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95 47. 결투 대회 =========================================================================
“저 귀족, 너 쳐다보는 것 같은데?”
지연이 말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해?”
“응, 널 보는 것 같아.”
착각 한 게 아니었다.
‘역시..’
분명 왼쪽의 귀족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근데 왜?’
그래서 이상했다. 어째서 저리 기분 나쁜 미소로 자신을 쳐다보는 것인지 명후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명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고개를 돌려 레빌을 보았다.
“레빌님.”
“예?”
경기장과 그 주변을 둘러보고 있던 레빌은 명후가 자신을 부르자 왜 불렀냐는 표정으로 명후를 보았다.
“그 혹시, 저기 왼쪽 끝에 대기하고 있는 귀족이 누군지 아십니까?”
이어진 명후의 말에 레빌이 고개를 돌려 왼쪽 끝에 대기하고 있는 귀족을 보았다.
“...아!”
그리고는 이내 알았다는 듯 감탄을 내뱉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명후를 보며 입을 열어 말했다.
“아만 제국의 아스탈란 지역을 다스리는 하푸타 백작입니다.”
‘하푸타 백작이라..’
자신을 쳐다보는 귀족의 정체는 바로 아스탈란 지역을 다스리는 하푸타 백작이었다. 처음에는 이번 파티 때 만났으나 자신이 기억하지 못한 귀족이 아닐까 생각을 했다.
‘처음 보는데..’
그러나 이름을 들은 지금은 처음 만난 귀족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근데 그건 왜...?”
레빌이 하푸타를 바라보며 생각을 하고 있는 명후에게 여전히 의아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 절 자꾸 쳐다봐서요. 혹시나 이번 파티 때 알게 된 사람인가 싶어 여쭤봤습니다. 근데 모르는 사람이네요.”
“아..”
명후의 답에 레빌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고개를 끄덕이던 레빌이 흠칫하더니 설마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하푸타를 바라보았다.
“...?”
그런 레빌의 반응에 명후는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왜 저런 반응을 보인단 말인가?
스윽
명후의 시선을 느끼기라도 한 것인지 하푸타를 바라보던 레빌이 다시 고개를 돌려 명후를 바라보았다. 레빌의 표정은 조금 진지해져 있었다.
“명후님.”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던 레빌이 명후를 불렀다.
“네.”
그렇지 않아도 레빌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궁금해 하던 명후는 재빨리 답을 했다.
“저, 하푸타 백작.. 조심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예?”
이어진 레빌의 말에 명후는 반문 할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
왜 조심을 한단 말인가?
“하푸타 백작은 아무라트의 사람입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레빌이 말끝을 흐리며 말을 마쳤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명후는 레빌이 무슨 말을 하려 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설마 대회에서?’
믿기 힘들었지만 레빌은 분명 그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대회인데.. 그게 가능 할까요?”
“믿기 힘드시겠지만, 제가 알고 있는 아무라트라면.. 그런 미친 짓을 충분히 저지를 겁니다.”
“그렇군요..”
명후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여전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하푸타를 바라보았다.
바로 그때였다.
“이제 결투 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경기장 위에 있던 기사가 외쳤다. 증폭 마법이 걸려 있는지 기사의 목소리는 경기장은 물론 주위 관람석 구석까지 아주 잘 울려 퍼졌다. 기사의 외침에 명후는 하푸타에게서 기사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생각했다.
‘이제 시작인가.’
드디어 시작이었다.
“올라와 주시길 바랍니다.”
기사가 이어 외쳤다.
저벅저벅
올라와 달라는 외침에 왼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하푸타와 오른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귀족이 경기장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내 경기장 위로 올라와 서로를 마주본 둘은 간단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룰은 간단합니다.”
기사가 말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바로 룰을 설명하는 것으로 보아 참가자에 대한 소개는 없는 것 같았다.
“패배를 시인하거나 또는 경기장에서 벗어날 경우 패배로 간주합니다. 또한 결투를 진행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판단 될 경우 결투를 멈추고 판정으로 승패를 가리도록 하겠습니다.”
한동안 기사의 설명은 이어졌다. 명후는 기사의 설명을 들으며 생각했다.
‘힘 높은게 이럴 때는 안 좋단 말이야..’
누구와 결투를 하게 될 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누가 되었든 자신에게 공격을 받는다면 필시 죽음을 맞이 할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힘이 높은게 참으로 아쉬웠다.
‘장외.. 장외로 올라가야겠군.’
