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힘 마스터-552화 (552/644)

00552  91. 소국에서 왕국으로  =========================================================================

수정구에 나온 누군가는 바로 명후였다.

‘또 무슨 일로..’

라쿠자는 생각했다.

‘그냥 안부 묻기 위해서는 아닐테고.’

안부를 묻기 위해 연락을 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라쿠자는 불안했다. 도대체 무슨 일로 연락을 한 것일까?

-아직 9마계 다스리고 있는 거 맞지?

그 사이 수정구에서 다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네.”

명후의 물음에 라쿠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마저 뺏으려 하는건가?’

갑자기 자신이 다스리고 있는 9마계는 왜 묻는 것일까? 혹시나 9마계를 탐내는 것일까? 라쿠자는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내가 국가를 하나 세웠는데 말이야..

국가를 세웠다는 말에도 라쿠자는 놀라지 않았다.

‘이제 세운건가.’

오히려 늦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혹시 우리나라랑 동맹 맺을 생각있냐?

“...네?”

그러나 이어진 명후의 말에 라쿠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동맹이요?”

전혀 생각지 못한 단어가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어, 동맹.

“그럼 동맹을 하기위해 연락을...?”

-그렇지.

명후가 연락 한 이유가 동맹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라쿠자는 안도했다. 그리고 이어 생각했다.

‘동맹이라. 다른 녀석들이 알면..’

동맹 자체는 문제가 없다. 대상이 문제였다. 인간과 동맹을 맺었다는 것을 다른 마왕 녀석들이 알게 되면 비웃을 것이다.

‘근데 그건 보통 인간일 경우고.’

물론 그것은 평범한 인간 아니, 국가와 동맹을 맺었을 때 이야기였다. 보통 국가라면 단박에 거절했겠지만 보통 국가가 아니다. 무려 명후가 세운 국가였다.

‘거기다 거절하면...’

만에 하나 거절 했다고 화를 낼 수 있다. 라쿠자는 그 화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물론 동맹을 해도 공식적으로 선포하지는 않을거야. 우리끼리 그냥 동맹이라는 걸 알고 있자 이거지.

“오!”

라쿠자는 탄성을 내뱉었다. 동맹을 선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른 마왕 녀석들에게 조롱을 받지 않아도 된다. 거기다 조롱도 받지 않고 든든한 우방을 갖게 된다. 1석 2조였다.

-어떻게 할래? 동맹 맺을래?

명후가 물었다. 라쿠자는 입을 열었다.

“네!”

이미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이었다.

*  *  *  *

[퀘스트 ‘라쿠자의 선택’이 생성되었습니다.]

[퀘스트 ‘라쿠자의 선택’을 완료하셨습니다.]

[9 마계와 국가 동맹을 맺으셨습니다.]

[‘왕국으로의 인정’을 획득합니다.]

‘와, 원거리에서도 되네.’

라쿠자가 다스리는 9마계와 동맹을 맺게 되었다.

‘직접 안 봐도 되는구나.’

미리 이야기만 나눌 생각이었다. 직접 만나 퀘스트를 받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원거리에서도 가능했다.

‘이제 헬리오카만 기다리면 되는건가.’

남은 것은 헬리오카 뿐이었다. 헬리오카만 동맹을 선포하면 왕국으로의 인정은 5개가 되고 승격 퀘스트 ‘소국에서 왕국으로’를 완료 할 수 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래.”

명후는 라쿠자의 말에 답했고 수정구에서 라쿠자가 사라졌다. 카로트는 비활성화 된 수정구를 회수했고 이어 명후에게 말했다.

“저도 마계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 이만 돌아가야 될 것 같습니다.”

카로트가 이곳에 온 것은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인사를 했으니 이제 마계에서의 일을 할 때가 되었다.

“그래, 잘 가고 다음에 또 보자.”

명후 역시 카로트를 붙잡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아, 맞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명후는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이곳 왕궁으로 워프 할 수 있는 워프 스크롤을 몇 장 꺼내 카로트에게 내밀었다.

“오가는데 마력 소모가 장난 아니라고 했지? 이걸로 다녀.”

