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68 59. 납치 =========================================================================
“일단 갔다 와. 기다리구 있을게.”
명후의 옆에서 총집사의 말을 전부 들은 지연이 명후에게 말했다.
“금방 갔다 올게.”
지연의 말에 답하며 명후는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는 저택에서 나와 곧장 워프 게이트를 통해 수도 넥서스로 워프했다.
웅성웅성
“어디로 갈까?”
“지금 우리 수준이라면 이제 최전방 개척지도 가능 할 것 같은데?”
명후는 유저들의 웅성거림을 들으며 워프 게이트에서 나와 황궁으로 걸어가며 생각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진짜 납치 당한 건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레빌은 황제의 동생이다. 당연히 레빌을 지키는 호위의 수준은 엄청나다.
그런데 납치를 당했다니? 혹시나 거짓이 아닐까? 납치를 당했다고 해야 될 만한 이유가 있던 게 아닐까?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엇, 명후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여러 생각을 하며 걷던 명후는 황궁 앞에 도착 한 순간 들려오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앞을 보았다.
“하이머님! 오랜만이네요.”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황궁 대장간 유저들이 만든 길드, 스미스의 마스터 하이머였다.
“잘 지내셨습니까?”
하이머가 물었다.
“아, 예. 그럭저럭 잘 지냈어요. 하이머님은요?”
명후와 하이머는 서로의 근황 이야기를 나누며 성문을 지나 황궁으로 들어왔다.
“저, 혹시 명후님.”
황궁으로 들어오자마자 하이머가 주위를 살피며 명후를 불렀다.
“...네?”
“제가 궁금한게 있어서 하나 여쭈어 보고 싶은게 있는데 여쭈어 봐도 될까요?”
“아, 네.”
질문 할 것이 있다는 하이머의 말에 명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하이머가 입을 열었다.
“황궁에 무슨 일 생긴 건가요?”
“...?”
명후는 하이머의 말에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황궁에 무슨 일이 생겼냐니? 대장장이인 하이머의 입에서 왜 이런 질문이 나온단 말인가?
“기사들이 갑자기 대장간에 찾아와서 조사를 하더라구요. 저같은 유저 대장장이들은 조사를 받지 않았는데 NPC 대장장이들은 전부 조사를 받아서, 또 요즘 황궁 분위기도 뭐라고 해야 될까 삭막해졌다고 해야 되나? 험악해졌다고 해야 되나?”
하이머의 말이 끝나고 명후는 어째서 하이머가 이런 질문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것 때문에?’
아무래도 조사를 한 것은 레빌의 납치와 관련이 되어 있을 것이었다. 그것 말고는 기사들이 대장장이들을 조사 할 이유가 없었다.
“저도 잘 모르겠네요. 오랜만에 돌아와서요. 조만간 해결 되지 않을까요?”
그러나 명후도 확실히 알고 있지 못했고 확실히 알고 있다 하여도 하이머에게 사실대로 말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겠죠?”
“그럴겁니다. 이제 전 이쪽으로 가야 되서 다음에 뵐게요. 즐전하세요!”
명후는 하이머와 헤어진 뒤 더욱 빠르게 움직여 집무실이 있는 건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뒤 명후는 집무실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똑똑똑
“폐하, 명후 백작입니다.”
명후는 노크를 하며 외쳤다.
“들어오게.”
외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칸이 말했다. 명후는 알칸의 말에 문을 열고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앉게.”
명후가 집무실로 들어오자 알칸이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명후는 알칸의 말대로 의자에 앉아 알칸을 보았다. 그러자 알칸이 입을 열었다.
“자네가 없는 동안 황궁에 아주 큰 일이 일어났네.”
알칸의 표정은 매우 심각했다. 심각함 뿐만 아니라 알칸의 표정에는 걱정, 슬픔 등의 감정이 담겨져 있었다.
‘납치가 진짜구나.’
명후는 그런 알칸의 표정을 보고 레빌이 납치 되었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신 할 수 있었다.
“레빌이 납치가 됐네.”
