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97 63. 아탁샤 =========================================================================
메시지를 본 순간 명후의 예상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대박.”
짧게 중얼거린 명후는 곧장 인벤토리에 건틀릿을 넣은 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 줍지 않은 아이템들이 여럿 있었다.
[크라켄의 고기를 습득하셨습니다.]
[크라켄의 빨판을 습득하셨습니다.]
명후는 빠르게 움직여 아이템들을 마저 주운 뒤 인벤토리를 닫았다. 그리고는 뒤를 돌아 아탁샤를 바라보았다.
‘내가 안 죽은게 그렇게 충격적이었나?’
아탁샤는 여전히 멍한 상태에 빠져 있었다. 명후는 자신이 죽지 않은게 그렇게 충격적인가? 한 번 생각 해보았다. 그러나 신이 아니며 그와 비슷한 입장도 되어 본 적 없던 명후는 생각을 해보아도 알 수 없었고 결국 생각을 접었다.
바로 그때였다.
“이럴 수는 없느뇨.”
명후가 생각을 접자마자 정신을 차린 것인지 멍한 상태에 빠져 있던 아탁샤가 입을 열어 중얼거렸다.
“이럴 수는, 이럴 수는 없느뇨!”
중얼거림을 반복하던 아탁샤가 이내 분노 가득 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이어 메시지가 나타났다.
[경고!]
[아탁샤가 폭주 상태에 들어갑니다.]
‘이 메시지는..’
명후는 메시지를 보고 익숙함을 느꼈다. 예전에도 이것과 비슷한 내용의 메시지를 명후는 본 적 있었다.
스윽
메시지를 본 명후는 조금 불안한 눈빛으로 고개를 돌려 아탁샤를 보았다.
“...!”
아탁샤를 본 순간 명후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쩌저저저적
주변의 모든 것, 아탁샤를 시작으로 주변의 모든 것이 얼어가고 있었다.
‘이게 폭주..’
아탁샤의 폭주는 예전 보았던 마쿠사의 폭주와 달랐다. 하기야 폭주 상태에 들어간다고 다 똑같지는 않을 것이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점점 범위를 넓혀오는 아탁샤의 얼음을 보며 정신을 차린 명후는 재빨리 뒤로 돌아섰다. 이대로 있다가는 얼어버릴지도 모른다. 뒤로 돌아선 명후는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다다다다닥
다행이도 얼음의 속도는 명후의 이동 속도 보다 빠르지 못했다. 얼음과 명후의 거리는 점차 벌어져 갔다.
스윽
한참동안 달리던 명후는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했다. 얼음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리는 벌어져 있었다.
‘이정도면 되겠지.’
명후는 걸음을 멈췄다.
“후. 신이 있을 줄이야.”
그리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아탁샤가 나타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명후는 퀘스트 창을 열었다.
<레퓨렘의 제안>
행운과 도둑의 신 레퓨렘, 레퓨렘은 당신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 제안은 바로 신들에게 파라든 종족이라 불리는 크라켄을 죽이는 것이다. 레퓨렘이 어째서 크라켄을 죽이려는 것인지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레퓨렘의 제안을 수락해 크라켄을 죽일 것인지 아니면 거절 할 것인지 당신의 선택은?
[크라켄 : 2 / ???]
퀘스트 난이도 : S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거절 시 레퓨렘과의 친밀도 소폭 하락
레토스를 잡아 숫자가 1 상승해 2가 되어 있었다.
“다른 녀석들 잡을 때도 있으려나.”
명후는 퀘스트를 보며 아탁샤를 떠올렸다. 이 호수에는 방금 잡은 레토스 말고도 여러 마리의 크라켄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들을 잡을 때도 아탁샤가 나타난다면? 상당히 귀찮아 질 것이었다.
“일단 중심부터 가고 생각하자.”
곰곰이 생각을 하던 명후는 지금 당장 생각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생각을 접은 뒤 퀘스트 창을 닫고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인벤토리에 자리 잡은 어느 한 아이템을 보며 히죽 미소를 지었다.
“얼마나 좋으려나.”
