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72 59. 납치 =========================================================================
“크억!”
“억!”
방에서 나오자 더욱 생생하게 비명이 들려왔다.
‘가까이 왔군.’
비명소리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아르한은 더욱더 조심히 걸음을 옮겼다.
“끙..”
“어떻게 하지?”
걸음을 옮기던 아르한은 이내 걸음을 멈췄다. 아르한이 걸음을 멈춘 것은 앞쪽에서 서성이고 있는 두 길드원 때문이었다.
‘왜 여기에 있는거지?’
두 길드원 역시 지금의 상황을 알고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왜 이곳에 가만히 서성이고 있단 말인가?
“부지부장님이 지부장님한테 보고 드리러 가셨으니까. 곧 명령이 내려오겠지.”
“근데 가신지 오래 된 것 같은데 왜 이리 안 오실까?”
‘흐음.’
대화를 통해 두 길드원들이 서성이고 있는 이유를 알게 된 아르한은 속으로 침음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두 길드원에게 다가갔다.
“야, 근데 뭔가 싸하지 않아?”
“그러게. 명후 백작 때문이 아닐까?”
‘미안하지만..’
아르한은 소매에서 단검을 꺼냈다. 그리고 자연스레 왼쪽에 서 있던 코람의 목을 긋고 이어 오른쪽에 서 있던 토라누스의 목마저 그었다. 정말 바람과도 같은 속도였다.
털썩 털썩
코람과 토라누스는 당황스런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쓰러졌다. 아르한은 쓰러진 두 길드원에게서 시선을 돌려 단검을 소매에 다시 넣은 뒤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음?’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아르한은 다시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뭐지 저 안개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 안개가 보이고 있었다.
‘핏빛이라..’
안개의 색은 보통의 안개와 달리 핏빛이었다. 아르한은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안개를 보며 생각했다.
‘보통 안개는 아닐 것이고.’
확실한 것은 아니었지만 평범한 안개는 아닐 것이었다.
‘명후 백작의 능력인가?’
아무래도 이곳에 쳐들어 온 명후의 능력이 아닐까? 라고 아르한은 생각했다.
‘흐음, 어떻게 할..!’
안개를 보며 어떻게 할까 생각하던 아르한은 이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핏빛 안개의 중심, 그곳에 한 사내가 서 있었다. 사내는 아르한이 익히 알고 있는 자였다.
‘며, 명후 백작!’
명후, 사내의 정체는 바로 명후였다. 아르한은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명후를 보며 생각했다.
‘일단 피해야겠군.’
복도는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핏빛 안개에 들어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르한은 명후의 반응을 살피며 천천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이곳에 있다가 지나가면 가야겠네.’
뒷걸음질 치던 아르한은 문이 활짝 열려 있는 오른쪽 방을 발견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문이 활짝 열려 있으니 문밖에서 확인을 할 것이고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지나쳐 안쪽으로 갈 것이다. 그 뒤 다시 방에서 나가 지부 밖으로 가면 된다.
‘...어?’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어진 상황에 아르한은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문 밖에서 확인하고 지나갈 것이라 생각했던 명후가 방으로 들어왔다.
‘뭐지?’
물론 방으로 들어 온 것 때문에 당황 한 것은 아니었다. 아르한이 당황한 것은 방으로 들어 온 명후가 자신이 숨어 있는 곳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 때문이었다.
‘내, 내가 보이나?’
아르한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옆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 따라 명후의 시선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
명후의 시선을 받으며 아르한은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 * * *
‘음?’
계속해서 안쪽으로 걸어가던 명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은신?’
저 멀리 한 사내가 서 있었다. 반투명한 몸체로 보아 은신 상태가 분명했다. 그러나 은신 상태라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야, 일반 길드원은 아닌 것 같은데.’
사내의 장비는 꽤나 고급스러웠다. 고급스런 장비를 보니 여태까지 죽였던 길드원들과는 급이 다른 것 같았다.
‘간부급인가?’
