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41 72. 무국적자 =========================================================================
‘날 잡는 퀘스트겠지?’
확실 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을 보면 유저들이 말하고 있는 그 공적은 명후가 분명했다.
‘귀찮겠는데..’
명후는 주변에 있는 유저들을 보며 생각했다. 메시지가 나타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일까? 유저들의 관심은 온통 퀘스트에 쏠려 있는 것 같았다. 지금 이곳에 있는 유저들이 전부 명후에게 덤벼 든다면?
‘다 죽겠지만..’
다 죽을 것이다. 명후는 이곳에 있는 모든 유저들을 죽일 자신이 있었다. 아니, 자신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여기가 끝이 아닐텐데..’
문제는 퀘스트를 받은 유저가 한, 둘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곳에 있는 유저들만 퀘스트를 받은 게 아니다. 아마 헬리오카 제국 소속 유저들은 전부 명후를 잡는 퀘스트를 받았을 것이었다.
‘거기다 끊임없이 살아나니..’
한 번 죽는다고 해서 끝이 나는게 아니다. 유저들은 계속 살아난다. 즉, 죽이더라도 계속 살아나 덤벼 들 가능성이 높았다.
‘빨리 신을 죽이든 신성 제국을 없애든 해야겠네.’
명후는 속으로 한숨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이 상황을 끝내기 위해서는 신을 죽이던가 혹은 신성 제국을 없애야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의 상황은 끝나지 않을 것이었다. 명후는 그런식으로 ‘전설’을 즐기고 싶지 않았다.
‘일단..’
유저들의 반응에 걸음을 멈춰 생각하던 명후는 생각을 접었다.
‘찾고 나서 생각하자.’
지금 당장 어떻게 해야 되나 결정해야 되는 것이 아니었다. 라피드를 찾고 나서 결정해도 된다. 명후는 마법사 NPC에게 다가갔다.
* * * *
태평양 길드의 소회의실.
“그러니까 오빠 말은 공적 퀘스트 신경 쓰지 말고 로케에 집중하자?”
“응, 내 생각에는 그게 나을 것 같아.”
현재 소회의실에는 소마와 마가렛이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대화의 주제는 바로 명후였다.
“오빠, 보상 안 봤어?”
“봤지, 엄청나다고 생각해.”
소마는 마가렛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소마 역시 퀘스트를 받았다. 그리고 보상을 확인했었다. 누가 봐도 혹할 만한 보상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끄덕임을 멈춘 소마가 이어 말했다.
“명후님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해?”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퀘스트가 완료되어야 하고 퀘스트가 완료되기 위해서는 명후가 죽어야 된다. 그런데 과연 명후가 죽을까? 소마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 번 죽으면 끝나는 것도 아니고 굳이 명후님을 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을까?”
거기다 죽인다고 해도 문제였다. 명후는 유저였다. 죽더라도 다시 살아난다. 그런데 고작 보상을 얻겠다고 명후를 적으로 돌린다? 멍청한 짓이었다.
“그건 그렇지만..”
그러나 마가렛은 상당히 아쉬운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소마는 그런 마가렛을 보며 입을 열어 말했다.
“그리고 로케에 어떤 보상이 있을 지 모르잖아. 퀘스트 보상보다 더 엄청난 보상이 있을 수도 있어.”
로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다만 메시지를 통해 빛의 기둥이 있는 곳으로 가면 도착 할 수 있다는 것과 메인 에피소드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후아, 알았어. 그럼 오빠 말대로 우리는 로케에 집중하는 걸로 하자.”
보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고민하던 마가렛은 한숨을 내뱉음으로 아쉬움을 날리고 어떻게 할 지 결정했다.
“좋은 선택이야.”
소마는 마가렛의 결정에 미소를 지었다.
* * * *
라피드가 있는 발구라스 산맥에 도착 한 명후는 가족 창을 열어 라피드의 현재 위치를 확인했다.
“활력의 초원이면..”
현재 라피드는 발구라스 산맥에 있는 활력의 초원에 있었다.
“트롤들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었나?”
명후는 기억을 되짚어 활력의 초원이 어떤 곳인지 생각해냈다. 활력의 초원은 트롤들이 서식하고 있는 지역이었다.
“좀 걸어야겠네.”
