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97 82. 4구역, 돌아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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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안색이 안 좋아 너.”
지연의 물음에 명후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냥 이제 곧 헤어질 시간이라 그런가 아쉬워서.”
이제 곧 헤어질 시간이라 아쉬운 건 맞았다. 그러나 명후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은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니.’
다시 한 번 정밀 검사를 했다. 그러나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이상은커녕 오히려 너무 건강하다고 의사가 칭찬 할 정도였다. 이상함을 느껴 추가로 여러 곳에서 정밀 검사를 받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로 문제가 없었다.
‘끄응..’
그러나 의사의 칭찬을 들어도 여러 곳에서 문제가 없다고 해도 명후의 기분은 좋아지려야 좋아 질 수 없었다.
두통에 이어 상쾌함 그리고 피곤. 이 현상을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겪고 있는데 몸이 건강하다는 결과에 어찌 좋아 할 수 있겠는가?
스윽
바로 그때였다. 지연이 손을 뻗어 명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으이구,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힘내.”
지연은 명후의 안색이 아쉬움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지연의 말에 명후는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그래, 뭐 몸에 문제 있는 게 아니니까.’
몸에 문제는 없다. 여러 곳에서 검사를 받은 것이니 확실했다.
‘피곤해서 그런걸거야. 피곤해서.’
명후는 예전처럼 피곤함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 생각하기로 결정했다.
“기분 좋아졌다! 그치!”
머리를 쓰다듬으며 따스한 눈빛으로 명후를 바라보던 지연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런 지연의 말에 명후는 마주 활짝 미소를 지었다.
* * * *
지연과의 데이트 후 집으로 돌아 온 명후는 캡슐 앞에 멈추어 섰다. 캡슐 앞에 멈춰 선 명후는 시계와 캡슐을 번갈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할까. 잘까.”
시간이 참으로 애매했다.
“아니야, 일단 몸부터 챙기자.”
잠시 고민하던 명후는 결국 캡슐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당장 잠을 자기에도 시간이 애매했기에 명후는 침대가 아닌 컴퓨터 앞으로 향했다. 검색 해 볼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컴퓨터 앞에 앉은 명후는 컴퓨터를 부팅 시킨 뒤 ‘전설’의 공식 홈페이지로 들어갔다. 그리고 검색 창에 ‘죄의 조각’을 입력한 뒤 확인을 눌렀다.
“...흐음.”
검색 결과를 확인 한 명후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제목 : 죄의 조각이 뭔가요?
.
.
제목 : 죄의 조각에 대해 아는 분!
글은 많았다. 그러나 몇몇이 올린 글이었고 전부 질문 글이었다. 그렇게 죄의 조각에 대해 검색을 한 명후는 추가로 몇가지 더 검색을 한 뒤 만족스런 표정으로 컴퓨터를 껐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 한 명후는 침대로 다가가 잠을 청했다.
* * * *
‘이상하네..’
최윤석은 모니터를 확인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접속을 안하지.’
분명 접속해 있어야 할 유저가 접속해있지 않았다.
‘무슨 일 생겼나?’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다행이긴 한데..’
게임 내 메인 에피소드를 생각하면 유저가 접속해 있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유저가 접속해 있지 않을수록 에피소드가 끝나는 시점이 길어질 테니까.
‘걱정이 들 줄이야.’
그러나 한 편으로는 걱정이 들었다.
-띵!
바로 그때였다.
‘...어!’
스피커에서 울린 경쾌한 소리에 최윤석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접속을 해야 이 유저답지.’
경쾌한 소리의 정체는 바로 기다리고 있던 유저의 접속 알림이었다.
* * * *
<특수 퀘스트 - 바르타슈의 기운이 느껴진 곳>
대사제 아르벨은 기도를 통해 바르타슈의 기운을 느꼈다. 문제는 기운이 느껴진 곳이 이 세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르벨은 바르타슈의 기운이 느껴진 세계로 가기 위한 특별한 스크롤을 만들 생각이다. 아르벨이 필요로 하는 재료를 구하라!
