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15 67. 마지막 기둥, 그리고... =========================================================================
‘망할.’
원펀치를 날린 명후는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호오.”
스윽
짧은 감탄사와 함께 에칼림이 대검을 움직여 원펀치의 경로를 막았기 때문이었다.
쾅!
원펀치가 대검에 작렬했고 에칼림이 뒤로 밀려났다.
“엄청난 파괴력이군. 그대로 갈 뻔 했어.”
뒤로 밀려난 에칼림이 흥분 가득 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명후는 그런 에칼림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생각했다.
‘망할. 반감 시킬 줄이야.’
기본 공격도 아닌 원펀치였다. 쿨타임이 있어 계속해서 쓸 수 없는 원펀치를 반감에 막히다니 가슴 한쪽이 쓰라려왔다.
‘막을거라 생각했어야 했는데.’
소년 에칼림 역시 공격을 막았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욱 강한 에칼림이 막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당연히 막을 것이라 생각하고 행동했어야 했다.
‘..이미 지나간거.’
그러나 이미 원펀치는 사용 한 상태였다. 그리고 명후에게는 원펀치만 있는게 아니었다.
‘필살만 제대로 먹이자.’
원펀치보다 2배 강력한 필살. 필살만 제대로 먹이면 된다. 생각을 마친 명후는 바로 에칼림에게 달려들었다.
‘근데 생명력은 얼마나 되는거지?’
에칼림에게 연달아 주먹을 날리며 명후는 생각했다. 소년 에칼림의 경우 원펀치를 검으로 막아 데미지를 반감시켰지만 90% 이상의 생명력이 날아갔다. 그러나 이번 에칼림은 메시지 자체가 뜨지 않았다. 생명력이 얼마나 되는 것일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맞다보면 죽겠지?’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공격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쓰러질 것이다. 명후는 생각을 접고 공격에 집중했다.
쿵! 쿵!
한 편 에칼림은 처음 공격 이후 명후의 공격을 막기만 하고 있었다.
“흐음, 이상하군.”
명후의 주먹을 검으로 막으며 에칼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에칼림의 표정에는 의아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뭔 소리야?’
그런 에칼림의 말과 표정을 본 명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상하긴 뭐가 이상하단 말인가?
“지금 공격이 약하다는 건 아니지만..”
말끝을 흐린 에칼림이 검으로 명후의 주먹을 막은 뒤 뒤로 물러났다.
“처음 그 공격과는 너무나 비교 되는군.”
말을 마친 에칼림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그리고 그 순간 에칼림의 몸 주위로 붉은 구슬이 하나 나타났고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에칼림이 1단계 각성 상태에 들어갑니다.]
[에칼림의 모든 속도가 30% 증가합니다.]
‘...속도가 더 빨라져?’
그렇지 않아도 빠른 에칼림의 속도였다. 그런데 30%나 더 빨라진다니? 명후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에칼림을 보았다.
“무슨 이유로 간을 보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명후의 시선에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던 에칼림이 입을 열어 말했다.
“전력을 다해라.”
스악
말이 끝난 순간 에칼림이 다시 사라졌다.
“피웅덩이.”
명후는 에칼림이 사라지자마자 재빨리 피웅덩이를 시전했다. 어차피 에칼림이 다시 나타날 곳은 근처 일 것이고 빨라진 에칼림의 속도를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서였다. 피웅덩이를 시전 한 뒤 명후는 주변을 경계했다.
스악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던 에칼람이 다시 나타났다. 명후의 예상대로 에칼림이 나타난 곳은 명후의 등 뒤였다.
후웅!
모습을 드러낸 에칼림은 곧장 검을 휘둘렀고 명후는 귓가에 들려오는 대검 소리를 들으며 뒤로 돌아섰다.
‘...!’
뒤로 돌아선 명후는 코앞으로 다가온 대검을 볼 수 있었고 재빨리 양팔을 들어 대검을 막았다.
쾅!
대검이 작렬하며 굉음이 울려 퍼졌다.
‘450만..’
굉음을 들으며 명후는 생명력을 확인했다. 그리고 450만의 생명력이 사라진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일단 400만 이상은 나오는 것 같고.’
