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57 92. 분쟁 =========================================================================
‘누구지?’
파란만장은 동쪽과 서쪽으로 나뉘어 사라지는 병사들을 보며 생각했다.
‘우리 기사와 병사들은 아니고.’
알리온 왕국의 기사와 병사들은 아니었다. 파란만장은 알리온 왕국의 기사와 병사들이 착용하는 방어구를 알고 있다. 지금 눈 앞에 기사와 병사들의 방어구는 분명 아니었다.
‘이 마을을 소유하고 있는 국가겠지.’
그렇다면 남은 경우의 수는 하나였다. 바로 이곳 힘스물하나를 소유하고 있는 국가의 기사와 병사들이 분명했다.
‘어디일까?’
미개척 지역으로 알려진 이곳에 이미 마을을 펼친 국가가 어디인지 파란만장은 상당히 궁금했다.
‘일단 기사를 따라 가봐야겠어.’
파란만장은 병사들을 이곳저곳으로 보내고 있는 기사를 따라가기로 결정했다.
‘작은 정보라도 얻을 수 있겠지.’
바로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물론 단순히 궁금해 정보를 얻으려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이유가 있었다.
‘이 정보를 가지고가면..’
어떤 정보를 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 정보를 알리온 왕국으로 가져가 잘만 처리하면 어마어마한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게 바로 그 이유였다.
“푸룔, 바로 준비한다.”
기사는 하나 남은 병사 푸룔에게 말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푸룔 역시 기사의 뒤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확인할까?’
파란만장은 기사와 푸룔이 들어간 건물을 보며 생각했다. 건물에는 창문이 달려 있었고 창문을 통해 어떤 일을 하는 지 확인 할 수 있었다.
‘아니야, 소리를 못 듣잖아.’
그러나 밖에서라면 소리가 잘 안 들릴 것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소리는 참으로 중요했고 소리를 들으면 안으로 들어가야 된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들키면..’
만에 하나 들킨다면?
‘기사가 얼마나 강한 지 알 수가 없으니..’
병사는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기사는 아니었다.
‘왔다갔다하는 방법으로 가야겠네.’
물론 들킬 확률은 그리 크지 않았다. 파란만장에게는 최고의 은신스킬인 지형동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형동화.”
파란만장은 우선 지형동화를 시전해 은신 시간을 초기화 시켰다.
[지형 동화를 시전했습니다.]
[10분 간 은신 상태에 들어갑니다.]
은신 시간을 초기화 시킨 파란만장은 이어 기사와 푸룔이 들어가 있는 건물로 걸음을 옮겼다.
건물로 들어 온 파란만장은 이곳저곳 움직이며 무언가를 설치하고 있는 기사와 병사들을 볼 수 있었다.
“바로 연결 할까요?”
이내 모든 설치가 끝나고 푸룔이 물었다.
“어, 연결해.”
푸룔의 물음에 기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수정구?’
그런 기사의 앞에는 수정구가 있었다. 수정구를 본 파란만장은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아악
이내 수정구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누군가 나타났다. 수정구에 나타난 이 또한 기사였는데 역시나 처음 보는 인물이었다.
“음? 자네가 왜?”
기사는 수정구에 나타난 이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기사의 표정과 말을 보아 원래 수정구에 나와야 될 이는 수정구에 나타난 기사가 아닌 듯 했다.
-지금 단장님께서는 폐하와 대장간에 가 있으시네.
“아, 그래?”
-무기와 방어구가 해결 될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군.
“오오, 드디어 말인가?”
기사와 수정구 기사의 대화를 들으며 파란만장은 생각했다.
‘무기, 방어구가 해결 돼? 전쟁을 준비하는건가?’
잘만 가공하면 엄청난 정보였다. 파란만장은 계속해서 대화에 집중했다.
-그런데 어쩐 일인가? 벌써 도착한건가?
“아, 맞아. 도착했네. 그리고 바로 경계에 들어갔지.”
-바로 마법단에 전하겠네.
“고맙네, 이만 끊겠네.”
-수고하게.
“자네도.”
스아악
그렇게 대화가 끝나며 수정구 기사가 사라졌다.
‘이제 곧 풀리겠네.’
정확히 얼마나 남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상당히 많은 시간이 흘렀고 체감상 1분 이내로 은신이 풀릴 것이었다.
‘나갔다 와야겠다.’
