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94 81. 3구역 - 파벌 선택 =========================================================================
[엘락코가 마법을 시전합니다.]
전사들을 집어던지며 제단으로 향하던 명후는 나타난 메시지에 고개를 들어 제단 위 엘락코를 보았다.
‘오우.’
엘락코를 본 명후는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엘락코의 주변에는 지름 1m 크기의 거대한 불덩어리들이 연달아 소환되고 있었다. 명후는 곧 자신에게 날아올 것 같은 불덩어리들을 보며 생각했다.
‘부하들은 신경 안 쓰는건가?’
현재 명후는 타르슈 전사들과 어우러져 있는 상태였다. 이대로 불덩어리가 날아온다면 타르슈 전사들은 무사하지 못할 것이었다.
‘뭐, 나랑은 상관 없지만..’
타르슈 전사들이 죽든 말든 명후는 상관없었다. 애초에 자신의 부하도 아니었고 타르슈 전사들은 적이었다. 오히려 불덩어리가 날아오면 앞을 뚫어주는 셈이라 기대가 됐다.
후웅! 후웅!
명후는 계속해서 전사들을 집어던지며 앞으로 전진했다. 그리고 그렇게 명후가 제단에 상당히 가까워 졌을 때.
-영혼까지 태우리라!
엘락코가 외쳤다. 그리고 엘락코의 외침에 주변에 소환 된 불덩어리들이 빠르게 명후에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
명후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불덩어리들을 확인하고 다시 전사들을 집어 던지며 제단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이내 불덩어리들이 작렬하며 폭발했고 폭발이 일어난 순간부터 명후는 전사들을 집어던지지 않았다.
“크아악!”
“크아아아악!”
전사들은 알아서 폭발에 의해 쓰러져 나갔다. 굳이 손을 쓸 필요가 없었다. 명후는 전사들이 앞을 막았을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제단에 다가갔다.
-...!
그렇게 명후가 폭발로 인해 피어오른 연기 밖으로 나왔을 때. 엘락코는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어떻게!
[엘락코가 마법을 시전합니다.]
당연히 죽었을 것이라 아니, 죽지 않더라도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엘락코는 놀란 표정으로 다급히 다시 마법을 시전했다.
그리고 이어 불덩어리들이 소환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명후는 불덩어리를 안중에도 두고 있지 않았다. 불덩어리가 날아오면 오히려 득이 되는 상황이었다.
명후는 불덩어리가 소환되든 말든 걸음을 옮기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아르거에게 받은 이곳 성지를 점령하게 위해 꼭 필요한 아이템 ‘알락숨의 증표’의 정보를 확인했다.
<알락숨의 증표[레전드]> [교환불가]
알락숨 파벌의 증표. 성지를 점령하는데 꼭 필요하다. (엘락코에게 사망 시 파괴된다.)
‘이걸 올려두면 된다고 했지?’
아르거는 증표를 제단 위에 올려두기만 하면 된다 했다. 그럼 모든 게 알아서 이루어질 것이라 했다. 몇 번이나 강조했으니 확실했다.
쾅! 쾅!
바로 그때 새로 소환 된 불덩어리들이 날아와 폭발을 일으켰고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하고 있던 명후는 소리와 주변을 가득 채운 연기에 미간을 찌푸린 채 인벤토리를 닫았다. 그리고 앞서 했던 대로 연기를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 * * *
‘...어째서.’
성지를 지키는 타르슈의 수장이자 유일한 대마법사 엘락코는 지금의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지 않았다.
‘마법은 분명 성공적이었는데..’
실패하지 않았다. 마법은 분명 성공적으로 시전했다. 아직도 뜨거운 주변 공기와 전방에 피어오른 연기가 그 증거였다. 그러나 명확한 증거가 있음에도 마법이 실패 한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 저리 멀쩡할 수 있는거지?’
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바로 연기를 뚫고 나온 침입자 때문이었다. 어떻게 된 것인지 침입자는 아주 멀쩡했다. 엘락코는 그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벅!