이어 알칸이 말했다. 예상대로였다.
“누가 그런 짓을...”
명후가 말끝을 흐렸다.
“모르겠네. 납치 된 이후 흔적을 찾아 조사를 해보았으나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네. 납치를 한 녀석들에게서 온 것도 없고.”
흔적이 있어 조사를 했으나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납치범들에게 연락이 온 것도 아니었다.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러나 이어 알칸이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한 곳 짐작이 가는 곳이 있네.”
‘짐작이 가는 곳?’
“그곳이 어디인지..”
명후가 말끝을 흐리며 알칸에게 물었다. 그러자 알칸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아만 제국이네.”
‘아만 제국!’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만 제국의 황제 아무라트와 레빌의 사이는 매우 좋지 않았다. 생명의 위협을 받았을 정도니 이보다 좋지 않은 사이는 없다고 할 정도였다.
“믿기지 않지만 납치 된 것은 레빌 뿐만이 아니네. 주위 모든 국가의 왕족들이 납치를 당했네. 단 한 곳을 빼고 말이지.”
“그러면 그 한 곳이 설마..”
“아만 제국. 그곳에선 납치를 당한 자가 없네.”
어째서 알칸이 아만 제국을 지목한 것인지 알게 된 명후는 난감해 할 수밖에 없었다.
‘아만 제국은 아닌 것 같은데.’
명후는 예전 아만 제국에 갔을 때를 떠올렸다. 당시 아만 제국의 황녀 리디아도 납치를 당할 뻔 했다. 자신이 그곳에 없었다면 분명 납치를 당했을 것이었다.
‘잠깐 그러면..’
이어서 든 생각에 명후는 눈을 번뜩였다. 아무래도 레빌과 주변 국가의 왕족들을 납치한 녀석들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명후는 인벤토리를 열어 인벤토리 중앙에 자리를 잡고 있는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했다.
<본부 워프 스크롤[유니크]>
암살자 길드 ‘블러디’의 본부로 워프 할 수 있는 스크롤. 길드에서도 특별한 몇몇에게만 지급이 되는 아주 귀한 스크롤이다.
‘이녀석들 같은데.’
암살자 길드 ‘블러디’, 아만 제국의 황녀 리디아를 납치하려 했던 녀석들이었다. 이번 납치 사건에 이녀석들이 개입해 있을 것 같았다. 아니, 명후가 없었더라면 아만 제국의 황녀도 납치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던 녀석들이니 이녀석들이 개입된 것이 확실했다.
“폐하.”
명후는 인벤토리를 닫고 알칸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아마도 아만 제국은 아닐 겁니다.”
“...”
알칸은 명후의 말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명후의 표정을 본 알칸이 입을 열어 물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뭔가?”
“얼마 전 아만 제국에 갔을 때 황녀가 납치 될 뻔 했던 걸 구해 준 적이 있습니다.”
명후는 알칸의 물음에 아만 제국의 황녀 리디아가 납치 될 뻔 했던 사건을 설명해 주었다.
“...흐음.”
그러자 알칸이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이어 입술을 질끈 깨물며 중얼거렸다.
“그러면 도대체 누가...”
알칸은 아만 제국이 이번 일을 벌인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명후의 말을 들어보니 아만 제국은 아닌 듯 했다. 명후는 그런 알칸의 중얼거림을 듣고 입을 열었다.
“짚히는 곳이 있습니다.”
“...!”
명후의 말에 알칸이 놀란 표정으로 명후를 바라보았다.
“그, 그곳이 어딘가?”
“블러디라는 이름의 암살자 길드입니다.”
“블러디?”
알칸이 반문했다.
“예.”
“일개 암살자 길드 따위가 이런 짓을 벌였다는 건가?”
명후의 끄덕임에 알칸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일개 암살자 길드 따위가 황궁에 잠입해 레빌을 납치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런 알칸의 반응에 명후가 입을 열어 말했다.
