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15 49. 결승 진출, 알려지다. =========================================================================
“뭐야..”
“방금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웅성웅성
명후와 켐벨 자작의 경기가 끝난 뒤 당황스러움에 침묵을 지키고 있던 유저들은 곧 침묵을 깨며 웅성이기 시작했다.
“분명 잡아 던졌지?”
“어, 그런 것 같은데..”
“근데 방금 전 뒤로 이동한 거 그림자 이동 아니야?”
“그림자 이동?”
“응! 블러드 나이트 스킬.”
“엥? 그럼 저 NPC가 블러드 나이트? 완전 고렙이네!”
“고렙인 건 당연한거고! 근데 블러드 나이트가 저렇게 강한 직업이었나?”
웅성이는 유저들의 관심사는 승자 명후였다.
“잠깐만요!”
바로 그때 한 유저가 외쳤다.
“...?”
유저의 외침에 그 옆에 있던 유저의 지인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이내 입을 열어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보보보님?”
“그게..”
보보보는 말끝을 흐리며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 명후 백작 있잖아요.”
“예.”
“NPC가 아닌 것 같아서요.”
“예?”
경기장을 바라보며 말을 마친 보보보는 지인의 반문을 들으며 한 유저를 떠올렸다.
‘헬리오카 제국에서 귀족인데다가 명후라는 이름..’
아무리 생각해도 방금 전 결투를 치룬 명후 백작은 NPC가 아닌 것 같았다.
‘그 분이 분명하다.’
아니, 아닌 것 같은게 아니라 확실히 아니었다. 방금 전 결투를 치룬 명후 백작은 자신이 알고 있는 그가 확실했다.
“라테랄님.”
보보보는 자신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라테랄을 불렀다.
“네.”
“제가 이 길드 들어오기 전 어디에 있었는지 말씀 드렸죠?”
“예. 쌍도끼 길드잖아요. 하핫.”
라테랄이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저희 쌍도끼 길드가 어떻게 박살 났는지 아시죠?”
“네, 알고 있죠. 엄청 유명한 사건이었잖아요.”
보보보의 물음에 라테랄이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쌍도끼 길드 해체 사건은 공식 홈페이지를 며칠 간 핫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모를 레야 모를 수가 없는 사건이었다.
“그럼 누구한테 박살났는지도 기억나시나요?”
라테랄의 답에 보보보가 재차 물었다.
“당연하죠. 그 유저 엄청났..!”
보보보의 물음에 답하던 라테랄은 도중에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서, 설마..”
“네, 아무래도.. 그 명후님 같아요.”
“...!”
라테랄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말도 안 돼!’
믿을 수가 없었다.
‘유저 중에 백작이 나왔다고?’
현재 알려진 바로는 유저들이 올라간 최고의 작위는 자작이었다. 그런데 백작이라니?
‘아니, 그건 둘째치고..’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백작의 작위도 놀랍기는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었다.
‘얼마나 쎈 거지?’
모든 귀족 NPC가 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방금 전 명후에게 패배한 켐벨 자작 같이 전투형 귀족 NPC는 매우 강하다.
“방금 전, 그 귀족.. 그 유저 아니냐?”
“뭐? 유저?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무슨...”
“아니, 그 있잖아. 그 예전에 어디였더라. 쌍도끼 길드? 거기 박살낸 유저.”
“...아! 모든 게시판을 들썩였던 그 유저? 헐! 대박사건!”
눈치를 챈 것은 보보보 뿐만이 아니었다. 구경을 온 수많은 유저들 중 아주 극소수가 명후를 알아보았다. 명후를 NPC라 생각했던 유저들도 그렇게 명후의 정체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뭐? 저게 유저라고?’
카메라로 결투를 촬영하고 있던 AnB 방송국의 김문용은 주위에서 들려오는 유저들의 말에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대기실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허.. 유저들 중에 백작의 작위를 갖고 있는 자가 나올 줄이야.. 거기다 헬리오카 제국이라니. 유저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엄청난 유저가 나타난 건데..’
유저들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유저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엄청난 일이었다.
‘대박 소재다.’
김문용은 눈을 번뜩였다.
스아악
바로 그때였다.
카메라의 바로 옆으로 누군가가 나타났다.
“저 왔어요!”
“아, 소진씨.”
눈을 번뜩이며 대기실을 바라보던 김문용은 이번 촬영의 리포터 소진이 로그인을 하자 미소를 지었다.
“별 일 없었죠? 결투는 언제 시작한대요?”
소진이 물었다.
‘아..’
김문용은 소진의 물음에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보니.. 너무 빨리 끝났네.’
급한 일로 소진은 잠시 로그아웃을 했다. 그런 이유로 소진은 첫 번째 결투가 끝났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끝났어요.”
“...예? 끝났다뇨?”
소진은 김문용의 말에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게 방금 전 결투가 있었는데.. 순식간에 끝났어요.”
