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91 81. 3구역 - 파벌 선택 =========================================================================
“...”
당황 한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아르거는 다가오는 명후를 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가까워지면 정신차리겠지?’
지금의 상황이 유지 된다면 매우 쉽게 결투에서 승리 할 수 있다. 그러나 명후는 자신이 다가가면 아르거는 분명 정신을 차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흠칫!
그리고 명후의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명후가 가까워지자 멍하니 명후를 보던 아르거는 몸을 움츠리더니 곧 명후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한 가지만 묻자.”
아르거는 명후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성문.”
“...?”
“너 혼자 한 거 맞냐?”
명후는 아르거의 말에 생각했다.
‘박살낸걸 말하는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다.
“응.”
생각을 마친 명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재미있네.”
그런 명후의 답에 아르거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스악!
그리고 말이 끝난 순간. 천천히 명후에게 다가오던 아르거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
순식간에 사라진 아르거에 명후는 조금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은신이 아니야?’
명후는 은신을 간파 할 수 있다. 그런데 아르거는 보이지 않았다. 즉, 은신은 아니었다. 아르거는 말 그대로 자리에서 사라졌다.
스악!
그렇게 명후가 사라진 아르거를 의아해 하고 있을 때 아르거가 다시 나타났다. 아르거가 다시 나타난 곳은 명후의 뒤였다.
후웅!
명후의 뒤에 나타난 아르거는 명후의 등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주먹에는 엄청난 속도와 힘이 담겨 있었다.
퉁!
이내 아르거의 주먹이 명후의 등에 작렬했다.
“윽!”
그리고 비명이 울려퍼졌다.
“...뒤였구나.”
물론 비명의 주인공은 맞은 명후가 아닌 때린 아르거였다. 명후는 등에서 느껴진 감촉과 비명에 중얼거리며 재빨리 뒤로 돌았다.
스악!
그러나 고통스러워 하던 아르거는 명후가 뒤로 돌자마자 다시 사라졌다. 명후는 아르거가 있던 자리를 보며 생각했다.
‘이거 완전 히라고스랑 똑같은 녀석이네.’
바르타슈의 성이 가라앉아 있을 적 북쪽 저주의 기둥을 지키고 있던 히라고스의 분신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엄청난 스피드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아르거는 히라고스의 분신과 똑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
명후는 당시 히라고스를 어떻게 잡았는지 떠올렸다.
‘스피드를 못 따라가서 결국 광역기로 잡았는데.’
도저히 히라고스의 속도를 따라 잡을 수 없었던 명후는 당시 광역기를 이용해 히라고스를 잡았다.
‘끙..’
명후는 난감해 할 수밖에 없었다.
‘죽일 수는 없잖아.’
물리 마도사의 스킬은 대부분이 광역기다. 광역기를 사용한다면 분명 아르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명후가 해야 되는 건 아르거와의 결투에서 승리하는 것이지 아르거를 죽이는게 아니었다.
‘하..’
명후는 속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스악!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사라졌던 아르거가 다시 명후의 뒤에 나타났다.
후웅!
아르거는 이번에도 명후를 공격했다. 다만 이번 공격은 주먹이 아닌 발차기였다. 발차기는 주먹을 날렸을 때보다 더욱 빠르게 명후의 왼쪽 옆구리를 향해 날아갔다.
퉁!
그리고 이내 아르거의 발이 명후에게 작렬했다.
“악!”
그러나 이번에도 비명을 지른 건 명후가 아닌 아르거였다. 명후는 아르거의 비명을 듣고 재빨리 손을 뻗었다.
스악!
물론 명후는 목적을 이룰 수 없었다. 아르거는 명후의 손이 닿기 전 고통스런 표정으로 다시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냥.’
아르거를 놓친 명후는 생각했다.
‘이대로 지칠 때까지 냅둘까?’
아르거를 잡기 위해서는 광역기를 써야 한다. 그러나 명후는 광역기를 쓸 수 없다. 죽을 수도 있으니까. 즉, 명후의 입장에서 아르거를 잡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물론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아파하는 걸 보면 때리다 그만 둘 것 같은데.’
말도 안되는 방어력 때문인지 아르거는 공격을 할 때마다 비명을 질렀다. 고통을 받고 있는 게 분명했고 이대로 있다보면 공격을 하다 제풀에 지칠 것이었다.
‘그래, 일단 지켜보자.’
생각 끝에 명후는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가만히 서 아르거의 공격이 이어지길 기다리기 시작했다.
* * * *
‘이 새끼 뭐야!’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던 아르거는 당황과 고통이 반반 섞인 표정으로 명후를 보며 생각했다.
‘어떻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인간의 몸이 저렇게 단단하냐고!’
분명 인간이었다. 그런데 인간이라 생각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단단했다.
‘설마 저 갑옷이 단단한 건가?’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아르거는 갑옷을 자세히 살폈다.
‘가죽 갑옷인데..’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갑옷은 가죽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설마 알칸데움이 섞인 가죽인가?’
전설의 금속, 어느 금속보다 단단하며 어떠한 공격에도 저항력이 뛰어난 알칸데움. 혹시 그 전설의 금속이 섞인 것일까?
‘아니지, 알칸데움이 섞였다면 저렇게 볼품없을 리 없지. 거기다 알칸데움을 무슨 수로 가죽에 섞어?’
하지만 이내 떠오른 생각에 아르거는 갑옷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어떻게 하냐..’
그리고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 할 지 곰곰이 생각했다.
‘끙..’
그러나 생각을 한다고 해서 방법이 나는 건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르거는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인간을 보았다.
‘속도는 느린 것 같은데.’
