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30 88. 길드 파괴자 =========================================================================
“독고 길드 아시죠?”
“독고 길드요?”
마가렛의 말에 명후는 반문했다.
“네, 독고 길드요.”
“예,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알고 있었다. 명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고개를 끄덕이던 중 문득 든 생각에 명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독고 길드에서 한 일입니까?”
괜히 독고 길드 이야기를 꺼낸 게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명후의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네.”
이번에는 마가렛이 고개를 끄덕였다.
“독고 길드에서 정보를 풀었습니다. 홈페이지 게시판에 주기적으로 글도 올리고 공적 사냥계에서 꽤나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유저들에게도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
명후는 마가렛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입을 다문 채 생각에 잠겼다.
‘왜 그런 거지?’
독고 길드에서 왜 그런 짓을 한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알려 주실 수 있나요?”
생각에 잠겨있던 명후를 보며 마가렛이 물었다.
“...음.”
마가렛의 물음에 명후는 침음을 내뱉었다.
“생각을 좀 해봐야 겠네요.”
생각을 좀 해봐야 될 것 같았다.
“일단 확실 한 건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는 것 정도입니다.”
물론 생각 할 것은 어떻게 처리를 할까? 이지 참느냐 참지 않느냐가 아니었다.
“독고 길드와 유저 전부가 대상인가요?”
마가렛이 재차 물었다.
“아니요.”
명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덤비는 유저야 죽이긴 하겠지만 굳이 찾아가 죽일 생각은 없습니다.”
명후는 혼자다. 지연이 도와준다고 해도 둘이다. 그런데 유저의 수는 많다. 그리고 유저들은 그저 퀘스트 때문에 자신을 잡으려 하는 것이다. 악의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즉, 덤비는 유저는 죽이겠지만 굳이 찾아다니며 죽일 생각은 없었다.
“그 말은...”
“네, 시비를 걸었으니 받아줘야죠.”
그러나 독고 길드는 아니었다. 분명 악의를 가지고 이번 일을 벌렸다. 명후는 독고 길드의 시비를 받아 줄 생각이었다.
“그러면 방법만 아직 정하시지 않은 거군요.”
“네.”
마가렛이 정리를 했고 명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명후가 고개를 끄덕이자 마가렛이 말했다.
“방법을 결정하신다면 어떻게 처리 할 지 방법을 알려 주실 수 있나요?”
“...?”
“저희가 독고 길드와 엮여 있는 부분이 있어 정리를 해야 되거든요.”
“아, 알겠습니다. 소마님을 통해 연락드리겠습니다.”
의아해하던 명후는 어째서 마가렛이 방법을 알려 달라 한 것인지 알게 되고 이해 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제 이야기는 끝난 것 같은데...”
그리고 이어 말끝을 흐리며 명후는 마가렛을 보았다. 대화는 끝났고 더 이상 나눌 이야기도 없어 보였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잠시 분위기를 살피던 명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명후가 일어나자 지연과 마가렛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락 기다리고 있을게요. 안녕히 가세요.”
마가렛이 말했다. 명후와 지연은 살짝 고개 숙여 인사한 뒤 방에서 나왔다.
“밖으로 안내 해드리겠습니다.”
방에서 나오자 대기하고 있던 브론즈가 올때와 마찬가지로 밖을 향해 앞장 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명후와 지연은 브론즈의 뒤를 따라 지부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안녕히 가시길.”
밖으로 나오자 브론즈는 명후와 지연에게 인사 후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브론즈가 들어가고 명후와 지연은 일단 걸음을 옮기며 나누기 시작했다.
“어떻게 할거야?”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지연이었다. 이미 독고 길드와 전쟁을 하기로 결정한 명후가 어떻게 행동 할 지 지연은 상당히 궁금했다.
“모르겠어. 그냥 다짜고짜 죽이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고.”
무작정 죽이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이건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동정심 등 오히려 독고 길드에게 유리한 상황이 펼쳐 질 수 있다.
“국가도 다르고.”
예전 명후는 길드 하나를 초토화 시킨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때 명후는 귀족이었고 초토화 시킨 길드와 국적도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왕이 되긴 했지만 국적이 달라 권력을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러면 이런 방법은 어때?”
명후의 말에 지연이 입을 열었다.
“신성 국가랑 신성제국은 적대관계잖아.”
“그렇지.”
“그런데 독고 길드는 너에 대한 정보를 신성제국 유저들에게 팔았고.”
“아...!”
지연의 말뜻을 이해 한 명후는 탄성을 내뱉었다. 명후의 탄성에 지연은 미소를 지으며 이어 말했다.
“신성 국가에서 너의 위치를 생각하면 독고 길드는 아주 큰 잘못을 한 거고 이걸 대사제에게 알리면..”
지연의 말대로 명후의 위치는 신성 국가에서 높은 편이다. 그것도 보통 높은게 아니라 매우 높았다.
봉인을 풀어 국가를 부활시킨 것은 물론 이들의 주신 바르타슈의 봉인까지 풀었다. 높지 않을 리 없었다.
그런데 독고 길드는 그런 명후의 정보를 적대국가인 신성 제국에 넘겼다. 이것을 최고 권력자라 할 수 있는 대사제 아르벨에게 알리면 어떻게 될까?
“최고의 방법이 될 수도 있겠는데?”
결과를 봐야겠지만 최고의 방법이 될 것 같았다.
“우선 대신전에 들릴까?”
어차피 아이템을 다 모으면 대신전에 가야 된다. 그러나 이런 일은 빠르게 처리 하는 게 좋다. 그리고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다. 말이 나온 김에 대신전에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난 그게 좋을 것 같아. 이런 일은 빨리빨리 하는게 좋으니까.”