간부인지 아닌지는 죽여 보면 알 것이었다. 명후는 사내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고 명후가 다가가자 사내가 뒷걸음질 치며 물러나기 시작했다. 뒤로 물러나는 사내를 보며 명후는 생각했다.
‘간부급은 확실히 다르네.’
일반 길드원들은 불나방처럼 명후를 발견하자마자 달려들었다. 그러나 간부급으로 추정되는 사내는 불나방이 아니었다. 명후는 뒷걸음질 치던 사내가 왼쪽에 열려 있는 방으로 들어가자 방 앞에서 방향을 틀어 방으로 들어갔다.
“...!”
명후가 방으로 들어오자 구석쪽에 숨어 있던 사내가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옆으로 걸음을 옮겼다. 명후는 걸음을 옮기는 사내를 따라 시선을 돌렸고 사내가 걸음을 멈추자 다시 사내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크윽!”
이미 구석에 있어 더 이상 물러 설 곳이 없던 사내는 곧 피의 파동 범위에 들어갔고 고통스런 비명과 함께 죽음을 맞이했다.
[블러디 - 헬리오카 지부장 아르한을 처치하셨습니다.]
[명성 40만이 상승합니다.]
[퀘스트 ‘암살자 길드 블러디’를 완료하였습니다.]
[공적도 200만이 상승합니다.]
[퀘스트 ‘블러디 본부’가 생성되었습니다.]
[퀘스트 아이템 ‘본부 워프 스크롤’을 획득하였습니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헐.’
메시지를 본 명후는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부장?’
그도 그럴 것이 간부급일 것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지부장일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르한이라면..’
죽은 사내의 이름은 아르한이었다. 아르한이라는 이름을 명후는 이미 알고 있었다.
‘1부기사단장이 지부장이었던건가.’
황궁 기사단의 1부기사단장의 이름도 아르한이었다. 우연히 이름이 같은 것일 수도 있지만 명후는 1부기사단장과 지부장이 같은 인물이라 생각했다. 명후는 퀘스트 창을 열어 퀘스트를 확인했다.
<블러디 본부>
황궁 기사단의 1부기사단장이자 블러디의 헬리오카 지부장이었던 아르한을 통해 당신은 블러디의 본부로 갈 수 있는 스크롤을 얻었다. 스크롤을 사용해 블러디 본부로 이동하여 블러디의 길드 마스터 아쿠레스를 만나 이번 사건의 전말을 들어라!
퀘스트 난이도 : A
퀘스트 보상 : 공적도 200만, 퀘스트 ‘진실, 진정한 배후’
“...진실? 진정한 배후?”
퀘스트를 확인 한 명후는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을 내뱉었다.
“무슨 소리야 이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블러디가 주도 한 게 아니라는 건가?”
납치를 한 것은 블러디가 맞다. 그러나 퀘스트를 보니 납치 사건을 주도 한 것은 블러디가 아닌 듯 했다. 명후는 이해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퀘스트 창을 닫고 인벤토리를 열어 ‘본부 워프 스크롤’을 찾았다.
‘두 장이네.’
이미 한 장을 갖고 있던 명후였다. 이번에 얻은 것까지 총 두 장의 스크롤을 소유하게 된 명후는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본부 워프 스크롤[유니크]>
암살자 길드 ‘블러디’의 본부로 워프 할 수 있는 스크롤. 길드에서도 특별한 몇몇에게만 지급이 되는 아주 귀한 스크롤이다.
명후는 아이템 정보를 보며 고민했다.
‘바로 갈까?’
스크롤을 사용하면 바로 본부로 갈 수 있었다.
‘늦었는데..’
명후가 고민하는 것은 바로 시간 이었다. 게임에서도 그렇고 현실에서도 그렇고 현재 시간은 늦은 밤이었다.
‘한시가 급한 일이니까.’
그러나 레빌이 납치 된 상태였다. 1분 1초가 중요했다. 고민 끝에 명후는 두 장의 스크롤 중 한 장을 꺼냈다. 그리고는 이어 스크롤을 찢었다.
