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03 83. 충돌 =========================================================================
* * * *
-명후에게 :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연합을 맺기는 했지만 언제든지 명후님을 도와드릴 생각이 있습니다. 귀찮은 일이 생기시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명후와의 귓속말을 끝낸 소마는 자리에 앉았다.
“후아.”
그리고 한숨을 내뱉은 뒤 생각했다.
‘하긴, 독고 길드가 시비를 걸어봤자 명후님이라면..’
애초에 상대가 안 되는 게임이었다. 태평양 길드도 명후와의 전면전을 피했다. 그런데 태평양 길드보다 규모도 작고 약한 독고 길드가 명후를 도모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가울 : 연락해보셨습니까?
가울에게 귓속말이 왔다.
‘사실대로 말하라 하셨지.’
소마는 명후의 말을 떠올리며 가울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 * * *
-소마 : 네, 명후님이 하신 일이 맞다고 합니다.
“...”
소마의 귓속말에 가울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당당하게 인정 할 줄이야.’
일단 아니라고 부인을 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당당히 인정 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가울은 어떻게 해야 될 지 곰곰이 생각했다.
‘통제를 하려 했으니 명분은 저기에 있지만.’
애초에 통제를 하려다 일어난 일이었다. 잘못은 독고 길드에 있었고 명분은 명후에게 있었다. 그러나 잘못을 했다고 해도, 명분이 없다고 해도 이대로 명후를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소마에게 : 혹시나 저희가 명후님과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잠시 생각하던 가울은 소마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가울은 명후보다 소마의 태평양 길드가 더욱 마음에 걸렸다.
-소마 : 아무런 상관 하지 않을 겁니다. 저희에게 해만 되지 않는다면요.
얼마 뒤 날아온 소마의 답에 가울은 미소를 지었다.
* * * *
-쿠엑!
-쿠에엑!
[레벨 업!]
2M 크기의 거대한 멧돼지를 처치하자 레벨 업 메시지가 나타났다. 메시지를 본 명후는 캐릭터 창을 열어 레벨을 확인했다.
‘1만 더 올리면 700이네.’
현재 명후의 레벨은 699. 앞으로 1레벨만 올리면 목표했던 700에 도달하게 된다. 명후는 미소를 지은 채 캐릭터 창을 닫고 수집을 시전 해 멧돼지들이 드랍 한 아이템을 습득했다.
[흉포한 거대 멧돼지 고기를 습득하셨습니다.]
[흉포한 거대 멧돼지 가죽을 습득하셨습니다.]
저벅저벅
그리고 다시 명후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언제쯤 나오려나.’
걸음을 옮기며 명후는 생각했다.
‘폴레드처럼 리젠 되면 좋을텐데.’
폴레드가 바로 앞에 리젠 된 것은 순전히 운이었다. 명후는 그런 행운이 한 번 더 찾아왔으면 싶었다.
물론 그랬으면 좋겠다는 것이지 명후는 행운이 다시 한 번 찾아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무슨 개소리야? 우리가 먼저 찾았는데!
-개소리? 개소리라고 했어?
-이새끼들이 이제 말을 돌리네?
-새끼? 와, 시비거는거냐 지금?
-개새끼들이 애초에 이럴 생각이었구나? 개놈들아! 덤벼! 이럴거면!
멀리서 들려오는 대화에 명후는 걸음을 멈췄다.
“...?”
그리고 의아한 표정으로 대화가 들려오는 곳을 보았다. 그러나 수풀에 가려 대화를 나누는 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명후는 결국 다시 걸음을 옮겨 수풀로 다가가 조심스레 수풀을 헤쳐 대화를 나누는 이들을 보았다.
“하, 별 듣보 길드한테 이런 소리를 듣네.”
“닥쳐, 쓰레기 새끼들아.”
대화를 나누는 이들은 예상대로 두 부류로 나뉘어 있었다.
‘한쪽은 독고 길드고..’
두 부류 중 한 곳은 독고 길드였다.
‘처음 보는 길드네.’
다른 한 곳은 처음 보는 길드 마크를 가지고 있었다.
‘근데 뭘 가지고 저러는거야?’
명후는 두 길드가 무엇을 두고 저러는 것인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
그리고 명후는 볼 수 있었다. 저 멀리 웅크린 채 곤히 잠을 자고 있는 거대한 체구의 짐승을.
‘저건 설마..’
처음 보는 몬스터였지만 명후의 머릿속에는 어느 한 몬스터가 떠올랐다.
‘홀렘?’
바로 홀렘이었다.
“찾았으면서 왜 안 잡고 있는건데? 못 잡으니까 그런거 아니야?”
