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01 47. 결투 대회 =========================================================================
‘아..’
명후는 기사의 말에 어째서 기사들이 올라온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적대 상태가 뜰 정도니.. 당연한건가.’
결과적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사프란 남작의 공격은 선을 넘어갔다. 기사들이 올라 온 것도 결투를 멈추기 위해서가 분명했다.
“네, 괜찮습니다.”
명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기사에게 답했다.
“아..예.”
질문을 했던 기사는 명후의 대답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올라왔던 기사들은 다시 경기장 아래로 내려갔다. 물론 모두가 내려간 것은 아니었다. 한 명의 기사는 내려가지 않고 경기장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아, 진행 기사.’
남아 있는 기사의 정체는 바로 결투를 진행하던 기사였다.
다다닥!
이내 진행 기사가 경기장 중앙으로 달려왔다. 그리고는 당황스런 눈빛으로 명후를 힐끔 쳐다보고는 전방을 보며 외쳤다.
“8강 진출자는 헬리오카 제국의 명후 백작님입니다!!”
[결투 대회에서 승리하셨습니다.]
[명성 10만이 상승합니다.]
[8강에 진출하셨습니다.]
[명성 20만이 상승합니다.]
[퀘스트 ‘제국의 명예를 위하여’의 보상이 강화 됩니다.]
[각국의 왕족과 귀족들이 당신에 대해 관심을 가졌습니다.]
기사의 외침이 끝남과 동시에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관심?’
메시지를 보던 명후는 나타난 메시지 중 마지막 메시지를 보고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관심이라고?’
왕족과 귀족들의 관심, 메시지에는 분명 왕족과 귀족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적혀 있었다. 어떻게 보면 왕족과 귀족들에게 본인을 알리게 된 것이니 좋은 일 일수도 있다.
‘후..’
그러나 명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망할..’
명후는 굳이 타국의 왕족과 귀족들에게 자신을 알릴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알려지지 않는 것이 나았다.
분명 좋은 일도 생길 것이었다. 그러나 좋은 일이 생기는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귀찮은 일이 벌어질 것이었다.
스윽
명후는 각국의 왕족, 귀족들이 앉아 있는 관람석을 훑어보았다.
‘암살자들 보내지는 않겠지..’
아만 제국에서도 암살자를 보내왔다. 확실한 것은 아니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내려가 주시길 바랍니다.”
이어서 기사가 외쳤다.
저벅저벅
명후는 생각을 끝내고 뒤로 돌아 계단을 통해 경기장 아래로 걸음을 옮기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레빌에게 받은 퀘스트 ‘제국의 명예를 위하여’를 보며 생각했다.
<제국의 명예를 위하여>
아만 제국, 야라드 왕국 등 대부분의 나라가 참여하는 결투 대회, 레빌은 당신이 결투 대회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두어 제국의 명예를 드높여주길 바라고 있다. 결투 대회에 참가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어라!
퀘스트 난이도 : A
퀘스트 보상 : 헬리오카 공적도 ??? (결투 대회 성적에 따라 달라집니다.)
‘얼마나 주려나.’
퀘스트 보상은 공적도였다. 결투 대회 성적에 따라 달라지는데 과연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됐다.
‘때가 되면 알게 되겠고.’
어차피 퀘스트가 완료 될 시점에 알게 될 것이었다. 기대가 되기는 하지만 얼마나 받을 수 있을 지 생각을 할 필요는 없었다.
명후는 퀘스트 창을 닫고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인벤토리 가장 위쪽 칸에 있는 아이템 ‘잊혀진 신의 신전 지도 1’을 보며 생각했다.
‘이게 문젠데..’
도무지 황녀의 숙소에 잠입 할 타이밍이 나오지 않았다. 명후는 인벤토리를 닫으며 생각했다.
‘오늘 밤에 한 번 시도 해봐?’
타이밍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반갑습니다.”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명후는 앞을 보았다. 거대한 체구의 사내가 미소를 지은 채 명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시죠?”
“뮬탄 왕국의 야쿠란 백작이라고 합니다. 왕자님께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방금 전 경기도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거대한 체구의 사내는 바로 야쿠란 백작이었다.
“8강 때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야쿠란 백작은 이어서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하고는 명후를 지나쳐 경기장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 * * *
무나타 왕국의 관람석
“...”
명후와 사프란 남작의 결투를 본 돈투르 자작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멍하니 경기장을 바라볼 뿐이었다.
