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94 63. 아탁샤 =========================================================================
주먹이 작렬하고 하기안이 쓰러지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메시지를 힐끔 본 명후는 자신이 후려친 하기안의 팔을 보며 생각했다.
‘반짝이는 부분만 반사구나.’
명후의 생명력은 단 1도 줄어들지 않은 상태였다. 예상대로 반짝이지 않는 부분은 공격을 반사하지 않았다.
‘3분이라.’
반짝이는 부분과 반짝이지 않는 부분을 확인한 명후는 3분 뒤 소환 될 레토스를 떠올리며 하기안 근처에 드랍 되어 있는 아이템들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
.
.
[흐름의 망토를 습득하셨습니다.]
다행이라고 해야 될 지 당연하다고 해야 될 지 중간 보스라 할 수 있는 하기안은 여태까지 잡았던 백부장급 문어, 일반 문어들과 달리 장비 아이템을 여럿 드랍했다. 만족스런 미소로 모든 아이템을 수거한 명후는 인벤토리를 닫고 주변을 살폈다.
‘어디서 오려나.’
보스 몬스터들은 천부장, 백부장 몬스터들 처럼 소환으로 나타나는 게 아니다. 직접 이동을 통해 나타난다. 3분이라고는 하지만 오는 방향만 안다면 그 시간을 더 줄일 수도 있었다.
‘엇!’
주변을 살피던 명후는 곧 저 멀리서 다가오는 거대한 무언가를 발견 할 수 있었다.
‘레토스!’
거대한 무언가는 바로 크라켄이었다. 메시지에 나온 크라켄 레토스가 분명했다. 레토스를 발견한 명후는 레토스에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레토스 진영의 수장 레토스가 등장했습니다.]
거리는 빠르게 좁혀졌고 3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등장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난 순간 레토스가 움직임을 멈췄다. 명후는 레토스가 움직임을 멈추던 말던 계속해서 레토스와의 거리를 좁혀나갔다.
‘...음?’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시야에 들어오는 것에 명후 역시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뭐지?’
명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레토스를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레토스의 머리 위쪽에 자리를 잡고 있는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레토스의 머리 위에 누군가 자리를 잡고 명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
레토스의 머리 위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누군가를 세밀히 살핀 명후는 살짝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여인, 레토스의 머리 위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름답고 고귀한 외모의 여인이었다.
‘잠깐만.’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명후는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다리가..’
하체가 무언가 이상했다. 명후가 알고 있는 인간의 하체가 아니었다.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다리가 너무나도 많았다.
‘몬스터인가?’
여인은 인간이 아닌 몬스터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물과 활력의 신 아탁샤가 등장했습니다.]
[아탁샤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갑작스레 나타난 메시지.
‘...?’
명후는 메시지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메시지의 내용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신? 신이라고?’
그리고 얼마 뒤 메시지의 내용을 이해 한 명후는 놀란 표정으로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레토스의 머리 위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아탁샤를 마주 바라보았다.
‘아탁샤라면..’
신인 것도 놀랍지만 문제는 아탁샤라는 이름이었다. 아탁샤, 명후는 아탁샤에 대해 들어 본 바 있었다.
‘나한테 화가 났다는 그 신?’
7마계의 마왕이었던 아그라넥토를 잡기 전에 명후는 신전에 들렸고 엘가브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엘가브와의 대화를 통해 아탁샤라는 신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크라켄을 잡아 아탁샤가 자신에게 분노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흐음..’
명후는 속으로 침음을 내뱉으며 아탁샤의 표정을 살폈다. 예전에 잡은 크라켄 때문일까 아니면 방금 전 잡았던 람페르 때문일까? 아탁샤는 싸늘한 표정과 눈빛을 짓고 있었다.
‘이거 이거..’
느낌이 좋지 않았다. 명후는 퀘스트 창을 열어 레퓨렘에게 받았던 퀘스트를 확인했다.
<레퓨렘의 제안>
행운과 도둑의 신 레퓨렘, 레퓨렘은 당신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 제안은 바로 신들에게 파라든 종족이라 불리는 크라켄을 죽이는 것이다. 레퓨렘이 어째서 크라켄을 죽이려는 것인지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레퓨렘의 제안을 수락해 크라켄을 죽일 것인지 아니면 거절 할 것인지 당신의 선택은?
[크라켄 : 1 / ???]