파란만장은 조용히 걸음을 옮겨 건물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다시 지형동화를 시전해 은신시간을 초기화 시키고 건물 내부로 들어왔다. 내부로 들어 온 파란만장은 기사와 푸룔을 주시했다.
‘...’
그러나 수정구를 끝으로 기사와 푸룔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사이가 나쁜가?’
혹시나 사이가 나빠 그런 것일까?
‘그건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서로 어색해한다거나 불편한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끙..’
결국 파란만장은 은신시간이 다하자 건물 밖으로 나왔다.
“지형동화”
[지형 동화를 시전했습니다.]
[10분 간 은신 상태에 들어갑니다.]
지형동화를 다시 시전해 은신시간을 초기화 시킨 파란만장은 생각했다.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가볼까..’
건물 안에서만 정보를 얻을 수 있는게 아니었다. 이제 마을 입구를 지키고 있는 병사들이 있었다.
경계를 서며 수다를 떨 수도 있고 그 수다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생각을 마친 파란만장은 병사들이 있는 마을 서쪽 입구로 향했다.
“...”
“...”
‘와, 무슨..’
그러나 마을 서쪽 입구에 도착 한 파란만장은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병사들은 단 한마디의 수다도 떨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경계를 설 뿐이었다.
서쪽에서는 있어봤자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확신 한 파란만장은 마을 동쪽 입구로 향했다. 서쪽 입구에만 병사들이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좀 풀린 얘들이었으면 좋겠네...’
서쪽 입구에서 경계서고 있던 병사들은 너무나도 정석적이었다. 동쪽 입구로 향하며 파란만장은 바랐다. 동쪽 입구에서 경계서고 있는 병사들은 군기가 조금 빠진 병사들이기를.
‘하...’
하지만 동쪽 입구에 도착 한 파란만장은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
“...”
동쪽 입구를 지키고 있는 병사들 역시 서쪽 입구를 지키는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군기가 바짝 들었는지 경계만을 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수밖에 없나.’
결국 파란만장은 마지막 방법을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병사들을 지나쳐 마을 밖으로 나왔다.
퍽!
[은신이 풀립니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나무를 쳐 은신을 풀었다. 은신을 푼 파란만장은 걸음을 옮겨 마을 입구로 향했다.
“...헉! 드디어! 드디어!”
이내 마을 입구에 도착했고 병사들과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파란만장은 놀란 표정으로 빠르게 병사들의 앞으로 다가갔다.
“멈추시오!”
빠르게 달려오는 파란만장을 보고 병사 중 하나가 외쳤다. 파란만장은 일단 병사의 외침에 걸음을 멈췄다.
스윽 스윽
그리고 불안한 표정으로 뒤와 주변을 힐끔힐끔 거린 뒤 다시 병사를 보았다.
“누구십니까.”
“제 이름은 파란만장입니다. 모험을 하다가 몬스터에게 쫓겨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파란만장의 마지막 방법. 그것은 바로 모험가로 위장해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었다.
“마을을 발견해 참으로 다행입니다. 꼼짝없이 몬스터에게 죽는 줄 알았습니다.”
병사들의 눈치를 살피며 파란만장은 두려움 가득 한 표정으로 몸을 떨었다.
“아..”
“그러시군요.”
파란만장의 말과 표정에 병사들의 표정에는 동정심이 살짝 나타났다. 그리고 그것을 본 파란만장은 은근슬쩍 입을 열어 병사들에게 물었다.
“근데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을까요?”
“여기는...”
왼쪽에 있던 병사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파란만장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어진 상황에 파란만장은 속으로 지었던 미소를 지울 수밖에 없었다.
스윽
오른쪽에 있던 병사가 손을 들었고 왼쪽 병사는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왼쪽 병사가 입을 다물고 오른쪽 병사가 입을 열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힘이 드신 걸 알지만 그전에 한 가지 확인 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
“혹시 어디에서 오셨는지 알려주시겠습니까?”
당연히 동쪽에서 왔다. 병사들 역시 그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지금 오른쪽 병사가 묻는 건 방향을 묻는 게 아닐 것이다.
‘국가를 묻는건가?’
아무래도 국가를 묻는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사실대로 말해도 되나?’
파란만장은 잠시 고민했다. 사실대로 알리온 왕국에서 왔다고 해야 될 지 아니면 거짓으로 답할 지.