명후는 경기장에서 벗어날 경우 패배라는 장외 패배 룰을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럼 첫 번째 결투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명후가 생각을 하는 사이 모든 룰을 설명한 기사가 말을 마치며 경기장 밖으로 물러났다.
스윽 스윽
기사가 물러나자 하푸타와 상대 귀족은 서로를 향해 다시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빼들어 서로를 겨누었다.
“...”
“...”
하푸타와 상대 귀족은 검을 겨눈 채 서로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탐색을 끝낸 것인지 약점이 보인 것인지 하푸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악
하푸타는 빠르게 앞으로 걸음을 내딛으며 상대 귀족의 가슴을 향해 검을 찔렀다.
“흐읍!”
이렇게 빨리 공격을 해올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한 상대 귀족은 하푸타의 공격에 재빨리 한 걸음 물러나며 검을 휘둘러 하푸타의 검을 쳐내었다.
팅!
검과 검이 부딪히며 청명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명후는 울려퍼지는 청명한 소리에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뭐야, 경기장 자체에 증폭 마법이 걸려 있는거야?’
아무리 경기장에서 가깝다고 해도 경기장과 관람석은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들려오는 소리는 바로 앞에서 듣는 것처럼 아주 선명했다.
‘..어?’
그러나 곧 이어진 경기장 상황에 명후는 소리에 대한 생각을 접고 경기장을 주시했다.
스르륵
하푸타의 공격을 막은 상대 귀족은 역습을 하기 위해 검을 쳐낸 즉시 그대로 하푸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것을 알기라도 했다는 듯 하푸타는 가볍게 검을 피하고 귀족의 몸으로 파고들며 어깨로 귀족의 가슴을 들이박았다.
“큭!”
상대 귀족은 하푸타의 어깨치기에 고통스런 표정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나 하푸타의 공격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어깨치기로 상대 귀족을 뒷걸음질 치게 만든 하푸타는 상대 귀족의 검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챙!
“흡!”
다시 한 번 검과 검이 부딪히며 청명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상대 귀족에 손에 있던 검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허공으로 떠오른 검은 당연하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경기장 바닥으로 떨어졌다.
“...졌소.”
검이 자신의 손을 떠나 경기장 바닥으로 떨어진 것을 본 상대 귀족이 이내 씁쓸한 표정으로 입을 열어 말했다.
‘이야, 이거 은근 쪽팔리겠는데.’
조용히 말했겠지만 경기장에 걸려 있는 증폭 마법으로 인해 상대 귀족의 목소리는 아주 선명하게 들려왔다. 명후는 패배를 시인 할 경우 민망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결투의 승자인 하푸타를 바라보았다.
‘...’
하푸타를 본 명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하푸타는 처음 보았던 그 기분 나쁜 미소를 지은 채 명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승자는 아만 제국의 하푸타 백작입니다.”
어느새 경기장 위로 올라 온 기사가 입을 열어 외쳤다. 당연하다고 해야 될 지 기사의 외침에도 박수나 환호성은 나오지 않았다.
“내려가 주시길 바랍니다.”
기사가 이어 말했다. 기사의 말에 하푸타는 그대로 몸을 돌려 경기장 아래로 내려갔고 상대 귀족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검을 집어 아래로 내려갔다.
저벅저벅
둘이 내려감과 동시에 두 번째 결투를 치룰 귀족들이 올라왔다. 경기장으로 올라온 두 귀족은 마주보며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다.
“두 번째 결투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내 기사가 말을 마치며 경기장 아래로 내려갔다. 기사가 내려가고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두 귀족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었다.
‘호, 메이스?’
한 쪽은 검이었고 한 쪽은 메이스였다. 보통 검을 사용하는 귀족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메이스를 사용하는 귀족이 상당히 눈에 띠었다. 물론 눈에 띠었다는 것, 단지 그 뿐이었다.
“크윽!”
이내 메이스를 들고 있던 귀족이 고통스런 신음을 내뱉으며 메이스를 놓쳤다. 검을 든 귀족의 승리였다. 그렇게 두 번째 경기가 끝나고 얼마 뒤 세 번째 경기가 시작되었다.
“저, 명후 백작님.”
경기를 관람하던 명후는 관람석 아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경기장에서 시선을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보았다.
“이제 곧 백작님의 경기가 시작됩니다. 대기실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기사였다.
“아, 예.”
기사의 말에 명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갔다 올게. 갔다 오겠습니다.”