현재 명후가 있는 곳은 여러 오크 부족들이 서식하고 있는 곳으로 활력의 초원까지는 꽤나 거리가 있었다.
명후는 걸음을 옮기며 펫 창을 열어 카로트와 프라미너스를 소환했다. 이동하는 중 나타날 잡몹 처리와 라피드 혹은 같이 있을 유레나, 루루의 기척을 잡아내기 위함이었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부르셨습니까. 주군
카로트와 프라미너스가 소환되고 명후는 소환 목적을 말해주었다. 그렇게 명후와 카로트, 프라미너스는 활력의 초원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펑! 펑! 펑!
-취이이익!
-취익!!!
명후는 귓가에 들려오는 폭발소리와 오크들의 비명을 들으며 생각했다.
‘어떻게 할까..’
라피드를 만나고 어떻게 해야 될까? 갈 곳이 없었다. 공적으로 선포되기 전이라면 저택으로 갔겠지만 지금은 갈 수 없었다.
‘마냥 밖에 있을 수도 없고.’
갈 곳이 없다 해서 밖에만 있을 수는 없었다.
‘망명을 해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테고.’
다른 국가의 국적을 획득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과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 날 잡으려는 유저들이 더 늘어나겠지.’
그렇게 되면 명후를 잡으려는 유저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신성 제국과 헬리오카 제국의 유저들을 상대해야 되는데 굳이 적을 더 늘릴 필요는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아!’
명후의 머릿속에 한 국가가 떠올랐다. 신성 제국의 압박을 무시할 수 있는 국가가 하나 있었다.
‘그래! 발렌!’
그 국가는 바로 명후가 저주를 없앤 바르타슈의 성 즉, 로케를 수도로 삼고 있는 신성 국가 발렌이었다.
‘거기라면..’
발렌이라면 신성 제국의 압박을 받지 않을 것이다. 아니, 압박을 넣으려 해도 넣을 수가 없다. 신성 제국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발렌에 힘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미개척 지역을 먼저 개척해야했다. 그러나 그 지역을 개척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또한 발렌의 힘이 약한 것도 아니다.
‘일단 발렌으로 가야겠다.’
명후는 라피드를 찾은 뒤 발렌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주군.
그리고 명후가 생각을 마친 그 순간 프라미너스가 명후를 불렀다. 명후는 고개를 돌려 프라미너스를 보았다. 그러자 프라미너스가 이어 말했다.
-소주군을 찾은 것 같습니다.
“피드를?”
명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 도착 안했는데?’
라피드가 있는 곳은 활력의 초원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활력의 초원이 아니었다. 아직 활력의 초원까지는 꽤나 많은 거리가 남아 있었다.
‘얘가 거짓말 할 얘도 아니고.’
그렇다고 프라미너스가 거짓말을 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명후는 가족 창을 열어 라피드의 위치를 재차 확인했다.
‘어?’
라피드의 위치를 재확인 한 명후는 조금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 여기까지 온 거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활력의 초원이었던 라피드의 위치가 명후가 있는 지역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근처에 느껴지는 기운이 2개 더 있는 것으로 보아 유레나양과 루루양이 함께 오는 것 같습니다.
프라미너스의 말에 명후는 가족 창을 닫으며 물었다.
“어느 쪽이야?”
-저곳입니다.
명후의 말에 프라미너스가 손을 들어 왼쪽을 가리켰다. 명후는 고개를 돌려 왼쪽을 주시하며 생각했다.
‘속도는 둘째 치고 어떻게 여기로 오고 있는 거지?’
활력의 초원은 멀다. 벌써 이곳에 도착 했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속도였다. 그러나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떻게 활력의 초원에 있던 라피드가 이곳에 왔냐는 것이었다.
‘우연은 아닌 것 같은데.’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이상했다.
‘우연이 아니라고 하기에도 이상하고..’
물론 우연이 아니라고 하기에도 이상했다. 우연이 아니라면 그 먼 거리에서 자신을 느끼고 이곳에 왔다는 건데 아무리 드래곤인 유레나가 같이 있더라도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알람 마법을 펼쳐 놓은 건가?’
설마 유레나가 알람 마법을 펼쳐 놓은 것일까?
‘아니지, 그러면 카로트가 눈치 못 챌 리가 없다.’
