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34 88. 길드 파괴자 =========================================================================
“...!”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마파람은 메시지를 본 순간 찌푸린 미간을 풀 수밖에 없었다. 메시지는 정말 놀라운 내용을 담고 있었다.
‘공적 선포?’
공적 선포, 그것도 일반적인 공적 선포가 아니었다. 여태까지 ‘전설’에서 일어난 공적 선포는 전부 개인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공적 선포는 개인이 아닌 단체였다. 마파람은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가울을 보았다.
생각에 잠겨 있던 가울 역시 메시지를 보았는지 매우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파람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만든 가울이 어떤 선택을 할 지 궁금해졌다.
“일단...”
마파람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때마침 생각이 끝난 것인지 가울이 입을 열었다. 마파람은 가울의 말에 집중했다.
“왕국으로 돌아가야겠다.”
“...”
그리고 이어진 가울의 말에 마파람은 순간 인상을 찌푸렸다.
‘이 상황에서 지 혼자 도망을 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만든 건 가울이었다. 그런데 혼자 도망을 간다는 가울을 보니 분노가 차올랐다.
“여기 남아 상황을 파악 후 알려줘.”
이어 가울이 말했다.
“...”
가울의 말에 마파람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지극히 무표정한 눈빛으로 워프 스크롤을 사용해 사라져가는 가울을 바라볼 뿐이었다.
스아악
이내 가울이 사라졌다.
“...”
가울이 사라지고 마파람은 한동안 가울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하돔 : 마파람님! 지금 성기사들이 지부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얼마 뒤, 하돔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하돔의 귓속말에 생각을 마친 마파람은 하돔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하돔에게 : 마스터 아니, 가울은 도망갔습니다.
-하돔 : 예?
마파람의 귓속말에 하돔은 당황 한 듯 반문했다. 그러나 마파람은 더 이상 귓속말에 답하지 않았다.
“좋은 리더를 만나야 됐는데..”
길드 창을 연 마파람은 주위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손을 움직여 길드 창에 자리 잡고 있는 버튼 중 하나를 눌렀다.
[길드를 탈퇴 하시겠습니까?]
* * * *
“급처 템 삽니다!”
“각종 포션 팝니다! 연금술사 라도스의 특제 포션들! 구경하고 가세요!”
“퀘스트 도와주실 분 구합니다! 사례로 30골드 드립니다! 전투 직업에 150 이상인 분 만 구해요!”
“250 전사가 길드 구합니다!”
“이제 막 창설 한 길드 도로시에서 함께 길드를 이끌어갈 길드원을 모집중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려요!”
헬리오카의 수도 ‘넥서스’로 워프 한 명후는 익숙한 풍경과 유저들의 웅성거림에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이네.’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워프 게이트가...’
잠시 주변을 둘러보며 추억에 잠겨 있던 명후는 이곳에 온 목적을 상기하고 기억을 뒤져 워프 게이트의 위치를 떠올렸다
‘저기였지.’
워프 게이트 위치를 떠올린 명후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근데 전쟁은 언제 일어나는거야?”
“그러게 준비 한 지 도 꽤 됐다는데.”
명후는 걸음을 옮기며 유저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전쟁?’
놀랍게도 유저들의 대화 주제는 전쟁이었다.
‘전쟁을 한다고?’
헬리오카 제국이 전쟁을 한다니?
‘누구랑?’
명후는 유저들의 대화에 집중했다.
“근데 정확히 어디랑 하는거야?”
“글쎄, 신성제국이랑 한다는 소리도 있고 신성국가랑 한다는 소리도 있고, 소문만 무성하니...”
아쉽게도 유저들 역시 전쟁 대상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유저들이 아는 것은 헬리오카 제국에서 전쟁 준비를 오랜 시간 동안 해왔다는 것 뿐이었다.
‘전쟁이라...’
그래도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만족스러웠다.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유저들의 대화를 들으며 명후는 워프 게이트에 도착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법사의 물음에 명후는 입을 열었다.
“도무스로 가주세요.”
