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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마스터-461화 (461/644)

00461  76. 비밀 동맹  =========================================================================

성벽이 산산조각 나고 침묵이 감돌았다. 그러나 명후는 이곳에 침묵을 만들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저벅저벅

명후는 굳게 닫혀있었지만 표식에 박살나 뚫려 버린 성문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로블과 병사들은 명후의 발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슬쩍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명후는 아무런 방해 없이 성문을 지나 황궁으로 들어 올 수 있었다.

[신성 제국 - 황궁에 입장하셨습니다.]

황궁으로 들어오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명후는 메시지를 보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잊혀진 신의 신전 지도 3’을 꺼내 펼쳤다.

‘이쪽으로 쭉 가면 되겠네.’

잊혀진 신의 신전 지도 3을 통해 목적지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을 한 명후는 방향을 잡고 인벤토리에 지도를 넣었다. 지도를 넣고 인벤토리를 닫은 명후는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스아악

명후가 걸음을 옮기길 기다렸다는 듯 주변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

갑작스레 일그러지는 주변 공간에 명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함정인가?’

아무래도 함정에 빠진 것 같았다. 함정이 아니고서야 공간이 일그러질 이유가 없었다.

스아악

얼마 뒤 일그러진 공간이 다시 복구되었다. 물론 주변 광경은 일그러지기 전과 크게 바뀌어 있었다. 명후는 바뀐 주변 광경을 보고 새로운 곳에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다. 예상대로였다.

‘...여기는.’

그러나 명후는 주변을 확인하고 살짝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레퓨렘의 방 아닌가?’

명후가 당황 한 이유, 그것은 바로 예전에도 와 보았던 레퓨렘의 방과 지금 있는 이곳이 너무나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흡사한 정도가 아니라 똑같았다.

스윽

당황스런 표정으로 방 내부를 확인 한 명후는 뒤로 돌아 문을 보았다.

끼이익

그리고 명후가 뒤로 돌자마자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1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순수한 인상의 꼬마.

“레퓨렘.”

레퓨렘이었다.

*  *  *  *

“크윽.”

명후에게 분신이 소멸 된 직후 엘가브는 고통스런 신음을 내뱉었다.

“한 방에 소멸 시킬 줄이야.”

아무리 분신이라고 해도 한 방에 소멸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엘가브는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돌려 옆을 보았다.

그곳에는 높이 5m, 가로 4m 크기의 거울이 있었다. 그러나 불투명한 것으로 보아 보통의 거울은 아닌 것 같았다. 엘가브는 고통을 추스르고 거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스아악

엘가브가 손을 뻗자 거울에 변화가 일어났다. 불투명했던 거울은 서서히 무언가를 비추기 시작했다.

앞에 있는 엘가브를 비추는 것은 아니었다. 거울이 비추는 것은 바로 대신전이었다. 거울 속 대신전을 보며 엘가브는 미소를 지었다.

“...좋아, 이제 곧.”

엘가브는 명후를 위해 대신전에 선물을 준비해두었다. 이제 곧 명후는 정성이 듬뿍 담긴 선물을 받게 될 것이었다. 엘가브는 계속해서 거울 속 대신전을 바라보며 그 순간이 다가오길 기다렸다.

스아악!

그리고 얼마 뒤, 대신전을 비추던 거울이 새하얀 빛으로 가득 찼다. 선물이 개봉 되었다는 신호였다.

엘가브는 빛으로 가득 찬 거울을 보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엘가브의 미소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빛이 사라지고 거울에 다시 대신전이 나타났다. 거울에 나타난 대신전의 모습은 빛이 나타나기 전과 비교해 매우 달라져 있었다.

대신전 심처에 자리 잡고 있던 몇몇 건물과 그 건물 근처에 있던 인간들이 깔끔하게 사라져 있었다.

엘가브는 짓고 있던 미소를 지웠다. 건물이 파괴되고 인간들이 죽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애초에 엘가브의 안중에는 건물과 인간들은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 폭발에도 안 죽어?”