“잠시만요.”
이어진 김문용의 말에 소진이 말했다.
“그럼 결투가 밀린게 아니라.. 이미 결투가 시작되고 끝이 났다는 거에요?”
“...”
김문용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말 하는게 좋으려나?’
방금 전 유저들에게 들은 말을 소진에게 할 지 말 지 고민이 됐다.
‘그래, 말하는게 낫지.’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었지만 유저들이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리고..”
“...?”
“첫 번째 결투를 치루는 자들이 누군지는 아시죠?”
“예, 헬리오카 제국의 명후 백작, 호만 왕국의 켐벨 자작이죠. 그런데 그건 왜요?”
“그 명후 백작이 유저라는 소리가 있어요.”
“...!”
김문용의 말에 소진은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제 마지막 결승 진출자를 뽑는 결투를 시작하겠습니다.”
소진이 놀란 표정을 지은 그 순간 진행 기사 마빌이 외쳤다. 그러나 소진은 경기장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을 뿐이었다.
스윽
이내 생각을 마친 소진이 고개를 들어 김문용을 보았다.
“저 잠시 나갔다 올게요.”
“예?”
경기장을 찍고 있던 김문용은 소진의 말에 반문했다.
스아악
그러나 김문용의 반문이 나옴과 동시에 소진이 사라졌다.
“...”
김문용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내 살짝 미간을 찌푸린 김문용은 다시 카메라를 움직여 경기장을 찍기 시작했다.
* * * *
AnB 방송국 국장실.
“뭐? 그게 진짜야?”
AnB 방송국의 주인이자 국장인 양현준은 매우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어 말했다.
“네, 국장님.”
그의 앞에는 아리따운 외모와 새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는 여인, 소진이 서 있었다.
“아니, 소진아. 둘이 있을 때는 아빠라고 해도 된다니까?”
소진의 말에 양현준은 애초로운 눈빛으로 소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
양현준의 말에 소진은 잠시 고민하는 듯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소진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에요. 국장님.”
“에휴..”
소진의 말에 양현준은 한숨을 내뱉었다.
“국장님, 허가해주세요. 이건 절호의 기회에요. 엄청난 소재라구요! 아마 다른 방송국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시청률이 나올거에요.”
양현준이 한숨을 내뱉자 소진이 이어 말했다.
“...”
소진의 말에 양현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물론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내 생각을 마친 양현준이 입을 열어 말했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 명후라는 유저를 섭외해서 방송을 하자는 이 말 맞지?”
“네!”
양현준의 말에 소진이 활짝 웃으며 답했다.
“그런데 그 유저가 수락을 할까? 백작의 작위를 갖고 있다면 우리가 제시 할 수 있는 출연료는 아주 우스울 텐데?”
“출연료 보다는 홍보!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다는 걸로 설득하면..”
“소진아, 백작이 될 동안 아무런 행동을 보이지 않은 사람이야. 알리려고 했다면 언제든지 알릴 수 있었겠지. 아빠가 랭커는 아니어도 이건 확신한다. 그 유저는 자신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고 있을걸?”
“하, 하지만..”
이어진 양현준의 말에 소진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양현준의 말은 틀린 것이 하나도 없었다.
‘전설’에서 백작의 작위를 가지고 있다면 출연료는 우습게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부를 쉽게 얻을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공식적으로 유저들이 얻은 최고의 작위는 자작이었다. 그 말인 즉, 유명해지고 싶었다면 백작의 작위를 통해 언제든지 유명해 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유저를 어떻게 섭외하게? 누군지 알고?”
“그, 그건.. 국장님이 힘을 써주면.”
“소진아.”
양현준은 조금 단호한 표정으로 소진을 불렀다. 포기하라는 뜻이었다.
‘그래도..’
그러나 소진은 포기 할 수 없었다.
“아, 아빠! 제발! 이거 하게 해주라. 아빠아~ 응? 나, 궁금하단 말이야.”
결국 소진은 애교를 부리며 조르기 시작했다. 양현준은 소진의 애교에 난감한 표정으로 입을 열어 말했다.
“미안하다. 소진아. 그 유저가 할 것 같지도 않고.”
“...아빠, 그러면 그 유저가 출연 하겠다고 하면 해줄거지?”
양현준의 말에 소진이 물었다.
“하하, 만약 그렇게 되면 끝까지 밀어주마”
소진의 물음에 양현준은 소리내어 웃으며 답했다.
“약속한거다!”
답을 들은 소진은 활짝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소진이 나가자 양현준은 씁쓸한 미소로 문을 바라보았다.
스윽
그리고는 핸드폰을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저, AnB에 양현준입니다. 예. 물론입니다.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만약 도련님이 출연하시겠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될 지. 아,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양현준은 핸드폰을 내려 놓았다.
스윽
그리고는 뒤를 돌아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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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