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51 91. 소국에서 왕국으로 =========================================================================
‘카로트가?’
급살의 귓속말에 명후는 조금 놀랐다.
‘벌써 안정화가 끝난건가?’
카로트는 힘을 안정시킨 뒤 찾아오겠다고 했다. 벌써 힘의 안정화가 끝난 것일까?
-급살에게 : 바로 가겠습니다.
명후는 급살에게 귓속말을 보낸 뒤 궁에서 나왔다. 그리고 빠르게 중앙 광장으로 움직였다.
“스크롤 팝니다! 각종 스크롤 구경하고 가세요!”
중앙 광장으로 온 이유.
“엔파르시 워프 스크롤 있나요?”
그것은 바로 엔파르시 워프 스크롤을 구매하기 위함이었다.
“예, 당연히 있지요.”
“두 개 주세요.”
명후는 엔파르시 워프 스크롤을 구매했다. 그리고 인벤토리를 열어 방금 전 구매 한 엔파르시 워프 스크롤을 넣으며 생각했다.
‘고대의 바람 쿨타임이 길지만 않았어도.’
한 번 가본 곳이라면 어디든 이동이 가능한 고대의 바람. 고대의 바람을 통해 이곳에 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고대의 바람의 쿨타임은 무려 24시간이었다. 한 번 사용하면 24시간 동안 사용이 불가능하다.
특별한 상황을 대비해 남겨두어야 했다. 물론 이곳 엔파르시로 오는데 24시간이 안 걸린다는 것도 한몫했다.
‘어서 만나러 가볼까.’
엔파르시 워프 스크롤을 넣고 명후는 왕궁 워프 스크롤을 꺼냈다. 그리고 곧장 사용해 왕궁으로 워프했다.
* * * *
“...?”
모니터를 통해 명후를 주시하고 있던 최윤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이어 미간을 찌푸렸다.
“장무열 팀장님?”
최윤석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려 장무열을 불렀다.
“...왜?”
“궁금한 게 있습니다!”
“궁금한 거? 뭔데?”
“그게...”
무엇이 궁금하냐 묻는 장무열에 최윤석은 모니터를 힐끔 보고는 다시 장무열을 보며 입을 열었다.
“마계도 국가로 치는겁니까?”
“...?”
장무열은 최윤석의 물음에 바로 답하지 못했다. 그저 의아함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최윤석을 바라볼 뿐이었다.
“마계를 국가로 치냐고?”
이내 정신을 차린 장무열이 반문했다.
“네.”
“음, 잘 모르겠는데?”
장무열 역시 잘 알지 못했다.
“아..”
최윤석은 장무열의 답에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최윤석의 탄성을 들은 장무열이 이어 말했다.
“마왕도 왕이긴 왕이고 마왕성도 있으니 국가로 칠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갑자기 그건 왜?”
장무열은 어째서 최윤석이 이런 질문을 한 것인지 궁금했다.
“그게.. ”
최윤석은 장무열의 물음에 모니터를 힐끔 보고는 이어 말했다.
“지금 힘이랑 7마계가 국가 동맹을 맺었습니다.”
“...뭐?”
이어진 최윤석의 말에 장무열은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힘? 명후 그 유저가 세운 그 힘?”
“네.”
“...”
최윤석의 답에 장무열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7마계 마왕인 카로트가 명후 그 유저의 펫이었기 때문인지 이야기가 잘 된 것 같습니다.”
“와, 진짜 마계랑 국가 동맹을 맺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장무열은 감탄했다. 항상 예상치 못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명후였지만 마계와 국가 동맹을 맺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근데..”
문득 떠오른 생각에 장무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계랑 동맹을 맺은 게 알려지면 좀 그렇지 않나? 신성 국가랑 동맹을 맺은 상태잖아?”
“직접 맺은 건 아니니 상관없지 않을까요?”
신성 국가 발렌과 7마계가 직접 동맹을 맺은 건 아니었다.
“그래도...”
끼이익
장무열과 최윤석이 대화를 나누고 있던 사이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
“...”