라우마 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워프 게이트를 여러번 이용해야 되고 그 첫 번째가 바로 도무스였다.
“20골드입니다.”
“여기요.”
“워프합니다.”
스아악
그렇게 도무스를 시작으로 명후는 계속해서 워프를 했고 곧 목적지 독고 길드의 본부가 있는 라우마 왕국의 수도 ‘로드’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웅성웅성
“급처 템 고가에 삽니다! 고가 삼!! 골드, 마일리지 전부 가능해요!”
“화속 마법사 방어구 세트 팝니다! 인페르노 세트에요! 꾼 죄송.”
왕국의 수도답게 ‘로드’에는 무수히 많은 유저들이 있었다. 명후는 웅성이는 유저들을 지나쳐 길드 지구로 향했다.
“이정표가 잘 돼있네.”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길을 헤매지 않았고 명후는 곧 길드 지구에 도착했다. 수도라 그런지 길드 지구에는 무수히 많은 길드 하우스가 자리 잡고 있었다. 명후는 걸음을 옮기며 독고 길드의 길드 하우스를 찾기 시작했다.
“저기요.”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명후는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유저에 의해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
걸음을 멈춘 명후는 의아한 표정으로 유저를 보았고 유저 머리 위에 떠있는 길드 마크를 확인했다.
‘...처음 보는 곳인데?’
독고 길드가 아니었다. 라우마 왕국 길드 중 명후가 아는 것은 독고 길드 뿐이다. 즉, 모르는 길드의 유저였다.
“혹시..”
유저는 명후가 자신의 길드 마크를 확인하자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길드가 없으신 걸 보니 길드 가입 하시려는 것 같은데 저희 길드 오실래요?”
유저가 명후의 앞을 막아선 이유, 그것은 바로 길드 가입 권유 때문이었다. 명후는 유저의 가입 권유에 난감한 미소를 지었다.
“죄송합니다.”
명후가 이곳에 온 것은 독고 길드의 길드 하우스를 습격하기 위해서였다. 길드를 가입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제가 다른 길드에 볼 일이 있어서요.”
“아...”
유저는 명후의 말에 아쉬운 표정으로 짧은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어 호기심 가득 한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어떤 길드인지 여쭤 봐도 될까요?”
“독고 길드입니다.”
“아, 그렇군요.”
독고 길드라는 말에 유저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짓더니 빠르게 옆으로 비켜섰다.
“저 혹시.”
유저가 비켜서자 유저를 지나쳐 걸음을 옮기던 명후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유저에게 물었다.
“길드 하우스가 어디에 있는지 위치 좀 알려 주실 수 있나요?”
“...저희 길드요?”
유저는 조심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아뇨, 독고 길드요.”
“독고 길드요?”
독고 길드에 볼 일이 있다고 한 명후가 독고 길드의 길드 하우스 위치를 물어 볼 것이라 생각지 못했던 유저는 반문했다. 명후는 유저의 반문에 고개를 끄덕였고 유저가 입을 열었다.
“왼쪽으로 쭉 가시다보면 금색이랑 검은색이 섞인 지붕의 건물이 있을 겁니다. 거기가 독고 길드의 길드 하우스입니다.”
“감사합니다. 즐전하세요.”
명후는 유저의 친절한 설명에 감사 인사를 하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유저의 말대로 얼마 뒤 명후는 금색과 검은색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진 지붕을 발견 할 수 있었다.
‘마크도 독고 길드 것 맞고.’
길드 하우스 입구로 다가간 명후는 길드 마크를 확인했다. 익숙한 길드 마크, 독고 길드의 마크가 분명했다.
스윽
명후는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그리고 미소를 지은 채 안으로 들어갔다.
[독고 길드의 길드하우스에 무단 침입 하셨습니다.]
[독고 길드와 적대상태에 돌입합니다.]
[모든 스텟이 20% 감소합니다.]
[액티브 스킬을 사용 할 수 없습니다.]
[포션을 사용 할 수 없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무수히 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쌍도끼 때보다 페널티가 크네.’