지연 역시 명후와 같은 생각이었다. 그렇게 목적지 없이 그저 걸음을 옮기던 명후와 지연은 방향을 틀어 대신전으로 향했다.
* * * *
“로블, 후라트까지 왔다고?”
독고 길드의 마스터 가울이 물었다.
“네, 현재 성 밖에서 성문을 주시중입니다.”
“좋아.”
마파람의 답에 가울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런 가울의 흡족한 미소를 보며 마파람이 이어 말했다.
“괜찮을까요?”
“...”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던 가울은 마파람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뭐가?”
“그...”
무언가를 말하려 했던 마파람은 가울의 분위기에 말끝을 흐리더니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길드 마스터인 가울의 심기를 건들 필요 없었다.
“그럼 추후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마파람은 가울에게 인사를 한 뒤 방에서 나왔다.
‘불안해..’
방에서 나온 마파람은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죽여도 다시 살아나는 게 유저인데..’
한번 죽인다고 영원히 죽는 게 아니다. 유저는 NPC와 달리 계속해서 살아난다.
‘거기다 보통 강한 유저도 아니고..’
약한 것도 아니다. 길드의 힘이 아닌 다른 이들의 힘을 빌려야 될 정도로 강했다. 아니, 다른 이들의 힘을 빌린다고 해서 잡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우리 인 걸 뻔히 알텐데..’
또한 정보를 몰래몰래 흘린 것도 아니고 아주 대놓고 넘겼다. 누구나 조금만 조사하면 정보를 흘린 것이 독고 길드 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신성 국가와 적대 관계인 신성 제국에 정보를 팔았다? 이것이 알려지면 크나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처음부터 강력하게 반대를 했어야 했어...’
반대 했어야 했다. 가울과의 사이가 조금 틀어지더라도 아니, 많이 틀어지더라도 강력히 반대를 했어야 했다.
‘끙..’
그러나 후회한다고 해서 상황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게 되는 건 아니었다. 마파람은 앞으로의 상황을 생각했다.
‘만약 명후님이 너죽고 나죽자 식으로 물고 늘어지면...’
일개 유저였다면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명후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명후가 너죽고 나죽자 식으로 계속해서 길드를 물고 늘어진다면?
‘...’
끔찍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마파람은 미간을 찌푸린 채 이어 생각했다. 도대체 길드 마스터인 가울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냥 일을 벌인 건 아닐텐데..’
가울은 길드의 마스터다. 마스터인 가울이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일을 벌인 건 아닐 것이다. 분명 무슨 계획이 있을 것이다. 아니, 있어야 된다.
‘...아니겠지?’
그러나 불안했다. 혹시나, 만에 하나 그냥 일을 벌인 것이면 어쩌나 싶었다.
‘만약 그런 거면...’
어떻게 해야 될까? 마파람은 착잡한 표정으로 여러 생각을 하며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 * * *
공적 사냥꾼 로블은 성문을 주시하며 생각했다.
‘언제 여기까지 온거지?’
로블은 자신의 목표인 명후가 황궁에서 로그아웃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황궁 근처에서 대기를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고 기다림에 지쳐가던 차 정보를 얻게 되었다. 나타나길 기다리던 명후가 이곳 로케에 있다는 정보였다.
‘후라트나 다른 녀석들도 온 걸 보아 정보는 사실인 것 같은데..’
거짓 정보는 아닌 것 같았다. 유명한 공적 사냥꾼인 후라트도 와 있었고 요즘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한 유저들도 와 있었다.
‘하기야 독고 길드에서 제공한 정보인데.’
또한 정보 제공자가 무려 독고 길드였다. 독고 길드에서 거짓 정보를 제공 할 이유가 없었다.
‘인상착의도 확실히 전해 받았고.’
이곳에 명후가 있다는 정보만 받은 것은 아니었다. 인상착의까지 확실히 전달 받았다.
‘...음?’
그렇게 명후의 인상착의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로블은 성문에서 나오는 이를 발견하고 생각을 멈췄다.
‘저 장비들...’
성문에서 막 나온 이. 독고 길드에서 전해 받은 인상착의와 똑같았다.
‘확인 기능이 없다는 게 참 아쉽단 말이야.’
로블은 공적을 표시해주는 기능이 없다는 것에 상당히 아쉬워하며 성문에서 막 나온, 명후로 추정되는 이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명후인지 아닌지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로블은 곧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후라트!’
바로 후라트 때문이었다.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후라트 역시 움직였고 먼저 성문에 도착했다.
‘흥, 먼저 잡는게 임자지.’
그러나 먼저 발견했다고 차지하게 되는 게 아니었다. 공적은 먼저 발견한 사람이 아니라 먼저 사냥 한 사람이 임자였다.
만에 하나 성문에서 나온 이가 명후가 맞다면 후라트보다 먼저 잡아야 하기에 로블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퍽!
‘...어?’
그러나 걸음을 옮기자마자 로블은 다시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훌라트가 창을 꺼내 들었고 그 순간 명후로 추정되는 이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것으로 확실해졌다. 명후가 분명했다.
‘뭐, 뭐야?’
물론 로블이 걸음을 멈춘 것은 그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싸움이 일어나 명후인게 확실해졌으니 더욱 빨리 움직여야했다. 그게 정상이었다.
‘왜 안 일어나?’
하지만 지팡이에 맞고 일어나지 않는 후라트를 보니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내 사라지는 후라트를 보며 로블은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주, 죽었어?’
============================ 작품 후기 ============================
개강을 하고나니 편했던 월요일이 힘들어지네요.
전 이만 자러 가보겠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시고 즐거운 화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