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56 75. 학살자 =========================================================================
* * * *
“이 문으로 나가면 다시 대신전으로 돌아가게 되는 겁니까?”
“응, 네가 그곳의 문으로 왔으니까.”
급살의 물음에 엘가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물론 물 속은 아니니까. 걱정하지말구.”
“다행이네요.”
난감한 표정으로 문을 보던 급살은 이어진 엘가브의 말에 난감함을 날리고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급살의 표정에 엘가브는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잘가고, 파이팅!”
[엘가브의 축복을 받으셨습니다.]
[직업 특성으로 인해 축복의 효과가 2배로 증가합니다.]
[20일 동안 생명력 회복 속도가 400% 증가합니다.]
[20일 동안 마나 회복 속도가 400% 증가합니다.]
[20일 동안 이동 속도가 20% 증가합니다.]
외침과 함께 메시지가 나타났다.
“...”
생각지도 못한 축복과 그 효과에 급살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손을 흔들고 있는 엘가브를 보고 정신을 차린 급살은 이내 엘가브에게 인사를 한 뒤 문고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스아아악!
이곳에 올 때와 마찬가지로 문고리를 잡자 문과 문고리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급살은 빛에 휩싸이며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중간계 : 신성제국 - 메디프의 대신전으로 이동합니다.]
대신전으로 이동한다는 내용의 메시지였다.
스아악
그렇게 메시지가 나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을 가득 채웠던 빛이 사라졌다. 빛이 사라지고 급살은 주변을 확인했다.
‘여긴 어디지?’
주변을 둘러 본 급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처음 보는 곳이었다. 아무래도 돌아 올 때는 위치가 랜덤으로 결정 되는 것 같았다.
‘방향표지판이 있어서 다행이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방향표지판이 있다는 것이었다. 급살은 표지판을 보고 대신전의 입구로 걸음을 옮기며 캐릭터 창을 열었다.
국적 : 헬리오카[제국]
주직업 : 엘가브의 사도
명성 : 100,270
칭호 : 엘가브의 사도(엘가브의 축복 효과 2배)
레벨 : 375
생명력 : 206,000
마나 : 497,000
힘 : 2,800(+400)
민첩 : 2,750(+300)
체력 : 3,000(+500)
지력 : 12,500(+2000)
지혜 : 12,350(+2000)
“스텟이 많이 오르긴 했는데..”
엘가브의 사도로 전직하며 스텟 특히 지력과 지혜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이 부분은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퀘스트가 문제네..”
급살은 캐릭터 창을 닫고 퀘스트 창을 열어 엘가브에게 받았던 퀘스트를 확인했다.
<엘가브의 사도>
엘가브의 사도가 된 당신, 당신은 해야 될 일이있다. 그것은 바로 신성 제국의 공적인 유저 ‘명후’를 죽이는 것. 신성 제국과 대륙 곳곳에 퍼져 있는 신전의 도움을 받아 유저 ‘명후’를 죽이고 보고하라!
[유저 ‘명후’ : 0 / ???]
퀘스트 난이도 : ???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취소 불가
엘가브에게 받은 퀘스트는 바로 명후를 죽이는 퀘스트였다. 물론 혼자서 죽이는 퀘스트는 아니었다. 신성 제국과 대륙 곳곳에 퍼져 있는 신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가능한가..’
급살은 퀘스트를 보며 생각했다. 과연 신성 제국과 대륙 곳곳에 있는 신전들의 도움을 받아 명후를 죽이는 것이 가능할까?
‘한 번 죽인다고 해도..’
아니, 한 번 죽인다고 해도 그 이후가 문제였다. 명후는 유저였다. 즉, 한 번 죽는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사망 페널티가 끝나면 다시 접속 할 것이고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끊임없이 죽인다? 급살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퀘스트만 아니면 진짜 좋은 직업인데.’
퀘스트가 문제였다. 퀘스트만 아니었다면 정말 좋은 직업이 엘가브의 사도였다.
‘하...’
급살은 속으로 한숨을 내뱉으며 퀘스트 창을 닫고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와 함께 받은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했다.
<엘가브의 소환 구슬[데미갓]> [교환불가]
제한 : 급살
사냥과 농사의 신 엘가브를 소환 할 수 있는 1회용 구슬.
사용 시 파괴된다.
급살이 확인 한 아이템의 정체는 바로 엘가브를 소환 할 수 있는 데미갓 등급의 아이템 ‘엘가브의 소환 구슬’이었다. 명후를 죽인 뒤 퀘스트 완료를 위해 받은 구슬이었다.
‘쓸 일이 있을까.’
과연 이 구슬을 사용 할 날이 올까? 급살은 여러 생각을 하며 걸음을 옮겼고 곧 대신전 입구에 도착했다.
바로 그때였다.
[유저 ‘명후’를 발견하였습니다.]
[유저 ‘명후’도 당신의 존재를 파악합니다.]
대신전 입구에 도착 한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생각에 잠겨 있던 급살은 갑작스레 나타난 메시지에 잠시 의아해 하다 이내 그 내용을 확인하고 놀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뭐, 뭐야?’
급살은 놀란 표정으로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허공에 떠있는 거대한 느낌표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아주 진한 빨간 색의 거대한 느낌표.
‘...’
급살은 고개를 내려 느낌표 밑을 보았고 로브를 쓰고 있는 누군가를 볼 수 있었다. 로브에 가려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급살은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아니, 확실히 알고 있었다.
‘왜 여기에..’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빨리 만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어째서 이곳에 있는 것일까?
“안녕하세요. 급살님. 오랜만이네요.”
