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91 62. 재회, 그리고.. =========================================================================
‘대박.’
데렌의 답에 명후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걔도 크라켄이었어?’
레토스가 크라켄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명후는 미소를 유지한 채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이번에 람페르가 드랍 한 레전드 등급의 아이템 ‘파라든 : 람페르의 채찍’을 바라보았다.
‘그러면 그 녀석도 세트템을..’
처음 잡은 크라켄의 경우 장비를 드랍 하지 않았다. 그것으로 보아 잡는다고 해서 무조건 드랍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드랍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자체로 충분했다.
‘잠깐만.’
바로 그때 명후의 머릿속으로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나 해서 말인데.”
명후는 데렌을 보며 말했다.
“이 호수에 크라켄이 람페르와 레토스 단 둘 뿐이야? 아니면 다른 크라켄이 또 있나?”
처음 벨칸 호수에는 데렌과 람페르 둘 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호수에는 데렌과 람페르 말고도 여러 보스 몬스터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그 중 가장 강하며 중앙을 장악하고 있다는 보스 몬스터 레토스가 크라켄이라는 것.
‘더 있을 가능성이 있다.’
레토스 말고도 다른 크라켄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동쪽에 둘, 북쪽에 둘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명후의 물음에 데렌이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4마리나!?’
데렌의 답을 듣고 명후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 4마리, 레토스를 제외하고도 크라켄이 4마리나 더 있다는 사실은 명후를 너무나도 기쁘게 해주었다.
“...?”
그런 명후의 마음을 알 리 없는 데렌은 명후의 미소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는 입을 열어 물었다.
“근데 그건 왜 묻는거지?”
데렌이 알기로 명후가 이곳에 온 것은 중앙을 가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반응을 보아하니 크라켄에 아주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듯 했다.
“아, 아니야.”
명후는 데렌의 말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살짝 가로저었다.
“그럼 나중에 보자고.”
그리고는 다시 작별 인사를 한 뒤 뒤로 돌아 성이 있는 중앙 지역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흐음.”
데렌은 명후의 뒷모습을 보며 침음을 내뱉었다.
‘뭔가 큰 일이 일어 날 것 같은데..’
호수에 일이 나도 아주 큰 일이 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 * *
어느 한 동굴 안.
-호로록..
오징어라고 할 수도, 문어라고도 할 수 있는 생김새를 가지고 있는 거대한 크기의 크라켄이 동굴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스아악
크라켄의 앞으로 누군가 나타났다. 아주 아름답고 고귀한 느낌의 얼굴을 갖고 있는 여인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인간은 아니었다. 허리를 기준으로 위쪽은 인간이었으나 아래쪽은 크라켄과 마찬가지로 여러 개의 다리를 갖고 있었다.
“레토스.”
여인이 눈앞에 곤히 잠들어 있는 크라켄 레토스를 불렀다.
스륵
곤히 잠을 자고 있던 레토스는 여인의 부름에 언제 잠들어 있었냐는 듯 눈을 떴다. 눈을 뜬 레토스의 눈동자에는 놀람이 가득 차 있었다.
‘누구지?’
레토스가 놀란 이유, 그것은 바로 아무런 기척도 느끼지 못했는데 누군가 앞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레토스는 놀란 눈빛으로 자신을 부른 여인을 바라보았다.
“...!”
그리고 여인의 얼굴을 본 순간 레토스는 다시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스륵 스륵 스륵
레토스는 놀란 표정으로 재빨리 팔을 움직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입을 열어 여인에게 말했다.
“어머니를 뵙습니다.”
어머니, 레토스는 눈 앞의 여인에게 어머니라 말하고 있었다. 그랬다. 여인의 정체는 바로 크라켄들의 어머니이자 물과 활력의 신 아탁샤였다.
“잘 지내고 있었느뇨?”
아탁샤가 말했다.
“예, 어머니.”
레토스는 아탁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잘 지내고 있었다니 다행이뇨.”
아탁샤는 레토스의 답에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레토스는 아탁샤의 미소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어쩐 일로 직접 오신거지?’
무언가 이상했다. 아탁샤가 찾아 온 것이 이상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여태까지 아탁샤는 강신을 통해 자주 찾아왔었다. 그러나 지금은 강신을 통해 온 것이 아니다. 아탁샤는 지금 직접 현신을 한 상태였다.
‘현신 하는 걸 싫어하셨는데..’
중간계로 현신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탁샤가 비록 신이긴 하지만 중간계로 현신 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힘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아탁샤는 현신 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긴건가?’
그런 아탁샤가 현신을 했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현신을 할 이유가 없었다.
“내가 이곳에 직접 온 이유가 궁금하뇨?”
그런 레토스의 생각을 읽은 것일까? 아니면 느낀 것일까? 아탁샤가 레토스에게 물었다.
“예, 어머니.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아탁샤의 물음에 레토스가 말했다.
“...?”
그러나 레토스는 말을 하고 나서 조금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말을 꺼낸 순간 아탁샤의 얼굴에 슬픔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람페르가 죽었느뇨.”
아탁샤가 슬픔이 가득 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람페르가요?”
레토스는 아탁샤의 말을 듣고 당황스런 목소리로 반문했다.
‘람페르가?’
아탁샤의 말이었지만 믿기가 힘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레토스는 람페르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같은 호수에 살고 있으니 모르려야 모를 수 없는 사이였다.
‘전쟁중이라 하긴 했지만.’
전쟁 중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걱정은 되지 않았다. 애초에 걱정 할 정도로 사이가 돈독한 것도 아니었지만 전쟁 상대가 수룡이었다.
‘죽어? 수룡에게?’
