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85 61. 벨칸 호수 =========================================================================
‘저 가시는..’
유레나는 라피드가 소환한, 하푸타니스의 몸을 관통한 검은 가시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드래곤의 피부는 아무리 잘 만들어진 무기라도 마법이나 마나로 강화하지 않는 이상 흠집을 낼 수 없다. 거기다 고룡인 하푸타니스의 경우 마법과 마나로 강화를 하였다 하더라도 흠집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방어력이 떨어지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해도 말이다.
“...”
하지만 라피드의 검은 가시는 아주 가볍게 하푸타니스의 피부를 관통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유레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럴 때가 아니야!’
그러나 그것도 잠시 유레나는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대로 가면..’
현재 하푸타니스의 기운은 서서히 옅어지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하푸타니스의 기운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고 그와 동시에 하푸타니스 역시 소멸 할 것이었다.
‘살려야 된다!’
소멸 해서는 안 된다. 동족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유레나는 하푸타니스가 죽든 말든 상관 없었다. 유레나가 하푸타니스를 살리려는 이유.
‘왜 하필 여기서..’
이곳이 바로 유레나 본인의 레어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하푸타니스를 살리려는 이유가 장소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 아이에게..’
유레나는 어느새 앞으로 나선 라피드를 보았다. 라피드는 싸늘한 눈빛으로 하푸타니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좋지 않아.’
드래곤들은 보통 다른 드래곤들의 죽음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나 하푸타니스는 보통 드래곤이 아니었다. 그린 일족의 수장이었다.
하푸타니스가 이렇게 죽는다면 라피드에게 불순한 마음을 먹는 그린 드래곤들이 생길 가능성이 있었다.
“피..”
유레나는 하푸타니스를 치유하기 전 몸에 박힌 가시를 빼기 위해 라피드를 불렀다. 아니, 부르려 했다.
“...”
그러나 너무나도 싸늘한 라피드의 눈빛과 분위기에 유레나는 차마 라피드를 부를 수 없었다.
‘어떻게 하지?’
분위기를 보니 말을 한다고 해도 가시를 뺄 것 같지 않았다. 아니, 가시를 빼는 건 둘째 치고 오히려 치유 자체를 불허 할 것 같았다. 유레나는 라피드의 눈치를 살피며 하푸타니스를 바라보았다.
‘...벌써.’
하푸타니스는 공허한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하푸타니스의 공허한 눈빛에서 유레나는 치유하기에 늦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미 하푸타니스는 죽음 직전에 도달해 있었다. 치유를 한다 해도 회생이 불가능한 그런 정도였다.
바로 그때였다.
“...!”
하푸타니스를 바라보고 있던 유레나는 갑작스레 느껴지는 마나에 고개를 돌려 마나가 집중되고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스아악
유레나가 고개를 돌림과 동시에 금색의 포탈이 나타났다.
‘이건!’
금색의 포탈을 본 유레나는 포탈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포탈을 만든 이가 누구인지 단박에 눈치 챌 수 있었다.
‘로드!’
골드 일족의 수장이자 모든 드래곤들의 대표인 드래곤 로드 아키마. 포탈을 만든 것은 아키마가 분명했다.
‘하필 왜 지금!’
유레나는 너무나도 좋지 않은 상황에 미간을 찌푸렸다.
‘잠깐..’
그리도 문득 든 생각에 유레나는 포탈에서 시선을 돌려 라피드를 보았다.
“...!”
싸늘한 눈빛으로 하푸타니스를 바라보고 있던 라피드는 어느새 고개를 돌려 아키마의 포탈을 바라보고 있었다.
‘위험하다!’
위험했다. 라피드가 위험하다는 게 아니었다. 위험한 것은 아키마였다. 만약 지금 포탈에서 아키마가 걸어 나온다면? 라피드의 검은 가시가 작렬 할 것 같았다.
‘로드가 강하긴 하지만..’
아키마는 매우 강하다. 전대 로드의 힘을 계승 받아 다른 드래곤들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강하다. 그러나 라피드와 비교해 보자면?