“블러디는 방금 전 말씀드린 아만 제국 황녀 납치 사건을 주도 했던 집단입니다. 제가 그 자리에 없었더라면 납치에 성공 했을 정도로 그들의 능력은 뛰어납니다.”
아만 제국의 황녀 리디아가 납치 당할 뻔 했다. 암살자 길드 블러디의 능력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정도라면.”
이어진 명후의 말에 알칸이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한 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었다.
“근데 그들이 왜 이런 짓을...”
만약 블러디가 납치 한 것이라면 왜 납치를 한 것일까? 그것도 레빌 한 명만 납치 된 게 아니었다. 아만 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중요 인물이 납치를 당했다. 알칸은 중얼거림을 멈추고 명후를 보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이 일을 조사 해 줄 수 있겠나?”
알칸의 말이 끝나고 퀘스트가 나타났다.
<납치 된 레빌>
레빌이 납치 되었다. 레빌의 방으로 가 단서를 찾아라!
퀘스트 난이도 : A
퀘스트 보상 : 공적도 200만, 퀘스트 ‘단서를 따라서’
명후는 퀘스트를 보며 생각했다.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고 했는데.’
알칸은 조사를 했으나 아무것도 알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퀘스트를 보니 레빌의 방에 단서가 있는 게 분명했다.
‘어쨌든 방으로 가보면 알게 되겠지.’
레빌의 방에 가면 알게 될 것이었다. 생각을 마친 명후는 퀘스트에서 시선을 돌려 자신의 답을 기다리고 있는 알칸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 * * *
“...!”
잠에서 깬 레빌은 시야에 들어오는 천장에 흠칫 할 수밖에 없었다.
‘내 방이 아니야?’
그도 그럴 것이 시야에 들어오고 있는 천장은 레빌이 잠들기 전 보았던 자신의 방 천장이 아니었다.
‘내 방이 아니야?’
스윽
레빌은 재빨리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를 확인 한 레빌은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여기는 어디지?’
방 안에 비치 된 모든 가구가 고급스러웠다. 그것을 본 레빌은 자신의 방이 아니라 확신 할 수 있었다.
‘꿈?’
혹시나 꿈이 아닐까? 레빌은 볼을 꼬집어 보았다.
‘꿈은 아니군.’
이내 느껴지는 고통에 레빌은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꿈이 아니라는 것이 더욱 당황스러웠다.
스윽
레빌은 침대에서 나왔다. 그리고 방 내부를 천천히 살피기 시작했다.
‘평범한 방이군.’
특별한 점은 없었다. 그저 고급스런 가구들이 비치되어 있는 평범한 방이었다. 방을 전부 살핀 레빌은 고개를 돌려 문을 보았다. 그리고 문으로 다가갔다.
‘나가볼까?’
문 앞에 도착 한 레빌은 생각했다. 이곳이 어디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움직이다보면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고 이곳이 어디인지 왜 자신이 이곳에 있는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었다.
스윽
생각을 마친 레빌이 문고리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아니, 문을 열려고 했다.
“어?”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았다.
“뭐지?”
레빌은 문이 열리지 않자 당황스런 표정으로 더욱 힘을 주어 문을 당겼다. 그럼에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
충분히 문이 열리고도 남을 만큼 힘을 주었다. 그럼에도 열리지 않았다. 레빌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레빌이 열려 해도 열리지 않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레빌은 문이 열리는 것을 보고 재빨리 뒤로 물러서 경계했다.
‘여인?’
문을 통해 들어 온 것은 바로 여인이었다. 여인은 아주 짙은 초록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갖고 있었다.
“어!”
안으로 들어 온 초록 여인은 경계하고 있는 레빌을 발견하고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이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일어났구나?”
“누...”
레빌은 여인의 말에 여인이 누구인지 이곳은 어디인지 어떻게 자신이 이곳에 온 것인지 질문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네가 헬리오카 제국 황제 동생이라며?”
“...”
그러나 이어진 여인의 말에 레빌은 입을 다물었다.
‘날 알고 있어?’
============================ 작품 후기 ============================
이제 곧 개강이네요.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
커틀랜드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