인간은 자신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앞서 두 번 자신을 잡으려 했던 걸 보면 연기는 아니었다. 속도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 그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한 곳만 공격하다보면 이길 수도 있지 않을까?’
압도적인 속도를 바탕으로 한 곳만 공격을 한다면?
‘쳐보자.’
떠오른 생각에 아르거는 한 곳을 집중 공략 하기로 결정했다.
스악!
그리고 아르거는 인간의 등 뒤로 이동해 주먹을 뻗었다.
퉁!
역시 인간은 반응하지 못했고 아르거의 주먹은 그대로 등에 작렬했다.
“윽!”
하지만 공격을 한 순간 아르거는 비명과 함께 인상을 찌푸렸다. 아르거는 인상을 찌푸린 채 다시 재빨리 움직이며 생각했다.
‘안되겠다.’
한 곳을 집중 공략 하려 했던 아르거는 생각을 수정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다 내가 박살나겠어.’
앞서 두 번의 공격에서도 느끼긴했지만 방금 전 공격으로 확실히 깨달았다. 공격을 해도 당하는 건 자신이었다.
‘아니, 어떻게 돼 먹은 몸이길래!’
아르거는 뒤로 돌아 자신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는 인간을 보았다. 도대체 어떻게 돼 먹은 몸이기에 공격을 한 자신이 아픈 것일까?
‘충격 받은 것 같지도 않고.’
짜증나게도 인간은 전혀 충격을 받지 않은 것 같았다.
‘내가 수련을 게을리 한 건 아닌데..’
하루 일과가 수련이었다. 결코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끙..’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는다. 아니, 공격이 먹히지 않는 것에 끝나면 상관없는데 오히려 공격하면 손해를 본다. 이런 개같은 경우에 아르거는 속으로 앓는 소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계속 빙빙 돌 수도 없고.’
아르거는 인간에게서 시선을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르거님이 왜 안 끝내시는거지?”
“그러게.”
“저 인간이 그렇게 강한건가?”
“그러고보니 아까 아르거님이 공격하셨을 때 비명소리 들리지 않았나?”
“어? 잘못 들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그럼 뭐야..”
“설마..”
주변에는 자신의 수하들이 모여 수군대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우습게 보일 것이고 체면이 서지 않는다. 빨리 결단을 내려야했다.
‘그런데 방법이 없잖아!’
그러나 아르거는 결단을 내리고 싶어도 결단을 내릴 수 없었다. 방법이 있어야 결단을 내리지 않겠는가?
‘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아르거는 다시 속으로 앓는 소리를 내뱉었다. 바로 그때였다.
저벅
가만히 자리에 서 있던 인간이 걸음을 옮겼다.
“...?”
아르거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인간을 보고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저벅저벅
인간은 계속해서 걸음을 옮겨 어딘가로 걸어가기 시작했고 아르거는 빠르게 움직이며 인간의 뒤를 따랐다.
“뭐, 뭐야?”
“갑자기 어디로 가는거야?”
“막아야 되는거 아니야?”
“무슨 수로 막게?”
“거기다 지금 아르거님이 계시잖아.”
“하지만..”
“그냥 가만히 있는게 낫지 않을까?”
“맞아, 갔다가 불똥 튄다.”
“싸우고 싶으면 가보던가.”
“난 더 오래 싸우고 싶다. 지금 죽기 싫어.”
인간이 움직이자 주변에 있던 병사들은 다시 수군댔다.
‘다행이야.’
아르거는 수군거릴 뿐 움직이지 않는 병사들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아르거님! 제가 따르겠습니다!”
그러나 곧 이어 들려오는 한 목소리에 아르거는 미간을 찌푸렸다.
‘로가라스 이 미친놈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아르거의 부관 로가라스였다. 로가라스는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며 인간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안 돼.’
로가라스가 따라와서는 안 된다. 빠르게 움직이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던 아르거는 로가라스 바로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낸 아르거에 로가라스는 놀랐고 아르거는 놀란 로가라스에게 말했다.
“따라 오지마.”
“...네.”
아르거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짓고 있던 로가라스는 고개를 끄덕였고 아르거는 다시 빠르게 움직여 자리에서 사라졌다.
‘어딜 가는거지?’
인간은 걸음을 멈췄다가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살피고 다시 걸음을 옮기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딜 가는 것일까?
저벅!
바로 그때, 인간이 걸음을 멈췄다.
‘여긴 공터?’
인간이 걸음을 멈춘 곳은 바로 공터였다.
“...”
아무도 없는 고요한 공터.
‘여긴 왜 온 거야?’
아르거는 인간이 이곳에 왜 온 것인지 의아했다. 이곳엔 아무것도 없다. 인간이 이곳에 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가만히 서 있던 인간이 입을 열었다.
“이걸 써도 되려나 모르겠네..”
“...?”
“그래도 제일 약한 기술이니까. 죽지는 않겠지.”
인간은 중얼거리며 어딘가에서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외로운 자의 영역,”
‘외로운 자의 영역?’
외로운 자의 영역이라니? 이해 할 수 없는 인간의 중얼거림에 아르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아르거는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온몸을 휘감는 끈적끈적한 기운.
“크억!”
이어서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
“크아악!”
엄청난 고통에 아르거는 비명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버, 벗어나야 돼!’
엄청난 고통에 정신이 혼미해져가던 아르거는 이곳에서 벗어나야 된다는 생각 하나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통 때문일까? 속도가 전처럼 나오지 않았다.
“어! 저기 있다!”
그리고 들려오는, 이제는 공포가 가득 느껴지는 인간의 목소리와.
다다닥
발소리에 아르거는 생각했다.
‘망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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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참!
즐거운 밤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