엘가브가 미소를 지운 이유, 그것은 바로 정성을 다해 준비한 선물을 받고도 멀쩡해 보이는 거울 속 명후 때문이었다.

건물과 근처에 있던 인간들이 전부 죽었을 정도로 폭발은 어마어마했다. 엘가브는 명후가 당연히 죽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명후의 몸에는 얕은 상처 하나 보이지 않았다.

“...끄응.”

엘가브는 너무나 평온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명후를 보며 앓는 소리와 함께 미간을 찌푸렸다.

바로 그때였다.

쿵.. 쿵..

멀리서 거대한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음?”

귓가에 들려오는 발소리에 엘가브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녀석이 웬일이지?”

엘가브는 발소리의 주인공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의아해 했다.

쿵... 쿵.. 쿵

발소리는 점차 커져갔다.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엘가브는 거울을 다시 불투명하게 만든 뒤 발소리가 들려오는 입구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쿵.

그리고 이내 발소리의 주인공이 도착했고 엘가브가 입을 열었다.

“웬일이야 히라고스?”

발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전투와 분노의 신 히라고스였다.

“내가 왔다는 것, 용무가 있다는 것.”

걸음을 멈춘 히라고스가 말했다. 히라고스가 이곳에 온 것은 바로 한 가지 용무 때문이었다.

“그래, 당연히 용무가 있으니까 왔겠지. 그 용무가 뭔데?”

엘가브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스윽

히라고스는 엘가브의 물음에 말없이 손바닥을 내밀었다.

“...?”

갑자기 히라고스가 손바닥을 내밀자 엘가브는 의아한 표정으로 시선을 내려 히라고스의 손바닥을 보았다. 그리고 엘가브는 히라고스 손바닥 위에 올려져 있는 작은 스크롤 하나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히라고스의 용무는 이 스크롤의 전달 인 것 같았다.

“이걸 주려고 온 거야?”

“그렇다는 것.”

엘가브는 히라고스의 답을 들으며 스크롤을 집었다.

“그럼 난 이만 가보겠다는 것. 그때 보자는 것.”

히라고스는 엘가브가 스크롤을 집자 손바닥을 다시 회수했다. 그리고 뒤로 돌아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때?’

엘가브는 점점 멀어지는 히라고스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보자니?

‘내가 약속을 잡았나?’

혹시나 히라고스와 만나기로 약속을 잡은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 본 엘가브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약속을 잡은 적이 없었다.

‘그럼..’

엘가브는 고개를 내려 손에 쥐고 있는 스크롤을 보았다. 이해 할 수 없는 히라고스의 말은 이 스크롤과 관련이 있는게 분명했다.

스윽

엘가브는 곧장 스크롤을 펼쳤다. 스크롤 안에 쓰여 있는 것은 누군가의 글이었다. 그리고 글을 읽는 엘가브의 표정은 상당히 진지해져 있었다.

“오랜만이네.”

이내 글을 전부 읽은 엘가브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회합이라.”

스크롤에 쓰여 있던 글은 회합에 대한 것이었다. 보통 회합이 아니다. 엘가브와 같은 신들의 회합이었다. 참으로 오랜만의 회합이었다.

스라락

엘가브는 스크롤을 접었다. 그러자 스크롤이 타오르며 사라졌다. 엘가브는 다시 고개를 돌려 불투명해진 거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빨리 처리해야 될 것 같은데..”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방금 전까지 거울에 보이고 있던 평온한 표정의 명후. 엘가브는 한시라도 빨리 명후를 죽이고 싶었다.

“회합이라니,”

그러나 회합이 문제였다.

“운이 좋아. 아니, 운이 나쁘다고 해야 되나?”

엘가브는 이해 할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거울에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히라고스가 나갔던 길 그대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

“...”

명후는 말없이 자신의 반대편에 앉아 있는 꼬마를 보았다. 물론 꼬마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진짜 꼬마는 아니었다. 그는 바로 도둑과 행운의 신 레퓨렘이었다.