퀘스트 난이도 : S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거절 시 레퓨렘과의 친밀도 소폭 하락
‘엄청 위험한 퀘스트였네..’
매우 위험한 퀘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상을 뭘로 주려나.’
명후는 자신을 쳐다보는 아탁샤의 분위기를 힐끔 살피고 물음표로 되어 있는 퀘스트 보상을 보며 생각했다. 보상이 참으로 궁금해졌다.
* * * *
주천계와 1천계, 2천계 다음으로 중요하다 할 수 있는 3천계.
“심심해!”
생명과 활력을 담당하고 있는 3천계의 주인 엘가브는 자신의 신전에서 매우 심심하다는 표정으로 신전의 이곳저곳을 이리저리 배회하고 있었다.
“뭐하지...”
엘가브는 무엇으로 자신의 심심함을 달랠지 곰곰이 생각했다.
“그것들은 귀찮고..”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엘가브는 많은 신도들을 거느리고 있는 신이었다. 그들의 기도를 듣는 등의 일이 있었다.
그러나 엘가브는 그런 일들이 너무나도 귀찮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귀찮다기 보다는 힘이 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엘가브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이내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엘가브님!”
바로 그때였다.
“...!”
엘가브는 귓가에 들려오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불안한 눈빛으로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보았다.스아악
“여기에 계셨던 겁니까?”
그곳에는 3쌍 즉, 6개의 새하얀 날개가 달린 천사가 날아오고 있었다. 천사의 표정은 매우 급박해보였다.
“으, 응.”
엘가브는 급해 보이는 천사의 표정을 보며 당황스런 목소리로 답했다. 그러자 천사가 이어 말했다.
“이제 곧 대신관들의 기도 시간입니다.”
“...”
천사의 말에 엘가브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급한 일이 생겼어.”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있지도 않은 급한 일을 만들어 낸 엘가브가 입을 열어 말했다.
“오늘 기도는 네가 대신해, 라르엘”
엘가브는 라르엘에게 말을 한 뒤 재빨리 게이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라르엘이 무언가 말하기 전에 재빨리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스아악
“후아.”
게이트의 반대편으로 나온 엘가브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이어 주변을 둘러 보았다.
“온김에 아탁샤나 보고가야겠다.”
엘가브가 게이트를 통해 도착한 곳은 4 천계였다. 물과 활력의 신인 아탁샤가 관리하고 있는 곳으로 엘가브는 이곳에 온김에 아탁샤를 보기로 결정하고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엘가브는 아탁샤의 신전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엘가브님을 뵙습니다.”
“엘가브님을 뵙습니다.”
신전 입구를 지키고 있던 4천계의 천사들이 엘가브를 향해 인사했다. 엘가브는 천사들의 인사에 미소를 지어 주고는 그대로 천사들을 지나쳐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음?”
그러나 신전 안으로 들어간 엘가브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없어?’
느껴져야 할 아탁샤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엘가브는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다시 걸음을 물려 입구로 나왔다.
“아탁샤 어디갔어?”
엘가브는 입구를 지키고 있는 천사들에게 물었다.
“그것이..”
“....”
천사들은 엘가브의 물음에 바로 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으로 어떻게 해야 되나 대화를 나눴다.
“...”
그런 천사들의 반응을 보며 엘가브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자식들이.’
아무리 자신이 관리하는 곳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엘가브는 이곳 4천계보다 수준이 높은 3천계의 관리자였다. 엘가브는 이런 천사들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잠시 일이 있다고 나가셨습니다.”
그런 엘가브의 마음을 느낀 것일까? 오른쪽에 있던 천사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오른쪽 천사가 말을 마치자마자 왼쪽 천사가 이어 말했다.
“중간계로 직접 가셨습니다.”
천사들의 말을 들은 엘가브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중간계? 직접?”
평소 신전을 떠나지 않는 아탁샤가 중간계로 갔다는 것, 그것도 강신이 아닌 직접 갔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왜?”
엘가브는 아탁샤가 어째서 직접 중간계로 간 것인지 천사들에게 물었다.
“그것은 저희도 모릅니다.”
“이유는 말씀 해주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천사들도 아탁샤가 중간계로 간 이유를 모르고 있었다. 엘가브는 천사들의 말에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 때문에..’
아탁샤의 방으로 걸어가며 엘가브는 생각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 아탁샤가 직접 중간계로 간 것일까?
‘설마 그 성 때문인가?’