“아, 맞다.”
아니, 찢으려 했다. 그러나 문득 든 생각에 명후는 찢는 것을 멈추고 구석에 쓰러진 아르한의 시체를 보았다.
“아이템을 봐야지.”
아르한은 1부기사단장이며 지부장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NPC였다. 드랍 된 아이템도 상당히 괜찮을 것이었다.
“오.”
이내 아르한의 시체 앞에 도착 한 명후는 드랍 된 아이템을 확인하고 짧게 감탄을 내뱉었다.
“꽤 드랍 했네?”
드랍 된 아이템의 양은 상당히 많았다. 명후는 미소를 지은 채 드랍 된 아이템을 줍기 시작했다.
[어둠의 손길을 습득하셨습니다.]
[아르한의 단검을 습득하셨습니다.]
.
.
[토모스의 생명력 포션을 습득하셨습니다.]
“이제 가볼까.”
얼마 뒤 드랍 된 아이템을 전부 주운 명후는 인벤토리에서 스크롤을 꺼냈다. 그리고는 이어 스크롤을 찢었다.
스아악
스크롤을 찢자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오며 명후를 감싸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명후는 새로운 공간으로 워프 할 수 있었다.
[암살자 길드 블러디 - 본부에 입장하셨습니다.]
워프하고 나서 나타난 메시지에 명후는 제대로 도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명후는 일단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워프 전용 방이구나.’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있는 것이라고는 명후의 발아래 각인 되어 있는 워프 마법진 뿐이었다. 워프 전용 방이라는 것을 확인 한 명후는 밖으로 가기 위해 걸음을 옮겨 문으로 다가갔다.
끼이익
“안녕하십니까!”
“...?”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명후는 자신에게 인사하는 소년을 보고 당황했다. 그런 명후의 당황한 표정을 본 소년이 이어 말했다.
“이번에 새로 워프 방을 관리하게 된 코롬이라고 합니다! 마스터의 방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친 코롬이 뒤로 돌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명후는 어딘가로 걸어가는 코롬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날 아는 건가?’
코롬의 반김은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명후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점점 멀어져가는 코롬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여기 입니다!”
한참 걸음을 옮기던 코롬이 이내 걸음을 멈췄다. 걸음을 멈춘 코롬의 앞에는 문이 하나 있었다.
‘저기가 아쿠레스의 방인가?’
이곳으로 출발하기 전 코롬은 마스터의 방으로 안내를 하겠다고 했다. 이곳은 블러디 길드의 본부, 본부의 마스터라면 블러디 길드의 마스터 아쿠레스를 말하는 것이겠고 그렇다면 앞에 있는 문은 아쿠레스의 방으로 들어가는 문일 것이었다.
“그럼 전 이만.”
코롬은 고개를 숙여 명후에게 인사를 한 뒤 워프 방으로 돌아갔다. 명후는 코롬이 가고 고개를 돌려 문을 보았다.
‘여기에 있다는 거지?’
명후는 손을 뻗어 문고리를 잡았다. 그리고 이어 문을 열었다.
끼이익
문이 열리고 명후는 안으로 들어갔다.
“어떤 간덩이 부운 새끼가 노크도 없이..음?”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들려오는 목소리에 명후는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보았다. 책상 앞에 한 사내가 앉아 있었다.
‘아쿠레스!’
블러디 길드의 마스터 아쿠레스가 분명했다.
“넌 누구냐?”
아쿠레스가 명후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명후는 아쿠레스의 물음을 듣고 생각했다.
‘신분을 밝힐 필요가 있을까?’
사건의 전말을 듣는 것이 퀘스트 완료 조건이었다. 신분을 밝힐 필요는 없어보였다. 생각을 마친 명후는 히죽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납치 된 사람들 찾으러 온 사람.”
============================ 작품 후기 ============================
노트북 사기로 결정했습니다.
슬럼프 탈출하려고 별 짓을 다 해봤는데 그냥 묵묵히 쓰는 것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주말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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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의꿈님 쿠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