명후를 히죽 미소 짓게 만든 아이템, 그것은 바로 ‘파라든 : 레토스의 건틀릿’이었다. 명후는 건틀릿의 정보를 확인했다.
<파라든 : 레토스의 건틀릿[레전드]>
제한 : 힘 4000, 민첩 3000, 체력 3000, 레벨 370, 등급 : 방랑자
물리 공격력 : 7000
공격 시 5% 확률로 1분간 공격 반사 무효화 상태에 돌입한다.
신들에게 파라든 종족이라 불리는 크라켄, 크라켄인 레토스의 힘으로 만들어진 건틀릿으로 일정 확률로 공격 반사를 무효화 할 수 있다. 다른 장비와 함께 사용하면 더욱 더 큰 효과를 받을 수 있다.
“고, 공반 무효화!”
옵션을 확인 한 명후는 입을 쩍 벌리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혹시나 했는데.. 대박.”
반사를 하던 레토스이기에 반사와 관련 된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대로 건틀릿에는 반사를 무효화 하는 효과가 있었다. 비록 5%라는 낮은 확률이기는 했지만 공격 반사를 무효화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명후는 행복했다.
“일단은 지금은 못 끼니까..”
명후는 아쉬운 눈빛으로 정보 창을 닫았다. 당장 착용하고 싶지만 착용 제한에 있는 등급을 달성하지 못해 착용이 불가능 한 상태였다.
“이것 때문에라도 어서 중심을 가야겠네.”
건틀릿의 착용 제한 등급은 방랑자로 현재 명후가 중심에 가면 얻게 될 등급이었다. 명후는 한시라도 빨리 중심에 가자고 생각하며 지도를 꺼내 펼쳤다.
“아, 잘못 잡았네.”
지도를 꺼내 현재 위치를 확인 한 명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도망을 칠 때 방향을 잘못 잡아 중심에서 좀 더 멀어져 있었다. 명후는 지도를 통해 다시 방향을 잡은 뒤 인벤토리에 지도를 넣었다.
저벅저벅
인벤토리를 닫고 명후는 목적지인 중심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 * * *
“이래서는 안 되느뇨. 이럴 수는 없는 것이느뇨.”
아탁샤는 멍한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스윽
한동안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아탁샤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은 얼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
그리고 곧 시야에 들어오는 것에 아탁샤는 그대로 시선을 멈췄다. 그곳에는 웅크린 채 죽음을 맞이한 레토스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레토스의 시체를 본 아탁샤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내 잘못, 내 잘못이느뇨.”
슬픔 가득 한 목소리로 아탁샤가 중얼거렸다. 아탁샤는 레토스의 죽음이 자신의 잘못이라 생각했다. 멍하니 있지만 않았더라면 레토스는 죽지 않았을 것이었다.
스윽
레토스를 바라보던 아탁샤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주변의 얼음들이 녹아 다시 물로 변하기 시작했다.
스르륵
얼음을 녹이며 아탁샤는 레토스의 시체로 다가갔다.
“아아, 나의 아이..”
이내 레토스의 시체 앞에 도착 한 아탁샤는 손으로 싸늘하게 변한 레토스의 시체를 쓰다듬었다.
“미안하느뇨.”
스아악
아탁샤의 말이 끝난 순간 레토스의 몸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
레토스의 시체가 빛으로 변해 완전히 사라지고 아탁샤는 슬픔 가득 한 눈빛으로 레토스의 시체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가만 두지 않겠느뇨.”
한동안 레토스의 시체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던 아탁샤의 눈동자에 슬픔이 사라지고 분노가 자리를 잡았다. 분노 가득 한 눈빛으로 아탁샤는 고개를 돌려 명후가 도망을 쳤던 방향을 바라보았다.
“저 방향은...”
그리고 명후가 도망친 방향 쪽에 누가 있는지를 떠올린 아탁샤는 미간을 찌푸렸다.
“나의 아이를 또 죽이려느뇨. 인간, 이번에는 진짜 죽여 버리겠느뇨.”
스아악
미간을 찌푸린 아탁샤가 중얼거림을 마치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
“레토스가 죽어서 그런가?”
