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32 52. 동창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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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 남준을 남기고 문석은 라파타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엠벨라텐 L7, 엠벨라텐 L7’
걸음을 옮기는 문석의 머릿속에는 오직 엠벨라텐 L7 밖에 없었다.
‘누굴까?’
도대체 누가 엠벨라텐 L7의 주인일지 참으로 궁금했다.
‘그 때 가서 샀어야 했는데..’
문석은 엠벨라텐 L7이 경매로 나왔던 날을 떠올렸다.
‘그 일만 없었어도..’
돈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돈이야 넘치고 넘친다. 그러나 당시 문석은 그룹 내 파벌 싸움으로 쉽게 자금을 뺄 수가 없었고 엠벨라텐 L7에 대해 신경을 쓰기도 힘들었다.
‘엠벨라텐의 네 번째 주인이 될 수도 있었는데..’
만약 파벌 싸움만 일어나지 않았다면 문석은 지금쯤 엠벨라텐 L7을 몰고 다녔을 것이었다.
‘근데 다섯 번째 엠벨라텐은 어떻게 된걸까.’
걸음을 옮기며 문석은 한국에 들어 온 엠벨라텐 L7중 마지막으로 들어온 다섯 번째 엠벨라텐 L7을 떠올렸다.
‘여태까지 다 경매로 거래가 됐는데..’
첫 번째부터 네 번째 엠벨라텐 L7은 전부 경매로 거래가 됐다. 그러나 다섯 번째 엠벨라텐 L7은 어떻게 된 것인지 경매 없이 거래가 됐다.
‘그때 엄청 실망했지..’
엠벨라텐 L7이 들어 온다는 소식에 자금을 끌어 모으고 끌어 모아 준비를 했던 문석은 경매 없이 거래가 끝나자 크게 실망을 했었다.
‘뭐, 지금 기회가 왔으니.’
문석은 미소를 지은 채 라파타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며 자신에게 정보를 준 창문을 찾기 시작했다.
‘저기있다!’
곧 창문을 찾은 문석은 빠르게 창문이 있는 테이블로 다가갔다.
“창문아.”
“어, 형 오셨어요.”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창문은 자신을 부른 사람이 문석이라는 것을 깨닫고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
“어떤 분이셔?”
창문의 인사를 받으며 문석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한시라도 빨리 엠벨라텐 L7의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게..”
문석의 말에 창문이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 혹시 엠벨라텐 때문에 오신 건가요?”
창문의 난감한 표정에 의아해 하던 문석은 왼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보았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특출나게 잘 생긴 것은 아니지만 묘한 매력이 있는 사내였다.
“아, 안녕하세요. 황문석입니다. 혹시 엠벨라텐 L7 주인 되시나요?”
문석은 자신을 소개하며 사내에게 물었다.
“아뇨, 제 건 아니고 제 여자 친구 겁니다.”
사내 아니 명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
명후의 말에 문석은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여자친구라면.. 여자?’
여자라니?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엠벨라텐 L7 주인이 여자라고?’
믿기지가 않았다.
“안녕하세요. 제가 엠벨라텐 차주에요.”
“...!”
이어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목소리의 주인공을 본 문석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죄송한데 이름이..”
“권지연입니다.”
‘권지연? 우리나라에 이런 얘가 있었나?’
문석은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아니야, 없어.’
생각을 해보았지만 문석이 알고 있는 재벌가에서는 권지연이라는 이름의 여인이 없었다.
‘그래도 엠벨라텐 L7을 살 정도라면..’
엠벨라텐 L7을 살 정도라면 보통 신분은 아닐것이었다.
‘교포?’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교포였다. 교포라면 문석이 모르는 것도 당연했다.
‘망할..’
참으로 난감했다.
‘아는 곳이면 압박해서라도 얻어 낼 생각이었는데..’
다섯 대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돈을 더 준다고 해서 팔 지 않을 것이라는 건 문석이 그 누구보다 더 잘 알았다. 문석은 거래를 위해 돈 뿐만 아니라 그룹의 힘으로 압박까지 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교포라면..’
그러나 교포라면 아무 소용없었다.
“죄송한데, 전 엠벨라텐 L7을 팔 생각이 없어요.”
문석이 말이 없자 지연이 말했다.
“아, 그..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부탁드립니다.”