멍하니 경기장을 바라보는 것은 돈투르 자작 뿐만이 아니었다.
“...”
“...”
“...”
무나타 왕국에서 온 모든 이들이 멍하니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 무나타 왕국의 귀족들만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
“...”
다른 곳도 무나타 왕국의 관람석처럼 침묵이 맴돌고 있었다.
“돈투르 자작.. 방금 내가 잘못 본 건가?”
돈투르 자작의 오른쪽에 앉아 있던 귀족이 입을 열어 말했다.
“...”
오른쪽 귀족의 말에도 돈투르 자작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도대체..’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사프란 남작은 분명 전력을 다했어.’
무나타 왕국과 베란 공국은 국경을 맞대고 있었다. 그렇기에 돈투르 자작은 사프란 남작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전력을 다했는데.. 졌다고?’
전력을 다 한 것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놀라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사프란 남작은 전력을 다했고 패배했다. 그것도 아주 무력하게 믿기지 않는 방법에 패배했다. 돈투르 자작은 경기장에서 내려가는 명후를 보며 생각했다.
‘뭔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예선전에서 우승 후보였던 뮬탄 왕국의 왕자를 잡았다. 그렇기에 무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만들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돈투르 자작?”
오른쪽 귀족은 돈투르 자작이 아무런 말이 없자 재차 돈투르 자작을 불렀다.
“아, 미안하네. 아비스 자작.”
돈투르 자작은 재차 자신을 부르는 아비스 자작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어 말했다.
“내가 잠시 정신을 놓고 있었군.”
“아니네, 나 역시 정신을 놓고 있었거든. 그런데 사프란 남작이 전력을 다 한 것 같은데, 내가 잘못 본 건가?”
아비스 자작이 물었다.
스윽
돈투르 자작은 대기실로 들어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명후에게서 아비스 자작으로 시선을 돌리며 물음에 답했다.
“잘못 본 게 아니네. 사프란 남작은.. 전력을 다 한 것이 맞아. 물론 사프란 남작의 실력이 내가 알고 있는 그대로라면 말일세.”
“허.. 잘못 본 게 아니었다니.”
아비스 자작은 돈투르 자작의 답에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사프란 남작이 떨어진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사프란 남작이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사프란 남작도 이 상황이 믿기지 않나 보군.”
멍한 사프란 남작의 모습을 보며 아비스 자작이 말했다. 아비스 자작의 말에 돈투르 자작 역시 고개를 돌려 사프란 남작을 보았다.
“흐음.. 걱정이군.”
그리고 침음을 내뱉으며 이어 말했다.
“사프란 남작 말인가?”
돈투르 자작의 말에 아비스 자작이 반문했다. 아비스 자작의 반문에 돈투르 자작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프란 남작을 걱정 할 게 뭐 있겠나.”
“...?”
아비스 남작은 고개를 가로젓는 돈투르 자작의 말에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무엇이 걱정이란 말인가? 그런 아비스 자작의 표정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돈투르 자작이 이어 말했다.
“사프란 남작은 자존감이 아주 높은 자이네. 그냥 진 것도 아니고 이렇게 졌으니 분명.. 무슨 일을 벌일 걸세.”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돈투르 자작은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 말은..”
아비스 자작이 말끝을 흐리며 돈투르 자작을 쳐다보았다. 돈투르 자작은 아비스 자작의 눈빛에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자네가 생각하는 그게 맞을 거네.”
“...”
아비스 자작은 돈투르 자작의 말을 듣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그러겠냐는 눈빛으로 말했다.
“설마 사프란 남작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짓을 벌이겠나? 상대는 일개 용병 나부랭이가 아닌 헬리오카의 백작이 아닌가?”
“하하.”
돈투르 자작이 소리내어 웃었다. 그리고는 이내 웃음을 멈추고 이어 말했다.
“사프란 남작이 남작의 작위를 받게 되었던 그 사건을 생각해보게.”
“...아.”
아비스 자작이 짧게 탄성을 내질렀다.
스윽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여전히 멍히 허공을 응시하는 사프란 남작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러면.. 미친 짓을 벌일 가능성이 충분하구만.”
돈투르 자작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윽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대기실을 보며 생각했다.
‘과연.. 어떻게 될 지.’
============================ 작품 후기 ============================
드디어 오늘이 마지막 시험입니다.
그리고 내일이면 보강까지 모든 것이 끝납니다.
이제 운동하면서 마음 편히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