[죄의 조각 : 0 / 10]
[알키에 나무조각 : 0 / 50]
[타나의 지팡이 : 0 / 1]
[폴레드의 수정구 : 0 / 1]
[아라그의 날개 : 0 / 1]
[홀렘의 발톱 : 0 / 1]
퀘스트 난이도 : S
퀘스트 보상 : 잊혀진 신의 신전 지도
반복 퀘스트로 여러 번 완료 할 수 있습니다.
접속을 한 명후는 밖으로 걸음을 옮기며 퀘스트 창을 열어 다시 한 번 퀘스트를 확인했다.
‘알키에 나무 조각은 성 밖 나무꾼들에게 구매 할 수 있고. 그 외 아이템들은 보스 몬스터들이 주는 아이템이고..’
명후는 퀘스트 완료에 필요한 재료들을 어디서 구해야 되는지 알고 있었다. 이게 다 소마 덕분이었다.
알키에 나무 조각은 성 밖에 있는 나무꾼들에게 골드로 구매 할 수 있었고 타나의 지팡이는 북쪽에 있는 타락한 요정들의 보스 몬스터 ‘타나’에게, 폴레드의 수정구는 동쪽에 있는 미쳐버린 마법사 ‘폴레드’에게, 아라그의 날개는 서쪽, 홀렘의 발톱은 남쪽에서 구할 수 있었다.
‘문제는 죄의 조각인데.’
문제는 소마도 알 지 못한 죄의 조각이었다.
‘다른 재료들을 보면 로케에서 구할 수 있는 것 같은데.’
알키에 나무 조각, 타나의 지팡이, 폴레드의 수정구, 아라그의 날개, 홀렘의 발톱. 죄의 조각을 제외한 나머지 재료들은 전부 로케에서 구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죄의 조각 역시 로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 일 것이었다.
‘10개나 필요 한 걸 보면 보스 몬스터 드랍 아이템은 아닌 것 같고.’
확실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필요 개수가 10개였다. 보스 몬스터가 드랍하기에는 필요 개수가 너무나 많았다.
‘죄의 조각.. 죄.. 죄..?’
죄의 조각이라는 아이템 명을 속으로 곱씹던 명후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걸음을 멈췄다.
‘...변절자?’
죄라는 단어에 변절자들이 떠올랐다.
‘그래, 변절자들!’
로케의 지하에는 ‘변절자들의 은신처’라는 던전이 있었다. 잡아봐야 알겠지만 아무래도 죄의 조각은 변절자들에게서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재료들이 근처에서 구할 수 있는거니까.’
퀘스트 완료에 필요 한 다른 재료들은 전부 로케의 근처에서 구할 수 있었다. 그것도 동,서,남,북 4방위였고 나무의 경우 사방이었다. 남은 것은 로케의 중앙. 생각하면 할수록 확신이 들었다.
저벅저벅
명후는 빠르게 걸음을 옮겨 대신전에서 나와 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그리고 곧 워프 게이트에 도착 한 명후는 워프 게이트를 관리하고 있는 마법사에게 다가갔다.
“중간지점으로 워프 가능합니까?”
“중간 지점이요?”
마법사는 명후의 말에 반문했다.
“로케의 지하 호수로 가는 중간 지점이요.”
명후는 마법사의 반문에 재차 말했다.
“아, 네. 중간 지점에 있는 워프 스톤으로 워프 해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마나가 많이 들어 이용비가...”
말끝을 흐리는 마법사를 보며 명후는 인벤토리를 열었다.
“30골드입니다.”
그리고 이어진 마법사의 말에 명후는 30골드를 꺼내 건넸다. 비싼 워프 비용에 말끝을 흐렸던 마법사는 명후에게 30골드를 받고 바로 워프를 시작했다.
스아악
곧 명후는 붕뜨는 느낌과 함께 중간지점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중간 지점에 도착 한 명후는 즉시 걸음을 옮겨 워프 스톤 뒤쪽에 있는 입구로 들어갔다.
[변절자들의 은신처에 입장하셨습니다.]
입구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오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미 예전에 와 변절자들의 은신처라는 것을 알고 있던 명후는 랜턴을 꺼낸 뒤 카로트를 소환했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카로트를 소환 한 명후는 카로트의 인사를 받으며 소환 목적을 이야기했다.