마계와 중간계가 연결 된 통로를 여는 데에는 어마어마한 마나가 필요하다. 그러나 워프 스크롤은 마나가 필요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명후에게 워프 스크롤을 받은 카로트는 아공간을 열었다. 그리고 워프 스크롤을 넣은 뒤 무언가를 꺼냈다. 수정구와 스크롤이었다.

“마왕성과 연결되어 있는 수정구입니다. 그리고 이건 마왕성 워프 스크롤입니다.”

수정구는 마왕성과 언제든지 연락 할 수 있는 통신 수정구였고 스크롤은 예상대로 마왕성 워프 스크롤이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카로트는 명후에게 수정구와 스크롤을 건네주고 곧장 마계로 귀환했다. 그렇게 카로트가 귀환했고 집무실에는 명후와 지연 단 둘이 남게 되었다.

“이제 한 개 남은거지?”

지연의 물음에 명후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응, 한 개 남았지.”

이제 남은 왕국으로의 인정은 한 개였다. 한 개만 더 획득하면 승격 퀘스트를 완료 할 수 있다.

“언제쯤 동맹으로 선포 해준데?”

지연 역시 헬리오카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음, 정확한 날짜는 모르겠어. 조만간 선포 할 것 같긴 한데.”

“아직 공적은 안 풀렸고?”

“어, 공적 풀리는 동시에 동맹을 선포하겠다고 했어.”

물음에 답한 명후는 화제를 돌렸다.

“간 일은 잘 됐어?”

“응, 잘 됐어. 받을 것도 받았고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좋더라구. 거기다 유저들이 조금 많길래...”

지연은 말끝을 흐렸다. 구미호의 숲은 대왕여우와 괴물여우 그리고 보스몬스터인 구미호가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지연에게 있어 대왕여우, 괴물여우, 구미호는 몬스터가 아닌 가족이었다. 즉, 구미호의 숲에서는 유저들이 적이라 할 수 있었다.

“한 번 정리하고 왔어.”

정리하고 왔다. 여기서 정리라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인지 무엇을 뜻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명후는 이해 할 수 있었다.

“이제 뭐 할 거야?”

“음...”

명후는 지연의 물음에 생각했다.

‘딱히 해야 될 건 없는데.’

바르타슈도 그렇고 헬리오카도 그렇고 전부 기다려야 된다. 먼저 찾아 해야 될 일이 지금은 없었다.

“영토나 늘리러 다닐까?”

곰곰이 생각을 하던 명후는 지연에게 말했다.

“영토?”

“응, 발전 속도도 높이고.”

현재 소국 ‘힘’의 주변은 전부 미개척 지역으로 개척 할 곳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그리고 영토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발전 속도도 어마어마하게 빨라진다.

“국가 힘 자체를 키워 놓는게 좋을 것 같아서.”

발전 속도가 높아진 다는 것, 그것은 국가의 힘이 커진다는 뜻이다.

“이제 곧 다른 국가와도 만나게 될테니까.”

지금이야 미개척 지역으로 국가와의 거리가 매우 멀다. 하지만 언젠가는 미개척 지역도 개척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국경을 맞대게 된다.

당연히 마찰이 생길 것이고 명후는 자신이 자리를 비워도 결코 문제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 국가의 힘을 키워놓고 싶었다.

“그래, 그러면 영토 늘리러가자!”

지연은 명후의 말에 활짝 웃으며 답했다.

“잠시만.”

명후는 지연의 답을 듣고 국가 관리창을 열었다.

“퀘스트 줄게.”

바로 지연에게 퀘스트를 주기 위해서였다. 명후는 왕이었고 유저에게 퀘스트를 줄 수 있었다.

‘보상을 정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퀘스트를 줄 수는 있지만 아쉽게도 보상을 정할 수는 없었다. 보상은 랜덤이었다. 그러나 어차피 해야 될 일에 보상을 받는 것이고 랜덤일 뿐 보상이 결코 안 좋은 건 아니었다.

“받았어?”

명후는 퀘스트를 보낸 뒤 지연에게 물었다.

“응, 수락했어.”

지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렇게 지연에게 퀘스트를 준 명후는 지연과 함께 집무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곧장 영토로 만들 미개척 지역으로 향했다.

*  *  *  *

“폐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맞습니다. 공적에서 제외하신다니요?”

“...”

