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99 47. 결투 대회 =========================================================================
잘못 본 게 아니었다.
바겔은 음흉한 눈빛으로 지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명후의 착각이 아니었다. 누가 보아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설마 이거였던 건가.’
명후는 첫날 만난 호토레 공작을 떠올렸다. 당시 레빌과 호토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는 둘의 대화가 무슨 뜻인지 이해 가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 대화의 의미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난봉꾼이었구나...’
난봉꾼이 분명했다. 명후는 걸음을 옮겨 지연의 앞에 섰다.
“칭찬 감사 드립니다. 결투 대회 때문에 먼저 가봐야 되겠네요. 그럼.. 레빌님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말을 마친 뒤 명후는 지연의 손을 잡고 경기장으로 곧장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스윽
명후는 경기장으로 걸어가며 고개를 돌려 지연을 보았다. 성에 들어올 때만 해도 밝았던 지연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바겔의 눈빛 때문이 분명했다.
‘레문 왕국...’
지연의 표정을 본 명후는 레문 왕국을 떠올렸다.
‘좋게 봐줄 수가 없네.’
호토레 공작 때문에 좋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바겔 때문에 생각이 달라졌다.
“괜찮아?”
명후가 지연에게 물었다.
“어? 응..”
지연은 명후의 물음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러나 지연의 미소는 자연스럽지 않았다. 괜찮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레문 왕국..’
명후는 다시 한 번 레몬 왕국을 떠올렸다.
“오셨습니까!”
“오늘도 승리하실 겁니다.”
얼마 뒤 명후와 지연은 관람석에 도착했다. 관람석에 도착 한 명후와 지연은 귀족들의 인사를 들으며 자리에 앉았다.
저벅저벅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레빌 또한 관람석에 도착했다. 당연하다고 해야 될 지 레빌의 옆에는 바겔이 보이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명후님, 지연님.”
관람석으로 올라 온 레빌이 명후와 지연에게 말했다.
“설마 했는데.. 지연님에게도 그럴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레빌의 표정에는 미안함과 당황이 공존하고 있었다. 레빌 역시 바겔의 행동에 많이 당황 한 듯 했다.
스윽
명후는 지연을 보았다. 명후 역시 기분이 나빴지만 제일 기분이 나쁜 것은 당사자인 지연이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레빌의 말에 지연이 입을 열어 답했다. 지연의 말을 들은 명후는 고개를 돌려 레빌을 보며 이어 말했다.
“지연이가 괜찮다면 저도 괜찮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둘의 말에도 레빌의 표정에서는 미안함과 당황이 사라지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명후 백작님.”
관람석 아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명후는 레빌에게서 시선을 돌려 관람석 아래를 바라보았다.
‘벌써?’
목소리의 주인공은 어제 명후를 안내했던 기사였다. 기사가 왔다는 것은 단 한 가지를 의미했다. 대기실 안내, 그것이 아니고서야 기사가 그것도 명후를 안내했던 기사가 찾아 올 이유가 없었다.
“네, 무슨 일이죠?”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명후는 기사에게 물었다. 명후의 물음에 기사가 입을 열어 답했다.
“대기실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역시..’
기사의 답에 명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갔다 올게. 갔다 오겠습니다.”
그리고는 지연과 레빌에게 말하고 관람석에서 내려왔다. 명후가 내려오자 기사가 앞장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명후는 기사의 뒤를 따라 대기실로 향했다.
‘음?’
걸음을 옮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기실에 도착 한 명후는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기실은 어제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뭐 이리 좋아졌어?’
대기실 인테리어는 어제와 비교해 너무나도 좋아져 있었다.
‘16개.. 진출자 수에 맞춘건가.’
어제와 달리 대기실에는 16개의 고급스러운 의자가 비치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16강 진출자의 수에 맞춘 것 같았다.
“이쪽으로..”
명후는 기사의 뒤를 따라 곧 어느 한 의자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의자에 앞에는 9라는 숫자가 쓰여 있었다.
“이곳이 백작님의 자리입니다.”
‘자리도 정해졌구나..’
오늘은 확실히 어제와 달랐다. 명후는 다시 걸음을 옮겨 의자에 앉았다. 명후가 앉자 기다리고 있던 기사가 입을 열어 말했다.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면 저에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기사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뒤로 돌아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명후 또한 기사에게서 시선을 돌려 경기장 위를 바라보았다.
‘어제 그 기사가 아니네?’
경기장 위에는 기사가 하나 올라가 있었다. 그러나 어제 진행을 했던 기사는 아니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교체가 된 것 같았다.
저벅저벅
그렇게 결투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던 사이 대기실로 16강 진출자들이 하나, 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저 사람이 내 상대구나.’
명후는 자신의 앞을 지나쳐 바로 옆자리인 10번 자리에 앉은 사내를 힐끔 본 뒤 경기장을 보며 생각했다.
‘날렵해 보이네..’
10번 자리에 앉은 사내는 참으로 날렵해 보였다. 단지 그뿐이었다. 그것 외에는 특별해 보이는 것이 없었다.
“안녕하세요?”
경기장을 보며 생각을 하던 명후는 왼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왼쪽을 바라보았다. 명후의 16강 상대인 10번 사내가 미소를 지은 채 명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전 베란 공국에서 남작의 작위를 갖고 있는 사프란입니다. 명후 백작님 맞으시죠?”
10번 사내의 정체는 베란 공국의 사프란 남작이었다. 사프란 남작의 소개와 물음을 들은 명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아, 예. 헬리오카 제국의 백작 명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경기장 위에서는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지금 분위기는 참으로 화기애애했다.
“아, 이제 시작하는군요.”
