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52 75. 학살자 =========================================================================
어느 한 공터.
후웅!
-취익!
오크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체구를 가진 오크가 허공에 도끼를 휘두르고 있었다.
후웅! 후웅!
크기 때문인지 아니면 오크의 꿈틀대는 근육 때문인지 4M가 넘는 오크의 어마어마한 체구만큼 거대한 도끼는 한 번 휘둘러 질 때마다 바람을 갈랐다.
쿵!
얼마 뒤, 쉬지 않고 도끼를 휘두르던 오크가 도끼질을 멈추고 땅에 도끼를 내려놓았다.
-취익.. 취익..
도끼를 휘두르는데 힘이 들었던 것일까? 오크의 붉디 붉은 피부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흐르고 있었고 코와 입에서는 뜨거운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다다다닥!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취익?
숨을 고르며 휴식을 취하고 있던 오크는 귓가에 들려오는 발소리에 고개를 돌려 발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보았다. 그리고 오크는 다급한 표정의 또 다른 오크를 볼 수 있었다.
-호르케?
다급한 표정으로 달려오는 오크는 이곳 미개척지 ‘저무는 노을의 평야’를 지배하고 있는 종족, 붉은 오크들의 대전사 중 하나인 호르케였다.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취익?’
오크는 다급한 표정으로 빠르게 거리를 좁혀오는 호르케를 보며 생각했다. 대전사인 호르케가 다급한 표정으로 달려오고 있다는 것. 그것은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했다.
-락쉬드! 취익! 큰일이다! 취익!
이내 거리가 가까워지자 호르케가 입을 열어 외쳤다.
-침입자! 침입자가 나타났다. 취익!
-침입자? 취익?
호르케의 외침에 락쉬드는 반문했다. 침입자라니?
-그렇다. 취익! 지금 많은 전사들이 죽었다. 취익! 어서 가야한다. 취익! 이대로 가다간 부락에 있는 모든 이들이 죽고 만다. 취익!
스윽
이어진 호르케의 외침에 락쉬드는 땅에 내려놓았던 도끼를 다시 집었다. 그리고 빠르게 부락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쿵! 쿵! 쿵!
락쉬드의 한걸음한걸음 마다 땅이 움푹 파이며 굉음이 터져나왔다.
-침입자는 누구지? 취익? 라디어의 오우거? 홀란의 트롤?
부락으로 향하던 락쉬드는 호르케에게 물었다. 호르케가 찾아올 정도라면 보통 침입자는 아닐 것이다.
-아니다. 취익. 그녀석들에게 당할 정도로 우리 전사들은 약하지 않다. 취익.
-그럼 누구냐? 취익?
-인간이다. 취익!
멈칫!
락쉬드는 순간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인간? 취익? 인간이라고?
잘못 들은 것일까? 인간이라니?
-그렇다. 취익!
그러나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취익, 인간들의 수는 얼마나 되지?
락쉬드는 다시 부락을 향해 뛰며 호르케에게 물었다.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쳐들어왔기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하나다. 취익.
멈칫!
하지만 락쉬드는 호르케의 답에 다시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하나? 취익? 하나라고 했나?
락쉬드는 인상을 찌푸린 채 호르케에게 물었다.
-그렇다. 취익.
호르케는 락쉬드를 따라 걸음을 멈춘 뒤 여전히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
그런 호르케의 진지한 답에 락쉬드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인간 하나?’
처음 침입자가 나타났다는 호르케의 말에 락쉬드는 오우거나 트롤이 쳐들어 온 것이라 생각했다. 그들이 아니면 위협이 될 만한 존재는 없기 때문에.
그러나 막상 쳐들어 온 것은 인간이었고 락쉬드는 인간들의 수가 어마어마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수많은 전사들이 죽을 리 없기에.
‘거짓을 말 할 호르케가 아니다.’
거짓은 아닌 것 같았다. 애초에 거짓을 말 할 호르케가 아니었고 거짓이라 하기에 호르케의 표정은 너무나 진지했다.
‘그럼.. 진짜 인간 하나에 우리 전사들이?’
그렇다면 호르케의 말대로 진짜 인간 하나가 쳐들어 온 것일까?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취익.