처음 에칼림의 가속 공격에 400만의 생명력이 사라졌고 지금은 450만의 생명력이 사라져 있었다. 가속 공격의 데미지가 어느정도 나오는지 대략 확인을 한 명후는 입을 열어 외쳤다.
“피폭발”
“큽!”
피폭발을 사용하자 에칼림이 인상을 찌푸리며 짧게 비명을 내질렀다. 명후는 에칼림의 표정과 비명을 들으며 생각했다.
‘즉발 스킬은 못 막는건가.’
아무래도 에칼림의 반응을 보니 피폭발 같은 즉발 스킬은 막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럼 이건 어떻게 되려나.’
계속해서 생각을 하며 명후는 이어 외쳤다.
“피의 파동.”
스아악
피의 파동을 사용하자 명후의 몸에서 파동이 퍼져 나갔다. 파동은 엄청난 속도로 에칼림에게 날아갔다.
“흐압!”
에칼림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파동을 보며 짧게 기합을 내뱉었다. 그러자 퍼져나가던 파동이 바스러지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피의 파동이 파괴되었습니다.]
‘...이런건 막는구나.’
피폭발과는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즉발 스킬이기에 어떻게 될까 궁금했던 명후는 사라진 파동과 메시지를 보며 생각을 마친 뒤 주먹을 날렸다.
쿵!
에칼림은 명후가 주먹을 날리자 여태까지 그래왔듯 검을 들어 명후의 주먹을 막았다. 그리고 그 힘을 이용해 뒤로 물러났다.
“재미난 능력을 가지고 있군.”
뒤로 물러난 에칼림은 표정에 담고 있던 싸늘함을 지우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스아악
그리고 그 순간 에칼림의 몸 주위로 붉은 구슬이 하나 더 소환되었다. 앞서 소환 된 붉은 구슬과 똑같은 구슬이었고 구슬이 소환되었다는 것은 단 한 가지를 의미했다.
[에칼림이 2단계 각성 상태에 들어갑니다.]
[에칼림의 모든 방어력이 20% 증가합니다.]
바로 각성.
‘...그나마 다행이네.’
2단계 각성 효과를 확인 한 명후는 속으로 안도했다.
‘조금 더 걸리겠지만, 이게 더 낫지.’
물론 방어력 늘어난 것 자체가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속도가 빨라진다거나 공격력이 높아지는 것보다는 나았다. 생각을 마친 명후는 입을 열었다.
“그림자 이동.”
대상의 그림자 위로 이동하는 그림자 이동.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즉, 에칼림은 그림자 이동에 대해 모르고 있었고 공격이 성공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스악
그림자 이동을 통해 에칼림의 등 뒤로 이동한 명후는 에칼림의 등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뒤구나!”
명후가 사라지자 흠칫했던 에칼림은 곧 등 뒤에서 느껴지는 명후의 기척에 재빨리 뒤로 돌아섰다. 그러나 그 사이 명후의 주먹은 에칼림의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었고 막지 못한다는 걸 깨달은 에칼림은 충격에 대비했다.
쿵!
“크흡!”
이내 명후의 주먹이 작렬하며 에칼림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터져나왔다. 명후는 비명과 함께 뒤로 살짝 밀려나는 에칼림을 보며 생각했다.
‘필살 쓸 걸 그랬나..’
이렇게 제대로 공격이 들어갈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일반 공격이 아닌 필살을 사용 했을 것이었다.
‘아니야, 필살 썼으면 늦었겠지.’
그러나 곧 이어 든 생각으로 명후는 아쉬움을 달랬다. 그냥 주먹만 뻗으면 되는 일반 공격과 달리 필살은 시전이 필요했다. 시전을 했다면 분명 에칼림에게 막혔을 것이다. 명후는 아쉬움을 달래며 연달아 에칼림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쿵! 쿵!
“크윽! 크읏!”
처음 공격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일까? 이상하게도 에칼림은 이어서 날아오는 명후의 주먹을 피하지 못했다.
‘뭐야, 갑자기?’
명후의 주먹은 계속해서 에칼림에게 작렬했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당황 한 것은 공격을 하고 있는 명후였다.
‘왜 안피하지?’
처음 공격이 성공하고 아쉬움을 달래며 연달아 공격을 했을 때 명후는 에칼림이 공격을 검으로 막거나 피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에칼림은 공격을 피하기는 커녕 막지도 못했으며 계속해서 공격을 허용하고 있었다.