“이곳에 어떤 녀석들이 있어. 그 녀석들을 찾아.”
변절자들의 은신처는 빛 한 점 들어오지 않아 한없이 어두웠다. 명후도 랜턴으로 주변만 확인 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변절자들을 찾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카로트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빛이 없다 해도 카로트는 탐색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주인님, 근데 찾아 죽입니까?
명후의 말에 카로트는 답한 뒤 이어 물었다.
“응. 위치는 꼭 나한테 알려주고.”
-예, 주인님.
스윽
카로트는 명후의 말에 답하며 지팡이를 들었다.
쾅!
그리고 어디선가 폭발소리가 들렸다.
-이쪽입니다.
명후는 카로트를 보았고 카로트는 명후의 시선에 앞장 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여깁니다. 이곳에 셋이 있었고 셋 전부 죽였습니다.
얼마 뒤 카로트가 걸음을 멈췄다. 걸음을 멈춘 곳에는 시체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동 시간에 시체가 사라진 것 같았다. 남아 있는 것은 변절자들이 드랍 한 것으로 보이는 헤진 망토와 낡은 반지등의 아이템들 뿐이었다.
“수집.”
명후는 드랍 된 아이템들을 습득하기 위해 수집을 시전했다.
[변절자의 누더기 망토를 습득하셨습니다.]
[마력이 담긴 낡은 청동 반지를 습득하셨습니다.]
.
.
수집을 시전하자 드랍 된 아이템들이 습득되기 시작했다. 명후는 습득 메시지를 주시했고 곧 나타난 메시지에 미소를 지었다.
[죄의 조각을 습득하셨습니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죄의 조각은 변절자들이 드랍하는 아이템이었다.
‘셋을 죽였는데 하나만 드랍이라..’
다만 드랍률이 그리 높지는 않았다. 카로트는 분명 셋을 죽였다 했는데 나온 것은 하나 뿐이었다.
‘그래도 오래 걸리지는 않겠어.’
다행인 것은 필요 개수가 10개라는 것이었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됐다.
스윽
바로 그때였다. 카로트가 지팡이를 들었고
쾅!
또다시 어디선가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
-출발할까요?
“그래.”
명후는 카로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고 앞장 서 걸음을 옮기는 카로트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기며 친구 창을 열었다.
‘접속해 계시네.’
친구 창을 연 명후는 소마가 접속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소마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소마에게 : 소마님.
죄의 조각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소마 : 네!
귓속말을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소마에게 답장이 왔다.
-소마에게 : 죄의 조각 어디서 구하는지 찾았습니다.
-소마 : 헉, 진짜요?
-소마에게 : 예, 로케의 지하에 변절자들의 은신처라는 지하 던전이 있는데 그곳에 있는 변절자들이 드랍하네요. 보스 몬스터는 아니고 수가 꽤 되니 금방 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소마 : 헐, 지하던전이 있었군요! 감사합니다!
-소마에게 : 아닙니다. 오히려 알려주신 게 더 많은 걸요.
-소마 : 어흐, 명후님이라면 금방 아셨을 텐데요! 아, 마침 저희 타나의 지팡이가 하나 더 있는데 필요하시다면 드리겠습니다!
타나는 보스 몬스터였다. 거기다 리젠 자리가 정해진 것도 아니라 잡는데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소마의 말에 명후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소마에게 : 감사합니다.
-소마 : 아닙니다! 지금 사냥중이신 것 같으니 성문 오실 때 말씀해주시면 성문으로 가겠습니다.
-소마에게 : 예, 이따 귓 드리겠습니다.
-소마 : 예! 이따 뵙겠습니다.
그렇게 소마와의 귓속말을 마친 명후는 카로트가 걸음을 멈추자 입을 열었다.
“수집.”
[죄의 조각을 습득하셨습니다.]
[마력이 담긴 낡은 은 목걸이를 습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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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힘마스터는 게임으로 끝납니다.
이전화 마지막 부분에 나온 중년사내는
다른 작품에서 나올 중요한 조연입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저는 이제 점심 먹으러 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