바로 그때 호르케가 말했다.
-알겠다. 취익.
호르케의 말에 정신을 차린 락쉬드는 부락을 향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는 직접 가서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쿵! 쿵! 쿵!
락쉬드와 호르케는 엄청난 속도로 이동했고 곧 부락에 도착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락쉬드는 볼 수 있었다. 주변에 쓰러져 있는 수많은 동족들과 아직 살아있지만 두려움이 가득 한 동족들 그리고 그 가운데 서 있는 한 인간을.
* * * *
[붉은 오크 부락의 보스 락쉬드가 나타났습니다.]
[붉은 오크 부락의 중간 보스 호르케가 나타났습니다.]
“드디어 나타났네.”
수많은 오크들을 학살하며 레벨을 올리고 있던 명후는 메시지가 나타나자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오크들에게서 고개를 돌려 부락의 입구를 보았다. 그리고 명후는 자신이 나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락을 빠져나갔던 3M 크기의 오크 호르케와 호르케가 데려온 4M 크기의 오크를 볼 수 있었다.
‘저녀석이 락쉬드구나.’
4M 크기의 오크는 락쉬드가 분명했다. 명후는 오크들에게서 시선을 돌려 락쉬드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취익! 막아라!
-동족들의 복수를! 취익!
자신들의 수장이 오자 기운이 난 것일까? 두려움이 가득했던 오크들의 표정에는 더 이상 두려움이 보이지 않았다.
-취익!
-취익!
오크들은 처음의 그 강인한 표정으로 명후에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명후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오크들을 보며 지팡이를 들고 외쳤다.
“강력하게!”
스아악!
명후의 외침에 지팡이의 끝이 밝게 빛이 났다. 그리고 명후는 빛이 나타나길 기다렸다는 듯 땅을 내리쳤다.
쾅! 쩌저적!
지팡이가 작렬한 부분을 기준으로 지름 2M 크기의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물론 크레이터가 나타난 것으로 상황이 끝난 건 아니었다.
-취이익!!!!
-취익!!!!
명후를 향해 달려오고 있던 오크 중 몇몇이 움직임을 멈추고 몸을 떨며 고통스런 포효를 내뱉었다.
털썩 털썩 털썩
그리고 이내 입에서 거품을 뿜어내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크들이 쓰러지고 명후는 흡족한 미소로 지팡이를 들어 올리며 외쳤다.
“수집.”
수집, 100레벨이 되며 생성 된 스킬로.
<수집>
레벨 : 3
숙련도 : 25%
범위 내 소유권이 있는 아이템을 습득한다.
효과 : 50M 이내 소유권이 있는 모든 아이템을 습득한다.
마나소모 : 100
쿨타임 : 5초
효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일정 범위 내 소유권이 있는 모든 아이템들을 습득하는 스킬이었다.
[붉은 오크의 힘줄을 습득하셨습니다.]
[붉은 오크의 송곳니를 습득하셨습니다.]
[부러진 강철 방패를 습득하셨습니다.]
[붉은 오크의 뼈를 습득하셨습니다.]
.
.
명후는 끊임없이 나타나는 습득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남은 오크들을 보았다. 락쉬드가 나타나자 두려움을 날려 보내고 강인한 표정으로 달려들던 오크들의 표정에는 다시 두려움이 가득 차 있었다.
저벅저벅
그런 오크들의 표정을 보며 명후는 다시 걸음을 옮겨 오크들 아니, 정확히는 오크들의 뒤쪽에 있는 락쉬드와 호르케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취, 취익..
-취익..
명후가 다가오자 앞을 막고 있던 오크들은 어쩔 줄 몰라하며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쾅!
-크허허헝!
뒤쪽에 서 있던 락쉬드가 들고 있던 도끼를 휘둘러 땅을 내리쳤다.
[락쉬드가 전장의 춤을 시전했습니다.]
[오크들이 광분 상태에 빠집니다.]
[오크들의 물리 공격력이 30% 증가합니다.]
[오크들의 물리 방어력이 30% 감소합니다.]