‘죽는다.’
아마도 죽을 것이었다. 아니, 죽임을 당할 것이 확실했다. 고룡이며 일족의 수장인 하푸타니스가 손도 쓰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다. 아무리 아키마가 강하다 하더라도 하푸타니스를 단숨에 죽음으로 몰아넣은 라피드를 이길 것 같지 않았다.
“피드야!”
생각을 마친 유레나는 아키마가 포탈에서 나오기 전, 라피드를 불렀다.
“...네?”
포탈을 바라보고 있던 라피드는 유레나의 부름에 고개를 돌려 유레나를 보았다. 그러자 유레나가 이어 말했다.
“저 포탈에서 내가 아는 드래곤이 나올거야.”
“아, 네.”
유레나의 말뜻을 이해 한 것일까? 라피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고 다시 고개를 돌려 포탈이 아닌 하푸타니스를 바라보았다.
‘휴..’
라피드가 포탈에 대해 신경을 끄자 유레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아키마가 포탈에 나온다 해도 죽지는 않을 것이었다.
* * * *
저벅!
명후와 지연은 걸음을 멈췄다. 걸음을 멈춘 명후와 지연의 앞에는 거대한 크기의 호수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목적지인 벨칸 호수였다.
“드디어 도착했네.”
벨칸 호수를 바라보며 중얼거린 명후는 퀘스트 창을 열었다.
<등급 퀘스트 - 방랑자>
벨칸 호수의 중심을 찾아가라!
퀘스트 난이도 : S
퀘스트 보상 : 등급 - 방랑자
퀘스트 취소 불가
‘드디어.’
얼마나 걸릴지 알 수는 없지만 이제 호수의 중심만 찾으면 된다. 그러면 방랑자 등급을 획득 할 수 있다.
‘반신까지 얼마나 걸리려나.’
물론 방랑자 등급을 받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명후가 얻어야 할 등급은 방랑자가 아닌 반신이었다. 명후는 고개를 내려 등급 퀘스트 밑에 있는 또 다른 퀘스트를 확인했다.
<???>
???
퀘스트 난이도 : ???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취소 불가
(조건이 되지 않아 퀘스트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조건이 되지 않아 확인조차 되지 않는 퀘스트.
‘반신만 되면.’
조건이 무엇인지 나와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반신이 된다면 퀘스트 확인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로 갈 거야?”
퀘스트를 확인하고 있던 명후는 지연의 말에 퀘스트 창을 닫고 지연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응.”
호수에 도착했다고 퀘스트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명후는 호수에 들어가 호수의 중심을 찾아야 했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까.”
넓디넓은 호수,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었다. 호수의 중심을 찾아 한시라도 빨리 호수로 들어가야 했다.
“데려다 줘서 고마워.”
명후는 지연에게 말했다. 지연은 호수로 같이 들어가지 않는다. 지연이 할 일은 이곳까지 명후를 데려다 주는 것이었다. 지연 역시 돌아가 해야 될 퀘스트가 있었다.
“아니야, 그럼 잘 끝내고 도중에 문제 생기면 귓말해!”
지연이 말했다. 그리고 이어 지연은 워프 스크롤을 찢어 자리에서 사라졌다. 명후는 지연이 있던 자리에서 시선을 돌려 호수를 보았다.
‘이제 가볼까.’
이제 호수로 들어갈 때가 되었다. 명후는 미소를 지은 채 호수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옮기기 시작했다.
[미개척지 : 벨칸 호수에 입장하셨습니다.]
호수에 발이 들어가자마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명후는 메시지를 보며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고 곧 호수 안으로 완전히 들어갈 수 있었다.
[호흡 부족으로 인해 데미지를 입습니다. 초당 생명력 -4000]
[호흡 부족으로 인해 이동속도가 40% 감소합니다.]
[호흡 부족으로 인해 공격속도가 40% 감소합니다.]
[호흡 부족으로 인해 받는 데미지가 40% 증가합니다.]