알칸은 쉴 새 없이 외치는 귀족들을 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입을 다문 채 묵묵히 귀족들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계속해서 외치던 귀족들은 자신들의 말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알칸에 모습에 서서히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

“...”

“...”

그리고 곧 정적이 찾아왔다.

“무슨 문제 있습니까?”

원하던 상황이 도래하자 알칸은 입을 열었다.

“문제야 당연히...”

“그...”

“음...”

알칸의 말에 귀족들은 저마다 말끝을 흐릴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딱히 생각나는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신성 제국과의 관계가...”

바로 그때 한 귀족이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귀족들은 동의한다는 듯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맞습니다. 만약 명후 백작을 공적에서 내린다면 신성제국과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고 말 것입니다.”

“그렇지요. 신성제국에서 가만있지 않을겁니다.”

“...”

알칸은 이번에도 묵묵히 입을 다문 채 귀족들의 말을 들었다. 다만 전과 다르게 이번에는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

“...”

반응이 없어 그런 것일까? 아니면 미간을 찌푸리고 있기 때문일까? 귀족들은 전보다 빠르게 입을 다물었고 정적이 찾아왔다.

“신성제국과의 관계가 악화된다? 그렇지, 악화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있지 않는다?”

쾅!

알칸은 책상을 치며 이어 말했다.

“가만히 있지 않으면 신성제국이 뭘 할 수 있습니까? 그리고 우리가 언제부터 신성제국의 눈치를 봐야 됐지?”

자연스럽게 존대에서 반말로 바뀌었다. 그러나 알칸의 분노 때문인지 그것에 대해 내색하는 귀족들은 단 하나도 없었다.

“레빌.”

알칸은 귀족들을 노려보며 레빌을 불렀다.

“예, 폐하.”

레빌은 알칸의 부름에 답하며 들고 있던 서류를 귀족들의 앞에 하나씩 내려놓았다. 귀족들은 레빌이 내려놓은 서류를 보고 의아한 표정으로 알칸을 보았다.

“무엇인지 궁금 하실 겁니다.”

알칸은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귀족들에게 말했다. 분노가 가라앉은 것일까? 반말에서 다시 존대로 돌아왔다. 물론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귀족들 역시 중요하게 생각지 않고 있었다. 귀족들의 관심은 온통 레빌이 내려놓은 서류에 가 있었다.

“읽어보세요들.”

귀족들은 알칸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레빌이 내려놓은 서류를 들어 읽기 시작했다.

“...!”

“흐음...”

서류를 읽기 시작 한 귀족들의 표정이 점차 변해갔다. 그런 귀족들의 표정을 보며 알칸은 미소를 지었다.

“어떻습니까?”

그리고 귀족들이 서류를 다 읽고 내려놓자 알칸이 물었다.

“...”

“...”

알칸의 말에 귀족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이래도 계속 공적으로 적대해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명후 백작 아니, 명후 왕은 예전에도 어마어마한 공적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지금 역시 우리 제국에게 아주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계속 공적으로 적대한다?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내던 알칸은 귀족들의 분위기를 보고 끝낼 때가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명후 왕을 공적에서 제외하는데 이의 있는 분 계십니까?”

알칸의 말에 귀족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기야 이런 상황에서 이의 있다고 말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럼 명후 왕을 공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저 폐하.”

바로 그때였다. 알텐소 후작이 입을 열었다. 모든 귀족들의 시선이 알텐소에게 몰렸고 알칸 역시 알텐소를 보았다.

“이의 있으신겁니까?”

알칸은 알텐소에게 물었다.

“아,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궁금한 게 한 가지 있어서...”

알텐소는 알칸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말해보세요.”

“저 그것이... 명후 백작을 왕이라고 하셨는데...”

말끝을 흐리며 알텐소는 말을 마쳤다. 몇몇 귀족들 역시 궁금했었는지 호기심 가득 한 눈빛으로 알칸을 보았다. 알텐소의 물음과 귀족들의 호기심 가득 한 눈빛에 알칸은 입을 열었다.

“공적으로 선포된 후 건국을 했습니다. 그러니 이제 왕이지요. 그리고...”

알칸은 말끝을 흐리며 귀족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번 회의의 목적은 공적 제외 말고도 하나가 더 있었다.

============================ 작품 후기 ============================

행복한 일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