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31 71. 메타 =========================================================================
“어, 그... 여기 있는거 전부요?”
“네.”
광린의 물음에 명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잠시만요.”
명후의 끄덕임에 광린은 당황스런 표정으로 카운터로 돌아갔다. 그리고 카운터를 뒤적이더니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계산기? 계산기가 있어?’
광린이 꺼내 든 것은 바로 계산기였다. 계산기를 꺼내든 광린은 카운터에서 나와 상점 내부를 돌아다니며 아이템들을 보고 계산기를 두드렸다. 그리고 얼마 뒤 상점을 한 바퀴 돈 광린이 계산기를 들고 명후에게 다가왔다.
“저...”
명후에게 다가 온 광린은 계산기를 보고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127만 3500코인입니다.”
“그렇군요.”
이곳에 진열 된 아이템들을 전부 구매하기 위해서는 127만 3500코인이 필요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명후는 잠시만 기다려 달라 말한 뒤 뒤로 돌아 광린의 상점에서 나왔다.
‘127만 3500코인이라..’
광린의 상점에서 나온 명후는 코인교환소를 보았다. 아직 코인을 교환하는데 무엇이 필요한지 명후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골드나 아이템으로 교환을 하는 것이라면 명후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127만 3500코인을 장만 할 생각이었다.
저벅저벅
생각을 마친 명후는 코인교환소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얼마 뒤 코인교환소 앞에 도착 한 명후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안으로 들어오자 경비원 NPC가 다가와 물었다.
“코인을 교환하러 왔는데요.”
“아, 그러시군요. 저곳으로 가시면 됩니다.”
경비원 NPC는 명후의 말에 손을 들어 교환 NPC들이 앉아 있는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명후는 경비원 NPC에게 인사하며 첫 번째 자리에 앉아 있는 교환 NPC에게 다가갔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교환 NPC는 명후가 자리에 앉자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물었다.
“코인을 교환하러 왔습니다.”
“아이템과 골드 중 무엇으로 코인을 교환하시겠습니까?”
자리에 앉은 명후는 교환 NPC의 물음에 인벤토리를 열었다.
‘아이템이랑 골드로 교환하는 거였구나.’
아이템이나 골드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필요한 것이면 어쩌나 했는데 참으로 다행이었다.
“골드는 비율이 어떻게 되나요?”
명후는 인벤토리에 보유 중인 골드를 보며 교환 NPC에게 물었다.
“1코인당 100골드입니다.”
“1코인당 100골드요?”
“네.”
1코인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골드가 필요한지 알게 된 명후는 인벤토리를 보며 생각했다.
‘1코인당 100골드, 127만 3500코인을 교환하려면 1억 2735만 골드가 필요한거네?’
명후는 127만 3500코인이 필요했다. 그리고 127만 3500코인을 얻기 위해서는 무려 1억 2735만 골드가 필요했다.
‘다행이다. 얼마 안 들어서.’
물론 문제는 없었다. 현재 명후의 인벤토리에는 3억 골드가 있었다. 즉, 1억 2735만 골드는 충분히 사용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이템은 얼마나 주려나?’
골드를 바로 꺼내 교환할까 생각하던 명후는 인벤토리에 수없이 쌓인 아이템들을 보며 생각했다.
‘얼마 차이 안나면 이번 기회에 아이템 좀 처분해야겠다.’
민형을 통해 아이템을 골드로 처분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아이템 역시 코인으로 교환이 가능했다. 만약 골드로 교환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면? 이번 기회에 아이템을 처분하는 것이 나았다.
“아이템은 코인을 얼마나 주나요?”
“아이템의 가치에 따라 다릅니다.”
교환 NPC의 말에 명후는 인벤토리에서 유니크 등급의 무기를 꺼냈다.
“그럼 이건 코인을 얼마나 받을 수 있나요?”
명후는 교환 NPC에게 유니크 등급의 무기를 보여주며 물었다. 그러자 교환 NPC가 무기를 보며 말했다.
“감정을 시작합니다.”
