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43 90. 마왕 카로트 =========================================================================
* * * *
정적, 사무실 안에는 정적이 감돌고 있었다.
“...”
“...”
“...”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는 김무웅, 장무열, 최윤석 세 사내는 약속이라도 한 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입을 다문 채 모니터를 바라볼 뿐이었다.
“음...”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정적을 깬 것은 장무열이었다.
“지금 이게...”
그러나 침묵을 깬 장무열은 무언가 말하려다 다시 입을 다물었다.
“...”
“...”
“...”
또 다시 정적이 감돌기 시작했다.
“후아.”
이번에 정적을 깬 것은 김무웅이었다. 깊은 한숨으로 정적을 깬 김무웅은 장무열과 달리 다시 입을 다물지 않았다.
“어차피 유저의 손에 열린 마계야”
세 사내가 입을 다물고 있던 것.
“유저의 손에 닫힌 거니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그것은 바로 마계가 닫혔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유저들 항의가 엄청나지 않을까?”
김무웅의 말에 장무열이 물었다.
“사실대로 공지하면 되지, 어느 한 유저가 퀘스트를 통해 입구를 봉인했다고.”
장무열의 물음에 김무웅은 별 거 아니라는 표정으로 답했다. 유저들의 항의가 많아 질 경우 사실을 공지하면 된다. 어떤 유저가 퀘스트를 통해 닫은거라고.
“거기다 우리가 개입해서 다시 열면 그건 또 그것대로 욕먹을거다.”
분명 욕을 먹을 것이다. 김무웅은 확신했다.
“그리고 스승님이 아니면 우리가 열 수 있는 방법도 없잖아.”
무엇보다 방법이 없었다. 마계의 문을 다시 열 수 있다? 그것도 권한이 있어야 가능 한 것인데 그런 권한은 스승인 이민석에게만 있었다.
“스승님이 그렇게 개입 하실 분도 아니고.”
이민석은 전적으로 게임 세상은 유저들이 이끌어나가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치명적인 버그가 아니라면 결코 개입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열 수 없는 것도 아니잖아. 누가 또 퀘스트로 열겠지.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영원히 닫힌 게 아니다. 퀘스트 등을 통해 다시 입구를 열 수 있다.
“일들 하자고.”
김무웅은 장무열과 최윤석에게 말하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아!”
자리로 돌아가며 김무웅은 탄성을 내뱉으며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뒤로 돌아 최윤석에게 말했다.
“혹시나 또 뭔 일 일어날 낌새가 보이면 바로 말해줘. 내가 없어도 전화나 문자로 남겨주고.”
“예.”
최윤석의 답을 들은 김무웅은 자리에 앉았다.
띠리리링!
그리고 자리에 앉기를 기다렸다는 듯 전화가 울렸다.
“후아..”
김무웅은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전화를 받았다.
* * * *
“벌써 일을 끝내신겁니까?”
놀란 표정으로 묻는 라쿠자에게 명후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리고 그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 ‘봉인’을 완료하셨습니다.]
퀘스트를 완료 한 명후는 지연을 보았다. 명후는 마왕성 복귀 후 방으로 돌아오며 지연과 귓속말로 이미 이야기를 나눈 상태였고 명후의 시선에 지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연이 일어나자 명후는 라쿠자와 카로트에게 말했다.
“이제 우린 가볼게.”
원래 마계에 온 것은 퀘스트를 깨 카로트의 한계를 해제하기 위해서였다. 비록 펫에서 NPC가 되었지만 목적을 달성했고 더 이상 마계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빠르게.. 마계를.. 안정화시키고 찾아뵙겠습니다.”
명후의 말에 카로트가 말했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힘을 많이 안정화 시켰는지 카로트는 처음 보다 말을 덜 더듬었다.
“그래.”
카로트의 말에 답하며 명후는 라쿠자를 보았다.
“저 역시 조금만 더 도와주고 떠날 생각입니다.”
“9마계로?”