약속이라도 한 듯 장무열과 최윤석은 입을 다물었고 문을 열고 들어 온 누군가를 확인했다.
“뭐야? 왜 그런 눈으로 봐?”
누군가의 정체는 바로 김무웅이었다. 김무웅은 장무열과 최윤석의 눈빛에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설마 또 뭔 일 터졌냐?”
* * * *
“...”
명후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메시지를 바라볼 뿐이었다. 명후가 바라보고 있는 메시지.
[퀘스트 ‘카로트의 선택’이 생성되었습니다.]
[퀘스트 ‘카로트의 선택’을 완료하셨습니다.]
[7 마계와 국가 동맹을 맺으셨습니다.]
[‘왕국으로의 인정’을 획득합니다.]
바로 국가 동맹 메시지였다.
‘허..’
멍하니 메시지를 보던 명후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생각했다.
‘마계도 국가 취급이 되네?’
마계가 국가 취급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 그래서 메시지가 나타났을 때 크게 놀랐다.
‘하기야 마왕도 왕이긴 하니까.’
조금 생각해보니 이상 할 것 없었다. 마왕 역시 왕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명후는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퀘스트 창을 열었다.
<승격 퀘스트 - 소국에서 왕국으로>
소국 ‘힘’은 왕국으로 불릴 만큼 성장했다. 하지만 왕국으로 불리기 위해서는 여러 국가들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대륙에 존재하는 수많은 국가 중 다섯 국가에게 왕국으로의 인정을 받아라! (인정이란 동맹을 뜻하며 인정을 받을 국가의 왕에게 퀘스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왕국으로의 인정 : 3 / 5]
퀘스트 난이도 : SSS
퀘스트 보상 : 왕국 ‘힘’
퀘스트 취소 불가
‘흐.’
왕국으로의 인정이 3개나 되었다. 헬리오카를 포함하면 4개. 즉, 앞으로 1개만 더 획득하면 끝이었다.
‘마지막 한 곳..’
명후는 생각했다. 마지막 한 곳을 어떤 곳으로 할 지.
‘라쿠자.’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명후는 떠올릴 수 있었다. 마지막 한 곳을.
‘그래, 라쿠자가 다스리는 9마계!’
7마계와 국가 동맹을 맺었다. 그 말은 다른 마계와도 국가 동맹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이고 명후는 아는 마계가 있었다. 바로 라쿠자가 다스리는 9 마계였다.
‘근데..’
바로 그때였다.
‘마계랑 동맹을 맺어도 별 상관없나?’
명후가 생각하고 있는 마계와 다른 이들이 생각하는 마계의 이미지는 크게 달랐다.
‘직접 동맹을 맺은 건 아니어도..’
무엇보다 신성 국가 발렌이 마음에 걸렸다. 마계와 동맹을 맺는다는 것, 직접 맺는 게 아니지만 간접적으로라도 연관이 되어있다는 것이 알려진다면?
‘다른 곳에서 난리를 칠 텐데.’
발렌에서 괜찮다고 하여도 다른 곳에서 난리를 칠 것이다. 아니, 난리로만 끝나면 다행이지 난리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흐음..’
명후는 고민했다.
“주인님.”
그런 명후의 고민을 눈치 챈 것일까? 카로트가 입을 열었다.
“동맹을 맺기는 했지만 저희의 동맹이 세상에 알려지면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카로트 역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저희가 동맹을 한 건 분명하지만 굳이 그 사실을 세상에 알릴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이어진 카로트의 말에 명후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네.’
꼭 동맹을 했다는 것을 세상에 선포 할 필요는 없었다. 비밀 동맹이란 단어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비밀 동맹을 한다고 해서 왕국으로의 인정을 획득 못하는 것도 아니고.’
동맹이라 선포하지 않아도 왕국으로의 인정은 획득이 가능하다. 그냥 동맹만 맺으면 되는 것이다.
‘거기다 이 동맹이 알려질 일도 없고.’