엘가브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탁샤가 직접 움직일 정도의 일이라면 엘가브가 알기로 하나 밖에 없었다. 결코 알려지면 안 되는 과거의 성.
‘아니겠지.’
성을 떠올린 엘가브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성에 무슨 일이 생겼을 리 없었다. 일이 생겼다면 외부의 누군가가 그 안으로 들어갔다는 소리인데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금방 올테니.’
장기간 신전을 비울 경우 결계를 쳐놓는다. 그러나 아탁샤의 신전에는 결계가 쳐져 있지 않았다. 그 말인 즉, 얼마 있지 않아 아탁샤가 돌아 올 것이라는 뜻이고 그때 아탁샤에게 물어보면 된다.
‘근데 진짜 그 성 때문인가?’
이내 아탁샤의 방에 도착 한 엘가브는 계속해서 생각을 하며 오른쪽 손을 들어 올렸다.
스아악
그러자 짙은 검은색의 구슬이 나타났다. 아주 기분 나쁜 느낌의 구슬이었다. 엘가브는 만족스런 미소로 구슬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주 잘 크고 있어. 이대로라면..”
* * * *
‘어떻게 하지?’
움직임을 멈춘 레토스와 그 위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탁샤를 보며 명후는 어떻게 해야 될 지 생각했다.
‘일단 잡아?’
명후는 레토스를 바라보았다. 잡으려고 했던 레토스였고 레토스가 도착했다. 잡으면 퀘스트 보상도 강화 될 것이고 세트 장비도 드랍 할 가능성이 있었다.
‘아탁샤가 걸리는데..’
그러나 머리 위에 자리잡은 아탁샤가 마음에 걸렸다.
-어떻게 할까요. 어머니?
바로 그때였다. 명후가 어떻게 할 지 생각을 하던 중 레토스가 입을 열어 말했다. 레토스의 말을 들은 명후는 고개를 돌려 아탁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명후를 바라보기만 하고 있던 아탁샤가 입을 열었다.
“너는 여기서 잠시 기다리느뇨.”
[경고!]
[아탁샤가 당신을 소멸 시키려고 합니다.]
[아탁샤에게 죽을 경우 페널티로 레벨이 2 감소하며 부활 후 48시간 동안 모든 스텟이 20% 감소합니다.]
그리고 아탁샤가 말을 마치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
메시지를 본 명후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 될 지 고민했는데 고민 할 필요가 없어졌다. 명후는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자신에게 다가오는 아탁샤를 보았다. 아탁샤의 이동속도는 상당히 빨랐고 거리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었다.
“필살.”
명후는 빠르게 좁혀지는 거리를 보며 ‘필살의 팔찌’에 내장되어 있는 액티브 스킬 필살을 사용했다.
[아이템 ‘필살의 팔찌’의 물리 방어력이 -5000으로 변경됩니다.]
[아이템 ‘필살의 팔찌’의 마법 방어력이 -5000으로 변경됩니다.]
필살을 사용하자 메시지가 나타나며 명후의 손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가소롭느뇨.”
아탁샤는 그런 명후의 행동에 미소를 지었다. 명후는 그런 아탁샤의 미소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맞고도 그런 생각이 드나 보자.’
필살은 원펀치에 2배나 되는 어마어마한 공격력을 갖고 있었다. 필살에 맞는 순간 아탁샤의 표정에선 미소가 사라질 것이었다.
“아직 모르고 있느뇨?”
계속해서 명후에게 다가가던 아탁샤가 더욱 짙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나 아탁샤의 말에 명후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신경도 쓰지 않았다. 명후의 머릿속에는 이동타격을 사용해 필살을 먹일 생각만이 가득 차 있었다.
‘지금이다!’
그리고 곧 이동 타격을 사용 할 거리가 되었고 명후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이동 타격!”
이동 타격을 사용 한 명후는 아탁샤의 앞에 도착했고 그대로 빛나는 주먹을 아탁샤에게 날렸다.
쾅!
이내 명후의 주먹이 아탁샤의 복부에 작렬하며 엄청난 굉음을 만들어냈다. 명후는 굉음에 활짝 미소를 지었다.
“...?”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어서 나타나는 메시지에 명후의 표정은 빠르게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탁샤를 공격하셨습니다.]
[격이 되지 않습니다.]
[인간의 힘으로는 신에게 피해를 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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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금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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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확정 된건 아니지만 잠시 휴재를 해야 될 지도 모르겠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