“하, 뒤에 뻔히 뒤치기 할 게 보이는데 그걸 잡으라고? 그럼 너희가 먼저 쳐보던가?”
“하핫, 우리는 길드원들을 기다려야 돼서 말이야!”
이어서 들려오는 대화에 명후는 확신 할 수 있었다.
‘홀렘이구나.’
잠을 자고 있는 짐승은 보스 몬스터 홀렘이 분명했다. 일반 몬스터였다면 저런 대화를 나누며 다투고 있을 리 없었다.
“그리고 뒤치기만 아니면 너희가 잡을 수 있는 것처럼 말한다? 홀렘 사냥 한 번도 안해본거 아니야? 어떻게 이런 수준으로 잡을 생각을.. 에효.”
독고 길드의 길드 마크를 달고 있던 유저가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명백한 도발이었다.
“뭐? 너희만 아니었으면 진즉 잡았어!”
“그래? 그러면 우리는 아무런 짓도 안할테니 잡아보던가?”
“그걸 어떻게 믿고!”
“그럼 이대로 있던가!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먼저 찾는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먼저 공격하는 게 임자지. 안그래?”
‘먼저 공격하는게 임자?’
계속해서 대화를 듣고 있던 명후는 독고 길드 유저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수풀을 헤치며 걸어 나왔다.
“...?”
“...?”
갑작스런 명후의 등장에 서로 노려보고 있던 두 부류는 명후를 보고 의아했다. 명후를 바라보는 두 부류의 눈빛은 ‘저건 또 뭐야?’, ‘뭐야 저건?’, ‘길드가 없는 걸 봐서 저쪽 팀은 아닌 것 같은데.’ 등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방금 전 하신 말씀 진짜입니까?”
그런 눈빛을 받으며 명후는 방금 전 말을 내뱉은 독고 길드 유저에게 물었다.
“...?”
명후의 질문을 받은 독고 길드의 유저는 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곧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먼저 공격하는게 임자라는 말요?”
말을 하면서도 독고 길드 유저는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독고 길드 유저의 말에 명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말요.”
“...”
명후의 말에 독고 길드 유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미간을 찌푸린 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명후를 보고 자신의 길드원들과 눈빛으로 대화를 나눌 뿐이었다. 그런 독고 길드 반응에 대립하고 있던 다른 길드의 유저가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갑자기 왜 그런 반응을 보여? 먼저 공격하는게 임자라며? 왜? 먼저 공격하려는 사람 나오니까 또 말바꾸려고?”
말을 끝낸 유저는 비웃음을 지었다. 그런 비웃음을 참을 수 없던 것일까? 독고 길드 유저는 비웃음을 짓고 있는 유저를 쏘아 본 뒤 명후에게 말했다.
“예, 먼저 공격하는 게 임자죠. 근데 설마 혼자서 공격하시게요?”
독고 길드 유저는 ‘별 이상한 녀석이 껴들었네. 귀찮게.’라는 눈빛을 짓고 있었다. 기분 나쁜 눈빛이었지만 독고 길드 유저의 말을 들은 명후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님들도 같은 생각이신가요?”
명후는 미소를 지은 채 대립하고 있던 다른 길드 유저들에게 물었다.
“...?”
자신들에게도 질문 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파란만장 길드 유저들은 명후의 말에 서로를 쳐다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곧 파란만장 길드 유저들 중 대표를 맡고 있던 유저가 고개를 끄덕이며 명후의 말에 답했다.
“예. 저희도 먼저 공격하는 게 임자라고 생각합니다. 독고 길드의 의견을 존중하죠.”
파란만장 길드 유저는 말을 마친 뒤 다시 한 번 독고 길드를 보며 비웃음을 날렸다. 어차피 이대로 시간을 끌어봤자 파란만장 길드에는 좋을 게 없었다.
오히려 이대로 시간이 간다면 상황은 대립하고 있는 독고 길드에게 좋은 쪽으로 흘러 갈 것이었다. 파란만장 길드는 이렇게라도 독고 길드에 한 방 먹여주고 싶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두 길드의 의견을 확실히 받은 명후는 두 길드 길드원들에게 인사를 한 뒤 걸음을 옮겨 두 길드 사이를 지나 홀렘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
“...”
독고 길드의 길드원들과 파란만장 길드의 길드원들은 자신들을 지나쳐 홀렘에게 다가가는 명후를 말없이 응시했다. 그리고는 곧 두 길드는 약속이라도 한 듯 뒤쪽으로 물러났다.
홀렘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애초에 두 길드는 명후가 홀렘을 깨울 뿐 잡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않고 있었다.
저벅저벅
그런 두 길드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명후는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고 곧 홀렘의 인식 범위에 도착했다.
-크르륵..