지금 방 안에는 명후와 지연, 카로트 단 셋만 있을 뿐이다. 이 동맹 사실이 밖으로 알려 질 가능성은 없었다. 완벽한 비밀 동맹이라 할 수 있었다.
“카로트.”
명후는 카로트를 불렀다.
“예, 주인님.”
카로트가 답했고 명후는 이어 말했다.
“라쿠자랑 연락 돼?”
* * * *
9마계 마왕성 마왕의 방.
“하암..”
현재 라쿠자는 마왕성 중심에 위치 한 자신의 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래, 이 나른한 느낌.”
나른함이 온몸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주 좋아.”
예전에는 이 나른함이 아주 싫었다. 그래서 미친듯이 활동했고 그 결과 9마계의 마왕이 되었으며 7마계까지 권세를 확장했었다.
“으.”
7마계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린 라쿠자는 미간을 찌푸렸다.
“뭐 다시 만날 일은 없을테니.”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시 만날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 한 라쿠자는 찌푸린 미간을 풀고 다시 나른함을 만끽했다.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왔다.
“뭐야? 노크도 없이?”
누군가의 정체는 바로 추르처느였다.
“마왕님. 언제까지 이러고 계실 겁니까?”
추르처느는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라쿠자에게 말했다.
“뭘?”
“계속해서 이렇게 누워만 계실 겁니까?”
스윽
추르처느의 말에 누워있던 라쿠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의자에 다가가 앉았다.
“됐지?”
그리고 추르처느에게 말했다.
“...”
라쿠자의 말에 추르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추르처느의 반응에 라쿠자는 피식 웃으며 이어 말했다.
“이러고 있지 않으면 뭘 해? 이미 여기는 내 건데.”
괜히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게 아니다. 이미 9마계는 완벽히 라쿠자의 것이었다.
“다른 마계로 진출하시는 건...”
“다른 마계로 진출?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다른 마계로 권세를 확장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다른 마계에도 마왕이 있다. 그들이 무섭다는 건 아니다. 그들을 상대하는 동안 또 다른 마계에서 빈집털이를 올 수 있다. 7마계로 권세를 확장한 건 당시 마왕이었던 아그라넥토가 마왕성을 팔겠다고 했기 때문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7마계에 진출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때 사지 않았어야 했는데..’
당시 7마계를 사지 않았어야 했다. 7마계를 산 것이 아직도 후회가 됐다.
“중간계는...”
라쿠자의 말에 추르처느가 다시 말했다. 마계가 안된다면 중간계는 어떤가?
“중간계? 그건 더더욱 말도 안 되는 소리고.”
중간계로 진출 할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7마계를 넘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라쿠자는 추르처느의 의견을 단박에 잘랐다.
“그럼 진출은 나중에 한다고 치고. 꼭 그게 아니더라도 할 일이 있지 않습니까. 지금 리치들이 얼마나 많은 연구를 하고 있습니까? 어차피 다 저희 전력인데 돌아다니시면서 한 번 조언도 좀 해주시고 그러면 매우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만.”
“...”
추르처느의 말에 이번에는 라쿠자가 말을 잇지 못했다. 추르처느의 분위기를 보아하니 물러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 가자 가.”
이내 라쿠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아악
바로 그때였다.
“음?”
라쿠자가 자리에서 일어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방 한쪽에 진열되어 있는 수많은 수정구 중 하나가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저 수정구는 카로트랑 연결 돼있는 건데.”
빛을 뿜어내는 수정구가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 것인지 떠올린 라쿠자는 중얼거리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수많은 수정구 중 빛을 뿜어내는 수정구만 라쿠자의 앞으로 날아와 멈췄다.
“벌써 힘이 안정화됐나?”
힘을 벌써 안정시킨 것일까? 생각하며 라쿠자는 수정구를 활성화 시켰다. 수정구를 활성화 시키자 수정구에 누군가 나타났다.
“...”
누군가를 본 라쿠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분명 카로트와 연결 되어 있는 수정구인데 나타난 건 카로트가 아니었다. 그사이 수정구에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잘 지내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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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