그리고 지연과 레빌에게 말을 한 뒤 관람석 아래로 내려가 기사의 뒤를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곳이 대기실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명후는 경기장 뒤편에 있는 대기실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이미 대기실에는 결투 대회에 참가자로 보이는 귀족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명후는 귀족들을 한 번 훑어보고 비어 있는 자리에 가 앉아 기다리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명후 백작님 맞으시죠?”
“...?”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명후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보았다.
‘...하푸타?’
명후는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을 부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하푸타였다.
“꼭 올라오시길 바랍니다.”
하푸타는 특유의 기분 나쁜 미소로 명후에게 말을 한 뒤 뒤로 돌아 다시 사라졌다. 명후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하푸타를 보며 생각했다.
‘미친놈인가.’
프로그램에 살짝 오류가 난 NPC 같았다. 명후는 하푸타에게서 시선을 돌려 다시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현재 경기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결투는 결투를 벌이고 있는 두 귀족의 수준이 비슷해서 그런지 여태까지 보아왔던 그 어떤 결투보다 치열했다.
“명후 백작님, 이제 가셔야 될 것 같습니다.”
결투를 보던 명후는 귓가에 들려오는 기사의 목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쪽으로..”
그리고 기사의 뒤를 따라 경기장으로 다가갔다.
“승자는 폴라푼 왕국의 마스갈 후작입니다. 내려가 주시길 바랍니다.”
경기장에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경기가 끝이 났다. 명후는 계단을 따라 내려오는 자를 바라보았다.
‘마스갈 후작.’
계단을 통해 내려오는 귀족은 환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번 결투의 승자인 마스갈 후작이 분명했다. 마스갈 후작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하고는 명후를 지나쳐 대기실로 향했다.
“올라가시면 됩니다.”
저벅저벅
기사의 말에 명후는 경기장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기사가 있는 경기장 가운데로 걸어가며 반대쪽에서 걸어오는 귀족을 보았다. 참으로 거대한 덩치와 험악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 귀족이었다. 만약 만난 장소가 이곳이 아니었다면 분명 불량배 NPC라 생각 했을 것이었다.
“여덟 번째 결투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내 기사가 말을 마치고 경기장 아래로 내려갔다. 기사가 내려가자 험악한 인상의 귀족이 거대한 검을 꺼내 들었다. 물론 명후는 검을 꺼내지 않았다.
“...설마 검 없이 결투를 하겠다는 건가?”
험악한 인상의 귀족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명후는 귀족의 말에 미소를 지은 채 손을 들어 너클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게 제 무기인데요”
“...후회 하게 해주지.”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을 한 것인지 귀족은 더욱 험한 인상을 지으며 명후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크합!”
그리고 이내 기합 소리와 함께 들고 있던 거대한 검을 휘둘렀다. 명후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을 잡기 위해 손을 들었다.
턱.
바람소리를 동반했던 귀족의 거대한 검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명후의 손에 붙잡혔다.
“...?”
험악했던 귀족의 얼굴에 순간 물음표가 나타났다. 명후는 귀족의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보고 미소를 지은 채 검을 잡지 않은 오른쪽 손을 뻗어 귀족의 옷을 잡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경기장의 끝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 어? 무슨!”
거대한 체구에 맞지 않게 귀족은 너무나도 가볍게 명후에게 끌려갔고 멍하니 끌려가던 귀족은 당황스런 목소리로 외쳤다. 귀족의 당황스런 외침을 들으며 경기장의 끝에 도착 한 명후는 경기장 아래를 바라보았다.
‘다치지는 않겠네.’
경기장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떨어진다고 해서 다칠 것 같지 않았다.
“조심해요.”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명후는 귀족에게 조심하라 말을 한 뒤 경기장 밖으로 귀족을 던졌다.
“그게 무..어어어어억!”
명후는 귀족의 비명을 들으며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는 다시 경기장 가운데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곧 가운데에 도착 한 명후는 여전히 경기장 밖에 있는 기사를 바라보았다.
‘왜 안와?’
결투의 승패는 장외 판정으로 인해 이미 끝이 난 상태였다. 그럼에도 기사는 멍하니 경기장을 바라볼 뿐 올라 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명후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이내 정신을 차린 기사는 빠르게 경기장 위로 올라왔다.
“스, 승자는...”
그리고는 여태까지와 달리 말을 더듬으며 입을 열어 외쳤다.
“헤, 헬리오카 제국의 명후 백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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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시험기간이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핳
다들 즐거운 월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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