쌍도끼 길드의 길드 하우스에 침입했을 때는 모든 스텟 10% 감소와 액티브 스킬 사용 불가 페널티 밖에 없었는데 독고 길드는 업그레이드를 많이 했는지 페널티가 많았다. 물론 크게 문제 되는 페널티는 없었다.
모든 스텟이 20% 감소되었다고 해도 액티브 스킬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해도 독고 길드원들을 잡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거기다 포션은 애초에 사용 할 생각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사용 할 상황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기본 생명력 회복으로도 충분했다.
“...누구세요?”
명후의 등장에 휴식을 취하고 있던 독고 길드원 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물었다. 명후는 물음을 내뱉은 길드원을 한 번 쳐다보고 그 옆에 있는 다른 길드원들을 보았다.
‘8명이라.’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독고 길드원들의 수는 일어나 질문을 한 길드원을 포함해 총 8명이었다.
“저기요? 누구시냐고요.”
명후에게 물었던 길드원은 명후가 말없이 자신들을 훑어보자 미간을 찌푸리며 재차 물었다.
스윽
길드원의 물음에 명후는 지팡이를 들었다.
* * * *
워프 스크롤을 사용해 길드 본부 인 라우마 왕국 길드 하우스로 돌아 온 가울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
의자에 앉아 있는 가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입을 다문 채 메시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을 뿐이었다.
[‘마파람’님이 길드를 탈퇴하셨습니다.]
가울이 보고 있는 메시지, 그것은 바로 길드 탈퇴 메시지였다. 그것도 일반 길드원의 길드 탈퇴 메시지가 아니었다.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마파람의 탈퇴 메시지였다. 한동안 마파람의 탈퇴 메시지를 보던 가울은 다음 메시지를 확인했다.
[‘호탄’님이 길드를 탈퇴하셨습니다.]
[‘로게스’님이 길드를 탈퇴하셨습니다.]
.
.
메시지는 하나가 아니었다. 마파람만 탈퇴 한 게 아니다. 로케 지부에 나가 있는 길드원들 중 꽤나 많은 이들이 길드를 탈퇴했다. 아마도 공적 선포 때문에 탈퇴 한 것 같았다.
“...왜 이렇게 된 거지?”
수많은 탈퇴 메시지를 보며 가울은 중얼거렸다. 가울은 아직까지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 하지 못했다. 거기다 자신이 무슨 잘못을 한 것인지도 깨닫지 못했다.
“여태까지 해왔던대로 했을 뿐인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커녕 잘 해결이 됐다. 그래서 이전과 똑같이 했다. 그런데 상황이 이전과 너무나도 다르게 흘러갔다.
그렇게 가울이 메시지를 보며 생각하고 있던 바로 그때.
쾅!
소리가 들려왔다.
“...?”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에 가울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을 보았다.
-저새끼 뭐야!
-잡아!
쾅!
문을 통해 또다시 소리가 들려왔다. 길드원들의 목소리와 앞서 들었던 굉음이었다.
“무슨..”
무슨 일이 생겼음을 알게 된 가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조심스레 걸음을 옮겨 문 앞으로 다가가 귀를 기울였다.
쾅!
-으아! 괴물이야! 괴물!
-생명력이 얼마나 되는거야?
-공격이 안 먹히잖아!
“...괴물?”
귀를 기울여 소리에 집중하던 가울은 길드원들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곳은 길드 하우스였다. 그런데 괴물이라니?
끼익
가울은 문을 열었다.
쾅!
“도망가!”
“뭐야, 갑자기!”
방에서 나온 가울은 빠른 속도로 걸음을 옮겨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어?”
그리고 곧 소리의 근원지에 도착 한 가울은 당황스런 목소리를 내뱉었다. 괴물은 침입자를 가리키는 단어였다. 그리고 그 괴물은 가울이 잘 알고 있는 유저였다.
“어!”
가울의 당황스런 목소리를 들은 것인지 아니면 우연인지 길드원들을 향해 지팡이를 휘두르던 침입자가 가울을 발견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이어 침입자는 가울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하며 말했다.
“오랜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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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입니다.
힘찬 월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