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85 45. 아만 제국의 황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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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들의 생명력이 6자리가 넘어가는 등 수치가 너무 높아져 구분을 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구분을 좀 할 수 있게 업데이트 해달라는 의견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어요.”
“아, 그렇지 않아도 이번에 업데이트 될 예정입니다.”
“그렇군요.”
“최종 수정 끝나는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명경의 본사 소회의실에서는 현재 김무웅과 박태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얼마 뒤 이야기가 끝이 났고 김무웅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번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죠. 수고하셨습니다.”
“예, 수고하셨습니다.”
박태석 또한 김무웅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자리에서 일어난 박태석이 무언가 생각이 난 듯 탄성을 지르며 김무웅을 쳐다보았다.
“...?”
“예전에 제가 말씀 드린 그 유저 있지 않습니까?”
“아.. 그 유저요?”
김무웅은 박태석이 말한 유저를 떠올렸다.
‘마계의 문을 2번이나 개방 할 줄이야..’
마계의 문을 무려 2번이나 개방했으며 현재 마왕성에 갇혀 있는 유저, 박태석이 말한 유저의 정체는 바로 급살이었다.
‘꼭 소설 속 주인공 같단 말이야.’
계획대로라면 지금 7 마계는 개방 되지 않았어야 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시기에 문을 개방했다. 소설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주인공 같은 느낌이었다.
“네, 그 유저 어떻게 안 되는 겁니까?”
박태석이 물었다. 박태석의 물음에 김무웅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마계 쪽은 저희가 어떻게 손을 쓸 수 있는 곳이 아니라서..”
만약 급살이 감금 되어 있는 곳이 마계가 아닌 중간계였다면 손을 써 꺼내 줄 수 있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마계는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손을 댈 수는 있지만 손을 대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허락이 필요했다.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김무웅의 말에 박태석이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고개를 끄덕인 박태석은 이어 밖으로 나갔다. 박태석이 나가자 김무웅도 그 뒤를 따라 소회의실에서 나와 사무실로 향했다.
“어때?”
곧 사무실에 도착 한 김무웅은 컴퓨터 앞에서 열심히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는 장무열을 향해 물었다.
“잠만.”
김무웅의 물음에 장무열은 잠시 기다리라 말하며 계속해서 키보드를 두들겼다.
“하.”
이내 장무열이 키보드에서 손을 때고 머리를 감싸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을 내쉰 장무열은 고개를 돌려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김무웅을 보며 말했다.
“모르겠어. 그 유저만 마왕성에 갇혀 있는 이유.. 분명 버그는 아닌데 알려면 스승님 권한이 필요해. 내 권한으로는 더 이상 알 수가 없다.”
“그래?”
장무열의 말에 김무웅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김무웅은 ‘전설’의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대부분의 것을 만들어낸 스승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건지..’
* * * *
“명후야!”
황궁 앞에 도착 한 명후는 자신을 부르는 지연의 목소리에 미소를 지은 채 손을 흔들며 빠르게 다가갔다.
“어떻게 된 거야?”
지연이 물었다.
“그게..”
명후는 지연의 물음에 공간이 일그러진 것부터 시작해 다시 돌아오게 된 것까지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뭐? 크라켄?”
“응, 이게 그 지도.”
지연의 반응에 명후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인벤토리에서 레퓨렘에게 받은 지도를 꺼내 보여주었다.
“언제 잡으러 갈거야?”
“이번 퀘스트 끝내고 바로 갈 생각이야. 같이 갈래?”
“응!”
그렇게 대화를 하며 숙소로 걸어가던 바로 그때였다.
“명후님!”
“...?”
앞쪽에서 들려오는 외침에 명후는 대화를 멈추고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레빌님?’
다다다닥!
저 멀리 레빌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훅..훅..”
곧 명후의 앞에 도착 한 레빌은 숨이 찼는지 숨을 고르고는 이어 말했다.
“여기 계셨군요.”
“예.”
“급히..”
무언가를 말하려 했던 레빌은 잠시 말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조용한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어 말했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일단 제 방으로 가시죠.”
‘...?’
평소와는 다른 레빌의 모습에 명후는 의아함을 느꼈다.
‘뭔 일 생겼나?’
레빌의 표정은 너무나도 진지했다. 주위를 살피는 것과 조용한 목소리를 보니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았다.
저벅저벅
레빌이 앞장 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지연 : 무슨 일 생긴 걸까?
-지연에게 : 그런 것 같아.
명후와 지연은 레빌의 뒤를 따라 걸어가며 귓속말로 대화를 나누었다. 지연 역시 명후와 마찬가지로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귓속말로 대화를 하던 사이 명후와 지연은 레빌이 묵고 있는 방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끼이익
레빌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
뒤이어 방으로 들어온 명후는 방에 들어 오자 마자 보이는 방 내부 광경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방이..”