지연의 말에 문석은 다급히 말했다. 문석의 말에 지연은 고개를 돌려 명후를 보았다. 지연의 눈빛을 본 명후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어 문석에게 말했다.
“저희가 이제 갈 시간이라...”
거짓이 아니었다. 명후와 지연은 끝까지 있을 생각이 없었다. 이제 슬슬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사이 문석이 온 것이었다.
“아...”
명후의 말에 문석은 짧게 탄성을 내뱉었다. 탄성을 내뱉은 문석은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어 말했다.
“그렇군요. 죄송한데 몇 가지 여쭤보고 싶은게 있는데 여쭈어 봐도 될까요?”
‘구매는 물 건너갔다.’
압박을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거기다 팔 생각도 없으니 엠벨라텐 L7 구매는 물건너 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지금 막 떠오른 궁금증이라도 해결해야 했다.
“...”
문석의 말에 이번에는 명후가 고개를 돌려 지연을 보았다. 명후의 시선에 지연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어 말했다.
“네, 말씀하세요.”
“혹시.. 구매하신 엠벨라텐 L7이 한국에 들어온 엠벨라텐 L7 중 몇 번째 인지 알 수 있을까요?”
‘설마 다섯 번째는 아니겠지..’
첫 번째부터 네 번째는 경매로 진행 되었고 다섯 번째는 경매 없이 그냥 거래가 됐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확실히 알아놔야 했다.
“다섯 번째요.”
“...!”
문석은 지연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섯 번째는 아닐 것이라 생각하며 설마하고 있었는데 설마가 맞았다. 문석은 재빨리 두 번째 질문을 했다.
“엠벨라텐 L7을 혹시 어떻게 구매하신건지 알 수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다. 경매 없이 거래로 엠벨라텐 L7을 구매했다. 어떻게 구매를 한 것인지 알기만 하면 굳이 경매에 목을 맬 필요가 없게 된다.
“아, 어머님 소개로 본사에서 구매했어요.”
“...?”
그러나 질문의 답을 들은 문석은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뭔 소리야 소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소개로 본사에서 엠벨라텐을 샀다고?’
분명 지연은 소개를 통해 본사에서 엠벨라텐 L7을 샀다 말하고 있었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문석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내가 인맥을 동원해도 안 됐던 그걸?’
문석은 경매에서 엠벨라텐 L7을 놓친 뒤 다시 경매로 나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있던 게 아니었다. 있는 인맥 없는 인맥 전부 동원해 엠벨라텐 L7을 만드는 회사에 구매 요청을 했었다. 그러나 단칼에 거부를 당했다.
‘도대체...’
믿기지가 않았다.
“소, 소개로 사셨다구요?”
문석이 말을 더듬으며 재차 물었다.
“네.”
지연은 일초의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런 지연의 모습에 문석은 짧게 탄성을 내뱉었다.
“...”
탄성을 내뱉은 문석은 말을 잇지 못했다. 머리가 새하얗게 백지가 되는 느낌이었다.
“형?”
문석이 탄성을 내뱉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옆에 있던 창문이 이상함을 느끼고 문석을 불렀다.
“응? 아, 질문에 답변 감사드립니다.”
창문의 부름에 정신을 차린 문석은 이내 명후와 지연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인사를 한 뒤 문석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빠르게 핸드폰을 들어 여전히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을 남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어...
“...?”
그러나 이내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문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문석은 다시 전화를 걸었다.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바로 그때였다.
“이제 우리 가볼게.”
“그래, 즐거웠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명후와 지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미친..’
문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남준은 여전히 엠벨라텐 L7 앞을 지키고 있을 것이고 명후와 지연이 간다면 자신이 말 한 대로 못 타게 막을 것이다.
‘그러면 안 되지.’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 문석은 전화를 받지 않는 남준을 떠올리며 미간을 찌푸린 채 빠르게 걸음을 옮겨 주차장으로 향했다.
“장남준씨!”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문석은 남준을 불렀다. 그러나 문석의 목소리만 울릴 뿐 시간이 지나도 남준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답도 안하네 이 조폭 새끼가.’
문석은 미간을 찌푸린 채 엠벨라텐 L7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이내 엠벨라텐 L7 앞에 도착 한 문석은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어디갔어?’
차를 지키고 있어야 할 남준이 보이지 않았다. 문석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에도 남준은 보이지 않았다.
“허...”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문석은 미간을 찌푸린 채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차로 걸음을 옮기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조폭 새끼가 감히.’