바로 그때 사프란 남작이 말했다. 명후는 사프란 남작의 시선이 자신의 뒤로 가있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하푸타..’
하푸타와 그의 상대로 보이는 귀족이 경기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결투 대회 16강, 그 첫 번째 결투를 시작하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경기장 위 기사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명후는 다시 고개를 돌려 경기장 위를 바라보았다.
“첫 번째 결투를 치룰 두 분을 모시겠습니다. 아만 제국의 하푸타 백작님과 펠라든 왕국의 에단 후작님입니다.”
‘후작이었구나..’
명후는 기사의 말을 듣고 하푸타와 함께 경기장으로 가던 이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두 분 올라와 주시길 바랍니다.”
기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경기장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던 하푸타와 에단 후작이 경기장 위로 올라왔다. 경기장 위로 올라 온 둘은 서로를 마주 본 채 살짝 고개 숙여 인사를 나누었다.
“결투의 룰은 동일합니다. 패배를 시인하거나 또는 경기장에서 벗어날 경우 패배로 간주합니다. 또한 결투를 진행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판단 될 경우 결투를 멈추고 판정으로 승패를 가리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기사는 말을 마치고 경기장 아래로 내려갔다.
스윽 스윽
하퓨타와 에단 후작은 약속이라도 한 듯 기사가 내려가자마자 허리춤에 달려있던 검집에서 검을 빼들었다.
그러나 검을 빼든 것은 같았지만 이어진 둘의 행동은 같지 않았다. 하푸타는 에단 후작을 향해 검을 겨누었고 에단 후작은 경기장 바닥으로 검을 늘어트렸다.
“...”
“...”
서로 다른 자세의 둘은 서로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정적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적은 오래가지 않았다.
타앗!
검을 늘어트린 채 탐색을 하던 에단 후작이 강하게 걸음을 내딛으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와 동시에 에단 후작은 늘어트렸던 검을 들어 올린 뒤 다시 하푸타를 향해 대각선으로 내려 휘둘렀다.
‘...?’
그 광경을 본 명후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에단 후작이 검을 휘두름에도 하푸타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상처를 입힐 수는 있지만 죽이면 안 된다. 이대로 검이 작렬하면 하푸타는 필시 죽을 것이었다.
“...”
하푸타가 피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에단 후작도 조금 당황했는지 검의 속도가 살짝 느려졌다.
바로 그때였다.
‘...!’
명후는 에단 후작의 검이 느려진 그 순간 변하는 하푸타의 표정을 보았다. 하푸타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미소를 지음과 동시에 하푸타의 손이 움직였다.
챙! 챙! 챙! 챙! 챙! 챙!
연달아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허공으로 에단 후작의 검이 떠올랐다. 에단 후작은 허공에 뜬 본인의 검을 보고 당황스런 눈빛으로 하푸타를 바라보았다.
그것도 잠시 당황스런 눈빛으로 하푸타를 보던 에단 후작의 얼굴에 분노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비...”
무언가를 말하려 했던 에단 후작은 증폭 마법을 떠올리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명후는 이어진 에단 후작의 행동에 에단 후작이 무어라 말을 하려 했는지 유추 할 수 있었다.
‘비겁..’
에단 후작은 비겁하다 말을 하려 했던 것이 분명했다. 전쟁도 아니고 목숨을 건 결투도 아니었기에 먹힌 하푸타의 전략이었다.
“호오, 에단 후작의 체술을 보게 되다니 참 놀랍군요.”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명후는 경기장에서 시선을 돌려 사프란 남작을 보았다. 명후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사프란 남작 역시 경기장에서 시선을 돌려 명후를 보았다. 그리고 다시 경기장으로 시선을 돌리며 이어 말했다.
“에단 후작은 검도 잘 다루지만 체술이 더욱 뛰어납니다. 검을 든 것보다 체술이 더욱 위협적이라고 하지요. 하푸타 백작의 전략은 훌륭 했지만 상대가 에단 후작이라 참으로 아깝..어?”
말을 이어가던 사프란 남작은 당황스런 목소리로 반문했다. 명후는 사프란의 당황스런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경기장 위를 바라보았다.
검을 놓친 뒤 분노 서린 표정으로 하푸타에게 달려들었던 에단 후작이 경기장 위에 쓰러져 있었다. 움찔 거리는 것으로 보아 죽지는 않은 것 같았다.
“어떻게.. 마, 말도 안 돼..”
반문에 이어 사프란 남작은 당황스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사프란 남작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경기장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스윽
명후는 에단 후작에게서 시선을 돌려 하푸타를 보았다. 하푸타는 에단 후작을 보고 있지 않았다.
하푸타는 이미 뒤로 돌아 대기실을 바라보고 있었다. 명후는 대기실을 바라보는 하푸타를 보며 생각했다.
‘날 보고 있는 건가?’
확실한 것은 아니었다. 거리가 있어 확실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명후는 하푸타가 자신을 응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작품 후기 ============================
소중한 의견 감사드립니다.
코멘트를 보고 힘마스터 올인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투표를 해볼까 합니다.
첫번째는 힘마스터 올인입니다.
두번째는 힘마스터 + 마왕 입니다.
(참고로 마왕은 외계인이 지구에 침공 하였고 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중에 마왕이 유희를 오며 벌어지는 생존물(?)입니다.)
세번째는 힘마스터 + 최면 입니다.
(최면은 훈련소에서 능력을 각성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군대 -> 대학 -> 사회 순으로 진행 될 예정이고 주인공 뿐만 아니라 다른 초능력자들도 있습니다. 시간대는 다르지만 힘마스터와 같은 세계관 입니다.)
설문 조사 투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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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300회가 되었네요.
하핳.
추천, 쿠폰, 후원 쿠폰, 코멘트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