웅크린 채 잠을 자고 있던 홀렘은 명후가 자신의 범위에 들어오자 잠에서 깨 으르렁 거리며 일어났다. 그리고 몸을 털고는 명후를 바라보았다.
-크르륵!
홀렘은 명후가 계속해서 다가오자 위협적인 으르렁과 함께 꼬리를 세웠다. 명후는 꼬리를 세운 채 자신을 경계하는 홀렘을 보며 생각했다.
‘얘도 한 방에 죽으려나?’
폴레드의 경우 강력하게! 한 방에 사망했다. 그러나 폴레드는 상대적으로 생명력이 낮은 마법사였고 홀렘은 생명력이 높은 짐승이었다. 홀렘의 경우 강력하게! 한 방에 죽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뭐 또 때리면 되겠지.’
물론 한 방에 죽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사용 후 움직이지 못하는 페널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강력하게!로 꼭 홀렘을 죽여야 되는 건 아니었다. 만약 강력하게!에 죽지 않는다면 또 때리면 된다.
-크르륵!!!
이내 거리가 더욱 가까워지고 꼬리를 세운 채 명후를 경계하던 홀렘이 명후를 향해 달려들었다. 명후와 홀렘의 거리는 엄청난 속도로 줄어들었고 명후는 지팡이를 들며 강력하게!를 시전했다.
스아악
지팡이에 빛이 서렸고 홀렘이 범위 안에 들어오자 명후는 기다렸다는 듯 땅을 내리쳤다.
쾅! 쩌저적!
땅을 내리치자 강력하게!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그리고 범위 안에 있던 홀렘은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크르르륵!!!!
움직임을 멈춘 홀렘은 고통스런 비명을 내뱉었다.
‘역시 짐승형이라 그런가.’
생명력이 높은 짐승형이라 그런 것일까? 비명을 내뱉으며 고통스러워 할 뿐 홀렘은 죽지 않았다.
저벅저벅
명후는 자신이 만들어낸 크레이터 위를 걸으며 죽지는 않았지만 엄청난 데미지를 입어 탈진 상태에 빠진 홀렘에게 다가갔다.
-크르륵...
홀렘은 명후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음에도 탈진 상태에 빠져 움직일 수 없었다. 그저 구슬픈 비명을 내뱉을 뿐이었다.
후웅!
곧 홀렘의 앞에 도착 한 명후는 홀렘을 향해 지팡이를 휘둘렀다.
쾅!
-크르륵!
쾅!
-크르륵...
[영물 홀렘을 처치하셨습니다.]
[명성 11만이 상승합니다.]
[현재 누적 명성 등급 : E]
아무리 생명력이 높은 짐승형 몬스터라고 해도 상대가 좋지 못했다. 두 번의 지팡이질에 홀렘은 드랍 아이템을 남기며 죽음을 맞이했다.
“수집.”
명후는 당연하게도 수집을 시전했고.
.
.
[홀렘의 발톱을 습득하셨습니다.]
아이템을 습득 할 수 있었다. 흡족한 표정으로 메시지를 보던 명후는 뒤로 돌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두 길드 유저들을 보았다. 그리고는 미소를 보이며 다시 뒤로 돌아 유저들의 반대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
“...”
“...”
독고 길드와 파란만장 길드의 유저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멍하니 저 멀리서 자신들을 향해 미소를 보인 뒤 사라지는 어느 한 유저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게 무슨..”
침묵을 깬 것은 파란만장 길드의 대표 유저 카란이었다.
“저걸 어떻게..”
독고 길드를 엿 먹이고 싶은 마음에 동의를 했을 뿐이다. 진짜로 홀렘을 혼자 잡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
“...”
카란의 중얼거림을 끝으로 다시 침묵이 맴돌았다. 그러나 침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이번에도 침묵을 깬 것은 카란이었다.
“...가자.”
홀렘이 죽었다.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어졌다. 카란은 자신의 길드원들에게 말한 뒤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독고 길드원들을 보았다.
‘쌤통이다.’
비록 홀렘을 놓치게 되었지만 카란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상황 상 홀렘은 독고 길드에서 가져갔을 것이다.
오히려 이렇게 된 것이 더욱 기분이 좋았다. 카란은 미소를 지은 채 독고 길드원들에게서 시선을 돌려 자신의 길드원들과 함께 자리를 벗어났다.
‘근데.. 도대체 누구지?’
자리를 벗어나며 카란은 생각했다.
‘홀렘을 그렇게 쥐잡듯 잡다니..’
보스 몬스터인 홀렘을 일반 몬스터 잡듯 순식간에 잡아버린 그 사내의 정체가 카란은 너무나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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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요! 일!
즐거운 행복한 건강한 수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