쿵! 쿵!
“크윽! 흐읍!”
한편, 계속해서 이어지는 명후의 공격에 고통스런 비명을 내지르던 에칼림은 생각했다.
‘피하거나. 막기라도 해야 되는데..’
이렇게 공격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피하지는 못하더라도 막아야 했다. 에칼림 역시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쿵!
“크읍!”
그러나 주먹에 맞을 때마다 느껴지는 말도 안 되는 고통과 새하얗게 변해버리는 정신, 고통에 경직되는 몸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무슨 이런 인간이..’
에칼림 본인 역시 인간이라 할 수 없는 인간이었다. 그러나 지금 에칼림이 느끼는 명후는 자신 이상으로 말도 안 되는 인간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갖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명후를 그저 조금 강한 인간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공격을 직접 맞고 나니 그러한 생각은 싹 사라지고 말았다.
‘이대로 가다간 죽는다.’
무언가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렇게 맞고만 있을 수는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필히 죽음을 맞이 할 것이었다. 그런 에칼림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명후는 계속해서 주먹을 날리며 생각했다.
‘필살 쓸까?’
계속해서 성공하는 공격, 지금이라면 왠지 필살을 써도 될 것 같았다.
‘아니야.’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어서 든 생각에 명후는 고개를 짧게 가로저었다.
‘안써도 충분히 잡을텐데 변수를 둘 필요는 없지.’
지금 상황에서 굳이 필살을 쓸 필요는 없었다. 필살을 쓰면 시간이 빨라질 뿐 필살을 쓰지 않아도 충분히 에칼림을 잡을 수 있다.
‘빨리 끝내려다 도리어 망할 수가 있으니까.’
오히려 필살을 사용하려다 지금의 상황이 변화 되어 에칼림이 피하거나 막는 등 좋지 않은 상황이 올 수 있었다.
‘이대로 가자.’
생각 끝에 명후는 그냥 지금의 상황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쿵!
“크아악!”
그리고 얼마 뒤 에칼림의 입에서 여태까지와는 다른 큰 비명이 뿜어져 나왔다. 명후는 비명을 듣고 변화가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스악 스악 스악 스악
에칼림의 몸 주위로 엄청난 수의 붉은 구슬들이 소환되기 시작했다. 명후는 무수히 나타나는 붉은 구슬을 보며 처음 만났던 소년 에칼림을 떠올렸다. 소년 에칼림도 분명 무수히 많은 붉은 구슬을 소환했었다.
‘생명력이 10%도 안됐지.’
그리고 그 당시 소년 에칼림의 상태는 생명력이 매우 낮은 상태였다.
[에칼림의 생명력이 1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에칼림이 초각성 상태에 들어갑니다.]
[에칼림의 공격력이 3배 증가합니다.]
[에칼림의 방어력이 3배 증가합니다.]
.
.
‘역시.’
초각성 상태, 그로 인해 에칼림의 공격력과 방어력등이 크게 증가했다. 그럼에도 명후는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10%도 안남았네.’
명후가 미소를 지은 이유, 그것은 바로 현재 남은 에칼림의 생명력 때문이었다.
‘이제 곧 죽겠구나.’
생명력이 10%도 남지 않았다. 버프에 의해 줄 수 있는 데미지가 줄어들었다고 해도 남은 생명력을 없애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었다.
쿵! 쿵!
“크윽, 크읍!”
에칼림의 상태는 변했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명후의 주먹은 계속해서 에칼림에게 작렬했고 에칼림은 비명을 내질렀다.
그로부터 얼마 뒤.
“크아아악!”
에칼림이 초각성 상태에 들어갔을 때보다 더욱 큰 비명을 내질렀다. 명후는 그 비명을 들은 순간 기다리던 때가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명후의 생각은 정확히 들어 맞았다.
[그날의 에칼림을 처치하셨습니다.]
[저주의 기둥이 파괴되기 시작합니다.]
============================ 작품 후기 ============================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현재 다리는 거의 다 나았습니다.
목은 여전히 아픈 상태긴 한데 조금씩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호전이 됐습니다.
아마도 이번주 내로 완전히 회복이 될 것 같고
다음주 부터 정상적으로 연재를 시작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라며.
내일이 이브네요.
행복한 이브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