스아악
말을 마친 순간 교환 NPC의 두 눈에 초록색 빛이 나타났다. 물론 초록색 빛은 오래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초록색 빛은 사라졌고 교환 NPC가 입을 열었다.
“400코인입니다.”
‘...5천 골드짜리가 400코인?’
명후는 교환 NPC의 말을 듣고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명후가 들고 있는 유니크 등급의 무기는 밖에서 판매 할 경우 5천 골드를 받을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400코인이라니?
‘400코인이면 4만 골드인데..’
골드로 400코인을 교환하기 위해서는 4만 골드가 필요했다. 5천 골드와 4만 골드, 어마어마한 차이였다.
‘골드보다 아이템이 더 이득인건가?’
이렇게 된다면 굳이 골드로 코인을 교환 할 필요가 없었다. 인벤토리는 물론 차원의 창고에도 어마어마한 양의 아이템들이 쌓여 있는 상태였다.
‘이 아이템만 그런 걸 수도 있으니까.’
물론 지금 들고 있는 아이템만 많은 코인을 주는 것일 수도 있다. 명후는 확인을 해보기 위해 인벤토리에 무기를 넣은 뒤 다른 아이템을 꺼냈다. 이번에도 처음 꺼낸 무기와 마찬가지로 유니크 등급의 무기였다.
“이건요?”
스아악
명후의 물음에 교환 NPC의 눈에 다시 초록색 빛이 나타났다.
“500코인입니다.”
초록색 빛이 사라지고 교환 NPC가 말했다. 이번에는 500코인이었다.
‘4천 골드짜리가 500코인?’
이번에 꺼낸 유니크 등급의 무기는 4천 골드에 거래 되는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500코인은 골드로 따지면 5만 골드가 필요했다.
‘근데 더 싼 게 코인은 더 많이 주네?’
명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처음 꺼낸 무기는 5천 골드에 거래 되는 아이템이었고 400코인으로 교환이 가능했다. 밖에서 거래되는 금액은 첫 번째 무기가 더 높음에도 코인의 수는 더욱 적었다.
‘뭐, 적게 주는 건 아니니까.’
코인을 더 적게 준다고 해서 교환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밖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이곳에서 코인으로 교환하는 게 훨씬 이득이었다.
“교환해주세요.”
명후는 아이템을 탁자 위에 올려 놓으며 말했다.
“500코인으로 교환하시겠습니까?”
“네.”
교환 NPC가 재차 물어왔고 명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아악
그러자 탁자 위에 올려놨던 아이템이 사라졌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500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
[현재 보유 코인 : 500]
명후는 메시지를 보며 인벤토리에서 다음 아이템을 꺼냈다. 그렇게 명후는 아이템을 코인으로 교환하기 시작했다.
‘저거는 얼마나 주려나?’
차근차근 인벤토리를 훑으며 유니크 아이템을 찾아 코인으로 교환하던 명후는 문득 시야에 들어 온 아이템에 시선을 고정시킨 뒤 생각했다.
‘0.1kg당 100만 골드에 거래가 됐는데..’
명후의 시선을 받고 있는 아이템은 바로 레전드 등급의 재료 아이템이자 전설의 금속 알칸데움이었다. 마도 왕국 알도스에서 0.3kg 즉 300g을 300만 골드에 구매했을 정도로 엄청난 가치를 갖고 있는 아이템이었다.
‘많이 주려나?’
라쿠자에게 7마계 마왕성을 넘기며 명후는 알칸데움 500kg을 받았다. 라피드를 만드는데 34kg을 사용했고 현재 남아 있는 알칸데움은 466kg이었다. 이것들을 코인으로 교환한다면? 명후는 확인을 해보기 위해 알칸데움 1kg을 꺼냈다.
“이건 얼마나 주죠?”
“감정을 시작합니다.”
스아악
명후의 물음에 교환 NPC의 두 눈에 다시 초록색 빛이 나타났다. 그리고 얼마 뒤 초록색 빛이 사라졌고 교환 NPC가 입을 열었다.
“12만 코인입니다.”
“...!”
알칸데움 1kg으로 교환 할 수 있는 코인을 들은 명후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12만 코인? 1200만 골드?’