분명 지키고 있으라 했다. 그런데 자리에 없다. 거기다 전화 역시 받지 않는다.
“김청수 부사장님. 황문석입니다. 소개해주신 친구가 그냥 사라져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무시당한 것 같아 기분이 조금 그러네요. 예. 다음에 보죠.”
통화를 마친 문석은 차에 탄 뒤 엠벨라텐 L7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리고 아쉬운 표정으로 차를 몰아 집으로 향했다.
‘...?’
얼마 뒤 집 앞에 도착 한 문석은 시야에 들어오는 광경에 브레이크를 밟았다.
‘아버지?’
집 앞에 문석의 아버지이자 황룡 그룹의 회장 황용산이 나와 있었다. 물론 문석의 마중을 나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저 차는 무슨 차야?’
용산의 앞에는 검은 색의 차가 한 대 서 있었다. 자동차에 미친 문석조차 처음 보는 스타일의 차였다. 그러나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
문석은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왜..’
용산이 죄송함이 가득 한 표정으로 연달아 고개를 숙였다. 그 대상은 차에 타 있는 누군가였다.
‘도대체 누가 타 있길래?’
누가 타 있기에 황룡 그룹의 회장인 용산이 저런 행동을 보이는 것일까? 문석은 자신의 아버지 용산의 행동에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다.
부우우웅!
이내 차가 출발했다.
‘...!’
차가 출발하고 문석은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 아버지..’
용산이 차를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차가 사라지고도 몇 초간 굽혀진 용산의 허리는 펴지지 않았다.
‘왜..’
문석은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닐까 생각했다. 황룡 그룹, 결코 작은 그룹이 아니다. 10대 그룹 중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황룡 그룹이었다. 그런 곳에 회장이 바로 용산이었다.
대통령이 가더라도 허리를 굽히기는커녕 뒷짐을 진 채 배웅을 하던 용산의 90도 각도 인사는 문석에게 너무나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문석이 멍한 상태에 빠진 사이 용산이 집으로 들어갔다. 용산이 집으로 들어가고 정신을 차린 문석은 엑셀을 밟으며 생각했다.
‘누구지?’
도대체 차에는 누가 타있던 것일까? 너무나도 궁금했다.
끼이익
문석은 주차를 한 뒤 빠르게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거실에 앉아 있는 용산을 발견 할 수 있었다. 고민이 가득 한 표정을 짓고 있던 용산은 문석이 들어오자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왔냐?”
용산의 말에 문석은 빠르게 쇼파에 가 앉아 용산을 바라보았다.
“봤냐?”
문석의 표정에 용산이 물었다.
“네, 도대체 누구에요?”
용산의 물음에 문석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왜...”
그러나 문석은 말을 끝맺을 수 없었다. 어떻게 물어봐야 될까?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오늘 무슨 일을 한.. 아니지.”
용산이 입을 열었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결심한 표정으로 문석을 보며 말했다.
“이제는 말해줄 때가 된 것 같구나.”
“...?”
문석은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을 말해준단 말인가?
“예전 문황 그룹 사건 기억나냐?”
“네, 당연히 기억나죠.”
문황 그룹 사건, 모를 레야 모를 수 없는 사건이었다. 제왕 그룹과 함께 10대 그룹의 수좌를 다투던 문황 그룹이 각종 비리가 터지고 여론까지 거세 무너져 버린 사건을 문석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갑자기 그 일은 왜..”
그런데 갑자기 문황 그룹 사건이 왜 나온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문석의 말에 용산이 이어 말했다.
“문황 그룹이.. 비리가 터지고 여론이 거세다고 무너질 그룹이라 생각하냐?”
문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너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아무리 비리가 터지고 여론이 거세다고 해도 10대 그룹의 수좌를 다투는 그룹이었다. 비리와 여론에 무너질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 못했다. 무너진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랐던가?
'잠깐, 설마..'
고개를 가로젓던 문석은 문득 든 생각에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용산을 보았다.
“아, 아니죠?”
용산이 그냥 문황 그룹 이야기를 꺼냈을 리 없었다. 분명 이야기를 꺼낸 데에는 그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문석은 머릿속에 떠오른 그 이유를 부정하고 싶었다. 문석의 반응에 용산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넌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라고 생각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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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입니다.
내일이 월요일! 두둥.
마음 편히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추천 팡팡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