중심을 향해 걸어가던 명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얘들이 없네.”
명후가 고개를 갸웃거린 이유, 그것은 바로 몬스터가 안보이기 때문이었다. 레토스가 죽어서 그런 것일까? 레토스를 잡은 이후 명후는 단 한 마리의 몬스터도 마주치지 않았다.
“이제 곧 중심인데.”
문제는 이제 곧 목적지인 중심에 도착 한다는 것이었다. 명후는 보고 있던 지도를 인벤토리에 넣은 뒤 퀘스트 창을 열었다.
<등급 퀘스트 - 방랑자>
벨칸 호수의 중심을 찾아가라!
퀘스트 난이도 : S
퀘스트 보상 : 등급 - 방랑자
퀘스트 취소 불가
“드디어 등급이 생기는구나.”
명후는 퀘스트를 보고 히죽 미소를 지었다. 이제 곧 호수의 중심에 도착 할 것이고 그 즉시 퀘스트가 완료되며 방랑자 등급이 생성 될 것이었다.
“방랑자가 되면..”
퀘스트 창을 닫고 명후는 인벤토리 첫 번째 칸으로 옮겨 놓은 아이템 ‘파라든 : 레토스의 건틀릿’을 보았다.
착용하는데 필요한 등급은 방랑자로 지금은 등급이 되지 않아 착용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제 곧 방랑자 등급을 얻는다.
“흐흐.”
건틀릿을 착용 할 생각에 명후의 입가에서는 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명후는 인벤토리를 닫고 미소를 유지한 채 전방을 바라보았다.
“...도착했구나.”
저 멀리 성이 하나 보이고 있었다. 데렌이 말한 호수의 중심에 있는 ‘인간들의 가라앉은 성’이 분명했다. 명후는 목적지가 눈에 들어오자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명후는 성 앞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벨칸 호수의 중심에 도착 하셨습니다.]
성 앞에 도착한 직후 메시지가 나타났다. 중심에 도착했다는 내용의 메시지였다. 물론 여기서 메시지가 끝이 난 건 아니었다. 뒤이어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등급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등급이 생성됩니다.]
[등급 - 방랑자를 획득하셨습니다.]
[등급 승격 조건을 달성하였습니다.]
[등급 퀘스트가 생성됩니다.]
[퀘스트 창을 확인해 주십시오.]
“돼, 됐다!”
메시지를 전부 확인 한 명후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캐릭터 창을 열었다.
등급 : 방랑자
국적 : 헬리오카[제국]
작위 : 백작
주직업 : 블러드 나이트
보조직업: 스트롱 스미스
명성 : 65,454,910 공적도 : 428,005,770
칭호 : 드래곤 슬레이어 (피어를 무시한다.)
레벨 : 560
생명력 : 22,380,550
마나 : 2,458,420
혈력 : 9,649
힘 : 964,930 [96,493(+7,200)]
민첩 : 72,715
체력 : 61,657
지력 : 61,370
지혜 : 61,041
손재주 : 500
기여도 : 엘가브 – 2,000,000
보너스 스텟 : 340
제일 상단에 등급이 생성되어 있었다. 등급을 확인 한 명후는 캐릭터 창을 닫고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곧장 인벤토리 첫 칸에 자리를 잡고 있던 ‘파라든 : 레토스의 건틀릿’을 착용했다.
“룩도 괜찮네.”
레토스의 건틀릿을 착용 후 외관을 확인 한 명후는 만족스런 미소로 중얼거리며 인벤토리를 닫았다. 그리고는 이어 퀘스트 창을 열었다.
“이번에는 어떤 등급이려나.”
등급 퀘스트를 완료하고 바로 등급 퀘스트가 생겼다. 처음부터 방랑자 등급으로 시작을 한 명후는 어떤 등급으로의 승격 일 지 궁금했다.
“...?”
그리고 이내 퀘스트를 확인 한 명후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뭐야? 이렇게 간단해?”
퀘스트가 간단해도 너무나 간단했다. 명후는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돌려 눈 앞에 성을 바라보았다.
============================ 작품 후기 ============================
힘찬 월요일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