‘역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호흡 부족 메시지가 나타났다. 명후는 메시지를 보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는 인벤토리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는 두 아이템을 보았다.
<최상급 붉은 산호[레어]>
베드란 해안에서 채취 된 붉은 산호, 아주 예쁘게 잘 자랐다. 사용 시, 1시간 동안 물속에서 호흡이 가능하다.
<최상급 푸른 산호[레어]>
베드란 해안에서 채취 된 푸른 산호, 아주 예쁘게 잘 자랐다. 사용 시, 1시간 동안 물속에서의 이동속도와 공격속도를 50% 증가시켜준다.
물속에서 호흡을 가능하게 해주는 최상급 붉은 산호, 물속에서 이동속도와 공격속도를 증가시켜주는 최상급 푸른 산호.
‘안 팔길 잘했어.’
명후는 산호 도시 마그단에서 얻은 두 아이템 최상급 붉은 산호와 최상급 푸른 산호를 꺼내 복용하며 생각했다.
[최상급 붉은 산호를 사용하였습니다.]
[1시간 동안 수중 호흡이 가능합니다.]
[호흡 부족 상태가 해제되었습니다.]
[최상급 푸른 산호를 사용하였습니다.]
[1시간 동안 수중에서의 이동속도가 50% 증가합니다.]
[1시간 동안 수중에서의 공격속도가 50% 증가합니다.]
산호를 복용하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명후는 메시지를 확인한 뒤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주위를 확인했다.
‘정원이랑 비슷하네.’
벨칸 호수는 데렌의 정원과 매우 비슷한 지형을 갖고 있었다.
‘일단 중심으로 가야 되니까.’
주변 지형을 확인 한 명후는 정면을 바라보았다. 중심이 어디인지 모르지만 이곳이 외곽이라는 건 확실했다. 명후는 끝이 보이지 않는 앞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투구 해마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투구 해마?’
걸음을 옮기자마자 나타난 메시지, 명후는 무언가 익숙한 메시지에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부루루룩!
얼마 지나지 않아 명후는 울음 소리를 내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투구 쓴 거대한 해마를 발견 할 수 있었다.
‘바위 뒤 쪽에 있었구나.’
투구 해마 근처에는 매우 거대한 크기의 바위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나 했는데 바위 뒤쪽에 있던 것이 분명했다.
-부루루룩?
-부루루루룩?
‘한 마리가 아니었네.’
그리고 이어서 바위 뒤쪽에서 들려오는 울음 소리에 명후는 한 마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부루루룩!
-부루루루룰!
바위 뒤에서 여러 마리의 투구 해마가 추가로 모습을 드러냈다.
‘잡고 가야겠다.’
울음 소리를 내뱉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투구 해마를 잡기로 결정한 명후는 방향을 틀어 투구 해마들을 향해 다가갔다.
-부루루루룩!
-부루루룰!
-부루루루루룩!
투구 해마들은 명후가 다가오자 다시 한 번 울음 소리를 내며 명후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피의 파동.”
스아악
명후는 달려오는 투구 해마들을 보며 피의 파동을 시전 했고 명후의 주위에 있던 물 색깔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멈칫! 멈칫!
갑작스레 물 색깔이 변한 것 때문일까? 달려오던 투구 해마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움직임을 멈췄던 투구 해마들은 다시 명후를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곧 투구 해마들은 피의 파동 안으로 들어왔고 그대로 죽음을 맞이 하기 시작했다.
[데렌의 해마를 처치하셨습니다. 현재 처치 수 : 1]
[동료가 죽어 투구 해마들이 분노해 이동속도가 20% 증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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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렌의 해마를 처치하셨습니다. 현재 처치 수 : 7]
[동료가 죽어 투구 해마들이 분노해 이동속도가 20% 증가합니다.]
투구 해마들이 죽으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
메시지를 본 명후는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데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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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가 많이 느려지긴 했지만 연재 중지는 없습니다.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다음 주에 중간 고사가 끝나고 다다음 주 치과 치료가 끝납니다.
그때부터는 연재 주기가 다시 짧아 질겁니다.
편안한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