명후는 말끝을 흐리며 도둑이라도 든 듯 개판이 된 방 내부를 둘러 보았다. 레빌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이렇게 됐더군요.”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하다 생각을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누가 이런 간 큰 짓을?’
이곳은 아만 제국의 황궁이었다. 거기다 레빌은 같은 제국인 헬리오카 제국의 대표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런 레빌이 묵고 있는 방에 이런 일을 벌일 정도로 간이 큰 자가 누구인지 참으로 궁금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아, 잠시.”
레빌은 명후의 말에 답하며 품 안에서 스크롤을 꺼냈다. 그리고는 곧장 스크롤을 찢어 스크롤에 각인 되어 있던 마법을 발동 시켰다.
스아악
찢어진 스크롤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오며 방 내부를 가득 채웠다.
‘무슨 스크롤이지?’
스크롤에 어떤 마법이 각인 되어 있는 것인지 아무런 메시지도 나타나지 않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기에 명후는 레빌의 말을 기다렸다.
“혹시나 도청 마법이 있을까봐 사용했습니다.”
‘아, 그런 마법이구나.’
명후는 레빌의 말에 스크롤에 각인 되어 있는 마법이 어떤 마법인지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런 짓을 벌인 건..”
레빌은 다시 한 번 방 내부를 훑어보고 다시 명후를 보며 이어 말했다.
“황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
명후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레빌을 바라보았다.
“황제라면..”
이 상황에서 레빌이 말한 황제가 알칸 헬리오카는 아닐 것이었다. 그리고 이곳은 아만 제국이었다. 아만 제국에도 황제가 있었다.
“예, 이곳의 황제인 아무라트를 말한 것 맞습니다.”
역시나 레빌이 말한 황제는 아만 제국의 황제 아무라트였다. 레빌이 말한 황제가 아만 제국의 황제라는 것을 알게 된 명후는 고개를 갸웃 거릴 수밖에 없었다.
‘...황제가 왜?’
현재 명후와 레빌은 아만 제국 황녀의 생일과 성인식 기념 파티에 헬리오카 제국을 대표하여 온 상태였다. 그래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가 이런 짓을 왜...?”
레빌이 괜히 이런 말을 한 게 아닐 것이었다. 반응을 보니 아무라트가 이런 짓을 벌인 것이라 생각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와 저와의 관계는 그렇게 좋지 못합니다.”
‘그러고 보니..’
명후는 예전 아그라넥토를 잡으러 가기 전 신성 제국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사이가 좋아 보이지는 않았지.’
신성 제국에서 명후는 아만 제국의 황제 아무라트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레빌과 아무라트의 대화를 생각해보면 둘의 사이는 분명 좋은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할 수 있지요.”
레빌이 이어 말했다.
“...원한이요?”
“예, 죽이고 싶을 정도로 아주 깊은..”
명후의 반문에 레빌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끝으로 레빌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
“...”
정적이 감돌기 시작했다. 명후는 레빌을 보며 생각했다.
‘왜 저러는거야?’
무슨 생각을 하는지 레빌은 참으로 쓸쓸하고 고독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었다. 말을 걸어서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대로 시간을 보낼 수 없었던 명후는 결국 정적을 깨기 위해 입을 열었다.
“하실 말씀이..”
“아, 죄송합니다.”
명후의 말에 생각을 깬 레빌은 여전히 씁쓸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확인해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제 방 뿐입니다. 하지만 아무라트의 성격 상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분명 누군가는 크게 다칠 겁니다. 조심하셔야 됩니다.”
“...?”
레빌의 말에 명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명후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내가 왜 조심해?’
방이 개판이 된 것은 레빌의 방 뿐이었다. 거기다 아무라트와 사이가 안 좋은 것도 레빌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왜 조심을 해야 된단 말인가? 그런 명후의 생각을 알기라도 한 것인지 레빌이 이어 말했다.
“아무라트가 이런 짓을 벌이기는 했지만 저를 죽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레빌이 말끝을 흐리며 명후를 쳐다보았다. 그런 레빌의 반응에 명후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말을 끝까지 한 것은 아니었지만 명후는 레빌이 어떤 말을 하려는 것인지 예상 할 수 있었다.
“...저를 죽일 수는 있다는 건가요?”
명후의 물음에 레빌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악의 경우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아무라트의 성격 상 분명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겁니다. 저희 쪽 사람들 중 누군가는 분명 다칠 겁니다. 황제 폐하가 이곳에 명후님을 보낸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명후님은.. 강하시니까요.”
============================ 작품 후기 ============================
즐거운 주말입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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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은 그냥 사격만 합격하면 조기퇴소더군요.
사격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