종족 특성상 수룡은 크라켄에게 이길 수 없다. 그렇기에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람페르가 죽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설마 다른 지역 녀석들이 개입을 한건가?’
레토스는 자신에게 패했으나 꽤나 위협적이었던 다른 지역의 존재들을 떠올렸다. 만약 그들이 개입을 했다면? 람페르의 죽음을 이해 할 수 있다.
‘아니, 그렇다고 해도 어머니가 직접 현신을 할 리가 없는데.’
그러나 레토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다른 존재에게 죽었다고 해서 아탁샤가 현신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도대체 왜 현신을..’
레토스는 아탁샤를 바라보았다. 아탁샤는 여전히 슬픈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죽은 람페르를 생각하는 듯 했다.
“람페르를 죽인 그 존재가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느뇨.”
얼마 뒤, 생각에서 깬 아탁샤가 레토스에게 말했다.
“이곳으로요?”
레토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지역을 벗어나?’
호수에는 정말 많은 존재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전부 자신이 장악한 지역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이곳을 장악한 이후부터 그렇게 됐다. 그런데 이곳으로 오고있다니?
‘이곳에 있던 녀석이 아닌건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잠깐, 어머니가 현신한 것도...’
조금 더 생각해보니 맞는 것 같았다. 애초에 이곳에 있는 존재가 람페르를 죽인 것이고 이곳으로 오고 있다면 아탁샤가 현신 할 이유가 없다. 아탁샤가 현신 한 것은 이곳으로 오고 있는 존재가 이곳의 존재가 아닌 다른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렇느뇨.”
아탁샤가 말했다.
“내가 이곳에 온 것은 그 존재를 소멸시키기 위해서뇨.”
아탁샤가 이곳에 직접 현신한 이유, 그것은 바로 람페르를 죽였으며 이곳으로 오고 있는 존재를 소멸시키기 위함이었다.
“...그 존재가 누구입니까?”
현신한 이유를 알게 된 레토스가 물었다. 도대체 그 존재가 누구이길래 자신에게 맡기지 못하고 직접 현신한 것일까?
“그 존재는..”
레토스의 물음에 아탁샤가 말했다.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인간이느뇨.”
“...?”
아탁샤의 말을 듣고 레토스는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인간?’
무언가 이상했다.
‘결국 인간이라는 거 아닌가?’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인간, 결국에는 인간이라는 소리였다.
‘잠깐. 인간? 인간이라고?’
이곳으로 다가오는 존재, 아탁샤가 직접 소멸 시키려 하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 레토스는 이상함을 느꼈다.
‘람페르가 인간에게 죽었다고?’
아탁샤가 말하길 람페르는 이곳으로 오고 있는 존재에게 죽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존재는 인간이었다. 람페르가 인간에게 죽었다니?
‘밖도 아니고 이곳에서?’
만약 물이 없는 밖이었다면 인간에게 죽을 수도 있다. 0에 가깝긴 하지만 가능성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람페르는 물로 가득 한 이곳에서 죽임을 당했다.
‘....’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레토스는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다. 그런 혼란스러운 레토스의 눈빛에 아탁샤가 말했다.
“믿을 수 없겠지만 사실이느뇨. 그 인간은 정말 강하느뇨. 얼마 전 로하드를 죽인 것도 그 인간이느뇨.”
말을 마친 아탁샤의 표정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
아탁샤의 슬픈 표정에 레토스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얼마 뒤 아탁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곳은 어떻게 됐느뇨?”
“...?”
갑작스런 아탁샤의 물음에 레토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이내 아탁샤가 말한 그곳이 어디인지 깨달은 레토스가 입을 열었다.
“그곳이라면 인간들의 성을 말씀하시는겁니까?”
“그렇느뇨. 달라진 것 없느뇨?”
“예, 결계도, 결계를 지키는 그 존재도 달라진 것 없이 그대로입니다.”
아탁샤의 물음에 답을 한 레토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도대체 그 성이 뭐길래 이리 신경을 쓰시는 거지?’
도대체 그 성이 무엇이기에 아탁샤가 이리 신경을 쓰는 것일까? 레토스는 너무나도 궁금했다.
“어머니, 혹시..”
레토스는 아탁샤에게 그 성에 대해 묻기로 결정하고 입을 열었다. 그러나 입을 열자마자 아탁샤가 말을 자르며 말했다.
“그 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라느뇨. 위험하느뇨. 너까지 죽는다면 너무 가슴이 아플 것이느뇨.”
말을 하는 아탁샤의 눈에는 슬픔과 걱정 그리고 싸늘함이 섞여 있었다. 마치 성에 대해 알게 되면 죽일 수밖에 없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예, 어머니.”
레토스는 아탁샤의 눈빛과 말에 움찔하며 답했다.
‘...도대체.’
그러나 이런 아탁샤의 반응에 레토스의 머릿속에는 성에 대한 생각이 점차 크기를 키워나갔다. 그 성이 무엇이기에 도대체 그 성에 무슨 비밀이 있기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레토스는 너무나도 궁금했다.
“그 존재가 올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느뇨. 다른 아이들을 보고 오겠느뇨.”
레토스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탁샤가 말했다.
“네, 어머니.”
아탁샤의 말에 레토스는 성에 대한 생각을 잠시 접고 아탁샤의 말에 답했다.
스아악
그리고 답을 한 순간 아탁샤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레토스는 아탁샤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성, 인간..’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다.
============================ 작품 후기 ============================
어제 올리려 했는데 전부 쓰고 퇴고하다보니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죄송합니다!
토요일 2편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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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 : 거지는 말 그대로 등급의 한 단계입니다.
방랑자보다는 아래쪽 단계이며 조만간 등급 관련해서 나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