표, 증표를 가지고 있을 경우 다음의 효과를 받는다.
1. 아그라넥토보다 급이 낮은 언데드 몬스터들에게 공격 받지 않는다.
2. 모든 유저들과 적대 상태가 된다. 단, 적대 상태는 표시 되지 않는다.
3. 증표는 버릴 수 없으며 유저에게 사망 시 드랍 된다.
명후가 가지고 있는 하나뿐인 데미갓 아이템.
‘이거랑 비슷한 건가...’
엘가브는 신이었다. 마왕의 증표가 데미갓 아이템이니 신의 증표도 데미갓 아이템일 가능성이 높았다.
“막아볼래?”
명후가 말이 없자 엘가브가 다시 물었다. 엘가브의 말에 명후는 인벤토리를 닫고 엘가브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예.”
어차피 마계로 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거기다 데미갓 아이템을 준다는데 거절 할 이유가 없었다.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이내 수락 메시지가 나타났고 엘가브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막게 되면.. 이곳으로 찾아와. 그럼.. 수고해!”
[엘가브의 축복을 받으셨습니다.]
[10일 동안 생명력 회복 속도가 200% 증가합니다.]
[10일 동안 마나 회복 속도가 200% 증가합니다.]
[10일 동안 이동 속도가 10% 증가합니다.]
스라락
말이 끝남과 동시에 축복 메시지가 나타나며 푸른빛이 사라졌다. 명후는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오낙스를 바라보았다.
“허허, 이야기는 잘 끝나셨습니까?”
“네, 다음에 뵙겠습니다.”
명후는 미소를 지은 채 오낙스에게 인사를 하고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는 라피드와 소녀를 데리고 방에서 나왔다.
“이봐! 너, 도대체!”
방에서 나오자 소녀가 앞을 막아서며 외쳤다. 소녀의 외침에 라피드가 순간 미간을 찌푸렸지만 여태까지와 다른 소녀의 반응에 잠시 지켜보겠다는 눈빛으로 소녀를 바라볼 뿐 움직이지는 않았다. 라피드가 미간을 찌푸리자 순간 움찔 거린 소녀는 이어 말하기 시작했다.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건지 알고 있는 거야? 네가 얼마나 강한지 모르겠지만 상대는 마족과 마물이라고! 거기다 중간계에서 싸우는 것도 아니고 마계에서 싸우겠다고?”
너무나도 어이가 없고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소녀의 말에 명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응.”
“...”
명후의 말에 소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멍하니 명후를 바라볼 뿐이었다. 명후는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는 소녀의 시선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서 가자.”
그렇게 말하며 명후는 신전에서 받을 수 있는 특수 퀘스트를 받기 위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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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호호호호호
수요일입니다.
벌써요!
다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