“헤헤.”

한없이 이어질 것 같던 침묵, 침묵을 깬 것은 바로 그 레퓨렘이었다. 레퓨렘은 무표정한 명후와 달리 실실 웃으며 입을 열었다.

“미안.”

레퓨렘이 입을 열어 우선 한 것은 사과였다. 황궁으로 들어 온 명후를 이곳에 강제로 소환 했다.

명후의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수 있었다. 아니, 기분이 나쁠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사과를 해야 했다.

물론 예전이라면 이렇게 사과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예전 강제로 소환 했을 때에도 사과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그때와 달리 사과하는 것은 명후가 그때와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전에 봤을 때보다 엄청 강해졌군.’

레퓨렘은 이미 아탁샤의 소멸과 로케의 저주를 풀었다는 것으로 명후가 그때와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강해졌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렇게 들어서 아는 것과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그래, 왜 날 소환 한거야?”

레퓨렘의 사과를 받으며 명후가 물었다. 명후는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어째서 자신을 소환한 것인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아무 이유 없이 이곳에 소환 했을 리 없다. 이곳에 소환한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게..”

명후의 물음에 레퓨렘은 말끝을 흐리더니 이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입을 다문 채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

고민하는 레퓨렘을 보며 명후는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이유가 뭐길래..’

도대체 어떤 이유이기에 바로 말하지 못하고 고민을 하는 것일까?

“혹시..”

이내 레퓨림이 입을 열었다. 그러나 여전히 표정에 고민이 가득 한 것으로 보아 고민이 끝난 것은 아닌 듯 했다.

“그곳에 간 이유를 좀 알 수 있을까?”

‘...그곳?’

레퓨렘의 물음에 명후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곳이라니?

“황궁을 말하는 거야?”

잠시 생각을 하던 명후는 레퓨렘에게 물었다. 지금 레퓨렘이 그곳이라 할 만한 곳은 황궁 밖에 없었다.

“응.”

레퓨렘이 고개를 끄덕였고 명후는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알 수 있었다. 명후는 어째서 그런 것을 물어보는 것일까 생각하며 레퓨렘이 궁금해 하고 있는 황궁에 간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황제랑 이야기도 하고 겸사겸사 들릴 곳도 있고.”

황제와의 대화, 원래 목적은 그것 하나 뿐이었다. 그러나 교황의 방에서 잊혀진 신의 신전 지도 3을 얻게 되고 확인을 한 순간 목적이 하나 늘었다.

“그런데 그건 왜 묻는거야?”

이유를 설명 한 명후는 이어 레퓨렘에게 물었다. 명후는 레퓨렘의 반응과 이런 질문이 이해가지 않았다.

“그게..”

명후의 물음에 레퓨렘이 입을 열었다.

“황궁과 마찰이 생길까봐.”

레퓨렘이 명후를 이곳에 소환 한 이유 그것은 바로 황궁과의 마찰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걸 네가 왜?”

그러나 명후는 레퓨렘의 답을 듣고 더욱 의아해 했다. 황궁과의 마찰, 그것을 레퓨렘이 왜 막는단 말인가?

“너 수호신도 아니잖아.”

레퓨렘은 신성 제국의 수호신이 아니었다. 신성 제국의 수호신은 주신 에칼림이었다.

“신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신성 제국에는 수많은 신전들이 있다. 그러나 그 중 레퓨렘을 모시는 신전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때 상황을 감안하면..’

명후는 로케에서 보았던 과거의 일들을 떠올렸다. 오히려 신성 제국을 안 좋게 봐야 될 레퓨렘이 어째서 황궁과의 마찰을 막는단 말인가?

“후아.”

바로 그때, 레퓨렘이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방금 전까지 고민이 가득 했던 레퓨렘의 표정에서는 더 이상 고민이 보이지 않았다. 레퓨렘은 결정했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 다 말해주는 게 낫겠지.”

“...?”

명후는 레퓨렘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 작품 후기 ============================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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