이어서 든 생각에 명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카로트는 그냥 리치가 아다. 무려 아크 리치였다. 아무리 드래곤인 유레나라 하더라도 아크 리치인 카로트가 알람 마법을 못 느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물어 보면 되지.’
명후는 생각을 접었다. 우연인지 아닌지는 라피드에게 물어보면 된다. 명후는 마음편히 라피드가 오고 있는 방향을 주시했다.
그리고 얼마 뒤.
“아빠!”
명후는 자신을 부르며 자신에게 날아오는 라피드와 그 뒤에서 날아오고 있는 유레나, 루루를 볼 수 있었다.
퍽!
‘읍!’
라피드는 그대로 명후의 품에 안겼고 명후는 묵직한 느낌에 순간 힘을 주어 뒤로 밀려나는 것을 가까스로 막았다. 명후는 재빨리 생명력을 확인했다.
‘30만..’
고작 품에 안긴 것인데 생명력이 30만이나 날아가 있었다. 명후는 어이없는 상황에 속으로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
“내가 여기 있는 거 알고 온거야?”
“응! 난 아빠가 어디에 있는지 항상 알고 있으니까!”
“...?”
어떻게 라피드가 이곳에 온 것인지 물었던 명후는 뜻밖에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항상 알고 있어?”
“응! 아, 가끔 아빠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때도 있지만 거의 항상 알고 있어! 헤헤.”
해맑게 웃는 라피드를 보며 명후는 생각했다.
‘가족 등록이 되어 있어서 그런가?’
명후 역시 가족 창을 통해 라피드가 어디에 있는 지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서로의 위치를 알 수 있는 건 가족으로 이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명후는 라피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유레나를 보았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유레나님.”
간단한 인사로 말문을 연 명후는 이어 말했다.
“한 가지 여쭈어 볼게 있는데..”
원래대로라면 라피드에게 물어 볼 것이었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하푸타니스라는 드래곤을 아십니까?”
“...!”
명후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던 유레나의 표정이 굳어졌다. 유레나는 굳은 표정으로 명후를 보며 생각했다.
‘하푸타니스를 어떻게 알고 있는거지?’
하푸타니스라는 이름을 명후가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예, 알고 있습니다.”
유레나는 자신의 답을 기다리고 있는 명후의 표정을 보고 물음에 답했다.
‘역시 알고 있는 드래곤이었구나..’
하푸타니스는 그린 드래곤들의 수장이었다. 유레나가 알고 있는 것은 당연했다. 명후는 본격적인 질문에 들어갔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좀 알 수 있을까요?”
지연과 함께 벨칸 호수에 가고 있을 때 메시지가 나타났다. 라피드가 하푸타니스를 죽였다는 내용의 메시지였다.
“...혹시 알고 계신겁니까?”
유레나는 조금 당황스런 표정으로 명후에게 물었다. 유레나는 라피드가 하푸타니스를 죽인 걸 명후가 모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네, 자세한 상황은 모르지만요.”
명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아..”
유레나는 짧게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라피드를 힐끔 본 뒤 다시 명후를 보며 이어 말했다.
“하푸타니스가 제 레어로 찾아와 명후님에 대해 물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명후님에게 악의를 품고 있더군요.”
명후는 유레나의 말을 듣고 순간 뜨끔했다. 일면식도 없는 하푸타니스가 어째서 악의를 품었는지 알 것 같았다.
하푸타니스는 그린 드래곤들의 수장이었고 명후는 라피드가 하푸타니스를 죽였다는 메시지가 뜨기 얼마 전 그린 드래곤 한 마리를 죽였다. 아마도 그 때문에 악의를 품은게 분명했다.
“그 상태에서 하푸타니스는 라피드가 명후님의 자식인 걸 알게 되었고 라피드를 죽이려 했습니다.”
‘죽으려고 작정했군.’
그리고 이어진 유레나의 말에 명후는 생각했다. 라피드를 죽이려 한다? 상급 마족도 쉽게 결박하는 라피드였다. 아무리 한 일족의 수장이라고 해도 라피드를 죽이려 했다니? 자살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라피드가 하푸타니스를 죽였습니다.”
“...그렇군요.”
유레나의 말이 끝나고 명후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명후를 보며 유레나가 이어 말했다.
“그리고 따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라피드가 하푸타니스를 죽인 직후 로드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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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가 쫙 풀리는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