급살이 당황해하던 바로 그때, 로브 안쪽에서 잊을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급살은 정신을 차렸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대로 멍하니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생각은 이 자리를 피하고 나서 해도 늦지 않는다. 급살은 재빨리 입을 열었다.
“로그아웃”
[로그아웃 합니다.]
스아악
메시지가 나타났고 주변은 빠르게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어두워지는 주변을 보며 급살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스아악
얼마 뒤 완전히 로그아웃 되고 급살 아니, 김민용은 캡슐에서 나왔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생각했다.
‘왜 거기에 있던거지? 아니, 왜 온거야?’
의자에 앉은 김민용은 여러 생각을 했다. 메시지를 보아 로브를 쓰고 있던 누군가는 명후가 분명했다. 어째서 그곳에 명후가 있던 것일까?
‘설마 작살내려고?’
혹시 신성 제국을 박살내기 위해서 온 것일까? 거기까지 생각을 한 김민용은 컴퓨터를 부팅 시킨 뒤 재빨리 ‘전설’의 공식 홈페이지로 들어가 신성 제국 게시판을 확인했다.
제목 : 아, 사제 괜히 전직 한 것 같다.
제목 : 쩔 해줄 사람 없냐? 쩔좀 부탁한다. 내 레벨 53임.
제목 : 무료나눔한다. 100레벨 대 매직 아이템. 메디프 제 3광장으로 와라.
“아직인가.”
아직 게시판에는 김민용이 우려하고 있는 글들이 올라오지 않고 있었다.
“분명 올라오겠지.”
그러나 김민용은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우려하는 글들이 올라올 것이라 확신했다. 그리고 그런 김민용의 생각은 정확했다.
제목 : 대박! 지금 개 대박이다! 유저 공적 지금 대신전에 있다!
제목 : 지금 접속하면 특수 퀘스트 뜬다. 빨리 접속해라! 고고싱!
제목 : 뭐냐? 나 대신전 안에서 기도하다가 갑자기 사망 처리됨. 버그냐?
* * * *
“뭐야..”
당황스런 표정으로 급살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던 명후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리고는 다시 대신전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입구를 지나 대신전 안에 발을 들인 그 순간.
[경고!]
[경고!]
[대신전에 입장했습니다.]
[교황 리슈르가 당신의 존재를 파악합니다.]
[대신전 안에서는 당신의 정체가 쉽게 발각 됩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
‘난 또 뭐라고..’
경고라는 단어를 본 순간 흠칫했다. 그러나 이어서 나타난 메시지에 명후는 흠칫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대신전에 입장한 상황이었다.
정체가 발각되던 말던 상관 없었다. 명후는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사제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사제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사제가 당신을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사제가 당신을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걸음을 옮기자마자 무섭게 메시지가 나타났다. 주시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만 나타난게 아니었다.
대신전 안이라 그런지 이상하게 생각한다는 처음 보는 메시지도 나타났다.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제들을 보며 명후는 생각했다.
‘지금 당장 죽일 필요는 없겠지.’
발각 된 것이 아니었다. 이상하게 생각 할 뿐이다. 지금 당장 사제를 죽일 필요는 없어 보였다. 명후는 사제들을 지나쳐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교황은 어디 있는거지?’
명후는 교황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교황의 안전을 위해서일까? 방향표지판에도 교황의 방에 대해서는 나와 있지 않았다. 지금 이렇게 무작정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신전 심처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사제에게 정체가 발각 되었습니다.]
[20초 뒤, 근처 유저들에게 특수 퀘스트가 생성됩니다.]
‘드디어 발각됐네.’
처음으로 정체가 발각 되었다.
“파, 파괴자..”
메시지를 보던 명후는 귓가에 들려오는 두려움 가득 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보았다.
목소리에서 알 수 있듯 명후의 정체를 파악 한 사제는 두려움 가득 한 표정으로 명후를 보고 있었다.
‘어디에 있는지 물어볼까?’
명후는 사제를 보며 생각했다.
‘알려 줄 것 같지는 않지만..’
교황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본다고 해서 사제가 알려 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혹시 모르는 것이기에 명후는 어쩔 줄 몰라하는 사제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다, 다가오지마!”
명후가 다가오자 사제는 뒷걸음질을 치며 외쳤다.
웅성웅성
“저 사제 갑자기 왜 저래?”
“뭐지?”
사제의 목소리는 상당히 컸고 지나가던 유저들은 걸음을 멈춘 뒤 사제와 사제에게 다가가는 명후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곧 퀘스트가 뜬다고 했지.’
명후는 관심을 가득 보내오는 유저들을 보며 생각했다. 정체가 발각 되었고 20초 뒤 근처에 있는 유저들에게 특수 퀘스트가 생성된다 했다.
‘나와 관련 된 퀘스트겠지.’
볼 필요도 없다. 분명 자신과 관련 되어 있는 것이라 명후는 생각했다.
‘그냥 깽판치면서 가야겠다.’
사제에게 교황의 위치를 물어보려 했던 명후는 생각을 바꾸고 걸음을 멈췄다.
“어?”
“뭐야!”
걸음을 멈춘 순간 유저들이 당황스런 목소리를 내뱉었다.
‘퀘스트가 뜬 건가.’
아무래도 유저들에게 메시지에 나왔던 특수 퀘스트가 생성된 것 같았다. 명후는 지팡이를 들었다.
“저기요!”
“님이 명후라는 그 유저에요?”
“와, 진짜 간 크다. 여기가 어디라고..”
지팡이를 들자 유저들이 저마다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물론 명후는 유저들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
“강력하게!”
스아악
지팡이의 끝이 빛났고 명후는 그대로 바닥을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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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목요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