“예, 이제 돌아갈 때가 되었죠. 언젠가 뵙는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라쿠자의 말까지 들은 명후는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왕궁으로 워프 할 수 있는 워프 스크롤을 꺼냈다.
“그럼 나중에 보자고.”
워프 스크롤을 꺼낸 명후는 워프 스크롤을 사용했다. 그리고 지연 역시 명후를 따라 워프 스크롤을 사용했다.
스아악 스아악
차례대로 워프 스크롤을 사용 한 명후와 지연은 차례대로 왕궁에 도착했다. 왕궁에 도착 한 명후와 지연은 집무실을 향해 걸음을 옮기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기분이 어때?”
“뭐가?”
“카로트를 떠나보낸 기분!”
“음...”
지연의 물음에 명후는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초창기부터 같이 해왔는데.’
카로트와의 인연은 아주 오래됐다. 사냥과 여러 퀘스트를 함께하며 정도 많이 들었다. 생각 끝에 명후는 입을 열었다.
“뭔가 허전해.”
허전했다.
“두번째이긴한데..”
펫이 NPC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카로트보다 먼저 NPC가 펫이 있다. 바로 프라미너스였다.
“프라미너스는 같이 있으니까.”
NPC가 된 프라미너스지만 펫이었을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왕궁에서 함께 생활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명후와 지연은 집무실에 도착했고 대화의 주제가 바뀌었다.
“이제 뭐 할거야?”
“음, 딱히 해야 될 일은 없어.”
이제 남은 일은 바르타슈의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그것 외에는 꼭 해야 될 일이 없었다.
“너는?”
답을 한 명후가 지연에게 물었다.
“난..”
명후의 물음에 지연이 답했다.
“미호 좀 보러 갔다 오려구.”
“숲에 다녀오게?”
“응, 못 본지도 오래 됐고 받아야 될 것도 있고.”
지연은 구미호의 숲에 갔다 올 생각이었다. 구미호를 보기 위해서였다. 명후는 지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 그럼 난 왕국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워프 스크롤은 아직 많이 있지?”
“응, 다섯 개.”
“얼마나 걸릴 것 같아?”
“3일 정도?”
“바로 출발할거야?”
“응! 언제 연락 올 지 모르니까.”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던 바로 그때.
똑똑
누군가 노크를 했다. 명후와 지연은 대화를 멈추고 문을 보았다. 그리고 이어 문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폐하, 로겐입니다.”
노크를 한 것은 바로 로겐이었다.
“그럼 갔다올게.”
“응, 잘 다녀와!”
지연은 명후와의 대화를 마치며 인벤토리에서 워프 스크롤을 꺼내 사용했다. 그렇게 지연이 워프로 사라지고 명후는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로겐에게 말했다.
“들어오세요.”
끼이익
문이 열리며 로겐이 들어왔다. 예상대로 로겐의 양 손에는 서류가 한가득 들려있었다.
‘자리 비운 시간이 짧아서 그런가.’
자리를 비웠던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기 때문일까? 많기는 했지만 앞서 처리했던 양에 반도 되지 않았다.
로겐은 명후의 반대편에 앉으며 서류를 내려 놓았다. 그리고 명후는 손을 뻗어 가장 위에 있는 서류를 집었다.
“이것들만 결재하면 되는건가요?”
“예, 지금 당장은 이것들이 끝입니다.”
서류를 집은 명후는 로겐과 대화를 나누며 결재를 시작했다.
“전에 말씀하셨던 그건 어떻게 됐나요? 국토를 관리 할 귀족에 대한 것도 여기에 있나요?”
“네, 아래쪽에 있습니다.”
“아래쪽이요?”
“예.”
명후는 로겐의 말을 듣고 결재 속도를 올렸다.
.
.
[결재하시겠습니까?]
[결재하셨습니다.]
‘오, 드디어.’
그리고 곧 명후는 기다리던 귀족에 대한 결재 서류를 볼 수 있었다.
.
.