‘적대 관계 같은 건 아니니까.’
알리온 왕국은 현재 적대 관계의 국가가 단 하나도 없었다. 이곳이 어느 국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대 관계는 아닐 것이라 확신 한 파란만장은 사실을 말하기로 결정했다.
“알리온 왕국에서 왔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파란만장의 답에 오른쪽 병사는 탄성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왼쪽 병사에게 이어 말했다.
“잠시 탈튠님께 다녀와야겠군.”
“...알았다.”
왼쪽 병사는 오른쪽 병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왼쪽 병사의 답을 들은 오른쪽 병사는 파란만장에게 말했다.
“가시죠. 많이 힘드셨을텐데. 일단 쉴 곳을 마련해드리겠습니다.”
“아, 네!”
‘이게 끝인가?’
파란만장은 오른쪽 병사의 뒤를 따라 걸으며 생각했다.
‘뭔가 더 물어 볼 줄 알았는데.’
무언가를 더 물어 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국적을 묻는 것으로 끝이나 버려 싱거운 느낌이 들었다.
‘탈튠, 그 기사의 이름이겠지?’
병사의 이름은 푸룔이었다. 남은 이는 기사 뿐이었고 탈튠은 기사의 이름일 것이었다. 그렇게 잡다한 생각을 하며 파란만장은 곧 목적지에 도착했다. 기사인 탈튠과 병사인 푸룔이 있는 그 건물이었다.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보고 드리고 오겠습니다.”
“네.”
오른쪽 병사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파란만장은 건물 앞에 서 주변을 둘러보며 오른쪽 병사가 나오길 기다렸다.
“잠시 들어오시겠습니까? 저희 상관이신 탈튠님께서 뵙고 싶어 하십니다.”
이내 오른쪽 병사가 나와 말했다.
“물론입니다.”
기사인 탈튠과 대화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거절 할 상황도 아니었고 거절 할 이유도 없었기에 파란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리고 오른쪽 병사의 뒤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십니까. 이곳을 임시로 관리하고 있는 탈튠이라고 합니다.”
탈튠의 인사에 파란만장 역시 인사를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알리온 왕국의 모험가 파란만장이라고 합...”
하지만 파란만장은 말을 다 끝낼 수 없었다.
스윽
“...?”
목 바로 앞까지 다가온 탈튠의 검 때문이었다.
‘뭐 이리 빨라?’
번쩍 하는 순간 검이 목 앞에 와 있었다. 정말 엄청난 발검 속도였다. 하지만 중요한건 발검 속도가 아니었다.
‘아니, 근데 왜?’
지금 중요한 건 탈튠이 발검을 했다는 것이었다. 파란만장은 왜 탈튠이 검을 들이민 것인지 어째서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왜, 왜이러십니까?”
파란만장은 당황스런 표정으로 말을 더듬으며 탈튠에게 물었다.
“알리온 왕국 사람이 어떻게 우리 왕국쪽에서 올 수 있던거지? 이 지역은 서쪽 입구를 통과하지 않으면 결코 지나갈 수 없는데 말이야.”
* * * *
쾅!
[묵철 대검 제작에 성공하셨습니다.]
쾅!
[묵철 대검 제작에 성공하셨습니다.]
기계적으로 망치를 휘두르며 장비를 제작하던 명후는 생각했다.
‘몇 개나 만들었으려나.’
무구 제작을 시작하고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다. 여태까지 무구를 얼마나 제작했을지 상당히 궁금했다.
“폐하.”
바로 그때였다.
“응?”
무구를 얼마나 만들었는지 대략 계산을 하던 명후는 프라미너스의 부름에 잠시 작업을 중단하고 프라미너스를 보았다.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보고?”
“예.”
프라미너스가 명후를 부른 것은 바로 보고 때문이었다. 프라미너스 옆에는 기사 하나가 조금 심각해 보이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뭔데?”
기사의 표정을 본 명후는 프라미너스에게 물었다. 어떤 보고이기에 기사의 표정에 심각함이 자리잡고 있는 것일까?
“폐하께서 개척하신 마을 힘스물하나에 알리온 왕국의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그것도 알리온 왕국쪽이 아닌 저희 왕국쪽에서 왔다고 합니다. 현재 도주했으며 그곳을 관리하던 기사와 병사들이 크게 다친 상태입니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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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입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