땅을 내리친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고 오크들의 상태가 변했다. 서로의 눈치를 살피던 오크들은 더 이상 서로의 눈치를 살피지 않았다. 그저 하얗게 뒤집어진 눈동자로 명후를 바라볼 뿐이었다.
-죽여라! 취익!
-취이익!
-취이이이익!
그리고 이어진 락쉬드의 말에 오크들은 포효와 함께 명후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어차피 가는 길에 전부 정리 할 생각을 가지고 있던 명후는 달려오는 오크들을 향해 지팡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퍽!
-취익!
퍽!
-취이익!
광분 상태에 빠져 눈에 보이는 것이 없던 오크들은 명후의 지팡이를 피하지 않았고 그대로 지팡이에 맞아 죽음을 맞이했다.
[레벨 업!]
그렇게 오크들을 죽이며 락쉬드와 호르케에게 다가가던 중 메시지가 나타났다. 명후는 계속해서 지팡이를 휘두르며 캐릭터 창을 열었다.
등급 : 기사단장
국적 : 힘 소국
작위 : 왕
주직업 : 물리 마도사
보조직업: 스트롱 스미스
명성 : 100,000,000 공적도 : 428,005,770
칭호 : 드래곤 슬레이어 (피어를 무시한다.)
레벨 : 397
생명력 : 42,913,350
마나 : 18,251,300
힘 : 1,000,000 [100,003]
민첩 : 513,575 [102,715]
체력 : 458,285 [91,657]
지력 : 456,850 [91,370]
지혜 : 455,205 [91,041]
손재주 : 500
보너스 스텟 : 1600
1이었던 명후의 레벨은 어느새 397이 되어 있었다. 미개척 지역이라 그런지 정말 엄청난 속도였다.
‘이제 곧 400 되겠네.’
명후는 자신의 레벨을 보며 생각했다.
‘어떤 스킬이 생기려나..’
100레벨에 스킬이 생겼고 200레벨에 스킬이 생겼고 300레벨에 스킬이 생겼다. 즉, 100레벨 단위로 새로운 스킬이 생겼다. 400레벨에도 분명 스킬이 생길 것이다. 어떤 스킬이 생길 지 참으로 기대가 됐다.
‘얘네 잡으면 400은 충분히 되겠지.’
명후는 캐릭터 창을 닫고 락쉬드와 호르케를 보았다. 남은 오크들을 전부 잡는다고 해서 레벨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락쉬드와 호르케는 이야기가 달랐다.
락쉬드는 보스 몬스터였고 호르케는 중간 보스 몬스터였다. 보스 몬스터와 중간 보스 몬스터. 둘을 잡는다면 3레벨 정도는 충분히 오를 것이었다.
퍽!
-취익!
이내 마지막 오크가 명후의 지팡이에 죽음을 맞이했다.
-용서 할 수 없다! 취익!
그리고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중간 보스인 호르케가 명후에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물론 중간 보스라고 해서 앞서 죽은 오크들과 끝이 다른 것은 아니었다.
퍽!
-취이익!
쿵!
단 한 방, 호기롭게 달려든 호르케는 지팡이에 맞고 그대로 쓰러졌다. 그리고 호르케가 쓰리지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붉은 오크 부락의 중간 보스 호르케를 처치하셨습니다.]
[명성 5만이 상승합니다.]
[레벨 업!]
‘역시 경치는 짭짤하군.’
그래도 중간 보스는 중간 보스인지 레벨이 오를 정도로 경험치는 어마어마했다.
‘앞으로 2레벨..’
현재 명후의 레벨은 398, 400까지는 2레벨이 남은 상태였다. 명후는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락쉬드를 보았다.
-...
호르케가 이렇게 쉽게 죽을 것이라 생각지 못했던 것일까? 아니면 지금의 상황이 믿기지 않는 것일까? 락쉬드는 아무런 말없이 자리에 선 채 명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멍하니 정신을 놓고 명후를 보는 것은 아니었다.
스윽
락쉬드는 명후가 계속해서 다가오자 땅에 박아 놓은 도끼를 들었다. 그리고 어깨에 도끼를 걸치며 입을 열었다.
-인간. 취익. 한 가지 묻고 싶은게 있다. 취익.
============================ 작품 후기 ============================
산뜻한 목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