그렇게 엘락코가 당황해 하던 사이 꾸준히 제단으로 다가오던 침입자가 드디어 제단 아래에 도착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계단을 통해 올라오는 침입자를 보며 엘락코는 정신을 차렸다. 이렇게 정신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밀어내기라도 해야 돼!’
엘락코의 목표는 제단을 지키는 것이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침입자를 죽이는 것이지만 어찌 된 것인지 피해를 입지 않으니 방법을 수정해야했다.
스아악! 스아악!
불덩어리를 소환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엘락코는 지팡이를 들었다. 대신 이번에는 불덩어리가 소환되지 않았다. 소환 된 건 차디찬 얼음의 창이었다.
‘일단 발을 묶는다.’
엘락코는 우선 침입자의 움직임을 봉쇄하기 위해 얼음의 창을 날렸다.
스아악!
얼음의 창은 아주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침입자 역시 가만히 당할 생각은 없었는지 얼음의 창을 막기 위해 움직였다.
‘뭘 하는거지?’
그러나 이어진 침입자의 움직임에 엘락코는 고개를 갸웃 거릴 수밖에 없었다.
‘지팡이를 왜 휘둘러?’
마법을 사용 한 것도 아니다. 마나의 유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침입자가 한 행동은 얼음의 창을 향해 지팡이를 휘두른 것이었다.
쩌정!
얼음의 창은 지팡이에 의해 폭발했다. 그리고 침입자의 움직임은 눈에 띌 정도로 확연히 느려졌다. 의아해 하던 엘락코는 느려진 침입자를 보며 만족스런 미소로 두 번째 얼음의 창을 날렸다.
스아악
빠르게 날아가는 얼음의 창. 엘락코는 두 번째 창 역시 침입자에게 작렬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후웅!
침입자는 얼음의 창을 향해 또 다시 지팡이를 휘둘렀다.
‘...?’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 만족스런 미소를 짓고 있던 엘락코는 입가에서 미소를 지울 수밖에 없었다.
파삭!
지팡이가 작렬 한 순간 얼음의 창이 사라졌다. 폭발해 사라진 게 아니었다. 그냥 사라져 버렸다.
‘왜?’
엘락코는 당황스러웠다. 어째서 얼음의 창이 사라진 것일까? 혹시나 침입자가 디스펠을 사용 한 것일까?
‘디스펠은 아니었는데..’
그러나 마나의 유동은 전혀 없었다. 디스펠은 아니었다. 그리고 애초에 디스펠을 사용 할 수 있다면 앞서 얼음의 창도 디스펠을 했을 것이었다.
엘락코는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한 번 침입자에게 얼음의 창을 날렸다. 이번에는 한 개가 아니었다. 두 개였다.
파삭!
이번에도 역시 침입자는 얼음의 창을 향해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리고 두 번째 얼음의 창과 마찬가지로 세 번째 얼음의 창 역시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또 이상했다.
쩡!
네 번째 얼음의 창은 첫 번째 얼음의 창과 마찬가지로 폭발해 침입자의 움직임을 둔화시켰다. 엘락코는 느릿느릿 올라오는 침입자를 보며 생각했다.
‘뭐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다다닥!
바로 그때였다.
‘헛!’
느리게 올라오던 침입자가 갑자기 빠르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엘락코는 화들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고 다시 얼음의 창을 소환 해 침입자에게 날리기 시작했다.
* * * *
‘더 안날리나?’
계단을 따라 올라가던 명후는 엘락코를 보며 생각했다.
‘이 기회에 방어술 숙련도나 올리려 했는데..’
명후는 엘락코의 얼음의 창을 본 순간 생각했다. 패시브 스킬 ‘지팡이 마법 방어술’의 숙련도를 올릴 수 있겠다고.
‘일부러 느리게 걷고 있었는데..’
메시지만 나타날 뿐 애초에 명후는 바르타슈의 증표 때문에 어떠한 경우에도 이동속도가 감소하지 않는다. 얼음의 창을 더욱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걸음을 느리게 걷던 것이었다.
‘이러면 일부러 느리게 걸을 필요가 없겠는데..’