귀족 : 2% 상승
만족도 : 0~2% 하락
결재 서류에 적혀 있는 건 작위를 수여 받을 이의 정보였다. 이름, 나이, 출생지, 성향 등 참으로 많은 정보가 쓰여 있었다.
‘2%라..’
물론 명후의 관심을 독차지 한 것은 가장 밑에 있는 변동 사항이었다. 귀족은 2%가 오르고 만족도는 최소 0에서 최대 2% 하락한다고 쓰여 있었다.
‘이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결재하시겠습니까?]
[결재하셨습니다.]
결재를 마친 명후는 다음 서류를 확인했다.
.
.
귀족 : 3% 상승
백성 : 2~3% 하락
만족도 : 2~4% 하락
다음 서류 역시 귀족에 대한 정보로 가득 차 있었다.
‘이번에는 3%네.’
앞서 결재한 서류보다 1%나 더 높았다.
‘하지만 얘는 좀 아니다.’
그러나 명후는 서류를 옆에 내려놓았다. 귀족의 경우 1%나 더 높았지만 백성과 만족도가 상당히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명후는 서류를 확인하며 작위를 수여 할 귀족들을 고르기 시작했다.
* * * *
9마계의 마왕성.
“마왕님.”
라쿠자는 자신을 부르는 추르처느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추르처느를 보았다.
“이제 알려주실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뭘?”
추르처느의 말에 라쿠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7마계 말입니다.”
“아아...”
이어진 추르처느의 말에 라쿠자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탄성을 내뱉었다.
“7마계?”
“예, 도대체 왜 7마계를 그냥 넘겨주신 겁니까?”
추르처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비싼 값을 주고 산 7마계였다. 라쿠자는 어째서 7마계를 그냥 넘겨 준 것일까?
“인간들 때문이란 말은 당연히 믿지 않겠지?”
“네, 저만 나서도 해결 될 일이었으니까요.”
인간들의 위협? 말도 안 되는 이유였다. 인간들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고작 인간들 때문에 마계를 포기했다는 건 믿을 수 없었다.
“근데 사실이야.”
“예?”
“인간들 때문이야.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어느 한 인간 때문이야.”
“...그 명후라는 인간 말입니까?”
“응.”
추르처느의 말에 라쿠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라쿠자가 7마계를 포기 한 이유, 그것은 바로 명후 때문이었다.
“그 인간...”
라쿠자는 명후를 떠올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무슨 일이 있던 건지 모르겠는데 더 강해졌더라.”
전에 보았을 때도 공손해질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보다 더욱 더 강해져 돌아왔다.
“그 강함 때문인지 그 인간 앞에서면 항상 심장이 멎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
압도적인 강함 때문일까? 명후의 앞에만 서면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원래 심장 안 뛰지 않습니까?”
“...”
추르처느의 말에 라쿠자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어 추르처느가 사과했고 라쿠자는 이어 말했다.
“그렇게 스트레스 받으면서 7마계를 운영하고 싶지는 않더라. 거기다 나 그냥 7마계 넘겨준거 아니야. 이번에 7마계 마왕이 된 카로트! 내 후계자라고. 뭐 비록 모시는 주인이 있긴 하지만..”
7마계는 그냥 넘겨 준 게 아니었다. 카로트를 후계자로 삼았다. 비록 모시는 주인이 따로 있긴 했지만 후계자 인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거기다 도움을 줬으니 언젠가 도움을 받는 날이 오겠지.”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도움을 받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러니까 7마계를 넘겨주고 9마계로 돌아 온 이유가.”
라쿠자의 말이 끝나자 추르처느가 입을 열었다.
“9마계에는 그 인간이 오지 못하니까? 이겁니까?”
“아, 아니. 그걸 어떻게 그렇게 이해하냐?”
“맞군요. 하아...”
추르처느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
라쿠자는 추르처느의 깊은 한숨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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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추석 연휴군요.
오늘은 다른 때보다 더욱 흥이나는 금요일이 될 것 같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