12만 코인, 골드로 계산하면 1200만 골드였다.
‘어떻게 하지..’
명후는 고민했다.
‘아이템도 처분하려고 했는데..’
이번 기회에 명후는 인벤토리에 있는 아이템뿐만 아니라 차원의 창고에 있는 아이템들도 처분하려고 했다. 어차피 판매 할 아이템이었고 코인으로 교환하는 것이 더욱 이득이었기 때문이었다.
‘알칸데움도 조금 교환할까?’
그러나 그것은 알칸데움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니야, 알칸데움은 구하기 힘드니까.’
고민 끝에 명후는 꺼낸 알칸데움을 다시 인벤토리에 넣었다. 알칸데움은 구하기 힘든 레전드 등급의 재료 아이템이었다. 훗날 알칸데움이 필요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코인이 모자란다면 모를까 굳이 알칸데움을 코인으로 교환 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스윽
명후는 다시 인벤토리를 훑으며 유니크 아이템을 꺼내 코인으로 교환하기 시작했다.
* * * *
[함정을 파괴하셨습니다.]
“후아..”
함정을 파괴 한 건장한 체격의 사내는 한숨을 내뱉었다. 한숨을 내뱉은 사내의 앞에는 던전의 끝이 보이고 있었다.
“드디어 끝이구나.”
사내는 던전의 끝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중얼거렸다.
“이번 보상은 뭘 주려나?”
던전 ‘마도사 할룸의 연구실’에 들어 온지도 어느덧 3일이 지났다. 3일, 3일 만에 던전을 통과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보상이 상당히 기대가 됐다.
“...에휴.”
그러나 보상을 기대하던 사내는 문득 든 생각에 한숨을 내뱉었다.
“그때 그걸 바로 쓰는게 아니었는데..”
사내는 얼마 전 던전 ‘도둑왕 카류의 절망’을 통과하며 레전드 등급의 이동 스크롤을 획득했었다. 그리고 이동 스크롤을 사용해 간 곳은 정말 헉소리가 나올 정도로 엄청난 아이템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내는 아무것도 구매하지 못한 채 돌아 올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돈 모아서 갔으면 심안의 모험가로 전직 할 수 있었을텐데..”
생각하면 생각 할수록 너무나도 아까웠다.
“나중에 기회가 있겠지.”
아까움에 계속해서 한숨을 내뱉던 사내는 나중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아쉬움을 접었다.
바로 그때였다.
[광린의 상점(직업)의 모든 아이템이 판매되었습니다.]
[광린의 상점(직업)이 문을 닫습니다.]
아쉬움을 접고 던전의 끝으로 힘차게 걸음을 옮기려던 사내는 메시지가 나타나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
메시지를 본 사내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곧 메시지의 내용을 확인 한 사내는 미간을 찌푸렸다.
“광린의 상점? 메타에 있는 그 광린의 상점?”
사내는 광린의 상점을 알고 있었다. 아니, 얼마 전에 갔다왔고 방금 전까지도 생각을 했는데 모를 수가 없었다.
“모든 아이템이 판매 됐다고?”
미간을 찌푸린 사내는 말도 안 된다는 듯 외쳤다. 물론 외침의 답을 해줄 사람은 없었지만 지금 사내에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이게 무슨 개같은 소리야?”
사내는 메시지에 나온 내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거기서 파는게 얼마나 비싸고 얼마나 많은데 그게 다 팔렸다고?”
광린의 상점은 히든 클래스를 판매한다. 문제는 판매하는 히든 클래스가 매우 비싸다는 것이었다. 쉽게 전직이 가능한 레어급 히든 클래스를 구매하는데에도 최소 10만 골드가 필요했다. 거기다 판매하는 직업의 수가 적은 것도 아니었다. 매우 많았다. 그런데 그것이 전부 팔렸다니?
“이런 미친..”
사내의 입에서는 절로 욕이 뿜어져 나왔다.
“개부럽다... 시발..”
광린의 상점을 모르고 있었다면 고개를 갸웃거리고 말았겠지만 광린의 상점을 알고 있는 사내는 너무나도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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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수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