당장 숙련도를 올려야 되는 것도 아니고 엘락코의 상황을 보니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고 생각 한 명후는 다시 빠르게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스악! 스악! 스악! 스악!
갑자기 엘락코가 무수히 많은 얼음의 창을 소환했다. 다만 양이 많아져 그런 것인지 빠르게 소환해 그런 것인지 소환 된 얼음의 창은 앞서 날아왔던 4개의 얼음의 창과 비교해 크기가 절반 정도 작아져 있었다.
‘호오.’
명후는 지팡이를 꽉 쥐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곧 자신에게 날아오는 얼음의 창들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마법을 파괴했습니다.]
[20초간 이동속도가 30% 감소합니다.]
[20초간 이동속도가 30% 감소합니다.]
[마법을 파괴했습니다.]
[20초간 이동속도가 30% 감소합니다.]
.
.
모든 얼음의 창을 ‘지팡이 마법 방어술’로 파괴 할 수는 없었지만 명후는 절반에 가까운 얼음의 창을 파괴 할 수 있었다.
얼음의 창 세례가 끝나고 명후는 흡족한 미소로 스킬 창을 열어 숙련도가 얼마나 상승했는지 확인했다.
<지팡이 마법 방어술[패시브]>
레벨 : 1
숙련도 : 72%
일정 확률로 마법을 파괴한다.
효과 : 지팡이로 마법을 타격 해 30% 확률로 마법을 파괴 할 수 있다.
숙련도는 72%로 올라가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올리면 2레벨이네.’
명후는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조금만 더 올리면 2레벨을 달성 하게 된다.
‘좋아.’
스킬 창을 닫은 명후는 엘락코를 보았다. 그리고 다시 느릿느릿 걸음을 옮겨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뒤, 다시 속도를 올렸다.
스악! 스악! 스악! 스악!
그러자 엘락코는 다시 무수히 많은 얼음의 창을 만들어냈다.
‘역시.’
어떻게 해야 엘락코가 얼음의 창을 만들어 내는지 패턴을 알아낸 명후는 미소를 지으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20초간 이동속도가 30% 감소합니다.]
[마법을 파괴했습니다.]
[20초간 이동속도가 30% 감소합니다.]
[마법을 파괴했습니다.]
[마법을 파괴했습니다.]
.
.
그렇게 얼음의 창 세례가 끝나면 다시 느릿하게 걸었다가 빠르게 걷는 것을 반복하며 ‘지팡이 마법 방어술’의 숙련도를 올리던 명후는 곧 계단의 끝이자 엘락코가 있는 곳에 도착 할 수 있었다.
-...
엘락코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엘락코는 얼이 빠진 표정으로 명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
그리고 명후 역시 엘락코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미소를 지어 보인 뒤 인벤토리에서 ‘알락숨의 증표’를 꺼냈다.
-...아르거는 무엇을 원하는거지?
증표를 꺼내자 엘락코가 물었다.
“힘을 합쳐 뭔가 하고 싶어하던데.”
물론 명후는 알고 있었다. 그것도 자세히 알고 있었다. 퀘스트에 떡하니 나와 있는데 모르려야 모를 리 없었다.
“자세한 건 몰라.”
그러나 답을 해주면 계속해서 질문 할 것 같아 명후는 모른다고 답했다. 그런 명후의 말에 엘락코는 무언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명후는 꺼낸 증표를 제단 위에 내려놓았다.
[1분 뒤, 성지가 점령됩니다.]
[증표가 파괴되거나 제단 밖으로 벗어나면 점령이 중지 됩니다.]
스아악
그러자 메시지와 함께 증표에서 초록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1분 뒤, 명후는 원하는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알락숨의 증표가 소멸되었습니다.]
[성지가 점령되었습니다.]
[성지 점령 파벌은 알락숨입니다.]
[퀘스트 ‘성지, 타르슈’를 완료하였습니다.]
[잊혀진 신의 신전 - 4구역에 입장 할 수 있습니다.]
[4구역의 입구가 열립니다.]
============================ 작품 후기 ============================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